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의 캔버스' 에드워드 호퍼의 뉴욕(Edward Hopper's New York) @휘트니뮤지엄(10/19-3/5, 2023)
Edward Hopper's New York
Oct 19, 2022–Mar 5, 2023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소외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뉴욕
Edward Hopper's New York @Whitney, NYC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도시의 고독'을 묘사했던 화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1967)의 특별전 '에드워드 호퍼의 뉴욕(Edward Hopper's New York)'이 10월 19일부터 내년 3월 5일까지 휘트니뮤지엄(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에서 열린다.
이 전시에선 맨해튼 워싱턴스퀘어파크 노스에 살며 작업했던 에드워드 호퍼의 뉴욕 Automat (1927), Early Sunday Morning (1930), Room in New York (1932), New York Movie (1939), Morning Sun(1952) 등 회화를 비롯, 수채화, 판화 드로잉, 사진, 비디오 등 200여점이 소개된다.
1882년 뉴욕주 허드슨강변 나이약(Nyack)에서 태어난 호퍼는 어린 시절 문학에 눈을 떴다. 아버지의 서재에서 프루스트, 괴테, 헤밍웨이, 프로스트, 입센 등을 읽으며 문학정 소양을 길렀다. 소년시절 가족과 함께 당일치기로 맨해튼에 처음 가봤다. 고등학교 졸업 후 페리를 타고 뉴욕아트디자인스쿨을 다니며 윌리엄 메릿 체이스 등으로부터 배웠다. 1908년 맨해튼으로 이주한 후 1913년부터 워싱턴스퀘어 노스 꼭대기층 (3 Washington Square North)에 정착했다.
전시는 '판화 속의 도시(The City in Print)', '창문(The Window)', '수평선의 도시(The Horizontal City)', '워싱턴 스퀘어(Washington Square)', '극장(Theater)', '현실과 환상(Reality and Fantasy)', '뉴욕 스케치(Sketching New York)'의 7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판화 속의 도시(The City in Print)
Edward Hopper's New York @Whitney, NYC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호퍼는 일러스트레이터였다. 1906년 미술학교 졸업 후 광고회사에서 삽화가로 일했다. 당시 뉴욕은 미 광고/출판의 중심지였다. 'Hotel Management' 'Morse Dial' 등 업계잡지 표지를 그리면서 불만족스러웠지만, 1920년대 중반까지 먹고 살기위해 삽화일을 지속했다. 번 돈으로 세차례 유럽 여행을 갈 수 있었다. 파리에선 거리와 카페 그림을 그리고, 연극과 오페라 구경을 다녔다.
암스테르담에선 렘브란트의 '야간 순찰대(The Night Watch)'를 보고 깊이 감명받았다. 이즈음 에칭(동판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 1916년엔 작업실에 판화기를 마련하고 판화를 전시, 판매하기 시작했다. 판화는 호퍼에게 흑백, 빛과 그림자를 실험하는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창문(The Window)
Edward Hopper, City Sunlight, 1954, Hirshhorn Museum and Sculpture Garden, Washington D.C.
Edward Hopper, Office in a Small City, 1953,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호퍼의 그림에는 창문이 종종 등장한다. 빛이 들어가는 창문은 건물의 눈(eye)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작품에서 창문이 있는 인물의 정경은 마치 영화관객이 스크린을 응시하는 것처럼 관음적이다. 창문은 건물의 내부와 외부를 동시에 묘사할 수 있으며, 급속도로 기계화하는 도시에서 서민의 취약한 존재감을 묘사할 수 있는 인테리어이기도 하다. 호퍼는 창문을 통해 인물의 고독한 심리를 포착한다.
수평선의 도시(The Horizontal City)
Edward Hopper's New York @Whitney, NYC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에드워드 호퍼는 주유소, 모텔, 레스토랑, 극장, 철도 및 거리 등 당시 미 도시의 풍광과 사람들, 바다와 농촌 풍경을 즐겨 그렸다. 도시의 풍경 'House by Railroad, 1925'에서 철도에 가려진 빅토리아 양식의 목조 주택은 기계문명을 상징적으로 포착한다.
