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165)
- 강익중/詩 아닌 詩(99)
- 김미경/서촌 오후 4시(13)
- 김원숙/이야기하는 붓(5)
- 김호봉/Memory(10)
- 김희자/바람의 메시지(30)
- 남광우/일할 수 있는 행복(3)
- 마종일/대나무 숲(6)
- 박준/사람과 사막(9)
- 스테파니 S. 리/흔들리며 피는 꽃(49)
- 연사숙/동촌의 꿈(6)
- 이수임/창가의 선인장(165)
- 이영주/뉴욕 촌뜨기의 일기(65)
- June Korea/잊혀져 갈 것들을 기억하는 방법(12)
- 한혜진/에피소드&오브제(23)
- 필 황/택시 블루스(12)
- 허병렬/은총의 교실(113)
- 홍영혜/빨간 등대(81)
- 박숙희/수다만리(66)
- 사랑방(16)
(745) 이수임: 쉘 위 댄스?
창가의 선인장 (154) 댄스, 댄스, 댄스
Shall We Dance?

sooim lee, dancing soul, 2025 ipad drawing
오랜 세월 크루즈를 타면서 단 한번도 밴드가 연주하는 밤에 춤추러 가지 않았다. 남편이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꺼려하고, 춤추는 것도 싫어하기 때문이다. 배에서 내릴 때마다 내가 그리도 좋아하는 춤을 추지 못한 것을 후회하다가 한이 되었다.
“이번에는 꽤 오래 배 안에 있어야 하니까 밤무대에서 춤을 꼭 춰야겠어. 나 춤추러 가는 것 말리지 말고 캐빈에서 자고 있어.”
“알았어. 마누라 하고 싶은 대로 해.”
남편도 나의 춤 사랑에 지쳤는지 흔쾌히 허락해줬다. 나흘째 되는 날 큰맘 먹고 추러 갔다. 모두가 부부들이 왔다. 나만 혼자다. 연주가 시작된 지 15분쯤 후, 한 여자가 그녀보다 마른 남편을 끌어내어 추기 시작했다. 배 둘레가 키보다 더 굵었지만, 통통한 몸매로 잘도 흔들었다. 흥이 많은 와이프를 위해 마지못해 끌려나가 쑥스럽다는 듯 흔들며 그만 추었으면 하는 표정이다. 여자는 흥에 겨워 벌어진 입으로 남편에게 뭐라고 지껄이며 잘도 흔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춤추는 여자만큼이나 통통한 여자가 내 옆자리에 앉아도 되냐고 물었다. 나를 자꾸 쳐다보며 웃었다. 쳐다보는 눈초리가 예사 눈빛이 아니다. 속으로 ‘혹시 레즈비언은 아니겠지?’ 생각했다. 비슷한 경험이 한번 있었기 때문이다.
리버사이드 파크를 산책하던 날 작은 규모의 밴드가 연주하는 것을 벤치에 앉아 구경하던 중이었다. 내 옆에 앉아 있던 뚱뚱한 갈색 피부의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를 여자가 자꾸 나를 힐끔힐끔 쳐다봤다. 나도 웃음으로 인사했다.
“이 동네 살아요?”
“네 당신은?”
이렇게 시작한 대화가 점점 이상한 분위기로 흘러갔다. 그녀가 레즈비언 파트너를 찾고 있다다는 직감이 왔다. 나는 "먼저 가겠다"며 일어났다.
다시 크루즈 춤으로 돌아간다. 나의 오해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때의 브라운 여자와 내 옆자리에 앉은 여자의 눈빛이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몸을 움츠렸다. 그녀가 나에게 물었다.
“추워요?”
“약간”
“그럼 우리 나가서 춤출래요?”
춤추고 싶어 하던 나는 벌떡 일어나 그녀와 함께 무대로 나가 추기 시작했다. 다른 키 큰 여자도 합세했다. 이어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나와 흔들었다. 밴드도 신나는 춤곡을 마구 연주하고 가수는 목청을 높였다. 우리는 음악이 끝나도 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계속 췄다.
“우리 그만 자리에 들어갈까?.” 그녀가 헐떡이며 나에게 물었다.
“나는 더 출래요.”
“그럼 한 곡만 더 추고 들어가지요.”
처음엔 신나서 추더니 힘든가 보다. 우리는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내가 물었다.
“혼자 배 탔어요?”
“아니. 남편은 피곤하다고 자요.”
“내 남편도 지금 자고 있어요. 밥 먹을 때만 나와요. 나는 싱글처럼 혼자 돌아다녀요. 우리 내일 또 함께 출까요?“
“글쎄 내일은 잘 모르겠는데.”
예상을 뒤엎는 그녀의 대답에 실망했다. 내일은 나 혼자서라도 흔들어야겠다.
이수임/화가
https://sooimlee3.blogspot.com


수임씨는 남편이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꺼려하고, 춤추는 것도 싫어한다고 했는데, 제 남편이 딱히 그렇습니다. 동창회나 결혼식에 가서, 댄스 파티가 시작되면 그때부터 집에 가자고 끊임없이 눈길을 줍니다. 반대로 나는 춤을 좋아해서 그동안 시니어 센터에서 배운 춤 실력을 뽐내고 싶어 애가 탑니다. 기분전환도 되고 건강에도 좋은 댄스를 왜 싫어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음악이 나오면 거침없이 춤을 추지요. 단 둘이 한쌍이 돼서 추는 브루스나 월츠는 파트너가 없어서 못하지만, 라인댄스나 단체로 추는 춤은 신나게 춥니다. 남편은 합류를 안하고 사라집니다. 방에 가서 컴퓨터나 잠 둘중 하나를 택하고 있습니다.
"당신 하고 싶은대로 해"라는 확답을 받았기에 밤이 새는 줄도 모르고 live music에 맟춰서 춤을 춥니다.
이수임씨의 '쉘 위 댄스'를 읽고 속이 시원해졌습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