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스페셜 (3)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설계 로비 하우스(Robie House) 투어
Chicago Special <3> Robie House tour
'20세기 위대한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진정한 미국식 주택 프로젝트 '프레리 하우스' 걸작

Robie House tour #FLWTrust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시카고 스페셜' 연재 순서
1. 시카고 건축 '마천루의 파노라마'
2. 시카고 핫도그 '노 케첩!'
3.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설계 로비하우스 투어
4.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 하이라이트
5. 시카고 블루스, 버디 가이의 전설
6. 오리지널 딥디쉬 피자
7. 시카고대 고대문화연구협회(ISAC) 박물관 하이라이트
8. 자연사박물관 필드뮤지엄
9. 시카고 공공미술
10. 호텔 '더 드레이크': 마릴린 먼로와 다이애나 왕세자비

Frank Lloyd Wright
20세기 위대한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1867-1959)는 91세로 장수할 때까지 왕성하게 일했다. 전 생애 약 1천100작품을 설계했으며, 그중 약 532채가 실제 건축됐다. 그중 현존하는 건축물은 약 400채 이상이며, 미국에서 약 37개 주에 걸쳐 퍼져있다.
라이트는 폴링워터(1939)와 구겐하임뮤지엄(1959) 등 현대 건축의 걸작들을 탄생시키며 20세기 위대한 미국 건축가로 자리매김했다. 뉴욕에선 맨해튼에 라이트의 걸작 구겐하임뮤지엄(Guggenheim Museum, 1959)이 있으며, 스태튼아일랜드의 윌리엄앤캐서린 캐스하우스(William and Catherine Cass House, 1959), 일명 '크림슨 비치(The Crimson Beech)'는 현재 사유 주택이다.
메트로폴리탄뮤지엄엔 미네소타 웨이자타 소재 프란시스 W. 리틀 하우스(Francis W. Little House, 1912-14)의 거실(#갤러리 745), 펜실베니아주 알렌타운미술관에는 리틀 하우스의 서재가 재현되어 있다. 오래 전 그랜드캐년으로 가기 전에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라이트가 설계한 빌트모어 호텔(Biltmore Hotel)에 묵었다.
일리노이주에서는 오크파크에 그의 자택과 스튜디오를 비롯 약 25여채, 시카고엔 스승 루이스 설리번의 조수로 작업한 찬리-퍼스키 하우스(Charnley‑Persky House, 1892), 로비 하우스(Robie House, 1910), 에밀 바흐 하우스(Emil Bach House, 1915-사유 주택), 라이트가 설계한 로비를 볼 수 있는 더 루커리(The Rookery, 1905) 등이 있다.
라이트 주택 양식: 프레리 스타일 Vs. 유소니안 하우스

Robie House tour #FLWTrust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이번 여행에서 하이드파크 시카고대학교 캠퍼스에 자리한 로비 하우스(Robie House, 5757 S. Woodlawn Ave. Chicago) 투어에 참가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프레데릭 C. 로비(Frederick C. Robie)의 의뢰로 1910년 건축한 로비 하우스는 프레리 주택(Prairie Style)의 전형이자 근대 주택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1991년 로비 하우스는 미건축가협회(AIA)로부터 20세기 10대 건축물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이전 미국의 주택은 조지 왕조(Georgian), 빅토리아 왕조(Victorian), 튜더 왕조(Tudor)나 앤 여왕(Queen Anne) 등 영국 건축의 미학을 모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우리 동네 브루클린 하이츠에 이런 양식의 주택이 즐비하다. 그러나, 라이트가 설계한 미국식 주택은 없다. 라이트와 동시대 건축가들은 진정한 미국 건축물을 창조하고자 노력했으며, 로비 하우스는 프레리 스타일의 가장 순수한 작품 중 하나가 되었다.