호퍼가 살던 시대 뉴욕의 건축은 보자르, 아르데코가 풍미했다. 그러나, 호퍼의 관심은 수직적인 고층건물보다는 수평적인 다리에 더 흥미를 느낀 것처럼 보인다. 그는 뉴욕의 다리, 황량한 아파트나 지붕, 혹은 고적한 실내 공간을 묘사했다. 다. MoMA의 초대관장이었던 알프레드 H. 바(Alfred H. Barr, 1902-1981)는 "호퍼의 고층건문(skyscapers)에 대한 무관심은 뉴욕 건축의 화가에게 있어서 주목할만 하다"고 지목했다. 훗날 호퍼는 "난 수직선에 결코 관심이 없었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워싱턴 스퀘어(Washington Square)
Edward Hopper, Night Shadows, 1921, Etching
1913년 호퍼는 아모리쇼(The Armory Show)에 작품을 전시, 난생 처음 그림('Sailing, 1911')을 팔았다. 31세에 그림으로 250달러를 번 것이다. 부친이 세상을 떠난 후 3 워싱턴스퀘어 노스로 이주했고, 11년 후 42세에 아티스트 조세핀(Jo) 비스틸 니비슨(Josephine Vestile Nivision)과 결혼하며 합류, 여생을 보내게 된다.
Louise Dafl-Wolfe, Edward Hopper and his WIfe, New York, 1932. Center for Creative Photography, Arizona Board of regents/ Artists Rights Society, New York
에드워드와 조세핀은 정반대였다. 호퍼는 호리호리한 키(6피트 5인치)에 수줍고, 과묵하고, 냉담하며, 보수적이었던 반면, 부인은 작은 키에 활달하고, 사교적이었으며, 개방적이었다. 조세핀은 자신의 경력을 거의 포기하고, 모델 겸 기록 관리 일을 맡았다. 덕분에 호퍼는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1967년 호퍼가 사망한 후 조세핀은 남편의 작품 2천500여점을 기부했다. 이듬해엔 자신도 눈을 감았다. 그런데, 2000년 휘트니뮤지엄의 지하에서 조세핀의 그림 200여점이 발견됐으며, 2014년 나이약의 호퍼 고향집 에드워드 호퍼 하우스아트센터에서 전시회가 열렸다.
매년 가을 열리는 건축물 개방축제 오픈하우스 뉴욕(Open House New York)에선 때때로 호퍼의 아파트 투어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극장(Theater)
Edward Hopper, The Sheridan Theatre, 1937, Newark Museum of Art, NJ
Edward Hopper, New York Movie, 1939,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그림을 그릴 기분이 나지 않을 때면 나는 일주일 이상 영화를 보러 간다."
그는 영화광이었다. 그리니치 빌리지의 셰리단 시어터(Sheridan Theater), 타임스퀘어의 극장에서 영화를 즐겼다. 뿐만 아니라 홀로 있는 관객이나 안내원의 모습을 포착하기도 했다. 호퍼의 캔버스에서 인물들은 마치 영화 속의 스틸처럼 드라마틱하다. 벌거벗은 채 창 밖을 내다보는 여인, 극장에서 지루하게 서있는 안내원 등 호퍼가 그리는 캐릭터들은 도시화 속에서 소통 부재의 소외된 인간군상들이다.
현실과 환상(Reality and Fantasy)
Edward Hopper's New York @Whitney, NYC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극장 안과 밖, 무대 위와 무대 아래는 환상과 현실의 경계다. 에드워드 호퍼는 1950년경 '회화에 대한 메모(Notes on Painting'에서 "환상을 바탕으로한 사실주의 예술은 성장할 수 있다"라며 자신의 열망을 설명했다.
호퍼의 회화는 우리의 일상에서 포착한 극한 고독의 순간들을 직면하게 만든다. 그의 캔버스에서 카페테리아, 극장, 사무실, 침실 등은 무대장치처럼, 꿈처럼 몽롱하게 소외감을 묘사한다.
