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스페셜 (4)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 소장 '그랑드자트섬의 일요일 오후' 해부
Chicago Special <4>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 소장품 하이라이트
반 고흐, 카유보트, 에드워드 호퍼, 그랜트 우드, 샤갈 등 걸작
렌조 피아노 확장 설계...메트뮤지엄 이어 미 두번째 큰 미술관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시카고 스페셜' 연재 순서
1. 시카고 건축 '마천루의 파노라마'
2. 시카고 핫도그 '노 케첩!'
3.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설계 로비하우스 투어
4.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 하이라이트
5. 시카고 블루스, 버디 가이의 전설
6. 오리지널 딥디쉬 피자
7. 시카고대 고대문화연구협회(ISAC) 박물관 하이라이트
8. 자연사박물관 필드뮤지엄
9. 시카고 공공미술
10. 호텔 '더 드레이크': 마릴린 먼로와 다이애나 왕세자비
쇠라, 반 고흐, 호퍼의 걸작을 소장하고 있는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The Art Institute of Chicago, AIC)는 1879년 설립됐다.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World’s Columbian Exposition)에 사용된 보자르 양식의 건물에 자리했다. 2009년 렌조 피아노(Renzo Piano, 휘트니미술관)의 설계로 모던 윙을 확장하면서 밀레니엄파크로 연결되었다. 이로써 미술관 총면적이 100만 평방피트에 달하며, 메트로폴리탄뮤지엄에 이어 미국에서 2번째로 큰 미술관이 되었다.
고대 이집트부터 현대까지 약 30여만점을 소장하고 있으며, 이중 한국미술품은 약 300여점이다. 2024년 11월 한국실(큐레이터 지연수, Yeonsoo Chee)을 확장 개관하면서 서봉총(瑞鳳塚) 금관과 금 허리띠(국립중앙박물관 대여)를 전시했다. 10월 현재 정광용(Jeong Kwang Yong) 화백의 '집합(Aggregation 07-F112RED, 2007)' 을 비롯 도자기 등이 전시 중이다.

2024년 11월 오픈한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의 한국실.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10월 현재 고갱, 반 고흐, 뭉크, 르동 등 상징주의 화가들의 상상을 주제로 한 특별전 'Strange Realities: The Symbolist Imagination'이 주목할만 하다. 내년 3월 7일부터 7월 5일까지는 이건희 컬렉션 주요작품 등 국보와 보물 20점을 포함 총 200여점의 한국미술품을 선보이는 특별전 '한국의 국보들: 미술 2천년(Korean National Treasures: 2,000 Years of Art)'가 열린다. 이 전시는 워싱턴 D.C. 국립아시아미술관(11/8-2/1, 2026)에서 시작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를 거쳐 런던의 브리티시뮤지엄(The British Museum)으로 이어진다.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는 미술대학(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SAIC)을 병설해 교육+미술관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조지아 오키프와 제프 쿤스, 데이빗 린치와 홍상수 감독이 SAIC 출신이다.
조르쥬 쇠라의 '그랑드자트섬의 일요일 오후'

