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강 감독: '아시안을 위한, 아시안에 의한, 아시안의 영화'
“나는 반복하는 영화 감독이 되기 싫다”
아시안아메리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 신작 ‘결혼(Knots)’ 상영
아시안아메리칸이 다수인 하와이에서 연출 중인 마이클 강 감독. Photo: Isand Film Group
아시안아메리칸으로서 ‘꿈의 공장’ 할리우드에서 성공을 거두기란 낙타가 바늘 귀 안으로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힘들다. 주류 영화관엔 백인들이 제작한 백인의 영화들이 연이어 상영된다. 그런데 최근, 특히 오바마 행정부 출범 후엔 흑인과 라틴계 관객을 위한 영화도 속속 나왔다.
하지만, 아시아계를 위한 영화를 상업 영화관에서 보는 것은 좀처럼 드물다. 미국 인구의 25% 안팎인 흑인/라틴계와 달리 아시아계는 아직 5% 내외에 불과하다. 그러면, 100편의 개봉작 중 5편은 아시안을 위한 영화여야 공평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국에서 자라면서 어려서 갖고 놀던 인형들은 모두 금발에 푸른 눈동자를 지닌 백인 인형이 아니었나? 아직도 우리는 백인을 위한 문화를 편식하고 있는 셈이다.
1998년 서부에서 아시안을 위한 아시안의 이야기를 그리는 패기만만한 감독이 나왔다. 한국계 크리스 찬 리(Chris Chan Lee) 감독이 한인 고교생의 일탈을 시원하게 그린 액션 ‘옐로우(Yellow)’였다. 이어 대만계 저스틴 린(Justin Lin)이 액션 ‘베터 럭 투마로우(Better Luck Tomorrow, 2002)와 ‘패스트 앤 퓨리어스(The Fast and The Furious, 2006)로 아시안 아메리칸 영화도 블록버스터가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아시안아메리칸 영화의 시발탄이 된 크리스 찬 리 감독의 '옐로우'(1998)
그리고, 이후엔 동부에서 인디 정신으로 무장한 마이클 강(Michael Kang)이 등장했다. 1970년 로드아일랜드 프로비던스에서 태어난 마이클 강은 뉴욕대학교에서 희곡작법을 전공했다. 그리고 단편 영화 작업 후 미 독립영화의 산실인 선댄스영화제의 랩에서 시나리오를 갈고 닦았다. 마이클 강은 2005년 중국계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작은 영화 ‘모텔(The Motel)’로 신선하게 데뷔한다. 2년 후엔 맨해튼 한인타운에 카메라를 댔다. 그리고, 아시아계 공부벌레나 샛님들이 아닌 범죄조직 이야기를 담은 ‘웨스트 32’를 연출하며 자기 변신을 했다.
로맨틱 코미디 '결혼(Knots)'는 사실 unromantic comedy다. 이 영화는 청혼을 거절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릴리(킴벌리-로즈 월터 분)은 고향 하와이로 돌아가 옛 애인 카오(성 강 분)와 재회하는데...Photo: Island Film Group
마이클 강이 4년여의 침묵 끝에 뉴욕에 돌아왔다. 하와이에서 촬영한 로맨틱 코미디 ‘결혼(Knots)’이다. 마이클 강은 아시안아메리칸의 천국인 하와이에서 정체성 문제를 거두어 버리고, 사랑과 결혼, 그리고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결혼’은 25일 개막될 아시안아메리칸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초청되어 8월 5일 오후 7시 첼시 클리어뷰 시네마에서 상영된다. www.asiancinevision.org/aaiff/
마이클 강 감독과 E-메일로 인터뷰를 했다.
마이클 강 감독
-어떻게 ‘결혼(Knots)’을 연출하게 됐나.
“사실 난 시나리오를 쓴 킴벌리-로즈 월터와 아일랜드필름그룹(Island Film Group)이 불러서 하게된 것이다. 그들은 촬영날짜를 잡아놓고, 감독을 구하고 있었다. 그건 내게 아주 좋은 상황이었다. 킴벌리-로즈와 난 서로의 친구인 미셸 그루시엑(Michelle Krusiec)을 통해 만나 바로 친해졌다. 난 그녀의 시나리오가 무척 좋았다. 하지만, 나로서는 이전의 두 영화가 남성 중심의 영화였기 때문에 여성 중심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큰 도전이었다.”
-여배우들이 다수인 ‘결혼(Knots)’을 만든 경험은?
“여성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나로서는 도전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누어 찍기 시작하면서 내가 고등학교 때 데이트에 대해 배웠던 ‘여자도 마찬가지로 사람이다’라는 것을 발견하는 것과 같았다. 이 영화는 인간의 이야기를 찾는 것이며, 어떻게 여자들이 소통하는가 하는 생각에 빠지는 것이 아니었다. 훌륭한 출연진 덕에 영화를 매우 쉽게 찍을 수 있던 것은 축복이다.”
