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노벨평화상 나비 필레이(Navi Pillay) 남아공 출신 국제 인권변호사 선정
Nobel Peace Prize is awarded to Navi Pillay
이스라엘의 가자 팔레스타인 주민 집단학살 자행 결론
일본정부에 위안부 해결책 질타, 북한 인권문제 폭로

Image: 서울대학교 인권센터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나바네템 나비 필라이(Navanethem Navi Pillay, 85)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 재판관이 2026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9일 "보편적 법 원칙에 대한 헌신과 확고한 도덕적 신념은 나비 필레이의 긴 경력을 관통하는 변함없는 가치다.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에 맞섰던 넬슨 만델라 등을 변호했던 초기 활동부터 오늘날의 주요 국제재판에서 판사로 활약하기까지, 그녀의 행보에는 일관된 흐름이 이어져 왔다. 나비 필레이는 국가와 지도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폭력과 분쟁의 피해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주었다. 그녀는 맡았던 모든 직책에서 법치주의를 준수해야 할 개인과 국가의 책임을 강조해 왔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위원회는 “전쟁과 분쟁이 증가하고, 국제법 관련 사법기관과 단체들이 정치적 공격을 받는 이 시기에 노벨위원회는 무력이나 폭력 없이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은 국제법의 지배에 달려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자 한다”며 “전쟁 범죄자들이 책임을 지고, 학대 피해자들이 정의를 실현받는 국제법 체계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필수조건이다”라고 강조했다. 노벨 평화상은 스웨덴왕립아카데미가 아니라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의 5인이 선정해오고 있다.
이번 노벨위원회의 평화상 선정이 도널드 트럼프의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트럼프는 지난 7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자신이 8개의 전쟁을 해결하고 세계의 파멸을 막았다며, 노벨 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올 2월 이스라엘과 손잡고 이란을 침공한 뒤 중동 전쟁을 벌이고 있다. 나비 필라이는 수상 소식을 들은 후 "여러분이 박수를 더 세게 쳐주면 평화상을 트럼프와 나누겠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나비 필레이는 1941년 남아공 더반의 가난한 소수인종 격리 거주지역이었던 클레어우드에서 8자녀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인디안 타밀(Indian Tamils: 19세기 영국 식민지 시절 인도에서 스리랑카 중앙 고산지대의 차(Tea) 플랜테이션 노동자로 이주해 온 이들의 후손)계 힌두교도인 아버지는 버스 운전사, 어머니는 전업주부로 아들딸에게 차별없이 교육시켜야한다는 신념으로 자녀들을 키웠다.
필레이는 나탈대 법대에서 수학한 후 하버드 로스쿨로 유학해 남아공 출신 최초로 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1967년 남아공 나탈주 최초의 비백인 여성 변호사로 개업했으며, 동료 변호사이자 반 아파르트레이트 운동가였던 가비 필레이와 결혼한 후 남편이 남아공 테러방지법에 의해 구금되자 그의 변호를 맡아 경찰의 고문과 독방 구금 실태를 세상에 폭로했다. 이후 필레이 부부는 두 딸을 입양한 후 이혼했고, 남편은 1990년대 후반 사망했다.
1986년 필레이는 학자 안슈 파다야치와 가정폭력 피해여성들을 위한 상담소를 설립해 자신의 집에서 운영하기도 했다. 아파르트헤이트 종식 후인 1995년엔 남아공 고등법원 최초의 비백인 여성 판사로 임명됐으며,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ICTR) 판사 및 소장, 유엔 인권최고대표(UN OHCHR), 국제형사재판소(ICC) 재판관을 거쳐 현재 국제사법재판소(ICJ) 임시 재판관으로 활동 중이다.

필레이는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ICTR) 판사 시절 전쟁 중 조직적으로 자행된 성폭력과 강간이 단순한 범죄를 넘어 '집단학살의 한 형태'이자 '인류에 반하는 죄'에 해당한다는 역사적인 최초의 판결을 이끌어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 시절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를 출범해 국제사회에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공식 조사를 강력히 요청했고, 2013년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설치로 이어져 북한 내 반인도 범죄를 규명하고 국제 법정에 책임자를 회부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또한, 일본 정부를 향해 전쟁 성노예(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고 정의를 실현할 것을 공개적으로 질타했다.
2021년부터는 유엔 팔레스타인 점령지 독립국제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내 전쟁범죄 및 집단학살 혐의를 조사했다. 이에 노벨위원회는 전쟁과 갈등이 만연하고 국제법 질서가 위협받는 현 시점에서 "전쟁범죄, 인류에 반하는 죄, 집단학살이 반드시 기소되고 처벌받도록 법적 정의의 최전선을 지켜온 인물"로 필레이의 평생에 걸친 공로를 노벨 평화상으로 기린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