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들의 트로피' 미술품 가격 천정부지로 치솟는 이유들
The League of Their Own': Art & Dirty Money
부자들의 리그, 미술경매 게임의 규칙
앤디 워홀의 'Dollar Sign'/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살바토르 문디'/ 생존 작가 경매 최고가 제프 쿤스의 '토끼'.
지난 5월 11일 뉴욕 크리스티에서 바스키아(Jeam Michel Basquiat)의 회화 'In This Case, 1983)'은 9천310만 달러에 경매됐다. 바스키아 최고가 경매작품은 2017년 1억1천50만 달러에 팔린 '무제'(1982)다.
2017년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살바토르 문디(Salvadore Mundi, c. 1500)'는 4억5천만 달러에 팔리며 세계에서 가장 비싼 미술품이 되었다. 2018년 제프 쿤스(Jeff Koons)의 조각 '토끼(Rabbit, 2019)'는 9천110만 달러에 팔리며 생존작가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전의 최고 기록은 2018년 9천30만 달러에 팔린 데이빗 호크니(David Hockney) 작 '화가의 초상: 풀장의 두 사람(Portrait of an Artist: Pool with Two Figures,1972)'이었다.
왜 미술품의 가격이 수천만 달러에서 억 달러까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것일까? 미술품에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1 부자들의 황금시대
세계에서 가장 비싼 흑인 화가 바스키아의 '무제'(1억1천50만불)/ 'In This Case'(9천310만불)
코로나 팬데믹으로 부익부 빈익빈은 더욱 심화됐다. 팬데믹 기간 세계 억만장자 2천365명의 재산은 8조 400억 달러에서 12조 3천900억 달러로 54% 증가했다.
오늘날은 부의 황금기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딧 스위스의 2020년 세계 부자산 보고서(Global Wealth Report)에 따르면, 부유층 1%가 세계 부의 43%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경제적인 불평등이 증가함에 따라 부자들은 여분의 돈을 미술품 구입에 쓰고 있다.
여러개의 은행 구좌에 들어있는 돈(숫자)이나 곳곳의 부동산, 고급 자동차와 요트, 와인 셀러가 있다. 여기에 더 돈자랑을 하고 싶다면, 미술품을 구입하는 것이 금상첨화다.
#2 미술품은 투자 상품
2015년 5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피카소 작 '알제의 여인들'은 1억7천900만 달러에 팔렸다. 구매자는 카타르 전 수상 하마드 빈 자심 빈 자베르 알 타니 카타르 전 총리.
2018년 한 보고서에 따르면, 부유층의 미술품 투자는 전년 대비 21%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부유층이 10여년만에 사치품의 상징이었던 와인보다 미술에 더 돈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고급 와인은 부의 심볼이었다. 와인은 마시면 사라지지만, 소장 미술품은 시간이 갈 수록 가치가 올라가는 투자 상품이다. 미술품은 능력과 부의 상징일 뿐만 아니라 투자 가치가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가격이 올라간다.
미술이 투자상품으로 간주된 것은 1960년대 영국의 경매사 소더비(Sotheby's)가 런던의 신문 타임즈(Times)에 미술품의 가격 상승 차트 Times-Sotheby Index를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촉발됐다. 이때 미술품이 전통적인 자산의 수익을 능가할 수 있는 매력적인 투자 상품으로 등극한 것이다. 그후로 수십년간 갤러리, 경매회사, 비평가, 그리고 문화기관과 금융계가 협업으로 미술품을 수익성있는 자산으로 밀어붙이게 된다.
