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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Minari)'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 관객상 수상

리 아이삭 정(Lee Isaac Chung)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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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감독 리 아이삭 정(오른쪽 끝)과 출연진. © Sundance Institute | Photo by Miguel Mendoza

 

한인 2세 리 아이삭 정(Lee Isaac Chung, 정이삭, 1978- ) 감독의 '미나리(Minari)'가 2020 선댄스영화제 최고상인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했다.

 

 

'미나리'는 리 아이삭 정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다. 1980년대 캘리포니아주의 제이콥 이(스티븐 연 분)와 모니카(한예리 분) 부부는 딸 앤(노엘 조 분), 6살 박이 아들 데이빗(알란 S. 김 분)을 데리고 아칸소에 정착한다. 하루에 수천마리의 병아리 감별사로 10여년간 일던 제이콥은 농장을 사서 한국 과일과 야채를 심기 시작한다. 어느날 한국에서 할머니 순자(윤여정 분)가 와서 이 가족과 함께 살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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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ari" by Lee Isaac Chung

 

아칸소에서 태어난 정 감독은 예일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한 후 유타대학교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2007년 르완다 내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 '문유랑가보(Munyurangabo)'로 칸영화제에 초대됐으며, 부산국제영화제, 뉴욕의 '뉴 디렉터스, 뉴 필름스(New Directors, New Films)'에서 상영된 바 있다. 이후 '행운의 삶(Lucky Life, 2010)'과 아비게일 함(Abigail Harm, 2012)'을 연출했다.  예일대에서 만난 홍콩 출신 아트 테라피스트 발레리 추와 결혼한 그는 LA에 살며, 유타대학교의 영화과 교수로 강의한다.

 

*다음은 2008년 3월 3일 뉴욕중앙일보에 실린 리 아이삭 정 감독과의 인터뷰를 보완한 것입니다.

 

 

 

"아칸소 벗어나 큰 세계 보고 싶었다"

'뉴 디렉터즈/뉴 필름즈' 초대된 리 아이삭 정 (Lee Isaac Chung)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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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ector Lee Isaac Chung. © Sundance Institute | Photo by Miguel Mendoza

 

브루클린에 사는 한인 2세 리 아이삭 정 감독의 데뷔작 '문유랑가보(Munyurangabo)'가 오는 26일부터 링컨센터와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열리는 신인 감독영화제 '뉴 디렉터즈 뉴 필름즈'에 초대됐다.

 

정 감독이 연출.촬영.편집을 담당한 '문유랑가보'는 르완다 내전을 배경으로 두 친구의 여정을 통해 가족과 증오의 문제를 다룬 작품. 정 감독은 이 영화로 지난해 5월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대됐다.

 

아칸소에서 태어난 정 감독은 예일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한 후 유타대학교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뉴 디렉터즈 뉴 필름즈'에는 이 영화제에는 한국 영화 '기담' 등 26편이 초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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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yurangabo" by Lee Isaac Chung

 

-'문유랑가보'를 만들게된 경위는.

 

리 아이삭정: 르완다에서 대학살로 인해 남겨진 고아들을 가르치던 한 남성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 나서였다. 살해자들이 석방되자 고아들은 선생에게 '아버지를 죽인 사람이 어디서 살고 있는지 알고 있다. 왜 복수를 하면 안되는가'하고 물었다고 한다. 여기서 착안해서 복수를 위해 르완다 수도 키갈리에서 시골로 가는 청년이 과연 복수를 포기할 수 있을까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아프리카는 처음 갔나.

 

리 아이삭 정: 처음이었다. 이전에 우스만 셈벤을 비롯해 시싸코 맘베티 등 아프리카 감독의 영화를 봤다. 하지만, 서구인들이 아프리카에서 찍은 영화는 피하려고 했다. 그런 영화는 아프리카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르완다 문화에 직접 빠져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제작비는 어떻게 조달했나.

 

리 아이삭 정: 실제 제작비용은 가족과 친구의 도움으로 약 4천달러가 들었다. 그런데,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면서 후반작업과 마케팅 비용으로 2배 이상이 들어갔다. 현재 여러 나라에 판권이 팔리면서 수입이 들어오고 있다.

 

-촬영 팀과 기간은.

 

리 아이삭 정: 나와 시나리오를 함께 쓴 샘 앤더슨 음향 기술자 제니 룬드 셋 뿐이었다. 나머지 촬영팀은 현지에서 가르쳤던 학생들을 훈련시켜서 썼다. 촬영에는 11일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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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yurangabo" by Lee Isaac Chung

 

-배우는 어떻게 찾았고, 연기는 어떻게 지도했나.

 

리 아이삭 정: 면접하면서 찾아낸 주인공 웅가보와 상구아는 실제 영화 속 인물과 비슷한 경험을 했다. 제작 매니저이자 영화 속에 시인으로 나오는 에두아르드 밤포리키와 자동차를 타고 언덕을 오르내리다가 녹색계곡 지대에 있는 집을 한 채 발견했다. 집 주인과 이야기하다가 오디션까지 하게 됐고 상구아의 부모로 캐스팅하게 됐다. 연기는 너무 극적이거나 감정을 투사하지 않도록 유도했다. 통역을 통해 지도해서 과정도 느리고 어려웠다.

 

-칸 영화제에 참가한 소감은.

 

리 아이삭 정: 그토록 큰 영화제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건 무척 감격적인 일이었다. 아프리카 배우와 스탭들에게는 더 그랬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여섯명이 갔다. 배우들은 르완다 밖에 처음 나갔으며 바다를 본 것도 처음이었다.

 

-르완다에서 상영했나.

 

리 아이삭 정: 영화에 관련된 사람과 가족들에게만 보여주었다. 본 사람들은 매우 르완다같은 영화라고 했다. 그것이 우리 영화의 목표였다. 나는 르완다의 관객을 위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올 여름 경 정식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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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꿈은.

 

리 아이삭 정: 10대에는 상원의원이 되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리석은 꿈이었다. 지금은 정치에 대해 회의적이다. 내가 다니던 조그만 시골학교에서는 5~10%만이 대학에 갔다. 누나는 어릴 적 나의 우상이었다. 누나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예일대에 갔고, 나도 가고 싶었다.

 

-자랄 때 인종적으로 다양하지 못한 환경이었을텐데.

 

리 아이삭 정: 내가 자란 곳은 섬처럼 무척 고립된 곳이라 처음부터 인종적인 편견이 많았다. 우리는 등산, 낚시, 캠핑을 하면서 자연 속에 동화될 수 있었다. 그래서 생물학을 전공한 것이다. 친구들 대부분이 고향에 남아 결혼하고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난 어서 고향을 벗어나 더 큰 세계를 보고 싶었다. 여행을 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고향의 자연이 그리워진다.

 

-한국영화를 좋아하나.

 

리 아이삭 정: 한국영화에 잘 빠져든다. 특히 홍상수와 이창동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 영화학교 다닐 때 '박하사탕'을 봤고 이창동 감독을 주제로 논문도 썼다. 부모님이 1970년대 이민오셨기 때문에 영향을 받아 그 당시 한국인으로서의 노스탤지어가 내게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박하사탕'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최근에 한국에 가면서 또는 한국영화를 보면서는 상당한 거리감을 느낄 때도 있다.

 

박숙희 기자 Sukie Park/The Korea 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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