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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무명의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워싱턴 DC에서 뉴욕으로 오는 엠트랙 기차에 있었다. 프린스턴 정션에서 기차를 갈아타야 했는데, 역을 나왔다. 프린스턴대학교에 가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가 흠모하던 F. 스캇 피츠제럴드의 흔적을 찾아서... 이후 하루키는 그리스 섬과 이탈리아에서 3년을 지내면서 '상실의 시대(Norwegian Wood)'를 썼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 

 

<32> 아인슈타인과 하루키의 자취, 프린스턴(Princeton, N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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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제랄드, 하루키, 이창래... 문인을 다수 배출한 프린스턴대학교 전경.

 

 

뉴욕에서 가까우면서도 먼듯한 뉴저지 프린스턴 대학교(Princeton University)로 오랜만에 가게 된 것은 고대 그리스 도기 거장 베를린 화가(Berlin Painter) 특별전을 보기 위해서였다.

 

생각해보면 20여년 전 어학생으로 처음 뉴욕에 와서 들어간 수업에서 '프린스턴의 아인슈타인'이라는 에세이를 읽었던 기억이 있다. 20세기의 천재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프린스턴 주민이었다. 그의 기이한 행동을 소개한 수필이었던 것 같다. 프린스턴대 앞 나쏘 스트릿(Nassau St.) 서점과 상점에는 이 동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인물인 아인슈타인 T셔츠와 각종 기념품이 진열되어 있다.  아인슈타인이 살아있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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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 T셔츠

 

미국 생활에 익숙해진 후 다시 찾은 프린스턴은 고요한 대학촌같은 느낌이다. 소위 북동부 명문대 '아이비 리그(Ivy League)' 8강(브라운, 컬럼비아, 코넬, 다트마우스, 하버드, 유펜, 프린스턴, 예일) 중의 트로이카(하버드, 예일, 프린스턴)인 프린스턴대학. 대학촌 중에서도 '문학동네'라는 애칭이 더 어울릴 것 같다. 프린스턴은 대대적으로 위대한 작가들을 양산했다.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의 F. 스캇 피츠제럴드가 축구공을 찼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연구원과 강사로 지내며 아침마다 조깅했고, 지금 소설가 이창래 교수가 와인을 즐기며 소설 창작법을 가르치는 캠퍼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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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옛적 프린스턴 엽서

 

프린스턴을 여유롭게 구경하려면, 라비린스 책방이나 커피숍 입구에 비치된 'Discovery Map'을 픽업해서 흥미로운 곳을 찾아 다니는 것도 좋다. 페더럴 양식의 덧문이 많은 주택이 줄지은 나쏘 스트릿과 위더스푼 스트릿 코너엔 멋진 튜더 스타일의 건물이 있다. 이곳에 뜻밖에도 고급 시계방과 쥬얼리 숍이 있었다. 학생보다 교수들을 위한 숍일 터이다. 와인숍은 하나 발견했는데, 뉴욕보다 가격이 상당히 높았다. 역시 학생과 교수들간의 2분화된 상권이 형성된듯한 인상이었다. 

 

 

# 프린스턴 대학교 Princeton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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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딕 리바이벌(Collegiate Gothic) 양식의 캠퍼스가 고풍스럽다.

 

성채같은 건물들 사이로 헨리 무어, 데이빗 스미스 등 현대조각들이 서있는 프린스턴 대학교 캠퍼스에서 담쟁이 덩쿨(Ivy) 담벼락을 보니 '아이비 리그'를 인증하는듯 하다.  캠퍼스 여기저기에 방문객들이 기념촬영을 하면서 상아탑의 공기를 즐기고 있었다. 수재들의 신선한 에너지가 감도는 캠퍼스를 거닐다 보면, 인구밀도가 빡빡한 맨해튼의 컬럼비아 캠퍼스보다 고풍스러운 느낌의 건물들과 속속 마주하게 된다. 

 

프린스턴시는 1675년 델라웨어강변에 설립됐다. 프린스턴 대학교는 1746년, 뉴저지주 엘리자베스에 개교되었으며 이름은 '뉴저지 대학교(College of New Jersey)'로 지어졌다. 이듬해 뉴왁으로 옮겨졌다가, 9년 후엔 프린스턴으로 캠퍼스를 영구 이전했다. 이름은 1896년에서야 프린스턴 대학교로 개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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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덩굴로 덮힌 건물 담벼락. 아이비 리그임을 상기시킨다.

