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시피 (4) 집에서 만드는 조개호박 스파게티
조개만으로는 외로운 스파게티... 호박과 듀엣
CulBeat Kitchen <4>: spaghetti vongole e zucchine
1996년 뉴욕에 와서 영화를 실컷 보기로 했지만, 자막 없는 영화를 보려니 잘 안들리더군요. 그래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해 어느 날 '빅 나잇(The Big Night)'이라는 영화를 보러갔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배우 캠벨 스콧과 스탠리 투치가 공동으로 연출하고, 이자벨라 로셀리니가 출연하는 영화인데, 뉴저지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습니다.
The Big Night
이탈리아 액센트까지 나오는 '빅 나잇'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힘들었지만, 한 장면이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Sometimes spaghetti likes to be alone!"
"때론 스파게티도 혼자 있고 싶다구요!"
이탈리아 식당에서 리조토를 시킨 여인이 사이드 디시로 스파게티를 주문합니다.
주인이 사이드 스파케티는 미트볼 없이 나온다고 했더니, 여인이 스파게티에 미트볼이 없다구요?하고 놀라자 주인은 "때론 스파게티도 홀로 있고 싶다"고 대응하지요.
미국인들이 이탈리아 음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 이탈리아음식이 미국화하는 것에 개탄하는 영화 '빅 나잇'에서 솔직히 기억나는 것은 이 장면 하나뿐이었습니다. 그 장면이 후로 명 장면으로 남았네요.
*Big Night "Sometimes spaghetti likes to be alone" Youtube 보기
http://youtu.be/-PEVBnCBHuU
조개와 파슬리, 마늘로만 만든 심플 링귀니 봉골레. 조금 허전해서 스캘롭 하나를 올렸습니다.
랍스터, 조개, 굴을 좋아하는 저희는 조개(vongole) 파스타(스파게티/링귀니)를 즐겨 해먹습니다. 원래 조개 파스타는 베니스의 농부들이 즐겨먹다가 널리 퍼졌다고 합니다.
조개 파스타는 토마토 소스를 써도 되지만, 올리브유로만 담백하게 조리해 파스타의 깊은 맛을 음미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조개만 홀로 있기엔 외롭지 않을까요?
어느 날, 동네 브루클린 보로홀 그린마켓에서 예쁜 호박을 사왔습니다.
된장찌개를 만들고 남은 호박이 냉장고 안에 있었는데요. 조개 파스타를 준비한 친구가 즉흥적으로 호박을 찬조 출연시켰습니다.
조개-호박 파스타를 먹으면서 한국에서 엄마가 해주시던 조갯살 호박 왕만두 생각이 간절하게 났지요. 그후로는 종종 조개-호박 파스타를 만들어 먹고 있습니다.
호박 피자 슬라이스, My Pie Pizzeria Romana(696 Lexington Ave.@57th St.)
예전에 로마 여행갔을 때 먹었던 호박 피자 생각도 났습니다. 오래 기다려서 바티칸 박물관에 들어가 '천지창조'를 보고 나오니, 정신이 아득하고 피곤했습니다. 근처의 허름한 피자리아에서 단 한 조각만 남은 호박 채를 썰어 토핑으로 올린 피자를 먹는데, 입 안에서 살살 녹았습니다. 조개와 호박의 조화는 찰떡 궁합인 것 같습니다.
새로운 레시피는 성공적이었고, 이후엔 외로운 조개에 호박을 넣어 파스타 듀엣을 만들어 먹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의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선 작은 조개, 특히 마닐라 클램을 씁니다. 작은 조개가 맛있다고 합니다만, 저희는 큰 조개를 좋아합니다. 조갯살을 씹는 맛이 좋거든요.
보테가 델 비노(Botega del Vino, 7 E 59th St.)의 마닐라 클램 링귀니(왼쪽) 토핑으로 생선알 건조시킨 보타르가(bottarga)를 토핑으로 올린 것. 마레아(Marea, 240 Central Park South)의 조개 파스타도 조그만 마닐라 클램을 씁니다. Photo: Sukie Park
다음은 6월 말 두 차례 집에서 해먹은 조개-호박 스파게티(링귀니) 레시피를 정리한 것입니다.
조개 호박 스파게티 레시피
1. 조개를 흐르는 물에 솔로 씻습니다. 이탈리아식으로는 조그만 마닐라 클램을 많이 쓰는데, 저희는 체리스톤과 리틀넥의 중간 사이즈인 톱넥을 선호합니다. 조개 크기마다 이름도 복잡하지요. 저는 리틀넥 클램은 리틀넥에서 잡히는 조개인 줄 알았는데요. 차우더 클램, 체리스톤, 톱 넥, 리틀 넥 모두 같은 종의 조개로 크기 따라 이름이 다르다고 합니다.
경험으로는 어퍼이스트사이드의 그레이스 마켓플레이스의 톱넥 클램이 가장 신선한 것 같은데, 이날은 유니온스퀘어 그린마켓에서 1 1/2 dozen을 사왔습니다.
*조개 이름
http://marxfood.com
2.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두른 후 조개를 넣고 뚜껑을 닫습니다. 입을 벌릴 때까지 기다리는데요, 끝내 입을 벌리지않는 '크레믈린 클램'은 신선하지 않다는 증거이니 버려주세요. 조개들이 입을 벌릴 때 드라이 화이트 와인 1/4컵을 고루 뿌려줍니다.
3. 그동안에 호박을 채썰어줍니다. 노란 호박을 섞으면, 모양이 더 좋지만... 너무 가늘게 썰면 조리할 때 부수어집니다.
4. 마늘도 다져주시고요. 먼저 프라이팬에 마늘을 노랗게 볶아주셔도 됩니다.
5. 파스타는 칼국수처럼 납작한 링귀니나 스파게티도 좋습니다. 스파게티는 Martelli가 최고인 것 같아요. 이름을 자꾸 잊어버려서 '옐로 파스타'라고 부르지요. 마르텔리 스파게티는 딘&델 루카나 머레이 치즈숍에서 판매합니다. 이날은 스파게티보다 약간 가는 스파게티니를 썼습니다.
6. 와인은 달지않은 드라이 화이트라면 무방하구요. 조개는 물론, 생선 요리에 약간 뿌려주면 맛이 살지요. 저희는 머스카데를 사용했습니다. 와인 대신 먹다 남은 사케를 사용할 때도 있습니다.
7. 물에 소금을 약간 넣으신 후 끓으면, 파스타를 삶아주세요. 이탈리아 사람들은 '엘 단테'라고 해서 국수 안에 점 크기로 하얗게 약간 덜 삶은 상태를 좋아한다지만, 저는 완전히 삶아진 걸 선호합니다.
8. 조개가 삶아졌군요. 이럴 때 자꾸 조개를 먹고 싶지만 참아야 합니다. 조개 국물 버리지 마세요, 간 맞출 때 써야하거든요. 조개가 있으면, 소금이 필요없답니다.
9. 프라이팬에 올리브 기름을 두르고, 마늘과 호박을 넣어 들들들 볶습니다. 우리 식으로 새우젓을 약간 넣어주셔도 좋을 듯 합니다만. 그리고, 파슬리를 넣으신 후 고추가루를 뿌립니다.
10. 조개와 스파게티 삶은 것을섞어줍니다. 이때 올리브유를 약간 치셔도 좋습니다.
11. 마지막으로 파미자노 치즈를 갈아 눈을 내려주면, 조개-호박 스파게티는 완성입니다.
즐거운 식사 시간~~
Bon Appét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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