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여행 (4) 미 인상파 화가들의 낙원 올드라임(CT)
Frederick Childe Hassam, Church at Old Lyme, 1906
아름다운 자연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다.
1930년대 밀레와 루소는 프랑스 북부 퐁텐블루 숲 인근 바비존(Barbizon)에 정착해 전원의 풍경과 소박한 농부들을 그렸다. 이후 모네, 르노아르, 시슬리가 바비존으로 와서 인상주의 캔버스를 물들여나간다.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가 파리 인근 지베르니에 정착해 정원을 꾸미고, 그림을 그리며 여생을 보낸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미국의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낙원이었던 곳은 코네티컷주 올드라임(Old Lyme)이었다.
Kent Winchell. Farm with Clouds, Lyme Art Association
여름 95번 도로를 타고 여름 로드 아일랜드 뉴포트의 재즈 페스티벌로 가는 길 두 번 올드 라임에서 하룻밤을 쉬어갔다. 뉴욕에서 2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올드 라임은 여름에만 가봤지만, 가을이 더 운치 있을 것 같다.
커네티컷 하트포드가 고향인 배우 캐더린 헵번은 은퇴 후 올드라임의 이웃 동네 올드 세이브룩 별장을 마련해 살면서 그림을 그렸다.할리우드 전설에게 붓을 들게 만든 코네티컷의 아름다운 풍경이 올드 라임에 있다.
인구 8000여명에 지나지 않는 자그마한 타운, 올드 라임의 매력은 그림 속으로 들어간듯, 아니면그림에서 튀어나온듯한 풍광이다.
미 인상파 화가들의 낙원
1600년대 코네티컷에 정착한 유럽인들이 올드라임 타운을 세웠다.
1720년대 조선소로 유명했던 해안도시 올드라임은 화가, 작가 그리고 선원들의 타운으로 불렸다. 어쩌면 몽상을 좋아하는 예술가들을 위해 올드라임은 탄생했는지도 모른다.
플로렌스 그리스왈드, Alphonse Jonger, Harpist(Florence Griswald), Florence Griswold Museum
캐더린 헵번처럼 유명한 스타는 아니지만 올드라임에도 여걸이 있었다. 그녀 이름은 플로렌스 그리스왈드(Florence Griswold).
선장의 딸로 태어난 그리스왈드는 조지안 스타일의 저택에서 부유한 삶을 살았다.
28세가 되자 어머니와 함께 그리스왈드 홈스쿨을 열어 어린이들에게 프랑스어, 회화, 음악 등을 14년간 가르쳤다. 1982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고, 4년 후엔 여동생, 그로부터 3년 후엔 어머니마저 눈을 감자 독신녀 그리스왈드는 홀로서야 했다.
미 인상파 화가들에게 잠자리와 스튜디오를 제공한 플로렌스 그리스왈드는 올드라임 화가들의 대모였다.
그리스왈드는 처음에는 화초와 채소를 팔며 생계를 유지했다. 그러다 1899년 시라큐스 출신 화가 헨리 와드 레인저(Henry Ward Ranger)에게 맨션의 셋방을 내주면서 화가들과 인연이 시작됐다.
레인저는 기차 타고 올드라임에 도착하면서 "그려지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waiting to be painted)" 곳으로 찬미했다고 한다.
Henry Ward Ranger, Long Point Marsh, 1910. Oil on canvas, Florence Griswold Museum
이미 뉴욕에서 바비존 학파의 전시회를 본 레인저는 올드라임의 풍광에 반했다.
레인저는 플로렌스 그리스왈드의 기숙사에서 여름을 보내면서 화가들과 교류하게 된다. 뉴욕과 보스턴의 중간, 그림같은 풍광, 저렴한 숙박비, 예술가들의 동지애라는 천혜의 조건은 그리스왈드 맨션을 화가들의 공동체 '올드라임 아트 콜로니(Old Lyme Art Colony)'로 탄생시켰다.