 

미국과 세계 대학 순위를 발표하는 U.S. News & World Report는 2017년 #1 대학으로 프린스턴을 선정했다.17년 동안 무려 15회(10회 단독, 5회 하버드대와 공동 1위)에 오르며, 미 최고의 대학으로 공인됐다. 하버드대보다 앞서는 것에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그러나, 다른 톱 클래스 대학교들과는 달리 프린스턴에는 법대, 의대, 경영대, 사범대가 없다. 그래서 은근히 동창회 기부금이 적은 가난한 대학이 아닐까 하는 우려는 기우였음이 판명됐다. 하버드(327억 달러), 텍사스대(254억 달러), 예일대(239억 달러), 스탠포드대(214억 달러), 프린스턴(207억 달러)로 튼실한 대학이다. 현재 미 연방대법원의 대법관 9인 중 3인(사무엘 알리토, 소니아 소토마요, 엘레나 케이건)은 프린스턴대 출신이지만,  법대가 없기에 예일대와 하버드 법대에서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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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nry Moore(1898–1986), Oval with Points, 1969–70, Bronze

 

프린스턴 졸업생 중인 노벨상 수상자가 41명에 이르며, 국가 과학메달 수상자 21명, 로즈 장학생 209명, 그리고 대통령 두명(제임스 매디슨, 우드로우 윌슨), 영부인(미셸 오바마), 리 아이오코카(크라이슬러 자동차 CEO) 등 재벌들과 작가(F. 스캇 피츠제럴드, 유진 오닐, 토마스 만, 토니 모리슨, 조이스 캐롤 오츠...), 그리고 할리우드 스타(지미 스튜어트, 브룩 쉴즈, 데이빗 듀코브니)가 프린스턴 캠퍼스를 활보했다. 

 

 

#프린스턴대 미술관 Princeton University Art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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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ug and Mike Starn, (Any) Body Oddly Propped, 2015 메트로폴리탄뮤지엄 루프가든에 '빔 뱀부'를 설치했던 더그와 마이크 스탄 형제의 조각이 프린스턴미술관 앞에 설치되어 있다.

 

하버드대, 예일대도 근사한 뮤지엄을 갖추고 있지만, 1882년 개관한 프린스턴대학교 미술관의 소장 규모는 9만2천여점으로 톱 클래스다. 로비의 현대미술 갤러리에서 지하엔 지중해(고대 그리스, 로마)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갤러리, 2층엔 유럽 미술,중세/비잔틴/이슬람 미술, 미국미술, 현대미술, 사진 갤러리와 특별전 갤러리가 미술관의 광범위한 컬렉션을 입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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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도기 장인 '베를린 화가' 특별전이 6월 11일까지 계속된다. 

 

6월 11일까지 열리는 베를린 화가 특별전 외에도 소장품 컬렉션을 두루 감상할만 하다. 자그마한 한국 도자기 진열관에는 고려 청자, 백자와 분청 10점이 전시되어 있는데, 1960년대 한국에서 살았던 미국인 건축가 친구 데보라 나치오스 가족이 2006년에 기부했던 컬렉션 중 두 점이 보여 반가왔다. 외교관이셨던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어디에 기부할까 고민하더니, 모교의 미술관으로 결정했다고 했다. 데보라 나치오스는 스미스칼리지 졸업 후 프린스턴 대학원 건축과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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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백자, 고려 청자, 분청 등 한국 도자기들이 전시된 진열관.

 

프린스턴미술관 셀프-가이드 브로셔에서 선정한 컬렉션 중 하이라이트는  프랭크 스텔라의 'Kingsbury Run', 중국 송나라 부처상, 일본 가마쿠라 시대 쇼토쿠 왕자 조각, 나이지리아 요루바 아티스트의 튜닉 의상, 마야문명의 '프린스턴 화병', 고대 이집트 장례 부조, 윈슬로우 호머의 회화 '창가의 여인', 그리고 앤디 워홀의 '블루 마릴린 먼로' 등 12점을 꼽고 있다. 어디까지나 지역적 시대적인 고려를 한 하이라이트. 

 

나로서는 모딜리아니 갤러리와 낯선 여성작가들의 작품이 눈에 띄었다. 칸딘스키의 제자이자 애인이었던 가브리엘 뮨스터(Gabriele Munter), 18세기 스위스 화가 안젤리카 카프만(Angelica Kauffman)이었다. 미술사의 그늘에 있는 여성화가들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진다. http://artmuseum.princeton.edu

 

*고대 그리스 도기 거장 '베를린 화가' 개인전

 

 

#프린스턴대 교회 Princeton University Chap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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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스턴대 교회

 

캠퍼스 안의 고딕 양식 교회, 내부의 스테인드글래스 창문이 어쩐지 낯설지 않다. 바로 컬럼비아 대 인근 세인트 존 더 디바인 성당(St. John the Divine Catherdral)의 건축가 랄프 아담 크램(Ralph Adams Cram)이기 때문이다. 크램이 영국 중세의 작은 성당을 본따 설계한 프린스턴대 교회는 1924년 착공해서 1928년 완공될 때까지 230만 달러(2016년 가치 3210만 달러)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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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딕양식, 스테인드글래스

 

외관은 펜실베니아 사암,과 가장 자리는 인디애나 석회암이 사용됐다. 완공 당시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대학 교회였다. 최대는 영국 캠브리지의 킹스칼리지 채플이라고. 2000년부터 2년간 1천만 달러의 보수 공사를 거쳤다. 2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교회는 예배 외에도 졸업식, 오리엔테이션 등 특수 행사가 열린다. 1960년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가 설교를 했다. 

