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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익중/詩 아닌 詩
2025.12.23 10:37
(761) 강익중: 고마운 안부
조회 수 766 댓글 1
詩 아닌 詩 (94) Speed of Life

Ik-Joong Kang, Untiltled1, 2025, 8.5 x 11in, Mixed Media on Paper
심박수
가만히 누우면
아다지오
동네를 걸으면
알레그로
산을 오르면
프레스토
빠르면 빠른 대로
느리면 느린 대로
가슴 깊은 곳에서
울리는
메트로놈
내가 잘 지내고 있는지
묻는
고마운 안부

Ik-Joong Kang, Untiltled3, 2025, 8.5 x 11in, Mixed Media on Paper
예술이다
망쳐도 되는 게
예술이다
져도 되는 게
예술이다
망망대해에서 혼자 표류해도 되는 게
예술이다
깜깜한 산길에서 길을 잃어도 되는 게
예술이다
배가 산으로 가도 되는 게
예술이다
하지만
남을 따라가지 않는 게
예술이다

Ik-Joong Kang, Untiltled2, 2025, 8.5 x 11in, Mixed Media on Paper
그 때의 기억
그때의 기억은
조각보처럼 이어지고
새벽처럼 돌아온다
숲길을 걸었지만
바람 소리 말고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는데
들길을 걸었지만
발자국 말고는
아무 흔적도 남지 않았는데
그 기억은
어느 낯선 도시의 골목에서
불쑥 나타나
잊혀진 마음의 한 모퉁이를
살며시 열어준다
*강익중씨 런던 템즈강에 '꿈의 섬(Floating Dreams)' 설치
*An Interview with Ik-Joong Kang, Inside Korea(The New York Times)


누우면 동작이, 천천히 느리게 움직이지요. 걸으면 몸이 빨리 움직입니다. 산에 오르려면 팔과 다리는 물론이고 온 몸을 매우 빨리 움직여야 정상에 오릅니다. 사람의 동작을 음악용어로 표현하신 그 아이디어를 뺏고 싶습니다.
아다지오-천천히 느리게,
알레그로-빠르게,
프레스토-매우 빠르게,
이 음악용어를 인체의 동작인 눕고, 걷고, 산에 오르는 표현으로 시에 대입하신 화가의 천재성을 감탄을 합니다. 그 어떤 시인도 시도하지 않은 음악용어로 시를 쓰신 강 화가님께 찬사를 보내드립니다.
"남을 따라가지 않는 게 예술이다". 예술의 정의가 막연했는데
똑 부러지게 말씀해 주셔서 박수갈채가 절로 나왔습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