William Chadwick, Low Tide, Old Lyme, Florence Griswold Museum
레인저는 올드라임 아트 콜로니의 리더가 됐고, '화가들의 낙원'이라는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퍼지며 뉴욕 일대의 화가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1903년 차일드 하삼을 비롯해 윌라드 멧칼프(Willard Metcalf), 아서 헤밍(Arthur Heming), 찰스 에버렛(Charles Everett),윌리엄 채드윅(William Chadwick), 에드워드 찰스 볼커트(Edward Charles Volkert)등 많은 풍경화가들이 그리스왈드 여사의 집에 거주하며 그림 그리기에 몰두했다.
인상파 화가들은 코네티컷 리버, 루터넌트 리버, 블랙홀 리버, 그리고 롱아일랜드 해협에 둘러싸인 올드라임의 아름다운 자연을 캔버스에 담았다. 이름하여 미국 인상주의의 태동이다. 프랑스보다 수십년이 늦었지만.
Willard Metcalf (1858-1925), May Night, 1906
이제 그리스왈드 맨션은 '성스러운 집'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프랑스 인상파의 낙원이었던 바비존과 지베르니가 됐다.
윌라드 멧칼프(Willard Metcalf)는 달빛에 빛나는 그리스왈드 맨션을 담은 '5월의 밤(May Night)'을 그려 그리스왈드 여사에게 선사해 렌트를 내지않고도 살았다.
비가 오는 날이었을까? 아니면 추운 날이었을까? 많은 화가들이 식당 내부 벽을 캔버스로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1905년 우드로우 윌슨 대통령은 가족과 함께 이 그리스왈드 맨션에 묵으며 그리스왈드 여사, 화가들과 식사를 했으며, 그 후로도 네 번이나 더 방문했다고 한다.
Will Howe Foote, A Summer's Night, c. 1906
1921년 이 맨션은 올드라임미술협회 갤러리로 변신하고 그리스왈드 여사는 매니저가 됐다.
15년 후 여사는 건강 악화와 재정 궁핍으로 맨션을 이 지역 판사에게 팔았다. 이듬해에 빈털터리로 사망한 후 판사는 5750달러를 받고 플로렌스 그리스왈드 협회로 저택이 팔렸다. 1947년 이 맨션은 ‘플로렌스 그리스왈드’의 이름을 딴 뮤지엄으로 태어나게 된다.
Childe Hassam, Summer Evening, 1886, Florence Griswold Museum
올드라임 볼 거리
플로렌스 그리스왈드 뮤지엄 Florence Griswald Museum
19세기초 미 인상파 화가들이 먹고, 그리며, 어울리고, 자던 맨션. ‘라임 아트 콜로니’의 숨결이 담긴 뮤지엄이다.
MoMA의 애비 록펠러, 구겐하임의 페기 구겐하임, 휘트니의 거트루드 밴더빌트 휘트니 등 여성들이 근대 화가들을 지지하면서 뮤지엄이 개관됐다. 플로렌스 그리스왈드는 올드라임 화가들의 대모였다.플로렌스 그리스왈드는 2002년 코네티컷 여성 명예의 전당에 등재됐다.
Matilda Browne
식당 벽에는 그 시절 화가들이 그린 풍경화와 사진이 진열되어 화가들의 숨결이 느껴졌다. 신관 뒤편의 루터난트 강가와 정원을 산책하면서 100년 전 화가들의 열정을 상상해볼 수 있다.
뮤지엄 컬렉션은 http://florencegriswoldmuseum.org/collections/search-the-collections/artists-in-the-collection
티켓: $10(성인), $9(노인), $8(학생), 무료(12세 이하)
96 Lyme St. 860-434-5542, http://florencegriswoldmuseum.org
퍼스트 콩그리게이셔널 처치 The First Congregational Church of Old Lyme
올드라임 퍼스트 콩리게이셔널 처치(왼쪽)와 Everett L.Warner (1877-1963), The Villiage Church, c. 1910
뉴잉글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회. 뿐만 아니라 화가들이 사랑해 회화 속에 자주 등장해온 '모델 교회'다.
