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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FF 61 (9/29-10/15)

소년과 왜가리 (The Boy and the Heron) ★★★☆

전쟁의 상흔, 상실의 트라우마, 성장의 고통과 평화로운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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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소년과 왜가리 (The Boy and the Heron) by Hayao Miyazaki

*예고편 trailer  https://youtu.be/f7EDFdA10pg?si=8314cOogcoYTBZam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Hayao Miyazaki, 82)가 은퇴 선언을 한지 10년만에 연출한 신작 '소년과 왜가리(The Boy and the Heron)'는 상실감, 성장통, 받아들이기 그리고 사람답게 사는 법에 반전의 메시지까지 담긴 노장의 자전적인 판타지 어드벤처다. 요시노 겐자부로(Genzaburō Yoshino)의 동명 소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君たちはどう生きるか, 1937)'에서 영감을 얻었지만, 하야오가 아이디어만 취하고 새로 시나리오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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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The Boy and the Heron) by Hayao Miyazaki

 

제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즈음, 도쿄에 사는 소년 마히토의 엄마는 입원해 있던 병원에 폭격이 터지며 사망한다. 아버지는 외아들 마히토와 부인의 고향인 시골로 내려간다. 엄마를 닮은 계모가 될 나츠코가 마중나왔고, 그녀는 아빠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다. 마히토는 늙은 하녀가 7명이나 되는 성채같은 집에서 살게 되지만, 모든 것이 낯설고, 새엄마를 좀체로 받아들일 수 없다. 새집 연못에 사는 회색빛 왜가리(heron)의 안내로 마히토는 이상한 세계로 모험을 떠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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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토토로(My Neighbor Totoro, となりのトトロ, 1988) by Hayao Miyazaki

 

하야오 감독은 판타지 영화 '이웃집 토토로(My Neighbor Totoro, となりのトトロ, 1988)'에서 엄마가 입원한 동안 시골로 이사한 자매가 상수리나무 요정 토토로를 만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소년과 왜가리'에서도 엄마는 중병으로 입원했다가 폭격으로 세상을 떠난다. 실제 하야오의 엄마는 결핵균 척추 감염으로 오랫동안 병상에 있었으며, 전염될까봐 아이들이 가까이 하지 못하고 자란 것으로 알려졌다. 독서광이었던 엄마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君たちはどう生きるか)'를 소년 미야자키에게 주었고, '소년과 왜가리'에서 주인공 소년 마히토는 나중에 엄마가 자신에게 남긴 이 소설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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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소년과 왜가리 (The Boy and the Heron) by Hayao Miyazaki

 

마히토는 엄마를 잃은 슬픔에 계모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전학 간 학교에서도 어울리지 못한다. 아빠는 무기 관련 공장을 운영하며 돈벌이에만 열중한다. 세상은 전쟁으로 그가 저택 옆에서 발견한 낡은 성채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오즈의 마법사'에 나올만한 신비로운 세계의 관문이었다. 마히토는 왜과리의 안내로 천국과 지옥이 어우러진 세계에서 사악한 방울 형상의 영혼 와라와라, 사악한 잉꼬새들, 파워풀한 불의 여인 히미, 그리고 탑을 만들고 사라졌던 증조할아버지 등을  만난다. 그들은 마히토에게 삶의 교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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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The Boy and the Heron) by Hayao Miyazaki

 

계모집의 7명의 노파 하녀들은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의 패러디일까? 백설공주는 엄마가 죽은 후 들어온 왕비 계모(마녀)가 그녀 미모를 질투하며 죽이려하자 성을 빠져나와 일곱 난쟁이들을 만난다. '소년과 왜과리'의 머리 큰 노파 하녀들은 외제 깡통 음식에 혈안이 된다. '소년과 왜가리'의 배경은 유화와 수채화처럼 아날로그적이다. 인물과 전경은 애니메이션 작화로 배경에서 드러나 입체감을 줄 뿐만 아니라 이미지를 따뜻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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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The Boy and the Heron) by Hayao Miyazaki

 

트라우마가 있는 소년 마히토는 문과 문, 터널을 지나면서 환상의 세계를 마주하고, 성인이 되어간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창조한 저세상은 오프닝에서 보여준 전쟁의 참화로부터 도피하는 초현실적인 세상이다. 소년은 학교에서 자해한 것을 반성한다. 자신에게 악이 있었음을 자각한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악이 없는 세상, 전쟁이 없는 세상을 외치면서 최후가 될 '소년과 왜가리'로 작별 인사를 한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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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The Boy and the Heron) by Hayao Miyazaki

 

원제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君たちはどう生きるか)'로 한국에서 이 제목으로 10월 25일 개봉될 예정이다. 미국 개봉 제목은 소박하게 '소년과 왜가리(The Boy and the Heron)'이다. 예전에 할리우드 영화 '보니 앤 클라이드(Bonnie and Clyde)'는 일본에서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俺たちに明日は)'로, '부치 캐시디와 선댄스 키드(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는 '내일을 향해 쏴라(明日に向って撃て!)"'로 개봉 제목이 바뀌었다. 미국은 영화 제목에 심플한 이름의 나열을 좋아하고, 일본과 한국은 서술적이며, 상징적인 제목을 선호하는 것 같다. 

 

'소년과 왜가리'는 뉴욕영화제에 앞선 9월 17일 토론토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일본에선 7월에 개봉됐으며, 한국에선 10월 25일, 미국에선 12월 8일 개봉될 예정이다. 1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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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oy and the Heron - 君たちはどう生きるか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OCTOBER 1, 12:45 PM, OCTOBER 2, 5:30 PM, OCTOBER 12, 12 PM, OCTOBER 14, 12 PM

https://www.filmlinc.org/nyff2023/films/the-boy-and-the-he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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