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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와 소년' 금지된 로맨스의 끝 

'메이 디셈버 (May Decemb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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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December by Todd Haynes

*예고편 trailer

 

1990년대 후반 시애틀의 여교사 메리 케이 르투르노(Mary Kay Letourneau) 스캔달이 미 타브롤이드 신문을 도배했던 시절이 있었다. 1996년 아이 넷의 유부녀인 34세의 르투르노는 6학년 12살짜리 남학생 빌리 푸알라우(Vili Fualaau)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7년 징역형을 받았다. 교사와 학생은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고 주장했으며 르투르노는 딸 둘을 낳았고, 2005년 푸알라우와 결혼했다. 푸알라우는 15살이 채 되기 전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

 

이들은 2019년 별거에 들어갔고, 르투르노는 코로나 팬데믹이 기승을 부리던 2020년 7월 58세에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뉴욕타임스는 그녀의 사망 기사를 크게 보도했다. 이 커플은 책 '유일한 범죄는 사랑(Only One Crime, Love/ Un Seul Crime, L'amour, 1998)'을 집필했으며, TV 드라마 'All-American Girl: The Mary Kay Letourneau Story(2000)'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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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와 미성년 제자의 '금지된 사랑', 메리 케이 르투르노와 빌리 푸알라우 스캔달을 다룬 언론.

 

2023 뉴욕영화제 개막작이었던 토드 헤인즈(Todd Haynes) 감독의 '메이 디셈버(May December)'는 캐스팅 디렉터 출신 시나리오 작가 새미 버치(Samy Burch)가 이들의 금지된 사랑을 바탕으로 쓴 작품이다. 헤인즈 감독은 소용돌이적인 격정을 섬세하게 묘사하는데 재능을 보여온 탐미주의자다. 남편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게되어 흑인 정원사와 염문에 휩싸이는 줄리앤 무어(Julianne Moore) 주연의 '파 프롬 헤븐(Far From Heaven, 2002)'과 이혼을 앞둔 케이트 블랜쳇(Cate Blanchett)이 백화점 여직원과 미묘한 관계에 빠지는 '캐롤(Carol, 2015)'이 떠오른다. 

 

제목 '메이 디셈버'는 청춘(5월)과 노년(12월)의 나이차가 있는 관계를 은유한다. 연기파 줄리앤 무어가 학생과 사랑에 빠진 그레이시, 어머니가 한국인인 풋볼선수 출신 찰스 멜튼(Chalres Melton)이 한국계 조우 유(Joe Yoo), 나탈리 포트만(Natalie Portman)은 자신이 연기할 그레이시의 삶을 탐구하기 위해 이들을 찾아간 배우 엘리자베스로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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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December by Todd Haynes

 

영화의 배경은 시애틀 인근에서 조지아주 사반나로 바뀌었다. 사실 새미 버치는 메인주 캠덴을 배경으로 시나리오를 썼지만, 제작자들은 영화 촬영에 세금 혜택이 있는 사반나를 택했다고 한다. 그레이시는 아들의 한국계 친구 조우 유가 일하는 애완동물 가게에서 관계를 맺다가 적발된 후 감옥에 갔다가 애를 셋 낳고, 결국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사는 인물이다. 

 

오프닝은 엘리자베스가 바비큐를 준비 중인 그레이시와 조우의 집에 찾아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엘리자베스는 이들 앞으로 배달된 소포를 들고 첫 인사를 나눈다. 소포 안엔 이들의 관계를 비난하는 이가 보낸 똥이 들어있다. 그런 우편물은 이들에게 이젠 일상이 됐다. 그레이시와 조가 '금지된 사랑'으로 인해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레이시 역을 맡은 엘리자베스는 연기를 위해 그레이시 옆에 밀착해서 그녀를  탐구할 예정이다. 그레이시와 대화를 나누고, 관찰하고, 흉내내고, 그녀의 첫남편과 뮤지션 아들, 변호사 등과도 인터뷰한다. 마치 오손 웰즈 감독의 걸작 '시민 케인(Citizen Kane, 1941)'에서 신문재벌 찰스 포스터 케인이 사망한 후 제리 톰슨 기자가 케인의 주변 인물을 찾아 인터뷰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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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December by Todd Haynes

 

참고로 드라마 'All-American Girl: The Mary Kay Letourneau Story'에서 르투르노 역을 맡은 배우 페넬로프 앤 밀러(Penelope Ann Miller)는 연기를 위해 전화 통화를 여러차례한 것으로 알려졌다. 르투르노는 법적으로 자신의 스토리를 근거로 한 영화의 이윤을 직접 챙길 수는 없어서 자녀들의 신탁 기금에 돌려졌다. 

 

그레이시와 조우의 '메이 디셈버' 관계에 출현한 배우 엘리자베스는 흥미로운 캐릭터다. 배우가 드라마(픽션)에서 연기하기 위해 현실(넌픽션)의 가정에 침투한다. 때문에 '메이 디셈버'의 공간은 관객에게 픽션이면서도 때때로 넌픽션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엘리자베스가 선을 넘어서 조우를 유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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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December by Todd Haynes

 

조우는 나비 사육이 취미다. '메이 디셈버'에서 번데기와 나비의 이미지는 동물적인 욕망을 은유하는듯 하다. 자신의 아들 찰리와 지붕에서 대마초를 나누어 피우다가 자신은 대마초 경험이 없었다고 말하며 아들의 품에 안겨 운다. 엘리자베스가 조우를 자신의 숙소에 부르고, 조우는 그녀에게 그레이시가 주었던 연애편지를 넘겨준다. 둘은 성관계에 들어가고, 조는 이후 엘리자베스가 '이야기감(Story)'를 찾는 것에 분개한다. 그리고, 조우는 그레이시에게 둘의 관계 초기에 자신이 너무 어렸었다는 점을 묻는다. 

