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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cago Special <7> ISAC Museum (시카고대 고대문화연구협회 박물관) 

 

ISAC: 라마수와 투탕카멘 사이에서

발굴과 권력, 고대 유물이 들려주는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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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tankhamen, head and torso, crown. Reconstructed are the base, lower legs, and queen's statue, arms beard and nose. Painted, inscribed on plinth. ISAC Museum Collection. Photo: Sukie Park/ NYCultureBeat 

 

 

'시카고 스페셜' 연재 순서

1. 시카고 건축 '마천루의 파노라마'
2. 시카고 핫도그 '노 케첩!' 
3.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설계 로비하우스 투어
4.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 하이라이트
5. 시카고 블루스, 버디 가이의 전설
6. 오리지널 딥디쉬 피자
7. 시카고대 고대문화연구협회(ISAC) 박물관 하이라이트

8. 자연사박물관 필드뮤지엄

9. 시카고 공공미술 

10. 호텔 '더 드레이크': 마릴린 먼로와 다이애나 왕세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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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C Museum Collection. Photo: Sukie Park/ NYCultureBeat 

 

시카고대학교의 박물관 고대문화연구협회(ISAC Museum, Institute for the Study of Ancient Cultures)는 인근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설계한 로비 하우스(Frederick C. Robie House) 투어에 전에 잠깐 들렀다가 컬렉션이 놀라워서 투어 끝낸 후 다시 찾아갔다. 하버드대, 예일대, 펜실베니아대도 각각 대규모 고고학 박물관을 운영한다. 아담한 크기의 박물관 ISAC은 메트로폴리탄뮤지엄 인근 타운하우스에 자리한 뉴욕대의 고대세계연구협회(ISAW, Institute for the Study of the Ancient World)를 떠올리게 한다. 최근 '이집트의 로댕(Rodin in Egypt)'를 연 곳이다. 다만, 1919년 설립된 시카고 ISAC이 서아시아(중동)과 북아프리카(이집트)에 집중하는 고고학연구소 겸 박물관인 반면, 2006년 설립된 뉴욕대의 ISAW는 지중해에서 중국까지 연구하는 협회로 갤러리도 운영한다. 

 

ISAC는 1919년 미국 최초의 이집트학자이자 시카고대 교수였던 제임스 헨리 브레스티드(James Henry Breasted, 1865-1935)가 아트컬렉터였던 존 D. 록펠러 주니어(John D. Rockefeller Jr.)의 후원으로 설립했다. 록펠러 가문은 미국의 문화기관 형성에 깊이 관여했다. 존 D. 록펠러 주니어는 중세미술 컬렉션으로 메트뮤지엄 분관인 클로이스터뮤지엄(The Cloisters)을 설립했으며, 부인 애비 앨드리치 록펠러는 MoMA의 창립자였다. 이들의 아들 존 D. 록펠러 3세와 부인은 뉴욕 아시아소사이어티를 세우며 문화 후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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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C Museum Collection. Photo: Sukie Park/ NYCultureBeat 

 

제임스 헨리 브레스티드는 1920-30년대 록펠러의 지원금을 받아 팀을 이끌고 이스라엘 북부 메기도(Megiddo), 이란 페르세폴리스(Persepolis), 이라크의 코스사바드(Khorsabad), 이집트의 룩소(Luxor)까지 대규모 발굴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그러면, 유물은 어디로 가나? 당시엔 탐사발굴팀이 비용을 부담해 현지 정부와 협력해서 작업해 나온 유물은 파견 발굴팀과 현지 박물관이 반반씩 나누어 갖는 'partage(분할)' 원칙이 관례였다. 중동과 이집트 유물이 발굴협력의 산물로 시카고의 ISAC에 들어오게된 것이다. 이 ‘partage’ 관행은 오늘날 문화재 반환 논쟁의 출발점이 되었다.

 

ISAC 박물관은 1931년 문을 열었다. 소장품은 1920년대-1940년대에 걸쳐 중동과 북아프리카(이집트, 누비아, 페르시아, 메소포타미아, 시리아, 아나톨리아 등)에서 진행된 연구소의 발굴탐사 활동을 통해 수집된 것들로 약 35만점에 이른다. 2019년 설립 100주년을 기념, 박물관 전체 리노베이션을 완료했다. 설립 당시 이름은 오리엔탈 연구소(Oriental Institute, OI)였지만, 서구 중심적인 이름이라는 비판으로 2023년 이름을 ISAC으로 변경했다. 갤러리는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페르시아 등 지역별로 나뉘어져 있다. 

