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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6) 강익중: 어쩌면 역사는
詩 아닌 詩 (98) Our Stories
어쩌면 역사는

Ik-Joong Kang, Untitled 1, July, 2026, 8 x 10in. Mixed Media on Paper
신기해
나는
자기가 다닌 학교 교가를
다 기억하는 사람이
신기해
나는
자기가 본 영화 대사를
다 기억하는 사람이
신기해
나는
자기가 한 말을
다 기억하는 사람이
신기해
내가 한 말을
조목조목 다 기억하는 너는
더 신기해

Ik-Joong Kang, Untitled 2, July, 2026, 8 x 10in. Mixed Media on Paper
고개 들지 마
좋은 일을 했을 때
자꾸 고개를 들어서
빛을 잃는다
일이 잘 풀릴 때
자꾸 고개를 들어서
사람이 떠난다
인사할 때
자꾸 고개를 들어서
눈을 놓친다
아
이번 월드컵 보고
알았는데
축구공을 찰 때
자꾸 고개를 들어서
공이 뜬다

Ik-Joong Kang, Untitled 3, July, 2026, 8 x 10in. Mixed Media on Paper
어쩌면 역사는
사람들이 살았던 이야기야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야
기억하고 싶은 것과
잊고 싶은 것이 함께 걷는 이야기야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이야기야
내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할머니의 할머니와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야
어쩌면 역사는
내가 남기고 있는
작은 마음의 발자국이야
먼 훗날
누군가 읽게 될
우리들의 이야기야
*강익중씨 런던 템즈강에 '꿈의 섬(Floating Dreams)' 설치
*An Interview with Ik-Joong Kang, Inside Korea(The New York Times)


작가님의 시를 접하니까 어찌 그리도 행복한지요!
자기가 다니던 학교의 교가를 외운다는 게 신기하다를 새삼스레 알았습니다.
월드컵에서 선수가 축구공을 고개를 들고 찰때 공이 뜬다.
역사는 사람들이 살았던 이야기야.
아주 평범한 일들인데, 작가님은 신기함을 발견해서 시로 옮겼습니다. 3편의 시에서 신기함을 쉽게 알게됐습니다. 신기하다를 속세를 떠나 깊은 산속이나 외딴 섬같은 데를가야 찾는 게 아니고 일상 속에서도 이렇게 느낄 수 있다니 감사합니다.
강 작가님의 통찰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