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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FF63 (9/26–10/13)

 

짐 자무쉬의 영화는 시처럼 읽어라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 Father Mother Sister Brother ★★★★☆

 

*Portrait of a Family in an Age of Disconnection 'Father Mother Sister Brother' ★★★★☆ <English ver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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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her Mother Sister Brother by Jim Jarmusch  #NYFF63

 

짐 자무쉬(Jim Jarmusch) 감독은 저예산 흑백영화 3부작(신세계·1년 후·천국) '천국보다 낯선(Stranger Than Paradise, 1984)'으로 인디영화의 상징이 되었다. 뉴욕과 클리블랜드, 플로리다로 이어지는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스산한 여정은 미니멀리즘 영화의 정수를 보여주었고,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이후에도 그는 할리우드 시스템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독립영화를 고수하며, 자신만의 영화적 시선과 리듬을 유지했다.

 

그로부터 40여 년이 흘러 자무쉬는 옴니버스 영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Father Mother Sister Brother)'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거머쥐었다. '천국보다 낯선'이 청춘들의 표류와 소외를 담았다면, 이번 작품은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소통 부재를 유머러스하면서도 애잔하게 포착한다. 가족이라는 익숙한 테두리 안에서도 등장인물들은 여전히 고립되고, 서로의 삶에 완전히 스며들지 못한다. 2025 뉴욕영화제의 센터피스로 상영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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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her Mother Sister Brother by Jim Jarmusch  #NYFF63

 

첫 번째 이야기 '아버지(Father)'에서는 뉴저지 시골의 누추한 집으로 향하는 남매(아담 드라이버와 마임 비알릭)의 여정을 따라간다. 한겨울의 얼어붙은 호숫가, 너저분한 집, 맹물과 차로 하는 의례적인 건배, 그리고 수도꼭지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만들어내는 긴장감. 아버지(톰 웨이츠)는 자신의 롤렉스 시계가 가짜라며 허둥지둥 소매를 내린다. 남매는 의아해하고, 분위기는 썰렁해진다. 남매는 초췌한 아버지에게 죄책감을 느낀 채 떠나고, 아버지는 '자신의 진짜 모습'으로 돌아간다. 이 만남에서 미묘한 불편함은 가족 사이에 존재하는 섬세한 거리와 말없이 남은 소외를 드러낸다. 롤렉스는 이후 이야기에서도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물질적 안락함 혹은 허상으로서, 진실과 허구를 동시에 보여주는 시적 장치가 된다.

 

두 번째 이야기 '어머니(Mother)'에서는 더블린의 깐깐한 작가 엄마(샬롯 램플링)를 방문하는 두 딸의 이야기다. 엄마는 테라피를 마치고 꽃과 다과로 애프터눈 티를 준비하며, 1년에 한 번 만나는 딸들을 기다린다. 엄마는 딸들도 빨간 옷을 입었다는 사실에 흐뭇해하지만, 딸들의 성향은 극명하게 다르다. 고지식하고 순종적인 딸(케이트 블랜쳇)은 순조롭게 승진했지만, 자유분방한 인플루언서 딸(비키 크립스)은 여자친구의 존재를 비밀로 하고, 남자친구 이야기를 떠들며, 수돗물에 약물이 섞였다고 주장하고, 엄마의 책 제목을 비웃는다. 블랜쳇의 캐릭터는 양띠이며, 크립스는 용띠다. 자매의 순응과 반항, 안정과 자유. 이들의 충돌은 유머와 긴장을 동시에 자아내며, 한 가족 안에서 서로 다른 세계가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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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her Mother Sister Brother by Jim Jarmusch  #NYFF63

 

마지막 '남매(Sister Brother)'에서 흑백 혼혈 쌍둥이 남매(인디아 무어와 루카 사바트)는 이미 부모와 단절된 상태다. 부모가 경비행기 사고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부모의 파리 아파트를 방문햐 옛날 사진과 결혼·출생 증명서를 통해 부모의 과거를 들여다보다가 놀라운 사실을 알게되며, 부모의 짐을 보관한 스토리지를 찾는다. 우리는 죽음 이후 무엇을 남기며, 기억과 비밀은 살아남은 이들의 슬픔을 어떻게 위로할까? 