뉴욕 스케치(Sketching New York)
Edward Hopper's New York @Whitney, NYC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호퍼 부부는 검소했다. 그는 시어즈와 울워스에서 옷을 샀고, 너덜너덜할 때까지 입었다. 깡통 음식을 조리하고, 저렴한 다이너와 런치 카운터를 다녔다. 이들에게 사치스러운 일은 책, 연극, 영화 보기였다. 휘트니 전시에는 1965년 미정보국(USIA)의 VOA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Visual Arts from America' 중 호퍼 부부의 일상(2분 22초)을 상영한다. 부부는 워싱턴스퀘어파크 아파트 계단에서 내려와 공원을 산책하고,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며, 호퍼가 작업실에서 그리는 모습을 담았다.
호퍼는 늘 스케치북을 들고 다녔다. 캔버스로 옮기기 전 관찰한 내용을 기록했으며, 완벽하게 준비한 후 붓을 잡았다. 이 전시엔 호퍼의 스케치북과 드로잉도 소개한다.
Edward Hopper's New York @Whitney, NYC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1931년 오픈한 휘트니뮤지엄은 1932년 제 1회 비엔날레를 비롯 호퍼의 작품을 29차례 비엔날레에서 전시했다. 1967년 호퍼 사망 이듬해 부인 조세핀은 2천500여점의 작품을 기부했다. 현재 휘트니는 호퍼의 작품 3천10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https://whitney.org/exhibitions/edward-hopper-new-york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1967)
Edward Hopper, Self-Portrait, 1925–1930,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뉴욕주 허드슨강 서쪽 나이약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뉴욕스쿨오브아트에서 수학했다. 미 인상주의화가 윌리엄 메릿 체이스에게 배운 후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했다. 청년기 파리를 세 차례 여행한 후 에드가 드가와 에두아르드 마네의 스타일에 영향을 받았다.
호퍼는 개인과 개인, 전통과 개발, 도시와 시골의 갈등 탐구에 관심을 보이며, 이런 긴장감을 표현했다. 첫 개인전은 1920년 37세에 휘트니뮤지엄의 전신으로 거트루드 밴더빌트 휘트니가 오픈한 휘트니스튜디오클럽에서 열었다. 이후 워싱턴스퀘어 인근에 스튜디오를 두고, 여름엔 뉴잉글랜드주에서 보내며 그림을 그리게 된다.
이후 뉴욕의 프랭크 K. M. 렌 갤러리에서 두번째 개인전을 열며 전시 작품을 모두 팔았다. 이후 호퍼는 사망할 때까지 렌갤러리(Rehn Gallery) 전속 작가로 남았다.
1924년 화가 조세핀 니비슨과 결혼, 대부분의 작품에 모델로 포즈를 취했고, 스튜디오에 장비를 준비하고, 수채화도 장려하고, 호퍼 작품의 전시와 판매도 관리했다. 1930년 MoMA가 개관하면서 호퍼의 ‘기차길 옆 집(House by the Railroad, 1925)’을 첫 작품으로 구입한다.
1933년 호퍼는 MoMA에서 회고전을 열면서 명성을 굳혔다. 30년대부터 50년대까지 매사추세츠주의 케이프코드에 별장을 두고 여름마다 보냈다. 또한, 자동차 구입 후엔 버몬트, 찰스톤에서 캘리포니아까지 여행하며, 자동차를 스튜디오 삼아 거리 풍경도 그렸다. 1952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미국 대표작가로 참가했다.
휘트니뮤지엄에선 1980년 ‘에드워드 호퍼: 미술과 미술가(Edward Hopper: The Art and the Artist)’, 1995년 ‘에드워드 호퍼와 미국의 상상력(Edward Hopper and American Imagination)’ 그리고 2010년 ‘모던 라이프: 에드워드 호퍼와 그의 시대(Modern Life: Edward Hopper and His Time)’을 열었다.
호퍼는 1967년 워싱턴스퀘어의 스튜디오에서 사망했다. 아내 조세핀은 10개월 후 남편을 따라 갔다. 조세핀은 호퍼의 작품 3000여점을 휘트니뮤지엄에 기증했다. 2018년 5월 크리스티에서 '찹수이(Chop Sui, 1929)'가 9천190만 달러에 경매됐다.
*소외된 사람들 by 에드워드 호퍼 Paintings of Solitud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