Robie House tour #FLWTrust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라이트의 주택 양식은 프레리 스타일(Prairie Style, 1900년대–1910년대)과 유소니안 하우스(Usonian House, 1930년대–1950년대)으로 나뉜다. 프레리는 미 중서부의 광활한 평원에서 영감을 얻은 양식으로 낮은 지붕선과 긴 처마로 수평적인 안정감을 주는 주택이다. 벽돌, 목재, 석재 등 재료의 질감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낸다. 이전의 주택들이 폐쇄형이라면, 프레리 하우스는 2층에 정원, 테라스, 창문으로 실내외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 열린 구조의 평면이다. 가구, 조명, 스테인드글래스까지 건축과 인테리어 가구가 조화롭게 통합된다. 오크파크의 유니티 템플(Unity Templ, 1905), 하이랜드파크의 튈리츠 하우스(1902), 그리고 로비하우스(Robie House, 1910)가 프레리 스타일이다.
1930년대 대공황을 겪은 후 라이트는 중산층이 부담없이 살 수 있는 이상적인 서민 주택을 구상했다. 그 모델을 진정한 미국의 주거양식을 뜻하는 '유소니안(Usonian, United States of North America)'이라 불렀다. 유소니안 하우스의 특징은 단층 구조에 콘크리트 블록, 합판, 유리 등 저렴한 자재의 사용, 자연과의 연속성으로 넓은 창과 슬라이딩 도어로 실내외를 연결했으며, 거실 중심의 개방된 평면, 벽난로 중심으로 수납공간을 벽안에 통합했다. 대표작은 매디슨의 제이콥스 하우스(Jacobs House, 1937), 펜실베니아주의 낙수장/폴링워터(Fallingwater, 1936–39), 캘리포니아의 하나 하우스(Hanna House, 1937)다.
로비 하우스 건축

Robie House tour #FLWTrust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자전거 부품 사업가문에서 태어난 프레데릭 C. 로비는 1902년 로라 히에로니머스(Lora Hieronymus)와 결혼했다. 28세였던 1908년 하이드파크 인근에 부지를 1만3천5백달러에 매입하고 부지, 주택, 인테리어 비용까지 총 3만5천 달러의 예산으로 집을 지을 계획이었다. 당시 일반 주택 건축비의 거의 7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로비는 당시 혁신적인 건축가로 촉망받던 라이트에게 설계를 의뢰했다. 라이트는 자동차를 소유했던 로비를 위해 차고도 포함했다. 라이트 자신도 자동차광으로 재구어, 팩커드, 캐딜락, 메르세데스-벤츠 등 평생 86대나 소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실 건축 설계로 번 돈보다 일본 판화 거래로 돈을 더 벌었다고 한다.
그러나, 로비 부부는 이 집에서 오래 살지 못했다. 1909년 아버지가 사망하자 로비는 빚을 갚기위해 결국 집을 팔아야 했다. 1911년 부인이 아이 둘을 데리고 가출했고, 이혼에 이르렀다. 로비는 재정적 어려움으로 라이트 디자인 가구로 집 전체를 채우려는 계획을 중단했다. 로비는 단 14개월 만에 집을 팔아야 했다.

Robie House tour #FLWTrust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로비 하우스엔 이후 테일러 가족(1911-1912), 윌버스 가족(1912-1926)이 살았다. 그 후로 70년간 동안 로비 하우스는 교실, 식당, 기숙사, 그리고 여러 단체의 사무실로 사용됐다. 1941년과 1957년 두 차례에 걸쳐 철거 위기에 처했다. 로비 하우스에 특히 애착을 보였던 라이트는 자신이 매입하려 했을 정도다. 대신 그때마다 직접 건물을 보존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였다. 결국 1958년에 개발업자 William Zeckendorf(Webb & Knapp)가 매입했고, 1963년 시카고 대학에 기증되었다.
2002년부터 2019년까지 대규모 복원작업으로 내부 가구, 색채, 조명 등이 원형에 가깝게 복구되었다. 현재 Frank Lloyd Wright Trust가 관리하며 투어 등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https://flwright.org
로비 하우스 투어

