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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4) 연사숙: 아들을 키운다는 것
동촌의 꿈 <4> 아이의 '이유있는 반항'
아들을 키운다는 것
알렉스의 학교 생활
# 학원과의 전쟁
“공부를 왜 해야하는데! 좋은 학교가 뭐가 좋은데, 좋은 학교 가면 뭐 할껀데?”
학원 숙제를 하다 갑자기 성이 났는지 방으로 들어가 문을 쿵 닫고 들어가며 소리를 지른다. 갑자기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방으로 쫓아가 물었더니 따지듯 되물은 것이다. “그러게, 뭐가 좋은데?” 스스로 반문을 해본다. 잠시 주춤했다. 역시 진부한 답이 튀어 나왔다. “꼭 좋은 학교를 가는 것이 목표는 아니야. 하지만 공부를 잘 하면 니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많단다.” 9살 아이가 이해하기에 난해한 답을 해 놓고 나 스스로 반문한다. ‘좋은 학교가 답은 아니지.’ 라면서.
아들은 5살 뉴욕시에서 시행하는 영재학교 시험에서 99점을 받고 추첨까지 당첨되어 맨하튼 영재학교에 입학했다. 우리 부부로썬 여간 기쁘지 않았다. 이민자로써 미국 교육에 대한 정보도, 경험도 없었는데, 큰 숙제를 덜어준 것 같아 기특하기만 했다. 하지만 문제는 어디에서나 있다. 3학년이 되면서 본격적인 ‘학습’이란 것을 시작했고, 꼼꼼한 성격에 학교 숙제를 하는데 거의 2시간 이상 보낸다.
엄마는 이런 아이를 올 4월에 뉴욕시에서 시행하는 중학교 시험 대비반 학원까지 넣었으니, 단단히 성이 났나보다. 주말까지 학원을 다니고, 숙제까지 잔뜩 받아 오는 것에 대한 불만이 폭발해 결국 한바탕 전쟁을 치뤘다. 고집이 센 아이인 것은 알았지만 괴퍅한 행동은 절대 용납되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결국 학원은 당분간 쉬기로 하고, 버럭 성질에 대한 사과는 받았다. “엄마, 정말 미안해요.”
2018년 레스토랑 수길(SOOGIL)공사 때 알렉스.
# 사랑과 전쟁
“엄마는 내 말을 왜 이해 못하는데..” “나 좀 씻겨줘, 재워줘, 먹여줘…”
개그와 스포츠를 좋아하고 유난히 덩치도 큰 아들은 밝은 성격에 독립적인 아이었다. 5살 부터 이미 혼자 먹고, 샤워하고, 잠드는 아이였다. 내가 전업주부로 있었을 적에는. 지난해 동촌에 레스토랑을 오픈한 이후 더욱 부쩍 커버린 아이는 불평불만이 쌓였다. 집에 있던 엄마가 일하느라 정신없고, 아빠 얼굴을 보는 시간이 너무 줄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아빠와 좀 더 많이 놀았으면 좋겠어..” 아들의 올해 소망이란다. 9살이나 되서 키도 150센티가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씻겨달라, 재워달라며 보챈다. 아이로 돌아간 것 같다.
“엄마, 나좀 봐줘. 나랑 얘기하자.” “엄마, 오늘도 나가? 몇시에 오는데?” "엄마는 나 안 좋아하나봐!" 오랜 시간 나가있는 것도 아닌데, 이 섬세한 감성을 가진 아들의 외로움을 어떻게 달래줘야할지. 많이 안아주고 뽀뽀해주고 하지만, 부족한 것 같다. 아, 어렵다.
지난 일요일 모처럼 동네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아빠와 아들.
# 잡느냐, 잡히느냐
“애가 엄마를 무서워하지 않아서 그래. 그럴때 단단히 잡아야해!” 또는 “잘 조곤조곤 설명을 해서 아이 스스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해.”
아이마다 가진 성향과 성격이 모두 다르기에 어떤 정답도 없을 것이다. 고집이 세고 자기 주장이 강한 아들은 잡으려 하면 예상했던 것과는 반대의 결과들이 돌아왔다. 그래서 나는 이 아이와의 대화하는 것으로 방법을 바꿨다. 언젠가 나보다 부쩍 커지고, 힘도 세어질 이 남자아이를 내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소리 버럭버럭 질러 힘으로 억제해 봐야, 어짜피 몇년 못갈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들어주되, 원하는 대로 우리네 삶을 꾸릴 수 없다는 것.
세상은 공평하지만은 않다는 것은 자기도 살면서 알아가겠지. 그런 소소한 일상의 얘기를 엄마와 함께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에서다. 남편에게는 책 ’된장아빠의 버터아들 키우기’를 선물해야겠다. 남편이 저렇게 해내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들과 사랑을 표현하고 소통하는 하는 방법 만큼은 배워야 할 것 같다.
김정수, 된장아빠의 버터아들 키우기/ 임영주, 큰소리 내지 않고 우아하게 아들 키우기
# 우아하게 아들 키우기
부모교육전문가 임영주 박사가 지난 2013년 발간한 책 제목이다. 이 제목의 서술어는 ‘큰소리 내지 않고’다. 아들을 키우면서 큰소리내지 않는 것 자체가 우아함을 의미하는 것 같다. ‘화내지 않고 아들 키우기’, ‘아들맘 육아 처방전’ 등 아들 육아와 관련된 책은 비슷한 맥락의 단어들이 들어간다. 나만 이런건 아닌가보다. 남자인 아들을 뼛속까지 알 순 없겠지만, 그의 고민과 일상을 들어주는 엄마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들 엄마는 깡패가 된다고 하는데, 최소한 복식호흡으로 두성을 내는 지경에 오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아들은 점점 커 10대가 되고, 호환마마(虎患<호환> 호랑이에게 물려 죽거나 해서 입는 재앙 媽媽<마마> 천연두)보다 무섭다는 중2도 올 것이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면, 단단히 마음을 먹고 단전호흡에 명상이라도 하면서 내 마음과 언행부터 다져야겠다.
최근 한국에서 인기있는 드라마 ‘SKY캐슬’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스카이캐슬에 사는 입주민 중 그나마 가장 개념있게 아들을 키우는 황치영(극중 인물) 교수의 말이다.
“신이 우리에게 자식을 준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니 맘대로 안되는 것이 있다는 걸 느껴봐라!"
연사숙/ 레스토랑 수길's Mom
서울에서 태어나 중앙대 경제학과, 연세대 경제대학원 금융공학과 졸업. 한국경제TV에서 9년간 경제-금융전문 기자, SBSCNBC에서 2년간 월스트릿/뉴욕증권거래소 전문 뉴욕특파원으로 일했다. 2009년 뉴욕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다니엘(Daniel) 수셰프 임수길씨와 결혼 후 뉴욕에 정착, 아들 알렉스를 두었다. 2018년 1월 이스트빌리지(동촌)에 남편과 함께 한식과 프렌치 테크닉이 만난 레스토랑 수길(Soogil)을 오픈, 뉴욕 타임스로부터 별 2개를 받았다. https://www.soog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