 

 

ISAC 소장품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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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massu, ISAC Museum Collection. Photo: Sukie Park/ NYCultureBeat 

 

#날개 달린 황소상, 라마수 Lamassu

 

인간의 머리, 독수리의 날개에 황소의 몸을 한 메소포타미아의 수호신이다. 인간의 지혜, 독수리의 기민함, 사자의 용맹함을 결합한 존재로, 왕궁을 악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믿었다. 라마수는 기원전 700년경 아시리아 제국(14th C BC-7th C BC, 현 이라크와 시리아)의 왕 사르곤 2세가 세운 신도시 '두르-샤루킨(Dur-Sharrukin)'의 왕궁 입구에 세워져 있었다. 이 라마수는 다리가 5개다. 고대 조각가들은 부동의 자세(정면)과 측면(운동의 자세)를 동시에 완벽하게 보여주기 위해 다리를 5개 조각했다. 멈춰 서서 지키는 수호신이자, 왕을 따라 전진하는 역동성을 한몸에 구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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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massu (Detail), ISAC Museum Collection. Photo: Sukie Park/ NYCultureBeat 

 

라마수는 1928년-1929년 사이 ISAC이 이라크 사막에서 발굴했다. 당시 이미 10조각이 넘는 파편으로 부서져 있었던 황소상을 이라크 유물국이 ISAC에 기증했다. 1930년 높이 16피트(4.8미터), 무려 40톤에 달하는 라마수는 배에 실어 날랐고, 시카고에 도착한 후 정교하게 조립됐다. ISAC 바닥은 40톤의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특수 보강 설계가 되어 있다. 

 
메소포타미아 신화에 등장하는 라마수는 아시리아 궁전과 도시의 기념비적인 문지기 역할을 했다. 루브르뮤지엄, 대영박물관(British Museum), 메트로폴리탄뮤지엄도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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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tankhamen (detail), ISAC Museum Collection. Photo: Sukie Park/ NYCultureBeat 

 

#투탕카멘 거상 Colossal Statue of Tutankhamun

 

이집트 밖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투탕카멘 상 중 하나로 높이가 무려 5m가 넘는다. 현재 ISAC의 투탕카멘 거상은 쿼츠자이트(Quartzite, 규암) 진품 파편과 석고 복원물이 결합되어 '복원된 전체상'이다. 이는 단순한 전시물이 아니라 발굴·복원·재구성이라는 고고학의 과정을 보여주는 사례다.

 

1930년 ISAC 발굴팀은 이집트 룩소르의 메디넷 하부(Medinet Habu)에 있는 장례신전 유적에서 똑같이 생긴 두 개의 투탕카멘 거상 파편을 발견했다. 당시 이집트 정부와의 유물 분할 관례에 따라서 보존상태가 더 좋았던 거상은 이집트 정부가 가져가 카이로박물관에 소장되었다. 그러나,투탕카멘의 미라는 여전히 왕가의 계곡에 남아있다. ISAC은 나머지 파편들을 가져오게 되었는데, 이때 시카고로 온 것은 머리와 몸통 부분 등 4개의 커다란 유물 파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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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중반 ISAC의 복원 전문가 도나토 바스티아니(Donato Bastiani) 이집트에 남겨진 '쌍둥이 거상'의 온전한 부분들을 본떠서 석고 모형(Cast)을 만들었다. 이 모형을 바탕으로 시카고에 있는 진품 파편들의 소실된 부분(하체, 팔, 왕관의 일부 등)을 보완해 현재의 약 5미터가 넘는 거대한 모습으로 재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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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d of Nefertiti, reproduction of sculptor's model. Lost eye restored in this copy. ISAC Museum Collection. Photo: Sukie Park/ NYCultureBeat 

 

#네페르티티 흉상 Nefertiti Bust

 

ISAC엔 또한 고대 이집트 파라오 아케나톤의 왕비 네페르티티의 흉상도 있다. 기원전 1345년 투트모세가 제작한 오리지널 흉상은 베를린 신박물관(Neues Museum)에 있다. ISAC은 정교하게 복제한 석고 복사본(Plaster Cast)다. 

