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FF63 (7) 브로드웨이 잊혀진 작사가의 하루 '블루 문(Blue Moon)' ★★★★
NYFF63 (9/26–10/13)
'할리우드 황금 콤비' 리처드 링클레이터와 에단 호크
승자의 무대, 패자의 독백 '블루 문(Blue Moon)' ★★★★
*Blue Moon: The Lost Voice of Broadway’s Forgotten Lyricist ★★★★ <English version>

Blue Moon by Richard Linklater #NYFF63
역사의 무대는 언제나 눈부시게 성공한 자들의 이름으로 채워진다. 그 곁에서 한 시대를 함께 만들었지만, 결국 기억의 변두리로 밀려난 이들은 너무 쉽게 잊힌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황금기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으레 로저스와 해머스타인(Rodgers & Hammerstein)을 떠올린다. 이 황금 콤비는 '오클라호마!(Oklahoma!)', '카루셀(Carousel)', '남태평양(South Pacific)', '왕과 나(The King and I)',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토니상 34개, 아카데미상 15개, 퓰리처상 2개, 그래미상 2개를 휩쓸었다.
그러나, 로저스의 해머스타인 이전 파트너였던 로렌츠 하트(Lorenz Hart, 1895–1943)는 이들의 찬란한 성공에 가려졌다. 그는 1919년부터 1943년까지 로저스와 함께 28편의 뮤지컬에서 500여 곡의 가사를 썼다. 뮤지컬 '코네티컷 양키(A Connecticut Yankee),' '베이비즈 인 암즈(Babes in Arms),' '시라큐스에서 온 소년들(The Boys from Syracuse)' 등을 무대에 올렸지만, 로저스&해머스타인의 이름에 묻혔다.
하지만, 그가 남긴 “Blue Moon”, “The Lady Is a Tramp”, “My Funny Valentine”, “Manhattan”은 오늘날까지 ‘위대한 미국 노래책(The Great American Songbook)’의 고전으로 불리며, 재즈 클럽과 콘서트홀에서 여전히 울려 퍼진다. 하트의 가사는 단순한 노랫말이 아니라, 사랑과 고독, 욕망과 냉소가 교차하는 작은 시편이었다. 로저스, 해머스타인, 하트의 ‘창작의 3각 구도’도 흥미롭다. 모두 뉴욕 출신 유대인이자 컬럼비아대 동문이었다.

Blue Moon by Richard Linklater #NYFF63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 주연의 로맨스 '비포 3부작(Before Sunrise, Before Sunset, Before Midnight)'과 '보이후드(Boyhood, 2014)'의 리처드 링클레이터(Richard Linklater) 감독이 로렌츠 하트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블루 문(Blue Moon)'으로 돌아왔다. 링클레이터는 '비포 시리즈(1995–2013)에서 하루의 이야기를, 보이후드에서는 11년에 걸친 한 소년의 성장기를 탐구했다. 이번에도 그는 시간의 틈새에 주목한다. 1943년 봄, 뮤지컬 '오클라호마!' 개막과 함께 하트가 무대 밖으로 밀려나던 순간, 그리고 같은 해 가을 쓸쓸히 생을 마감한 그의 운명적 간극을 응시한다. 영화에서는 에단 호크가 유대인 작사가 하트로 변신, 브로드웨이 명물 레스토랑 사디스(Sardi’s)를 배경으로 그의 씁슬한 하루를 담아낸다.
1943년 11월, 비 내리던 뉴욕의 밤. 맨해튼 골목에서 쓰러진 하트는 며칠 뒤 폐렴으로 사망한다. 향년 48세. 영화는 그로부터 8개월 전, 3월 31일로 돌아간다. 브로드웨이의 새 전환점이 된 '오클라호마!' 개막일, 알코올 중독과 불안정한 정신 상태로 로저스의 곁에서 밀려난 하트는 해머스타인의 합류와 함께 사실상 ‘해고’된 셈이었다. 박찬욱 감독의 '어쩔 수가 없다(No Other Choice, NYFF63)'에서 25년간 다녔던 제지회사에서 해고된 만수(이병헌)처럼, 하트도 24년간의 파트너십 끝에 돌연 실업자가 된다. 하트는 마치 남편(로저스)을 정부(해머스타인)에게 빼앗긴 전처처럼 질투와 분노에 사로잡힌듯 하다.
'오클라호마!' 개막 공연이 성공적으로 끝난 뒤, 로저스와 해머스타인을 비롯한 브로드웨이 명사들, 기자들 사이로 당대 최고의 사진기자 위지(Weegee)와 훗날 위대한 뮤지컬 작곡가가 될 소년 스티븐 손하임까지 사디스로 몰려온다. 하지만, 브로드웨이 아웃사이더가 된 하트는 그 중심에 끼지 못한다. 그는 사디스에서 바텐더(바비 카나발레), 병사 피아니스트(조나 리스), 작가 손님(패트릭 케네디), 그리고 꽃 배달원이라는 조촐한 관객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할 뿐이다. 그는 때로 위트 있고 지성적이지만, 때로 천박하고 불경한 말을 속사포처럼 쏟아낸다. 작가 손님에게는 아파트에서 키우던 쥐 ‘스튜어트’를 공원으로 데려간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이 작가가 훗날 동화 '스튜어트 리틀'을 집필하게 되는 E. B. 화이트다.