데이빗 호크니 작 '화가의 초상'의 판매 기록을 보자. 이 그림은 1972년 제임스 아스터 부부에 1만8천 달러에 팔렸다. 6개월 후엔 5만 달러에 다른 이에게 넘겨졌다. 그리고, 1983년엔 할리우드와 음악계 거물 데이빗 게펜(David Geffen)이 사들였고, 1995년 영국 억만장자 조 루이스에게 팔았다. 둘다 경매장을 거치지 않은 프라이빗 세일로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그림은 2018년 크리스티 뉴욕에 나와 9천30만 달러에 낙찰된 것이다. 데이빗 게펜은 뉴욕필하모닉에 1억 달러를 쾌척하면서 콘서트홀 에버리 피셔 대신 자신의 이름(David Geffen Hall)을 올렸으며, 뉴욕현대미술관(MoMA)에도 1억 달러를 기부하며, 확장된 갤러리에 이름(David Geffen Wing)이 붙여졌다.
#3 과시적 소비, 훌륭한 PR
알 마야싸 카타르 공주가 구입한 작품들. 세잔의 ‘카드 놀이하는 사람들(2억5000만 달러)마크 로스코의 ‘화이트 센터(7284만불)/ 데미안 허스트의 ‘봄의 자장가(2280만불)
억만장자나 스포츠 스타들이 트로피같은 부인을 과시하듯, 미술품은 부자들이 과시적 소비 성향을 보여주는 허영의 소유물이다.
미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Thorstein Veblen, 1857-1929)은 '유한 계급론(The Theory of the Leisure Class: An Economic Study, 1899)'에서 가격이 올라가면서 수요가 증가하는 과시적 소비(Conspicuous Consumption)를 제시했다. 상류 계층이 과시욕이나 허영심으로 가격 인상에 따라 수요가 증가하는 '베블런 효과'다. 부자들은 부를 과시하고자하는 욕망으로 기꺼이 더 높은 가격에 지불하려고 한다. 이것은 품질과 무관한 일이다. 미술품, 고급 자동차, 시계, 와인 등이 대표적인 예다.
고급 미술품을 구매하는 것은 부자들의 트로피일 뿐 아니라 국가의 PR이 되기도 한다. 걸프만의 두 라이벌 국가 사우디 아라비아와 카타르는 역사상 가장 비싼 그림 톱 10점 중 4점을 보유하고 있다. 억압적인 정권은 석유로 돈 벌어 우아한 미술품의 후원자로 이미지를 세탁하며 지구촌 문화의 허브로 변신하고 있다.
중동 산유국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문화 강국'으로 변신하기 위해 미술품 구입과 미술관 설립에 박차를 가해왔다. 2017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에 스타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한 루브르뮤지엄 분관이 개관했으며, 아부다미 구겐하임 뮤지엄은 빌바오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했다.
2020 월드컵을 치를 카타르는 알 마야사 공주의 지휘로 연간 미술품 구입에 10억 달러를 쓰고 있다. 세잔의 '카드 놀이 하는 사람들(The Card Players, 1892-93/ 2억 5천만 달러)' 고갱의 '언제 결혼하니(nafea Faa Ipoipo, 1892/ 2억1천만 달러)' 피카소 작 '알제이 여인들(Les Femmes d'Alger, 1955/ 1억7천900만 달러)', 앤디 워홀의 '8명의 엘비스(Eight Elvis, 1963)', 마크 로스코의 'Wgite Center/Yellow, Pink and Lavender on Rose, 1950/7천280만 달러) 등 초고가의 걸작들을 구매해갔다. 또한, 두바이에선 국제 아트 엑스포가 열리며, 소더비 중동 지사가 설립됐다.
2017년 역사상 최고가로 팔린 다빈치의 '살바토르 문디'는 사우디 왕세자 모하메드 빈 살만이 구입했다. 지구촌이 떠들썩해지면서 사우디가 문화의 나라로 이미지를 쇄신했으며, 그 와중에 예멘과의 전쟁, 기자 자말 카쇼기 살인 사건에 대한 관심을 희석하는데 공헌했다. 이는 다빈치 그림 만큼 귀중한, 가격을 매길 수 없는 홍보 효과였다. 미술품이 부를 늘릴 뿐만 아니라 권력을 강화할 수 있음을 입증한 셈이다. 문화의 힘은 무력보다 강하다.