 

네페르티티 흉상의 진품은 1912년 12월 이집트 아마르나에서 독일의 고고학자 루트비히 보르하르트(Ludwig Borchardt)가 발굴한 이후 독일로 반출되어 현재까지 반환 논쟁의 중심에 있다. 1924년 처음 대중에 공개되었을 때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가장 유명한 고대 이집트의 유물 중 하나로 떠올랐다. 이 흉상은 1939년까지 베를린 신박물관에 전시되다가 제 2차 세계대전 발발로 벙커에 옮겨졌다가 프로이센 중앙은행 금고, 동물원 대공포탑에 보관되었다가 1945년 미군이 튀링겐의 소금광산에서 발견해 1956년 서베를린으로 옮겨졌다. 독일 통일 후 2009년 신박물관이 소장하게 됐다.

 

이집트 정부는 수십년간 네페르티티 반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독일 정부는 운송 중 손상이 있을 수 있다는 핑계로 묵살해왔다.  발굴 이후 독일로 반출되어 현재까지 반환 논쟁의 중심에 있다.

 

ISAC은 설립 당시부터 복사본을 통해 아케나텐왕의 종교개혁 시기였던 아마르나 시대의 독특한 예술 양식을 연구하고, 교육하기 위해 복사본을 제작해 전시하고 있다. 

 

*GEM 개관 이집트, '베를린의 모나리자' 네페르티티(Nefertiti) 환수 촉구

https://www.nyculturebeat.com/?document_srl=4172011&mid=Ar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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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C Museum Collection. Photo: Sukie Park/ NYCultureBeat 

 

#고대 이집트 미니어처 동물 인형 '샤브티(Shabti)' 

 

ISAC에서 주목을 끄는 것은 고분에서 발굴된 수많은 미니어처 동물 인형 '샤브티(Shabti)' 또는 모형 유물(Models)들이다. 내세(Afterlife)를 믿었던 고대 이집트인들은 사후 시계에서도 농사를 짓거나 가축을 돌봐야한다고 생각해 작은 인형들이 죽은 이를 대신해 일을 수행하도록 마법적인 힘을 불어넣었다. 가축 인형은 죽은 이에게 영원히 고기아 우유를 공급하는 '마법의 식량고' 역할을 했던 셈이다. 뿐만 아니라 반려 동물의 형상은 내세에서도 주인을 지키며 외롭지 않게 동행하는 의미로 쓰였다. 한편, 하마와 악어같은 미니어처는 나일강의 생명력과 재생을 상징했다. 

 

이런 믿음은 샤브티에서 동물 미이라에 이르기까지, 사후 세계를 위한 '대체 삶의 시스템'을 구축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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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C Museum Collection. Photo: Sukie Park/ NYCultureBeat 

 

#동물 미이라 Animal Mummies

 

인간 미이라뿐만 아니라 동물의 미이라도 다수 전시되어 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인간의 영혼이 '카(Ka, 생명력)'와 '바(Ba, 인격)'으로 나뉘어져 낮에는 영혼이 자유롭게 돌아다니지만, 밤이 되면 반드시 자신의 몸으로 돌아와 쉬어야 했는데, 몸이 썩어 없어지면 영혼이 길을 잃고 영원히 소멸한다고 믿었다. 때문에 정교하게 시신을 보존해 '영혼이 돌아올 집이자 그릇'으로 미이라(Mummy)를 만들었다. 

 

사람 뿐만 아니라 고양이, 매, 따오기(아이비스) 등 동물 미이라는 신에게 바치는 봉헌물이자 사후세계의 반려동물 역할도 했다. 

 

ISAC은 단순한 유물 전시 공간이 아니라, 20세기 초 서구 고고학이 어떻게 세계의 고대 문명을 수집하고 해석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아카이브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는 '발굴'과 '분배', 그리고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문화재 반환 논쟁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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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C: Institute for the Study of Ancient Cultures

The University of Chicago

1155 E 58th St. Chicago, IL 60637

https://isac.uchicago.edu 

 

 

'시카고 스페셜' 연재 순서

1. 시카고 건축 '마천루의 파노라마'
2. 시카고 핫도그 '노 케첩!' 
3.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설계 로비하우스 투어
4.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 하이라이트
5. 시카고 블루스, 버디 가이의 전설
6. 오리지널 딥디쉬 피자
7. 시카고대 고대문화연구협회(ISAC) 박물관 하이라이트

8. 자연사박물관 필드뮤지엄

9. 시카고 공공미술 

10. 호텔 '더 드레이크': 마릴린 먼로와 다이애나 왕세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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