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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뉴욕 촌뜨기의 일기
2018.07.30 01:28

(355) 이영주: 몬태나 일기(1) 정 많은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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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촌뜨기의 일기 (47) 몬태나 일기 1

정 많은 이웃들


사진 : 이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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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라 집에서의 저녁식사


뉴욕 촌뜨기 일기를 마지막으로 쓴 게 작년 10월입니다. 워낙 컬처빗 애독자라 매일 메일이 올 때마다 써야지... 하면서도 게으른 탓에 내일, 내일, 하고 미루다 보니 벌써 9개월이 훌쩍 넘었습니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오늘은 만사 제끼고 컴퓨터를 열었습니다.


지금 저는 몬태나 보즈맨에 있는 막내네 집에 와 있습니다. 지난 3월 26일 폐암 수술을 해서 기력이 많이 떨어진 데다 제가 기도에 또 하나의 암이 있어서 큰딸 생각엔 공기 맑은 몬태나가 폐에 좋을 것이니 가서 몇 달쯤 요양하라고 권유했습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저는 여름과 겨울, 두 차례 정기적으로 몬태나에 와서 2주간씩 지냅니다. 더 길게도 있어봤지만, 아무리 모녀 사이라 해도 제 경험에 의하면 2주가 딱 좋습니다. 아쉽지도 않고 약간 길다고 느껴지기 전에 돌아가면 서로 허니문 같이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습니다.


여기에 오기만 하면 친구들이 여기저기서 저녁 초대를 하고 또 막내는 막내대로 친구들을 자주 초대해서 늘 바쁘게 지냅니다. 특히 이번 여름은 제가 수술 한 후라 평소보다 자주 돌봐줘야 하는데, 막내는 막내대로 바쁜 일이 많아서 하지 못하니 친구들에게 엄마와 놀아주라고 부탁을 했답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보즈맨 밖 다른 타운도 가보고, 흥미로운 관광 지역도 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컬쳐빗 독자들과 나누고 싶어져서 몬태나 일기란 타이틀로 몇 개의 이야기를 쓸 작정입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소개해 드렸지만, 그래도 간단히 막내가 사는 보즈맨과 막내의 착한 이웃들 소개로 포문을 열겠습니다.



IMG_6925.jpg 토마스의 사워도 브레드


막내가 사는 몬태나 주의 보즈맨은 인구 약 5만 정도의 작은 타운입니다. 그러나 몬태나 주립대학교가 소재하는 까닭에 1만 5천 명의 학생들이 오가는 타운은 분위기가 젊습니다. 미국에서 살기좋은 소도시 10위 안에 들어있을 만큼 도시 전체가 생동감이 넘치고, 집집마다 꽃이 예쁘게 심어진 밝은 마을입니다.


혼자만 머나 먼 몬태나에 떨어져 사는 막내가 처음엔 이해가 안 되어서 우리 가족 모두 불만이었는데, 지금은 막내네 집이 우리 가족의 별장 아닌 별장이 되었습니다. 2주 전에도 둘째가 보물 같은 손자 블루와 함께 와서 5박6일을 놀다 갔습니다.


혼자 어떻게 적응할까, 엄마의 염려와는 달리 어릴 때부터 숫기가 좋았던 막내는 보즈맨에 와서도 곧 친구들을 사귀었습니다. 더 신기한 사실은 그 친구들 대부분이 막내네 집에서 몇 블럭 안에 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가장 친한 줄리는 같은 블록의 세 집 건너라 소금이 떨어져도, 설탕이 떨어져도, 쪼르르 빌리러 옵니다. 벳시와 마이클이 3블럭, 젯슨이 4블럭, 제일 먼 제니가 6블럭이던가? 암튼 서로 아주 가깝습니다.


제일 보기 좋은 것은 올해로 7년 된 막내와 엔슬리(고교 교사), 척(유리공예가), 젯슨(변호사) 등, 네 친구의 ‘먼슬리 디너(Monthly Dinner)' 모임입니다. 네 사람의 집에 돌아가면서 집주인이 메인 디시를 준비하고, 두 사람이 애피타이저, 나머지 한 사람이 디저트를기만 합니다. 7년 동안 딱 두 번 빼고는 한번도 거른 적이 없다는 사실이 다 놀랍습니다. 그 두 번도 한번은 젯슨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한번은 5년 전, 내가 아팠을 때라고 합니다. 몇 년 전, 엔슬리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후엔 엔슬리 부모가 멤버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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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먼슬리 디너 메뉴


지난 1월, 내가 왔을 때 2월 얘기가 나오길래 이왕이면 나 있을 때 하라고 농담을 던졌는데, 정말로 2월 모임을 내가 떠나기 전날인 1일에 했습니다. 척의 집에서 한 2월 모임엔 음식이 장난이 아니게 푸짐했습니다. 엔슬리 부모가 새우튀김과 사워도 브레드(엔슬리 아빠 토마스의 스페셜티 브레드), 척의 친구가 연어, 젯슨이 호박 스프, 척이 씨저 샐러드와 이탈리아 해물 스프(Cioppino)를 했습니다. 나는 디저트로 전매특허인 헝가리안 쿠키를 구워갔습니다. 음식이 너무 많고, 한 가지 한 가지 마다 어찌나 맛있던지, 술을 못하는 내가 와인을 두 잔이나 마셨습니다.


이들 네 친구는 친구라기보다 어떻게 생각하면 막내의 후원자들 같습니다. 막내가 보즈맨이나 그 근동에서 연주할 때 그들은 언제나 티켓을 제일 먼저 구입합니다. 그리고 연주가 끝나면 막내가 사람들에게 사인해주는 동안 막내네 집으로 먼저 달려가서 자신들이 미리 준비한 음식들을 가지고 뒤풀이 파티를 성대하게 만들어줍니다.


내게도 이런 친구들이 있습니다. 싱글클럽인 우리 ‘호리카 클럽’은 매달 함께 모여 저녁을 먹고, 좋은 공연 있으면 함께 가고, 일년에 한번쯤은 여행도 같이 합니다. 나이도 70대, 60대, 50대가 함께 있고, 두 사람은 비즈니스 우먼, 한 사람은 공무원, 한 사람은 사진작가 입니다. 이들은 내 딸들의 공연에 반드시 티켓을 삽니다. 내가 ‘낭독과 음악의 밤’을 주최했을 땐 멤버들이 음식을 만들어 가지고 와서 식탁을 더 풍성하게 도와주었습니다. 우리의 결속감도 보즈맨의 먼슬리 디너 멤버에 지지 않습니다.


‘이웃이 사촌보다 낫다’는 속담처럼, 살아가노라면 멀리 떨어져 있는 일가붙이 보다 가까이 사는 동네 친구들이 더 살갑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세 닢 주고 집 사고, 천 냥 주고 이웃 산다’란 속담까지 생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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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수필가 강원도 철원 생. 중앙대 신문학과 졸업 후 충청일보 정치부 기자와 도서출판 학창사 대표를 지냈다. 1981년 미국으로 이주 1990년 '한국수필'을 통해 등단한 후 수필집 '엄마의 요술주머니' '이제는 우리가 엄마를 키울게' '내 인생의 삼중주'를 냈다. 줄리아드 음대 출신 클래식 앙상블 '안 트리오(Ahn Trio)'를 키워낸 장한 어머니이기도 하다. 현재 '에세이스트 미국동부지회' 회장이며 뉴욕 중앙일보에 '뉴욕의 맛과 멋' 칼럼을 연재 중이다. '허드슨 문화클럽' 대표로, 뉴저지에서 '수필교실'과 '북클럽'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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