GIANNI MOTTI, "Moneybox", Galerie Perrotin, Paris, 2013
#4 돈세탁의 온상
미술품은 또한 부자들이 꽁꽁 숨기고 싶어하는 돈의 세탁(money laundering) 도구로 활용되어 왔다. 부동산은 매입할 때 주식은 팔 때 세금을 낸다. 거래세, 양도세, 상속세 등을 피하려는 수단이기도 하다. 불법으로 조성한 비자금을 은닉할 수 있는 미술품 거래로 갤러리가 돈 세탁소라는 오명까지 갖게될 지경이다.
미술 시장은 비밀, 익명성, 규제 부족으로 국경을 넘어 돈을 이체하고, 불법 이익을 숨기는 탈세와 돈세탁의 온상이 되었다. 주식 판매나 은행 송금과는 달리 미술품 판매는 1970년 제정된 미 은행기밀법(Bank Secrecy Act)에 적용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판매자는 구매자의 신원을 확인하거나 돈세탁에 사용되는 지 확인한 의무가 없는 것이다.
고가 미술품이 제네바의 무관세 거래소 프리포트로 드나든다. 부정하게 벌어들인 돈을 미술품을 통해 파나마, 케이맨 아일랜드, 버진아일랜드 등 계좌로 빼돌린다. 중국의 경우 1인당 해외로 유출할 수 있는 돈이 연간 5만 달러로 한정되어 있다. 중국 부자들은 해외에서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구입해 날조된 영수증으로 사기치는 등 각종 방법으로 돈세탁을 해왔다
미술품이 돈세탁에 인기 있는 이유는 가격의 기준이 주관적이며 애매하기 때문이다. 즉, 부르는게 값이 된다. 또한, 구매자는 익명으로 보호될 수 있으며, 거래 방식도 현금으로 이루어진다. 비자금 조성과 탈세의 온상이 된 이유다.
#5 왜 추상화는 그토록 비쌀까?
할리우드 거물 데이빗 게펜이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에게 5억 달러에 판 추상화 2점. 윌렘 드 쿠닝의 'Interchange'(3억불)/ 잭슨 폴락의 'Number17A'(2억불)
잭슨 폴락, 윌렘 드 쿠닝, 마크 로스코... 추상화는 더더욱 비싸게 팔린다. 왜 부자들은 추상화를 선호하는 것일까? 한마디로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미술품이 집을 아름답게 보이게 해준다는 것은 옛날의 일이다. 오늘날 컬렉터들은 투자로서 미술품을 구매한다. 추상화는 시간이 지나도 가격이 연 4-8%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유행을 타지 않는 투자인 셈이다.
현명한 투자자들은 수익을 높이기 위해 미술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특히 경제적으로 불확실한 시대에 미술품은 주식보다 더욱더 유혹적이다. 월스트릿저널은 2018년 미술품을 최고의 투자 등급으로 선정했다. 2018년 경기 침체기에 주식 시장에서 S&P 500가 5.1% 하락한 반면,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은 평균 10.6% 올랐다.
미술품이 금융상품보다 안정적으로 부를 증식하는 수단이 된 것이다. 미술 투기꾼은 현재의 가치와 수요가 아니라 예측을 기반으로 구매한다. 구매한 뒤 재판매로 이익을 창출한다.
아티스트들이 스튜디오에서 여러 형태의 매체로 작품을 제작하면 갤러리, 아트딜러와 에이전트는 그들이 대표하는 작가의 미술품이 $xxxxxx의 가치가 있다고 선언한다. 물론, 비평가의 리뷰도 중요하다.
세계에서 2번째로 비싼 회화로 기록된 회화는 2015년 3억 달러에 팔린 윌렘 드 쿠닝의 '인터체인지(Interchange, 1955)'다. 드 쿠닝은 1955년 이 그림을 피츠버그 백화점 재벌의 아들인 건축가 에드가 카프만 주니어에게 4천 달러에 팔았다. 1989년 도쿄의 화랑주인 시게키 카메야마가 2천700만 달러에 구입하면서 당시 생존작가 최고가를 기록했다. 몇년 후 할리우드 프로듀서 데이빗 게펜이 구입했다. 그리고, 게펜은 2015년 헤지펀드 매니저이자 억만장자 케네스 G. 그리핀에게 3억 달러에 팔았다. 이때 잭슨 폴락의 '넘버 17A'(1948)는 2억 달러에 함께 넘겼다.
