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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FF64] 9/25-10/12 

그녀가 돌아온 날(The Day She Returns, 2026) ★★★★☆

 

세상의 부조리한 질문들과 진심의 변주곡 

흑백 롱테이크가 포착한 언어와 삶의 무상(無常)

 

*[NYFF64] Hong Sangsoo's The Day She Returns ★★★★☆ <English version>

The Impermanence of Language and Life

https://www.nyculturebeat.com/?document_srl=4193265&mid=Z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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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poster of Hong Sangsoo's The Day She Returns (2026) (left) / Auguste Rodin, The Crouching Woman (La Femme accroupie), c. 1880–1882, Bronze, cast 1963.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right)

 

한때 인기를 구가하다가 결혼과 이혼 후 딸을 홀로 키워온 여배우 배정수(송선미 분)가 12년 만에 독립영화로 컴백했다. 여배우는 영화 홍보를 위해 세 명의 여기자들과 독일식 레스토랑에서 차례로 인터뷰를 하게 된다. 젊은 여기자들은 영화 자체보다 여배우의 외모와 사생활에 더 관심이 많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커피에서 맥주로 음료가 바뀌는 동안, 여배우의 답변은 상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그날 오후 여배우는 연기 수업에서 강사(조윤희 분)의 지시에 따라 인터뷰에서 오간 말을 기록한 후, 동료 학생과 함께 그 인터뷰를 재현한다. 그러나 여배우가 기억에 의존해 쓴 대본은 실제 인터뷰와 다르게 윤색되어 있고, 그녀는 자신이 쓴 대본마저 훔쳐보며 대답을 이어가야 한다. 인터뷰 때의 테이블은 사라졌지만, 여배우는 여전히 생각과 기억, 그리고 발언 사이의 간극에서 헤매고 있다.

 

홍상수 감독의 34번째 장편영화 '그녀가 돌아온 날(The Day She Returns, 2026)'은 고정된 롱테이크의 흑백영화다. 카메라는 테이블 옆에서 여배우의 정면과 기자의 옆모습을 묵묵히 담아낸다. 여배우는 진지하게 대답하려 애쓰지만, 기자들의 피상적이고 상투적인 질문 앞에서 순간순간 자기검열을 거친 답변을 내놓는다. 이로 인해 그녀의 생각과 발언, 진심과 진술 사이에 거대한 간극이 발생한다. 과거의 순간을 재현하려는 시도는 결코 원형 그대로를 복원해 낼 수 없다. 여배우는 자신의 진심과 타인에게 보여지고 싶은 모습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린다. 흑백의 영상은 그녀의 미세한 표정 변화를 집요하게 관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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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y She Returns, NYFF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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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y She Returns, NYFF64

 

기자들은 작품의 주제(Theme)보다 사적인 영역을 파고들고, 그럴 때마다 여배우는 기자들에게 독일 맥주를 권하며 대화로부터 도피하려 한다. 그리고 그 도피의 자리에는 늘 '변주(Variation)'가 들어선다. 카메라는 그녀의 말을 기록하고 있지만, 그렇다면 여배우의 진짜 진심은 정녕 무엇일까? 

 

세 번의 인터뷰에서 보여준 여배우의 답변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羅生門, 1950)' 속 무사와 산적, 그리고 여인의 증언을 연상시킨다. 하나의 살인 사건을 둘러싸고 각 인물들의 이기심과 주관에 따라 진술이 달라지듯 말이다.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고 말했다. 인터뷰에서의 여배우와 연기 수업에서의 여배우는 결코 같은 '나'가 아니다. 강물처럼 흘러가는 순간 속에서 고정된 단 하나의 진실이나 기억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그것은 매번 변주되기 마련이다.

 

여배우가 인터뷰 사이사이에 레스토랑 밖으로 나와 잔디밭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장면은 오귀스트 로댕의 조각 '웅크린 여인(The Crouching Woman)'을 떠올린다. 로댕은 단테의 '신곡' 중 지옥편을 주제로 '생각하는 사람'을 비롯해 추락하는 이들,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아담과 이브 등 190여 명의 인물을 담은 거대한 '지옥의 문(The Gates of Hell)'을 구상했고, '웅크린 여인'은 그 지옥의 등장인물 중 한 명이었다.

 

그녀의 웅크림은 세상의 무례한 질문과 시선들로부터 자신을 완벽하게 보호하고 방어하려는 저항의 몸짓처럼 다가온다. 과거의 스타에서 독립영화로 돌아온 여배우에게, 사생활을 파고드는 기자들의 질문 공세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지옥문이었을 법하다. 대중과 언론은 여전히 그녀를 '욕망의 객체'로 바라보며 외모와 사생활에 집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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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y She Returns, NYFF64

 

홍상수 감독은 예술, 인간의 영혼, 혹은 진심 같은 본질을 보지 못하고 껍데기만을 쫓는 이 세상의 가벼움을 이 웅크린 미장센을 통해 고발하고 있다. 세 명의 여기자들은 인물 인터뷰의 공식대로 모두 같은 질문으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젊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세요?" 여배우는 오직 이 질문에만 준비된 모범 답안을 내놓는다. "자신을 사랑해주세요.(Love Yourself)" 이 대사는 앞선 인터뷰 중 그녀가 언급했던 "가짜 사랑(Fake Love)은 사절이다"라는 말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BTS의 음악('Love Yourself', 'Fake Love)을 떠올리게 만든다. 

 

결국 '그녀가 돌아온 날'에서 기자들은 끝내 영화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지 못한 채 인터뷰를 마친다. 그리하여 관객인 우리 역시 영화 속 영화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한다. 여배우가 그 감독을 가리켜 "진지하고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것 외에는 말이다. 그렇기에 결국 여배우가 컴백작으로 선택한 그 독립영화이자, 우리가 스크린을 통해 보고 있는 작품 자체가 바로 홍상수의 '그녀가 돌아온 날'인 셈이다. 

 

절제된 흑백 화면과 고정된 롱테이크, 그리고 햇볕마저 차단된 식당이라는 정적인 세팅은 관객으로 하여금 인물들의 말과 침묵, 그리고 그들 사이에 흐르는 공기에 오롯이 집중하게 만든다. 홍상수 카메라의 이 정적인 시선 자체가 언어와 삶의 무상(無常)을 직시하게 만드는 가장 날카로운 철학적 도구다. 세상의 모든 것은 늘 변하며 결코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언젠가는 사라진다는 진리를 이 영화는 슬프도록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다. 84분.

https://www.filmlinc.org/nyff2026/films/the-day-she-returns 

 
 

*홍상수 영화는 왜 나를 슬프게 하나: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소설가의 영화(The Novelist's Film) ★★★★☆ 

*The Novelist's Film review <English version> 

*NYFF61: 홍상수 감독의 변(Artist Statement) '물 안에서(In Water)' ★★★★☆

*NYFF61: Hong Sangsoo's Artist Statement 'In Water' ★★★★☆

*NYFF63: 홍상수 감독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 ★★★★

*'필름코멘트' 선정 2022 베스트 영화 20: 홍상수(7, 9위), 박찬욱(1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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