1665에 창설된 교회로, 건물은 1817년 설립됐으나 화재로 소실됐다. 현 교회 건물은 1907년 플로렌스 그리스왈드 맨션의 건축가 사무엘 벨처가 설계했다.
음향이 탁월해 가을마다 체임버 콘서트 시리즈 뮤지컬 마스터워크의 정기 연주회가 열리고 있다. 2 Ferry Road 860-434-8686.http://fccol.org.
루트156 드라이브
Frank Vincent Dumond, Landscape, oil on canvas, Lyman Allyn Art Museum
인구가 8000여명에 불과한 이 자그마한 도시에서는 단지 한가롭게 드라이브하는 것만으로도 인상파 화가들이 찬미했던 풍광을 즐길 수 있다. 코네티컷 리버 시닉 오버뷰를 즐길 수 있는 루트 156 (Old Lyme-Waterford)은 특히 아름답다.
잘 곳 & 먹거리
비&티슬 인 Bee and Thistle Inn and Lounge
1756년 지어진 맨션으로 11개의 아늑한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예전에 머물렀을 때 도착한 날 레드 와인 두 잔으로 환영해서 호감을 가졌던 곳이다.
코네티컷에서 가장 로맨틱한 레스토랑으로 꼽힌 체스넛 그릴 라운지(The Chestnut Grille & Lounge)에서 뉴잉글랜드의 해물 요리를 즐길 수 있다.
100 Lyme St. Old Lyme, CT. (860-434-1667) http://beeandthistleinn.com
올드라임 인 Old Lyme Inn
1856년 300 에이커 규모의 부지에 건축된 맨션으로 재클린 오나시스 케네디가 다니던 승마학교로 사용되기도 한 건물.
10여년 전 머물렀을 때 별관에는 당구대에 주인의 컬렉션인듯한 닭 조각이 지나치게 많이 장식되어 있었다. 어쩌면 닭이 국가 대표 동물인 포르투갈 출신이었는지도... 2011년 주인이 바뀌어 인테리어를 개조한 듯. 재즈 패키지도 있다.
85 Lyme St, Old Lyme, CT (860-434-2600)http://oldlymeinn.com
올드라임 아이스크림 숍 Old Lyme Ice Cream Shoppe & Cafe
올드라임의 명물. 간단한 아침 오후의 차 혹은 저녁 후 디저트로 들러볼만한 홈메이드 아이스크림 부티크. 샌드위치와 샐러드도 있다.
친절했던 아이스크림집 자매, 로라와 린제이. 10여년 전...
I Scream, You Scream, Ice Cream~
동네 아이스크림 집이라 무척 친절하다. 라벤다 아이스크림이 독특했던 기억이 나는 곳. I-95가 교통 체증에 시달릴 때 쉬어가기에도 좋을 듯.
라벤다 아이스크림
34 Lyme St, Old Lyme, CT. (860-434-6942) http://www.oldlymeicecreamshoppe.com
Charles Ebert, Old Lyme Church
*가을엔 여행을 떠나요 <1> 밀포드(펜실베니아):호텔 포셰르, 링컨성조기, 그레이 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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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단풍이 남아 있으니 가보고 싶네요. 가까이 살아도 전혀 알지 못한 동네인데, 추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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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라임, 가을엔 더욱 운치가 있을 것 같아요. 올드 라임에 가시면, 플로렌스 그리스왈드 뮤지엄에 꼭 들러보세요.
MoMA(애비 앨드리치 록펠러), 휘트니(거트루드 밴더빌트 휘트니), 구겐하임(페기 구겐하임) 등 뉴욕의 메이저 뮤지엄 창립에 여성 콜렉터들의 후원이 있었듯이 올드 라임 미 인상파 화가들 뒤에는 그리스왈드 여사가 있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