이처럼, '부자들의 리그'가 되어온 미술시장을 투명하게 규제하는 법안이 마련되고 있다. 올 1월 1일 미 상하원은 1970년 은행보안법이 미술시장, 특히 골동품과 아트딜러를 포함하도록 법규를 확장하는 법안에 투표했다. 이 법안은 최종 수혜자인 소유권자를 식별함으로써 돈세탁을 방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회화 톱 10
순위 / 가격 / 제목 / 화가 / 세일 연도 / 판매자 / 구입자
1. 4억5천만불/ 살바토르 문디/ 레오나르도 다 빈치/ 2017/ 드미트리 리볼로프레프/ 바드 빈 압둘라 알 사우드
2. 3억불/ 인터체인지/ 윌렘 드 쿠닝/ 2015/ 데이빗 게펜/ 케네스 G. 그리핀
3. 2억5천만불/ 카드놀이하는 사람들/폴 세잔/2011/ 조지 엠비리코스/ 카타르 왕국
4. 2억1천만불/ 언제 결혼할래/ 폴 고갱/ 2014/ 루돌프 스태첼린 가문/ 카타르 왕국
5. 2억불/ 넘버 17A/ 잭슨 폴락/ 2015/ 데이빗 게펜/ 케네스 G. 그리핀
6. 1억8천380만불/ 물뱀 2/ 구스타프 클림트/ 2013/ 이브 부비에/ 드미트리 리볼로프레프
7. 1억8천6백만불/ 넘버6/ 마크 로스코/ 2014/ 세리즈 무엑스/ 드미트리 리볼로프레프
8. 1억8천만불/ 마르텐 솔만스와 오프옌 코피트의 초상/ 렘브란트/ 2016/ 에릭 드 로칠드/ 라이크스뮤지엄 & 루브르뮤지엄
9. 1억7천940만불/ 알제의 여인들/ 파블로 피카소/ 2015/ 개인소장품/ 하마드 빈 자심 빈 자베 알 사티(카타르)
10. 1억7천40만불/ 누워있는 나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2015/ 로라 마티올리 로씨/ 리 위키안
*List of most expensive paintings
https://en.wikipedia.org/wiki/List_of_most_expensive_paintings
생존작가 경매사상 최고가 톱 10
순위/ 가격 / 제목 / 아티스트 / 경매 연도 / 경매사
1. 9천110만불/ 토끼 / 제프 쿤스 / 2019 / 크리스티
2. 9천30만불/ 화가의 초상 / 데이빗 호크니/ 2018/ 크리스티
3. 5천840만불/ 풍선개/ 제프 쿤스 / 2013 / 크리스티
4. 3천710만불/ 밀라노 대성당 광장/ 게르하르트 리히터/ 2013 / 소더비
5. 3천420만불/ 추상화(809-4)/ 게르하르트 리히터/ 2012/ 소더비
6. 3천360만불/ 잠자는 국가연금 관리자/ 루시안 프로이드/ 2008/ 크리스티
7. 2천360만불/ 매달린 마음/ 제프 쿤스/ 2007/ 소더비
8. 1천930만불/ 봄의 자장가/ 데미안 허스트/ 2007/ 소더비
9. 1천7백만불/ False Start/ 재스퍼 존스/ 1988/ 소더비
10. 7백만불/ 흰색 국기/ 재스퍼 존스/ 1988/ 크리스티
*List of most expensive artworks by living artists
https://en.wikipedia.org/wiki/List_of_most_expensive_artworks_by_living_artists
*다 빈치 '구세주(Salvator Mundi)' 사상 최고가 4억5천만 달러에 경매
*카타르 공주는 왜 세잔의 '카드놀이하는 사람들에 주사위를 던졌을까?'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