 

세 편 모두에서 물은 반복적인 상징으로 등장한다. 자무쉬는 10월 3일 언론 시사회 후 기자회견에서 "물은 삶의 에센스이자 약이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료"라고 말했다. 전설적인 쿵후스타 이소룡(Bruce Lee)은 물에 대해 유명한 말을 남겼다. "마음을 비워라. 형체에서 벗어나라. 물처럼 틀에 박히지 말라....물은 흐를 수도 있고, 부서질 수도 있다. 친구여, 물이 되어라"는 말을 남겼다. 자무쉬의 시선은 물처럼 유연하면서도 본질을 유지하는 맑은 마음을 강조하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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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her Mother Sister Brother by Jim Jarmusch  #NYFF63

 

자무쉬는 로드무비 형식과 자동차 장면을 즐겨 활용한다. 이동하는 자동차 안은 고립된 공간이자, 등장인물들의 내적 고독을 반영하는 장치다. 청년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장면들은 부모에 대한 의무나 죄책감 없이 젊음을 즐기는 순간을 담아낸듯 하다. 연로한 부모를 만나며 느끼는 삶의 무게나 부모가 세상을 떠난 빈 자리에서 찾아드는 슬픔이 대조적이다. 영화 제목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에 쉼표가 없는 것 역시 의미심장하다. 가족이 분리되지 않고, 서로의 삶 속에서 융합되길 바라는 희망일까, 아니면 소외된 관계를 상징하는 것일까.

 

짐 자무쉬, 그의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사회에서 소외된 아웃사이더다. 가수로 자무쉬 영화에 종종 출연해온 배우 톰 웨이츠는 2005년 뉴욕타임스에 이렇게 말했다. "짐의 핵심은 15살 때 흰머리가 났다는 점이다. 그 결과, 그는 10대 시절 내내 이민자처럼 느꼈고, 이후 모든 영화에서 이민자, 온화한 외국인의 시선을 담았다." 

 

'미스터리 트레인(Mystery Train, 1989)', '나이트 온 어스(Night on Earth, 1991)', '커피 앤 시가렛(Coffee and Cigarettes, 2003)' 등에서도 옴니버스 형식을 유지하며, 할리우드식 목표 중심 서사와 절정, 해피엔딩을 거부했다. 삶은 단절된 파편과 순간, 장면과 대화로 이루어진 작은 모자이크이며, 관객은 그 안에서 인간과 시간, 기억의 의미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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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일 영화 시사회 후 기자회견을 마친 짐 자무쉬 감독과 출연진. #NYFF63

 

간결하고 반복적인 대사, 침묵과 롱테이크 등 미니멀리즘적 접근은 자무쉬가 시인을 꿈꿨던 배경에서 비롯된듯 하다. 노스웨스턴대 저널리즘학과를 중퇴한 그는 컬럼비아대로 편입해 영문학을 전공한 후 뉴욕대 대학원에서 영화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자무쉬는 시 쓰는 버스 운전수 이야기를 그린 '패터슨(Paterson, 2016)'을 만들기도 했다. 챕터 구조는 연작처럼 느껴지고, 관객은 시적 상상력으로 여백을 채워 넣으며 영화 속 조용한 리듬을 완성한다.

 

결국 자무쉬의 영화는 삶의 단편들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미와 고독, 그리고 연결의 가능성을 조용히 보여준다. 우리는 화면 속 침묵과 사소한 순간을 통해 가족과 타인, 그리고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새삼 돌아보게 된다. 작은 일상 속의 파편들이 모여 하나의 모자이크를 이루듯, 그의 영화는 우리 마음 속에 오래 남는 잔잔한 울림을 남긴다. 110분. 12월 24일 링컨센터 필름소사이어티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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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 Oct 13 8:45 PM

https://www.filmlinc.org/nyff/films/father-mother-sister-brother

 

 

*나를 움직인 이 한편의 영화 '천국보다 낯선'(Stranger Than Paradise) ★★★★★

*뉴욕 영화제 (3)'패터슨(Paterson)' ★★★★★ 시 쓰는 버스운전수의 일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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