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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cago Special <10> 호텔 '더 드레이크'와 두 여인 

 

시대를 풍미한 두 아이콘의 애잔한 기록

더 드레이크, 먼로의 사랑과 다이애나의 고독을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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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더 드레이크(The Drake)'의 엽서, 1920

 

 

'시카고 스페셜' 연재 순서

1. 시카고 건축 '마천루의 파노라마'
2. 시카고 핫도그 '노 케첩!' 
3.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설계 로비하우스 투어
4.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 하이라이트
5. 시카고 블루스, 버디 가이의 전설
6. 오리지널 딥디쉬 피자
7. 시카고대 고대문화연구협회(ISAC) 박물관 하이라이트

8. 자연사박물관 필드뮤지엄

9. 시카고 공공미술 

10. 호텔 '더 드레이크': 마릴린 먼로와 다이애나 왕세자비 

 

 

군가 말했다. "호텔은 도시의 자화상"이라고. 누가 이 도시에 머무르는지,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 그리고 어떤 기억을 남기고 싶은지가 그 안에 압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카고의 매그니피센트 마일 북단, 100년의 시간을 견뎌온 더 드레이크는 그 자화상 속에 가장 화려하고도 애잔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바로 마릴린 먼로와 다이애나 왕세자비다. 

 

우리가 머문 시카고의 호텔 더 드레이크(The Drake)는 마릴린 먼로, 다이애나 왕세자비와 인연이 깊은 호텔이다. 먼로 탄생 100주년에 그녀와 뉴욕 양키즈의 전설 조 디마지오(Joe DiMaggio, 1914-1999)의 러브 스토리, 찰스 왕세자와 별거 시절 시카고를 방문했던 다이애나 비의 스토리가가 애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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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드레이크를 다녀간 유명 인사들의 서명이 전시되어 있다. 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가수 스모키 로빈슨, 배우 다이앤 키튼, 존 굿맨, 오드리 헵번, 그리고 다이애나 왕세자비. 

 

시간 호수(Lake Michigan)가 내려다 보이는 매그니피센트 마일(Magnificent Mile, 뉴욕의 5애브뉴 격) 북단에 자리해 있는 더 드레이크는 1920년 문을 열었다. 1871년 대화재에서 살아남은 시카고 워터 타워(Chicago Water Tower, 1899), 100층 높이의 존 핸콕 센터(John Hancock Center, 1969), 그리고 럭셔리 브랜드 플래그쉽 등이 즐비한 매그니피센트 마일에서 더 드레이크는 고풍스러운 위엄을 자랑한다. 

 

더 드레이크엔 미 대통령에서 유럽 귀족, 그리고 할리우드 스타들이 줄줄이 머물다 갔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제럴드 포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서 윈스턴 처칠, 따로 방문한 엘리자베스 여왕,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따로 방문했다. 그리고, 프랭크 시나트라, 엘리자베스 테일러, 마릴린 먼로, 소피아 로렌,  그레이스 켈리, 잭 니콜슨, 다이앤 키튼, 리처드 기어 등 할리우드 스타들도 묵었던 곳이다. 

 

케이프 코드 룸의 나무 바(bar)에 새겨진 'JD+MM'이라는 약속이 먼로의 뜨거웠던 사랑을 증명한다면, 팜 코트의 은은한 찻잔 속에 남은 다이애나의 온기는 그녀가 시카고에서 잠시나마 누렸을 고요한 고독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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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드레이크의 케이프 코드 룸에서 먼로와 디마지오.

 

릴린 먼로(Marilyn Monroe, 1926-1962)는 남편이었던 뉴욕 양키스의 전설이었던 조 디마지오와 1954년 9월 시카고를 방문했다. 먼로와 시카고는 인연이 깊다. 1951년 마릴린은 시카고 화이트 삭스(거스 저니얼, 조 돕슨 등)과 함께 스프링 트레이닝 기간 동안 홍보 사진 촬영에 참여했다. 디마지오는 에스카이어 잡지에 실린 사진을 보고, "저 금발 여자는 누구야?"라고 물었고, 1952년 소개팅으로 만나 사랑에 빠졌다. 

 

37세의 야구스타 디마지오는 25세의 할리우드 섹스심볼 먼로는 1954년 1월 샌프란시스코 시청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이들은 일본으로 신혼여행을 갔다. 그런데, 디마지오는 야구 교육 프로그램에 참석했고, 먼로는 한국을 방문해 4일동안 10회의 공연에서 10만여명의 미군 장병들을 위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먼로는 당시 혹독한 추위 속에서 헬리콥터와 지프를 이용해 군부대를 오가며 이동했고, 장병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이런 강행군으로 방한 직후 기관지 폐렴에 걸렸다고 한다. 

 

그러나, 신혼 때부터 디마지오는 부인에게 쏟아지는 세계적인 관심과 스포트라이트에 질투심과 통제 성향으로 관계가 삐꺽거리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월 이 커플은 시카고를 방문했고, 더 드레이크에 묵었다. 이들은 호텔 내 케이프 코드 룸(Cape Cod Room)에서 식사를 했다. 이들은 바의 나무로 만든 상판(bar top)에 서로의 이니셜 'JD + MM'을 새겼고, 먼로는 조를 향한 사랑의 메시지를 적어 병 속에 넣은 뒤 바텐더에게 맡긴 후 다시 돌아와 찾아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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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ven Year Itch, 1955

 