청혼을 거절한 후 결혼기획 비지니스를 하고 있는 하와의 가족의 곁으로 간 릴리(왼쪽 끝). Photo: Island Film Group
-‘모텔’은 본인이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했다. 남의 시나리오를 갖고 연출하는 것은 어떤 장단점이 있던가?
“영화 만들기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협동 과정이다. 내가 킴벌리-로즈와 했던 것처럼 훌륭한 개방적인 협동자를 갖는다면, 저작 권한보다는 가능한 최고의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공동작업이 된다. 난 극단적인 경험을 해봤다. 자신의 대사와 시나리오의 세세한 디테일을 너무 고귀하게 생각했던 작가와 일해본 경험은 고역이었다. 그러나, 킴벌리-로즈는 처음부터 이야기를 최선으로 하는데 오픈되어 있었다. 그녀는 결코 과도하게 시나리오를 보호하지 않았고, 시나리오를 가능한한 강하게 만들게 하려는 나의 의도를 믿어주었다.”
-주인공 릴리 김 역에 킴벌리-로즈 월터를 캐스팅한 것은 그녀의 시나리오였기 때문이었나.
“킴벌리-로즈가 자신을 위해 시나리오를 썼기 때문에 내가 연출자로 들어가기 이 전에 결정된 유일한 것이었다. 장점이라면,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 시나리오라 킴벌리-로즈는 캐릭터를 매우 친밀하게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또한, 그녀는 매우 재능있는 배우이기도 하다. 내겐 카메라 앞이나 뒤에 진정한 하와이의 재능 있는 사람들을 가능한 많이 쓰는 것이 무척 중요했다. 나의 다른 영화에서와 마찬가지로 나보다 그 문화에 더 이해가 깊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내가 감독으로서는 결코 추가할 수 없는 스토리의 디테일을 부여한다.”
(킴벌리-로즈 월터는 전형적인 하와이 혼혈(hapa)이다. 그녀 안엔 하와이, 한국, 중국, 프랑스, 독일, 헝가리 피가 섞여 있다.)
2005년 데뷔작 '모텔'에서 만난 후 '결혼'으로 재회한 마이클 강 감독(오른쪽)과 배우 성 강.
-릴리의 전 애인인 카오 역의 성 강(Sung Kang)은 대중에게 액션 영화 전문으로 더 친숙하다. 하와이 청년 카오로 이미지를 변신시키기 위해 감독과 배우로서 어떤 과정을 거쳤나.
“몇 사람들은 성과 내가 내 첫 영화인 ‘모텔(The Motel)’에서 함께 일한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때부터 난 항상 성에게 그의 코믹한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주로 어둡고 암울한 남자 역을 해왔지만, 사실상 현실에서 성은 매우 얼빠진듯하면서도 예민한 남자다. 난 우리가 그걸 입증할 프로젝트를 발견해서 정말 기뻤다. 또한 우리는 함께 일해온 경험이 있어서 연출에 관해서는 금방 알아챈다. 무엇보다도 낙원의 한가운데 있을 때는 나쁜 사람이 되기가 정말 힘들다. 하와이는 우리 모두를 변형시켰다.”
맨해튼 한인타운에서 촬영 중인 '웨스트 32'. 마이클 강에게 로케이션은 또 하나의 캐릭터다.
-‘모텔’에선 한적한 모텔, ‘웨스트 32스트릿’은 맨해튼 한인타운, ‘결혼’에선 하와이로 각각 배경에 특색이 있다. 장소가 자신의 영화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나.
“내 모든 영화에서 로케이션은 캐릭터이기도 하다. 하와이에서 촬영하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었다. 하와이가 아시안아메리칸의 메카여서만이 아니다. 또한 사람들에게 ‘알로하(aloha)’ 정신이 있기도 하다. 우리는 독립영화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는 단 10일간의 촬영일정이 잡혀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놀라운 스탭 가족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풍광의 측면에서는 하와이에서 아시안이 주류이기 때문에, 무척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인종/정체성의 문제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고, 또한 사랑의 대상이 아시안 남성이며, 주인공들이 절반 아시안이라는 것을 과도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우리는 가족에 관한 스토리를 하는데에만 포커스를 둘 수 있었다.”
-자신의 결혼 경험이 영화 ‘결혼’에 반영됐나.
“가족의 주제와 가정에 대한 사고는 보편적이라서 내 경험도 그렇게 나왔을 것이라고 본다. 난 비관습적인 가족 구조에서 자신을 찾아나서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결혼(Knots)' 예고편 trailer
-하와이에서 촬영하면서 흥미로웠던 때는.
“너무나 많다. 하지만, 제작 과정에서 나에게 마술적인 순간들이 몇 번 있었다. 일리아나 더글라스(Illeana Douglas)가 분한 엄마가 결혼식이 끝난 후 걸어나온다. 이 때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녀의 성격을 두드러지게 표현하는 장면이다.