Georges Seurat, A Sunday Afternoon on the Island of La Grande Jatte, 1884–1886, 7 ft.×10 ft., Art Institute of Chicago.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대표 소장품이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 작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 1889)'라면,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의 스타는 조르쥬 쇠라(Georges Seurat, 1859-1891) 작 '그랑드자트섬의 일요일 오후(A Sunday Afternoon on La Grande Jatte/ Un dimanche après-midi à l'Île de la Grande Jatte, 1884)이다. 반 고흐가 37세에 사망한 반면, 쇠라는 31세로 요절했다.
폭이 10피트(3미터)에 달하는 '그랑드자트섬...'은 파리 북서쪽 뇌이(Neuilly) 인근 라그랑자트섬의 세느강변에서 여가를 즐기는 다양한 계층의 파리 시민들을 포착했다. 50여명이 등장하는 이 그림은 당대 르누아르나 모네같은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보다 연극적이다.
전체적으로 화창한 날 공원에 있는 등장인물들은 경직되고, 무표정하게 묘사되어 있다. 애완 원숭이(당시 프랑스어로 매춘부를 속하는 속어였음)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은 방종한 도덕관념, 왼쪽의 강변에서 낚시하는 여성은 매춘을 암시한다. 당시 공원은 매춘 장소로 악명이 높았다고 한다. 이들은 사회적 위선과 도덕적 이중성, 그리고 소외감을 반영한다.
중절모와 지팡이 차림의 신사는 진정한 쾌락보다 외모에 더 관심이 많은 부르주아지를, 피크닉하는 가족은 중산층 가족의 이상적 이미지, 뒤의 인형처럼 보이는 군인 두명은 질서와 규율-사회적 통제를 상징한다. 강가의 낚시꾼들과 뱃놀이하는 사람들은 산업화 후 도시 리듬을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전체적으로 각 인물의 경직된 자세와 상호작용의 부재는 현대 산업사회에서 개인들이 경험하는 고립과 소외감에 대한 비판으로도 해석된다.

Georges Seurat, A Sunday Afternoon on the Island of La Grande Jatte, 1884–1886, 7 ft.×10 ft., Art Institute of Chicago.
쇠라는 물감을 섞지 않고, 색점을 캔버스에 찍는 방식의 점묘법(Pointillisme)을 창안했다. 색채지각에 대한 과학적 이론에 기반을 둔 점묘법은 단색보다 생생한 색채인상을 준다. 보색을 나란히 배치해 대비를 이루고 더욱 생생하게 보이게 하는 기법이다. '그랑드자트섬...'에서 인물들은 거의 부동자세지만, 색점이 화면 전체에 파동처럼 퍼져 시각적 리듬감을 형성한다. 가까이서 감상하면 무수한 색점들이 움직이고, 멀리서 보면 그림은 빛과 색의 조화로 광채를 이룬다. 과학적 엄밀함과 시적 고요함이 만나는 회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대 인상주의 화가들과는 달리 쇠라는 수도사처럼 60여점을 드로잉과 스케치로 준비했다. '그랑드자트섬...'을 완성하는데는 2년이 걸렸다. 결과적으로 섬세한 감수성, 수학적인 정밀함, 그리고 논리적 추상화에 대한 열정으로 신인상주의를 촉발했으며, 이후 입체파와 야수파에 영향을 주게 된다.
1891년 3월, 쇠라는 31세에 갑자기 사망했다. 사인은 수막염, 폐렴, 디프테리아 정도라는 설도 있지만, 점묘법 작업으로 인해 시력이 급속도로 나빠진 것도 요인으로 알려졌다.
1924년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가 2만4천 달러에 구입한 '그랑드자트섬...'이 미술관을 떠난 것은 딱 한번 1958년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대여전시에서다. 그런데, 그해 4월 15일 MoMA 2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그랑자트섬...'은 휘트니뮤지엄으로 이송됐다. 이 화재로 1명이 사망했다. 이후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는 이 그림은 절대 대여하지 않는 것으로 못을 박았다.
브로드웨이 작곡가 스티븐 손하임은 1984년 작사가 제임스 라핀과 뮤지컬 '조지와 함께 일요일 공원에서(Sunday in the Park with George)'를 초연했고, 영화배우 제이크 질렌할이 쇠라로 출연했다.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 소장품 하이라이트