그해 9월 먼로는 빌리 와일더 감독의 코미디 '7년 만의 외출(The Seven Year Itch)' 촬영을 시작했다. 제작사는 사전 홍보를 위해 맨해튼 렉싱턴애브뉴의 지하철 환기구 위에서 바람에 흰 드레스 치맛자락이 휘날리는 먼로의 모습을 촬영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무려 2천여명의 구경꾼을 모인 가운데 수 시간 동안 촬영했다. 이른바 '지하철 환기구 장면(subway grate scene)'은 먼로의 가장 유명한 이미지로 자리 잡았고, 이듬해 개봉한 영화는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먼로와 디마지오의 결혼 생활은 불과 274일만에 막을 내렸다. 그해 10월 먼로는 '정신적 학대'를 사유로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혼 후에도 친구로서 관계를 유지했다. 먼로는 희곡작가 아서 밀러와 결혼했고(1956–1961), 1962년 8월 5일 숨진 채로 발견됐다. 조 디마지오는 먼로의 죽음으로 큰 충격과 슬픔에 잠겼고, 먼로의 장례식을 주관했다. 이후 20년 동안 매주 먼로의 묘소에 장미꽃을 바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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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에 마릴린 먼로(MM)와 조 디마지오(JD) 이니셜. Photo: Sukie Park/ NYCulture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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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온 오크의 프렌치 토스트와 오믈렛.

 

케이프 카드 룸은 1933년부터 2016년까지 운영됐으며, 호텔 내 카페 온 오크(Café on Oak)에 보존되었다. 우리는 카페 온 오크에서 아침식사로 프렌치 토스트와 오믈렛을 먹고, 'JD + MM'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당시 먼로가 남긴 원래의 병은 호텔에서 도난당했지만, 오늘날 드레이크 호텔엔 메시지를 담은 병을 남기는 것이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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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로는 1959년 시카고를 다시 찾았다. 잭 레먼, 토니 커티스와 공연한 빌리 와일더 감독의 '뜨거운 것이 좋아(Some Like It Hot)'을 홍보하기 위해 미드웨이 공항에 도착했을 때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다. 영화 속에서 노래(I wanna be loved by you)도 부른 먼로는 골든글로브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시카고는 2011년 '영원한 마릴린(Marilyn Forever)' 동상을 매그니피센트 마일 시카고 트리뷴지 빌딩 옆의 파이오니어 코트에 전시했다. 뉴저지 출신 조각가 시워드 존슨(Seward Johnson)이 제작한 26피트 높이의 이 동상은 '7년만의 외출(The Seven Year's Itch, 1955)'의 중 한 장면의 포즈를 묘사한 작품이다. 시워드 존슨은 2015년 뉴저지 해밀턴의 조각 공원 'Ground for Sculptures'에서 회고전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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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시카고 더 드레이크 호텔로 들어가는 다이애나 왕세자비.

 

이애나 왕세자비(Diana, Princess of Wales, 1961-1997)는 평생 단 한번 시카고를 방문했다. 찰스 왕세자와 별거 중이던 1996년 6월 노스웨스턴 메모리얼 병원의 암 연구기금 조성을 위해 더 드레이크에 3일간 머물렀다. 그녀는 노스웨스턴대 로스쿨에서 열린 유방암 심포지엄에 참석했고, 메모리얼 병원 환자들을 방문했다. 그리고, 노스웨스턴대의 상징색인 보라색 베르사체 드레스를 입고 필드박물관(Field Museum)에서 열린 모금 갈라에 참석했다. 이날 토니 베넷이 감미로운 노래를 불렀고, 다이애나는 TV 사회자 필 도나휴와 춤을 추었다. 마이클 조단의 어머니 델로리스 조던은 윌리엄과 해리 왕자를 위해 시카고 불스 기념품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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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드레이크의 팜 코트

 

그녀는 미시간호가 내려다보이는 14개의 창문, 거실, 다이닝룸, 벽난로가 있는 1천500평방피트 규모의 프레지덴셜 스위트룸(550호)에 머물렀다. 14개월 후 비극적인 사고로 세상을 떠날 다이애나는 호텔 내 팜 코트(Palm Court)에서 로즈포총 차(Rose Pouchong)와 함께 애프터눈 티를 즐겼다. 다이애나는 브리티시 항공기에 탑승하며, "시카고를 정말 좋아해요. 멋진 시간이었어요(I love Chicago. It’s been wonderful.)"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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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시카고를 방문한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노스웨스턴대 헨리 비넨 총장과 필드 박물관에서 열린 갈라에 입장하고 있다. 이 갈라에서 150만 달러의 기금을 조성했다. https://www.northwestern.edu 

 

드레이크 호텔 측은 그로부터 25년 후 2020년 넷플릭스 드라마 '크라운(The Crown)' 시즌에 패키지 "Crowning a Lady"를 제공했다. 이 스위트에 다이애나 사진, 그녀가 좋아했던 향수 Houbigant Paris의 'Quelques Fleurs', 그녀가 좋아했던 '물망초(forget-me-nots)'를 스위트룸 곳곳에 비치, 즐겨 듣던 'ABBA: The Official Photo Book' 도서 제공, 그녀가 팜 코트(Palm Court)에서 즐겼돈 애프터눈 티 서비스, 그녀가 먹었던 3코스 디너, 피치 벨리니 칵테일 등이 포함된 로열 패키지다. 

 

두 여인은 떠났지만, 호텔은 여전히 그날의 향기를 기억할 것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두 아이콘의 발자취가 교차하는 곳. 더 드레이크는 단순한 호텔을 넘어, 우리가 사랑했고 그리워하는 이들의 시간을 박제한 거대한 기억의 저장고였다.

https://www.thedrakehotel.com 

 

 

'시카고 스페셜' 연재 순서

1. 시카고 건축 '마천루의 파노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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