Robie House tour #FLWTrust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프레리 스타일은 광활한 미국 평야의 특성을 반영한 양식이다. 라이트는 “이 집은 대지에서 자라난 듯 보여야 한다”며 건물을 주변 평원 지형과 어울리도록 낮고 길게 수평으로 뻗은 형태로 설계했다.
#외관: 자연과의 개방감

Robie House tour #FLWTrust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밖에서 보면, 두개의 직사각형이 비스름하게 겹쳐진듯한 모양이다. 낮은 경사 지붕과 극적인 캔틸레버(cantilever, 외팔보-한쪽 끝은 고정되고 다른 끝은 들떠있는 형태)를 갖춘 길고 가느다란 건물이다. 집은 3층 높이지만, 실제로는 2층처럼 낮게 보인다. 긴 처마와 평평한 지붕선, 그리고 수평을 강조한 벽돌 구조로 창문은 띠처럼 이어져 있어 실내에서도 수평선의 연속성을 느낄 수 있다. 벽을 돌출시켜 야외 테라스와 발코니를 냈다.
건물 도로 쪽은 닫혀 있고, 반대편 정원 쪽은 넓게 열려 가족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도 아늑하면서도 자연과의 개방감을 유지하려는 의도였다. 로비는 차고를 집과 통합해달라고 요청했고, 출입구의 모퉁이에 차고를 설치했다. 현재 차고는 기프트숍으로 사용되고 있다.
#실내 구조: "다락방과 지하실은 낭비"

Robie House tour #FLWTrust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로비 하우스 1층엔 벽난로를 공유하는 성인용 당구실과 어린이용 놀이방, 두개의 엔터테인먼트 공간이 자리해 있다. 라이트는 전형적인 미로 같은 방들을 대신, 벽난로를 중심으로 빛이 가득 들어오는 개방형 평면으로 설계했다. 거실과 식당이 하나로 이어지며, 벽 대신 천장 높이 변화, 벽난로, 가구의 배치로 공간이 자연스럽게 나누어진다. 라이트는 기능적 편리함과 심리적 안락감을 동시에 추구했다.
2층은 가족의 개인공간이다. 중앙 벽난로를 중심으로 패밀리룸과 다이닝룸이 있다. 중앙 벽난로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풍부한 자연광이 들어오는 여러 개의 유리 창문은 추상 패턴의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되어 있다. 햇살이 드리워지면 실내 바닥에 아름다운 그림자와 색색의 빛이 드리워졌다.
3층에는 개인 침실과 욕실이 있다. 붙박이 벽난로와 실내 욕실은 당시로서는 흔치 않은 사치였다. 라이트는 다락방이나 지하실 같은 공간은 낭비되는 공간으로 간주했다. 대신 천장을 아치형으로 설계했다. 라이트는 가구, 조명(원과 사각형의 조화), 스테인드글래스 창문, 카펫, 문 손잡이(팔각형)까지 직접 디자인했다. 이는 라이트가 건축을 '유기적 예술(organic art)'로 다루었음을 보여준다.
라이트는 한때 패션 디자인 작업도 했다. 1955년 슈마허(Schumacher)를 위해 원, 직사각형 등 기하학적 문양으로 26가지 프린트 직물 라인을 제작하고, 부인 캐서린 토빈과 고객을 위해 드레스를 디자인했다.
#낮은 천장의 혜택