Gustave Caillebotte, Paris Street; Rainy Day, 1877, Art Institute of Chicago
파리 생라자르 기차역에서 불과 몇 분 거리에 있는 복잡한 교차로를 배경으로 비오는 날 파리의 정경이다. 귀스타브 카유보트(Gustave Caillebotte, 1848–1894)의 '비오는 날 파리 거리(Paris Street; Rainy Day)'는 최신 유행을 따르는 실물 크기 인물들을 웅장한 규모에 엄격한 원근법을 사용해 생생하게 포착했다. 비대칭적인 구조, 특이하게 잘린 형태와 비에 씻긴듯한 분위기가 감성을 자극했다.
카유보트 자신이 기획한 1877년 인상파 전시회에서 1위를 차지한 이 그림은 쇠라가 1884년에 그린 '그랑드자트섬의 일요일 오후'를 예고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1955년 미 자동차회사 대표 월터 크라이슬러가 구입했다가 1964년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에 팔았다. 이 회화는 BBC의 1980년 다큐멘터리 '100점의 위대한 회화(100 Great Paintings)'에서 23위에 선정됐다.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에서 올해 6월-10월 특별전 'Gustave Caillebotte: Painting His World'을 열었다.
*'인상파의 아웃사이더' 귀스타브 카유보트 'Gustave Caillebotte: Painting His World'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6/29-10/5)

Vincent van Gogh, Self-Portrait(left), 1887, The Bedroom, 1889, Art Institute of Chicago
반 고흐는 자신의 침실 그림을 세 가지 버전으로 그렸다. 첫번째 버전(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두 번째 버전(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 그리고 작은 세번째 버전(파리 오르세 미술관)이다. 반 고흐는 원래 침실 그림을 어머니와 누이에게 선물하기 위해 그렸다. 프랑스 아를르(Arles)에 있는 '노란 집'으로 이사하며 난생 처음 자신의 집을 갖게 되었다. 간소한 가구와 자신의 그림으로 방을 꾸몄다. 이사 한달 후인 1888년 10월에 열정적으로 여러 장의 캔버스를 그려 벽을 가득 채웠다.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 그는 "이 텅 빈 실내를 그리는 게 정말 재밌었어. 쇠라 특유의 단순함이었어. 밋밋한 색조에 거칠게 붓칠한 전체 임파스토 기법으로 칠한 벽은 옅은 라일락색, 바닥은 부서지고 바랜 붉은색, 의자와 침대는 크롬 옐로우, 베개와 시트는 아주 옅은 레몬 그린, 침대보는 피처럼 붉은색, 화장대는 주황색, 세면대는 파란색, 창문은 초록색이었어. 난 이 모든 색조를 통해 완벽한 휴식을 표현하고 싶었어." 침실 그림은 반 고흐 자신에게 휴식과 평화를 상징했다. 그는 "병을 앓고 나서 다시 캔버스를 보았을 때 내게 가장 아름답게 보였던 것은 침실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람객의 눈에는 신경질적인 에너지, 불안정함, 그리고 혼란으로 가득 찬 것처럼 보이며, 이는 원근법으로 인해 더욱 고조된다.

Vincent van Gogh, The Drinkers, 1890, Art Institute of Chicago
*2024-25 빈센트 반 고흐 글로벌 특별전 가이드: 서울, 대전, 도쿄, 오사카...암스테르담, 런던
*빈센트 반 고흐와 세자매: 안나, 엘리자베스, 빌레미나
*빈센트 반 고흐: 아이리스와 장미@메트뮤지엄, 2015
*뉴욕영화제 2018 화가 줄리안 슈나벨의 '영원의 문에서(At Eternity's Gate' ★★★☆
*위대한 음식 열정 <9> 빈센트 반 고흐: 감자와 커피
*미술계 최대의 미스테리: 반 고흐의 걸작 '가셰 박사의 초상'(3억 달러 추정)은 어디에?