Blue Moon by Richard Linklater #NYFF63
또한, 그의 제자인 예일대 학생 엘리자베스(마거릿 퀄리)에 대한 찬사도 잊지 않는다. 게이로 알려진 하트는 “동성애자도, 이성애자도 아닌 다성애자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엘리자베스(마가렛 퀄리)에게 흠뻑 빠져 있지만, 결국 “난 당신을 사랑해요, 단지 그런 방식은 아니지요(I love you, just not in that way)”라는 말로 상처를 입는다. '블루 문'의 시나리오는 실제 엘리자베스 웨일랜드(Elizabeth Wailand)가 하트에게 쓴 편지를 바탕으로 로버트 캐플로우(Robert Kaplow)가 집필했다.
에단 호크는 도회적 스타 이미지에서 벗어나, 왜소한 체구와 주름진 얼굴, 대머리의 자기파괴적 하트로 완전히 변신했다. 그의 연기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감으로 손색이 없지만, 베를린영화제에서는 로저스 역의 앤드류 스콧(Andrew Scott)이 은곰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링클레이터 감독은 하트를 바(바텐더), 테이블(작가), 홀과 코트 체크카운터(엘리자베스), 화장실(피아니스트), 계단(로저스)으로 움직여가며 대화를 유도한다. 알콜과 자기파괴적인 행동으로 일자리를 빼앗긴 하트의 마인드를 360도 입체적으로 보여주면서도 카메라는 다이나믹하게 움직인다.

Blue Moon by Richard Linklater #NYFF63
하트의 몰락은 개인적 비극에 머물지 않는다. 문화사에는 늘 이런 아이러니가 반복된다. 프랑스 작곡가 조르주 비제가 카르멘 초연의 혹평 끝에 요절했듯, 하트 또한 브로드웨이의 새로운 질서 속에서 잉여가 되었다. 역사는 언제나 뒤늦게, 장례식 이후에야 패배자를 ‘거장’으로 호명한다.
제목 '블루 문'은 한 달에 두 번 뜨는 희귀한 보름달을 의미한다. 하트의 삶은 짧고 말년에는 고통스러웠지만, 그의 아름다운 노랫말은 여전히 울려 퍼진다. 링클레이터와 호크가 이어온 30년의 협업은 하트를 다시 무대 위로 불러내며 '승자의 기록' 너머의 서사를 따뜻하게 재현한다.
Blue moon
You saw me standin' alone
Without a dream in my heart
Without a love of my own
Blue moon
You knew just what I was there for
You heard me sayin' a prayer for
Someone I really could care for
And then there suddenly appeared before me
The only one my arms will hold
I heard somebody whisper, "Please adore me"
And when I looked, the moon had turned to gold
-Lorenz Hart
NYFF63 Show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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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filmlinc.org/nyff2025/films/blue-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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