Robie House tour #FLWTrust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라이트의 주택은 천장이 낮다. 그의 키는 5' 7"(170cm)로 작은 편이었다. 유럽의 궁전이나 빅토리아 양식이 높은 천장을 선호한 반면, 라이트는 낮은 천장을 선호했다. 라이트는 사람이 앉고 움직이는 높이를 기준으로 즉, 인간 중심의 비례로 공간을 설계했다. 이로써 안락함을 성취하고, 공간의 수평선을 강화하며, 평원(프레리)와 조화를 이루게 했다.
천장을 낮추면 실내가 수평으로 길게 이어진 지붕선과 일체감을 갖게 되고, 외부 풍경과 실내의 시선 높이가 일치하게 된다. 이로써 라이트의 철학인 '자연 속의 인간'이 구현된 것이다. 또한, 유니소니언 하우스에서 낮은 천장은 구조재와 난방으로 비용절감의 효능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구조적 혁신

Robie House tour #FLWTrust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로비 하우스는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인 철골보강 구조(steel-reinforced concrete)를 사용해 기둥 없이도 넓은 거실과 긴 처마를 구현할 수 있었다. 또한, 대형 유리문을 통해 거실과 테라스, 정원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하루 동안 변하는 빛의 색이 실내 공간을 끊임없이 바꾸어준다. 라이트는 이를 '빛의 건축(architecture of light)'이라 불렀다.
#건축사적 의의

Robie House tour #FLWTrust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로비 하우스는 라이트의 프레리 하우스 시리즈의 절정이자 그의 이후 작품인 유소니안 하우스와 구겐하임뮤지엄으로 이어지는 유기적 건축 철학의 중요한 전환점이다. 이 집은 단순한 주택이 아니라 자연·기술·생활이 조화된 근대 건축의 출발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라이트는 이후 루드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 르 코르뷔지에 등 20세기 근대건축가들에게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2017년 유네스코가 로비 하우스를 비롯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설계 건물 8채를 세계문화유산(World Heritage)에 지정했다. 일리노이주 오크파크의 유니티 템플(1906-09), 위스콘신주 스프링그린의 탈리에신(1911), LA의 홀리호크 하우스(1918-20), 펜실베니아주 밀런의 폴링워터(낙수장, 1936-39), 위스콘신주 매디슨의 허버트&캐서린제이콥스 하우스(1936-37), 애리조나주 스카스데일의 탈리에신 웨스트(1938), 그리고 맨해튼의 구겐하임뮤지엄(1956-59)이다.

Charles M. Harper Center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로비 하우스 남쪽 건너편에 있는 건물은 시카고대 부스 경영대(Booth School of Business)의 찰스 M.하퍼센터(Charles M. Harper Center)는 라파엘 비뇰리(Rafael Viñoly, 맨해튼 432 파크애브뉴, 종로타워)가 로비 하우스의 수평성과 띠창을 반영해 설계한 건물이다. 이로써 로비 하우스와 하퍼센터는 시간을 넘어 건축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설계 건물 8채
*진영미의 피츠버그 여행: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설계 '낙수장(Fallingwater)' 투어
UNESCO Frank Lloyd Wright World Heritage sites
Unity Temple (1905-08) Oak Park, Illinois
Frederick C. Robie House (1908-10) Chicago, Illinois
Taliesin (1912) Spring Green, Wisconsin
Hollyhock House (1918-1921) Los Angeles, California
Herbert and Katherine Jacobs House (1936-37) Madison, Wisconsin
Taliesin West (1938) Scottsdale, Arizona
Fallingwater (1936-39) Mill Run, Pennsylvania
Solomon R. Guggenheim Museum (1956-59) New York, New York
'시카고 스페셜' 연재 순서
1. 시카고 건축 '마천루의 파노라마'
2. 시카고 핫도그 '노 케첩!'
3.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설계 로비하우스 투어
4.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 하이라이트
5. 시카고 블루스, 버디 가이의 전설
6. 오리지널 딥디쉬 피자
7. 시카고대 고대문화연구협회(ISAC) 박물관 하이라이트
8. 자연사박물관 필드뮤지엄
9. 시카고 공공미술
10. 호텔 '더 드레이크': 마릴린 먼로와 다이애나 왕세자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