 

한편, 엘리자베스는 조우가 준 그레이시의 연애편지를 대본 삼아 독백을 한다. 엘리자베스는 거의 완전히 그레이시가 되어버린듯 하다. 완벽한 연기가 가능해보인다. 그레이시는 엘리자베스의 페르소나(Persona, 배우에 의해 연기되는 등장인물)이고, 엘리자베스는 그레이스와 데칼코마니(Decalcomania)가 되기를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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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December by Todd Haynes

 

'메이 디셈버'는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영화다. 배우 엘리자베스는 드라마의 실제 주인공들인 그레이시와 조우의 삶 속으로 들어가 가능한 리얼리티가 있는 인물을 몸으로 연기하려고 한다. 영화, 연기라는 예술을 명목으로 타인들의 삶 속에 뛰어든 배우 엘리자베스는 결국 조우가 깨어나는데 도와주는 인물이다.

 

반면, 조우는 엘리자베스의 등장, 자식의 졸업 등의 사건을 통해 자신의 잃어버린 삶을 돌이켜 보게 된다. 조우는 자신의 사춘기를 도둑맞았고, 소년에서 청년기를 거치지 못하고, 바로 남편과 아빠가 되어버렸다. 자신과는 달리 소년기를 지나고 있는 보다 평범한 자식들을 보며 조우는 자신을 돌이켜보게 된다. 찰스 멜튼은 조우 역으로 뉴욕, 보스턴, 시카고 비평가협회의 최우수 조연남우상, 고담상 최우수 조연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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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December by Todd Haynes

 

라스트 씬에서 영화 제작팀은 조우 역의 소년 배우를 오디션하는데, 엘리자베스는 소년들이 섹시하지 않다고 불평한다. 이윽고 촬영현장에서 엘리자베스는 뱀을 목에 걸고 소년을 유혹하는 장면을 찍고 있다. 여인은 악의 화신이며, 유혹자다. 앳띤 소년은 연약한 피해자일 뿐이다. 여인은 "어린이 강간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감독은 OK하지만, 엘리자베스는 더 리얼해지고 있다며 NG, 재촬영을 요구한다.

 

현실과 픽션은 5월과 12월 만큼이나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일까? 토드 헤인즈 감독의 '메이 디셈버'는 가부장적인 사회의 이중성과 그것을 선정적으로 상업화하는 언론, 그리고 그가 몸담고 있는 영화계까지 우리 사회에 대한 풍자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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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December by Todd Haynes

 

토드 헤인즈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이중잣대와 그레이시의 일탈에 대해 해부하지 않는다. 소년과의 외도는 남편에 대한 복수였을까, 소수계 아시안 소년에 대한 연민이었을까, 아니면 이국적인 육체에 대한 욕망 때문일까? 실화에서 빌리 푸알라우는 사모아계의 조숙한 소년이며, 영화에서 조우 유는 건장한 한국계다. 이들은 또래 집단에서 아웃사이더였을 가능성이 크다. 프랑스에서는 유사한 메이-디셈버 관계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다. 그는 25살 연상인 고교시절 스승 브리지트 마리클로드 마크롱과 2007년 결혼했다. 

 

만약 메리 케이 르투르노가 남자였고, 빌리 푸알라우가 여학생이었다면 미 언론이 그토록 광분했을까? 블라디미르 나보코프(Vladimir Nabokov)가 12살 조카 소녀에 대한 광적인 욕망에 사로잡힌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 '롤리타(Lolita)'는 걸작으로 평가받고, 폴 고갱(Paul Gauguin)은 다섯 자녀와 부인을 두고 타히티 섬에 가서 13살 원주민 소녀와 살며 성적으로 방탕한 생활을 했지만, 위대한 화가로 남았다. 

 

*캐롤(Carol): 빈티지 뉴욕, 금지된 러브 스토리. 토드 헤인즈 감독의 레즈비언 시네포엠 ★★★☆ 

https://www.nyculturebeat.com/index.php?mid=Film2&document_srl=3374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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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4.01.03 11:22
    "메이 디셈버"를 읽고 똑같구먼이란 뜻을 가진 데칼코마니를 사랑과 삶으로 표현한 컬빗에 감탄했습니다.
    실제 있었던 일을 영화했는데 34살의 네아이의 엄마고, 초등학교 교사인 여선생과, 12살의 남학생과의 관계가 로맨스인지 불륜인지 헛갈렸지만 저는 불륜이고, 둘다 정신과 치료가 필수라고 결론을 지었었습니다. 불란서의 마카롱 대통령은 정치적 반려자인 동시에 동지이기 때문에 불륜은 절대 아니라고 봅니다. 세상에 이런 경우는 거의 없기때문에 다행입니다.
    -Elaine-
  • Nina 2024.03.16 01:53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가부장적 사회의 이중성, 언론의 선정성,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기회만 되면 자신들의 잣대로 손쉽게 가공해 팔아먹으려는 자들의 가식적인 면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레이시를 죄책감도 없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하는 많은 사람들의 얄팍한 시선에 환멸을 느낍니다.

  • sukie 2024.03.17 22:16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