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zz/Blues
2016.06.26 00:55
우디 알렌 감독 카페 카알라일 콘서트(6/20) 스케치
조회 수 3345 댓글 0
Woody Allen Plays Clarinet@Cafe Carlyle
우디 알렌과 에디 데이비스 뉴올리언스 재즈 밴드
June 20, 2016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옛날옛적 뉴욕엔 재즈클럽이 융성했다. 1930년대 맨해튼 MoMA 아래 52스트릿엔 블루노트(Blue Note)를 비롯, 클럽 카루셀(Club Carousel), 에디 콘돈(Eddie Condon's) 등 재즈 클럽들이 몰려있어 'Swing Street USA'라 불리우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재즈 클럽이 웨스트빌리지와 할렘으로 흩어져 있다. 카네기홀과 재즈엣링컨센터의 재즈는 제도화된 재즈로 비판을 받기도 한다. 때문에 젊은이들이 재즈를 즐기기 힘든 환경이 되었다. '재즈 종말론'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다.
최근 몇년 사이 카트리나 이후 뉴올리언스 재즈 뮤지션들의 이야기를 그린 HBO TV 시리즈 '트렘(Treme)' 이후 컨템포러리와 브라스 밴드 재즈는 기사회생했지만, 뉴올리언스 스타일의 초기 재즈는 여전히 그늘 속에 있다. 여기에 영화감독 우디 알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것이다.
"난 평생 엄청난 재즈 팬이었다.
모던 재즈를 물론 좋아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재즈는 뉴올리언스 재즈다.
여기엔 단순하고, 직접적이며 원초적인 느낌이 있다.
뉴올리언스 재즈는 내게 가장 가까운 재즈 스타일이다."
-우디 알렌-
우디 알렌은 17세부터 클라리넷을 배우기 시작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주해왔다고 한다. Photo: Sukie Park
뉴요커 우디 알렌 감독은 벌써 43년째 거의 월요일 밤마다 클라리넷 콘서트를 열고 있다. 1973년 55스트릿 마이클즈 펍(Michael's Pub)에서 뉴올리언스 퓨너럴 & 래그타임 오케스트라(New Orleans Funeral and Ragtime Orchestra)와 연주하다가 마이클즈 펍이 문닫은 1996년부터는 에디 데이비스 뉴올리언스 재즈 밴드( Eddy Davis New Orleans Jazz Band)와 함께 카페 카알라일(Cafe Carlyle)에서 연주해오고 있다.
월요일 밤 우디 알렌이 연주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그는 뉴욕을 떠나 어디에선가 영화를 찍고 있을 것이다. 영화 촬영이 끝나면, 호텔에서 1시간씩 클라리넷을 불고 있을 것이다. 올 5월엔 칸 국제영화제에서 우디 알렌의 신작 '카페 소사이어티(Cafe Society)'가 개막작으로 초청됐다. 카페 카알라일 콘서트는 원래 6월 14일까지로 예정됐다가 20일과 27일 콘서트가 추가됐다. 지인들과 함께 20일 콘서트를 볼 수 있었다.
루드비히 베멜만스의 벽화가 로맨틱하고, 아늑한 카페 카알라일. Photo: Sukie Park
카페 카알라일엔 그림동화 '마들렌'의 작가 루드비히 베멜만스의 로맨틱하며 스위트한 벽화를 배경으로 무대 뒤엔 피아노(Conal Fowkes)와 드럼(John Gill), 베이스(Debbie Kennedy) 뮤지션들이 자리하고, 앞의 의자 네개에 밴드 리더인 밴조(Eddy Davis), 클라리넷(Woody Allen), 우디 알렌(클라리넷), 트럼펫(Simon Whettenhall), 트럼본(Jerry Zigmont)이 앉아 연주했다. 유일하게 서있던 뮤지션은 밴드의 홍일점인 베이스의 데비 케네디였다.
밴조 연주자이자 싱어인 에디 데이비스는 필자가 엑스트라로 출연했던 우디 알렌의 영화 '셀레브리티(Celebrity)'의 음악을 작곡했으며, 숀 펜이 재즈 기타리스트 에멧 레이(Emmet Ray)로 출연한 '스위트 앤 로우다운(Sweet and Lowdown, 1999)'에는 배우로도 등장했다.
사실 청중 대부분은 재즈를 감상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우리처럼 우디 알렌이 연주하는 모습을 보러 온 것일 터이다. 그러나, 알렌은 가능한 카페의 청중과 눈마주치는 것을 기피하려는듯 했다. 눈을 감고, 때때로 자신의 클라리넷과 무릎을 보는 정도였고, 눈을 감고 연주했다. 왜 하필이면, 클라리넷이었을까? 클라리넷의 선명한 음색과 하이 톤은 성마른 뉴요커들의 캐릭터와 가깝지 않을까?
우디 알렌은 거의 멸종 위기에 있는 초기 재즈, 뉴올리언스 스타일의 재즈를 옹호하고 있다. Photo: Sukie Park
콘서트 후반에 트럼펫과 트럼본이 떠난 후 5인조 밴드로 축소되면, 알렌은 자신의 클라리넷을 사각 가방에 정리해 넣으면서 노래도 했다. 가끔 손수건으로 코를 훔치고, 보청기도 끼면서 피아니스트, 리더와 "난 네게 내 젤리롤빵을 안줄꺼야(I Ain't Gonna Give You None Of My Jelly Roll)" 노래도 했다. 거의 음치에 가까운 음성은 애틋하며, 80세의 노장이 재즈에 흠뻑 취해 노래를 즐기는 모습은 정겨웠다.
우디 알렌은 초기 재즈가 멸종되어갈 위기에 있는 뉴욕에서 폭넓은 청중을 끌면서 뉴올리언스 재즈 팬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지난 50여년간 영화를 만들어오면서도 재즈 연주로 삶의 균형을 잡아온 우리 시대 예인을 가까이서 보는 것은 특별했다.
The Carlyle
35 East 76th St.(bet. Madison & Park Ave.) 212-744-1600
http://www.rosewoodhotels.com/en/the-carlyle-new-york/location/things-to-do/events-at-the-car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