Grant Wood, American Gothic, 1930, Art Institute of Chicago
1930년대 유럽 미술계가 추상화풍이 주류를 이룰 때 미국에선 대공황을 겪으면서 중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사실주의 미술운동인 지역주의(Regionalism)이 대두한다. 잭슨 폴락의 스승 토마스 하트 벤튼(Thomas Hart Benton, 1889-1975)과 그랜트 우드(Grant Wood, 1891–1942)는 지역 풍경, 공동체 정신, 근면함을 강조했다. 그랜트 우드의 '아메리칸 고딕'은 그 대표작이다.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에서 공부한 우드는 이 학교 공모전에 출품해 동메달과 300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아이오와주의 '카펜터 고딕' 양식 집앞에 쇠스랑을 들고 정면을 바라보는 농부(모델은 동네 치과의사)와 억눌린듯한 표정으로 옆을 응시하는 딸(우드의 여동생이 모델)이 뻣뻣한 모습을 묘사한 이 그림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하다. '대공황 시기의 근면함과 끈기', '시골 생활의 억압과 편협함을 풍자', '경건함과 패러디의 모호한 융합' 등이다. 그랜트는 유럽에서 보았던 르네상스 회화의 영향을 받아 엄격한 구도와 세부적인 기법을 사용했다.
*왜 미국인들은 '아메리칸 고딕'에 열광하나? 휘트니뮤지엄 그랜트 우드 특별전, 2018

Edward Hopper, Nighthawks, 1942, Art Institute of Chicago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1967)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단편소설 '살인자들(The Killers, 1927)'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그림, 'Nighthawks(밤 새는 사람들)'은 늦은 밤 뉴욕 그리니치빌리지 식당에 있는 네사람을 묘사했다. 구도는 치밀하고, 세부 묘사는 간결하다. 식당 입구도 없고, 거리에 쓰레기조차 없다. 고요하고도 불가사의한 밤의 풍경. 호퍼는 "무의식적으로 대도시의 외로움을 그리고 있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1942년 작품이 완성되자마자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가 3천달러에 구입했다.

Marc Chagall, America Windows, 1977, Art Institute of Chicago
1941년 뉴욕으로 망명한 마크 샤갈(Marc Chagall, 1887-1985)은 스테인드글래스와 벽화 작업도 했다. 맨해튼 UN 본부의 '평화'(Peace, 1964), 업스테이트 뉴욕 포칸티코힐스 유니온처치의 존 D. 로커펠러에 헌사한 창문(1967),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엔 벽화 두점(The Sources of Music/ The Triumph of Music, 1966)이 있다. 시카고엔 체이스타워플라자에 모자이크 벽화 '아메리카 윈도우-4계(The Four Seasons, 1974)',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엔 '아메리카 윈도우즈(America Windows, 1977)' 스테인드글래스 작품이 있다. 그가 제작한 스테인드글래스 창문은 미국, 유럽, 이스라엘 등지에 총 86개에 이른다.
샤갈은 미 건국 200주년을 기념해 '아메리카 윈도우즈'를 제작해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에 기증했다. 이 윈도우는 미국 역사, 시카고 스카이라인, 그리고 음악, 회화, 문학, 건축, 연극, 그리고 무용까지 예술 주제가 통합되었다.
*아티스트와 뮤즈 (11) 마크 샤갈의 등대, 뮤즈, 부인 벨라 로젠필드
*샤갈, 리시츠키, 말레비치:비테브스크의 러시아 아방가르드 1918-1922@쥬이시뮤지엄, 2018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11 S Michigan Ave, Chicago, IL 60603
https://www.artic.edu
*고갱, 반 고흐, 뭉크, 르동...상징주의 화가들의 상상 'Strange Realities: The Symbolist Imagination'
'시카고 스페셜' 연재 순서
1. 시카고 건축 '마천루의 파노라마'
2. 시카고 핫도그 '노 케첩!'
3.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설계 로비하우스 투어
4.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 하이라이트
5. 시카고 블루스, 버디 가이의 전설
6. 오리지널 딥디쉬 피자
7. 시카고대 고대문화연구협회(ISAC) 박물관 하이라이트
8. 자연사박물관 필드뮤지엄
9. 시카고 공공미술
10. 호텔 '더 드레이크': 마릴린 먼로와 다이애나 왕세자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