그러나, 촬영할 때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영화 도입부에 나오는 하와이 파티 ‘루아우(luau)’ 장면이다. 우린 조그마한 영화사이기 때문에 우리가 루아우를 펼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우리의 친구인 추장 시엘루 아베아(Sielu Avea)에게 진짜 관객 앞에서 루아우를 찍게 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가 막상 촬영을 할 때 관람객들이 영화 촬영인 것을 잊어버리고, 진짜로 생각해 생생한 장면이 나왔다.”
-아시안아메리칸 감독으로서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데,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시나리오, 제작비, 캐스팅….
“내 생각에 영화는 모든 사람에게 어렵다. 어떤 측면에서, 아시안아메리칸 커뮤니티가 기본적으로 지원해준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어딘가의 어떤 사람들이 내가 흥미로워하는 스토리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나로 하여금 그런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는데 도움을 준다. 난 이제까지 세 편을 만들었지만, 아시안아메리칸 영화감독으로서 가장 큰 도전은 계속 영화를 만드는 경력을 유지하는 점인 것 같다.”
2007년 트라이베카 영화제에 초청된 '웨스트 32' 상영회에서 출연진과 함께한 마이클 강(왼쪽 끝).
-현재 아시안아메리칸 배우와 작가들이 충분하다고 보나.
“우리는 항상 진짜 재능있는 사람들을 더 많이 쓸 수 있다. 난 영화를 만들면서, 내가 아는 진짜 놀라운 배우들 모두에게 충분한 배역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 서글펐다. 한 가지 배우와 시나리오 작가들이 제작 세계에서 편안하게 연습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한 것 같다. 성 강과 내가 ‘모텔’에서 함께 일할 때 우리는 여전히 신인이었다. 반면에 ‘결혼’을 찍을 때 우리는 밤낮으로 매우 편안했다. 그 두 가지의 차이라고나 할까. 우린 다른 배우와 영화감독들에게 동등하게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더 많은 기회가 필요하다.”
-인디영화 감독으로 ‘모텔’은 성공적인 데뷔작이었다. 그런데, 이후 갱스터 ‘웨스트 32’, 로맨틱 코미디 ‘결혼’으로 장르 영화를 만드는 것은 상업성 때문인가. 영화감독으로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어떻게 조율하나.
“난 그렇게 보지 않는다. 세 편 모두 인디영화였으며, 어떤 스토리를 해야하는가에 따라 밀고 나간 것이다. 물론, 나도 내 작품이 상업적으로 성공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난 그것을 위해 스토리를 희생하지는 않을 것 같다.”
지난해 샌디에이고 아시안영화제 '결혼(Knots)' 상영회에서 마이클 강(왼쪽 끝)과 출연진.
-다음 계획은. 다른 장르 영화를 만들 것인가.
“뉴욕에 파트너 토마스 문(Thomas Moon)과 제작사(small Media LARGE)를 차렸다. 우리는 몇 개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우린 ‘결혼’에 삽입된 ‘해피 송’의 에미 마이어(Emi Meyer) 뮤직비디오를 최근에 찍었다.
감독으로서는 내게 지금 만들고 싶은 시나리오가 두 편 있는데, 지금도 쓰고 있는 단계다. 이 두 편은 이제껏 내가 만들어온 영화들과 다르며 두 편이 서로 다르고, 훨씬 큰 규모의 영화다. 하나는 역사 서사극이며, 다른 작품은 앙상블 코미디다. 내가 아시안아메리칸이라는 사실 외에도 내 열망이 지속적으로 나에게 도전하며, 관객들에게 새로운 스토리를 하고 싶은 것이 할리우드에서 날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된다. 그러나, 난 같은 영화를 반복적으로 만드는 영화감독들 중의 한 명이 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Michael Kang Filmography
♣모텔(The Motel, 2005)
모텔을 운영하는 집의 사춘기 소년 어니스트 친(제프리 차이오 분)가 모텔의 뚜쟁이 청년 샘 김(성 강 분)을 만나 겪는 성장기 영화를 따뜻하고 섬세하게 그린 작품.
샌프란시스코아시안영화제 최우수 극영화상. 선댄스영화제 휴머니타스상, 선댄스/NHK국제영화감독상. 인디펜던트스피릿어워즈 ‘최우수 데뷔 영화’ 후보.
♣웨스트 32(West 32nd, 2007)
뉴욕 코리아타운의 암흑가를 다룬 갱영화로 맨해튼 32스트릿과 플러싱 일대에서 찍었다. ‘해롤드와 쿠마’ 시리즈의 존 조, 김준성, 그레이스 박, 정준호 출연.
한국의 CJ 엔터테인먼트가 제작비 전액을 투자했다. 트라이베카영화제 초청작.
♣결혼(Knots, 2011)
남자 친구의 청혼을 받지만, 거절한 릴리가 결혼기획 비즈니스를 하는 하와이의 가족 품으로 돌아가 옛 애인과 부딪히면서 사랑과 결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면서 겪는 로맨틱 코미디.
하와이 국제영화제, 샌디에이고아시안영화제, 보스턴아시안아메리칸영화제, 아시안아메리칸국제영화제 초청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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