 

 

# 라비린스 서점 Labyrinth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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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컬럼비아대 인근은 폐점했지만, 프린스턴대 앞 나쏘 스트릿에 남아있는 라비린스 서점.

 

맨해튼의 수많은 책방을 삼킨 아마존(Amazon)이 25일 컬럼버스 서클 타임워너빌딩에 서점을 열었다. 컬럼비아대 어학생으로 왔기에 어퍼웨스트사이드에서 6년을 살았다. 인근의 자그마한 책방 라비린스(Labyrinth)는 토트백도 열심히 들고 다녔는데, 그 마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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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outofprintclothing.com

 

그런데, 프린스턴대 앞에는 생존해 있었다. 프린스턴의 메인 스트릿인 나쏘 스트릿에 서 있었다. 어찌나 반가왔던지. 뉴욕의 허리케인같은 부동산 개발 붐에서 50여마일 떨어져 안전한 프린스턴인 것이다. 사실 책방에서 책보다 더 관심 있는 것은 카드나 티셔츠였지만. 뉴욕공립도서관 숍에서 '위대한 개츠비' 티셔츠를 사서 잘 입고 있는데, 바랜 청색의 '어린 왕자'가 맘에 쏙 들어 하나를 사갖고 나왔다. http://www.labyrinthbooks.com

 

 

# 알버트 아인슈타인 하우스 Albert Einstein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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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버트와 엘사 아인슈타인

 

"저는 이렇게 친절한 나라와 프린스턴의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새 집을 갖게 되어 매우 행복합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1935-

 

E=mc²의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독일제국에서 태어나 1921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후 1935년 프린스턴으로 이주했다. 사촌 엘사와 두번째 결혼 후 보금자리를 프린스턴에 마련했는데, 워낙 유명했고 헤어스타일도 눈에 띄었기 때문에 거리를 지날 때마다 말 거는 사람들 때문에 괴로와서 "미안합니다! 난 늘 아인슈타인 교수로 오인되지요.'라고 응수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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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 하우스

 

아인슈타인은 1955년 76세로 프린스턴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을 때 부검을 하면서 가족의 동의 없이 그의 두뇌를 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는 아인슈타인이 그토록 지성적이었는지를 신경과학자들이 연구하기 위해서였다고. 아인슈타인의 유골은 화장되어 아무도 모르는 곳에 뿌려졌다고. 1999년 주간 타임지는 '20세기의 인물'로 아인슈타인을 선정했다.

 

아인슈타인이 살며 연구했던 이 집은 프린스턴대 고등연구소(Institute for Advanced Study)의 재산이지만, 개방하지 않는다. 밖에서만 구경할 수 있다. 112 Mercer St, Princeton, NJ 08540   

 

 

# 무라카미 하루키와 F. 스캇 피츠제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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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무라카미 하루키는 프린스턴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네소타주 세인폴에서 태어난 F. 스캇 피츠제럴드(1896 –1940)는 프린스턴대 입학 후 축구부에 들어갔지만, 탈락해서 글쓰기에 전념하다가 1917년 중퇴했다. 당대 최고의 소설이 될 '위대한 개츠비'는 1925년 첫 출간됐다. 

 

1984년 무명의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워싱턴 DC에서 뉴욕으로 오는 엠트랙 기차에 있었다. 프린스턴 정션에서 기차를 갈아타야 했는데, 역을 나왔다. 프린스턴대학교에 가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가 흠모하던 F. 스캇 피츠제럴드의 흔적을 찾아서... 이후 하루키는 그리스 섬과 이탈리아에서 3년을 지내면서 '상실의 시대(Norwegian Wood)'를 썼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 

 

그리고, 1991년 프린스턴대학교에 작가 연구원(writing fellow)으로 왔다. 이때는 일본의 진주만 공습 50주년이라 미국내 반일 감정이 흉흉했다. 하루키는 "당시 미국의 애국적이며 마초적인 분위기는 그리 달갑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하루키는 이듬해 객원 강사로 체류 기간을 연장했다. 이후 하버드대 연구원을 지냈는데, 미국 생활 기간 중 쓴 소설이 '태엽 감는 새 연대기(The Wind-Up Bird Chronicle)'다. 하루키의 프린스턴대와 하버드대 연구원 생활의 이야기는 한국에서 출간된 에세이집 '슬픈 외국어'에서 나온다. 하루키는 2008년 뮤지션 퀸시 존스와 함께 프린스턴대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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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초판 표지(왼쪽)와 2006년 하루키의 일본어 번역판.

 

 

번역가이기도 했던 하루키는 30대 후반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소설인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60살 이전까지 일본어로 번역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2006년 57세에 그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하루키는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피츠제럴드의 소설을 접하면서 내가 소설 쓰는 작업에서 더 구조적으로 복잡하고, 때로는 더 세련되어지는 과정을 거쳤다... 변역 후 어떤 새로운 빛을 본 것같은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 레스토랑 아그리콜라 커뮤니티 이터리(Agricola Community Eat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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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 레스토랑 아루굴라는 미슐랭 3스타 퍼세와 프렌치 론드리 출신 셰프가 키친을 총 지휘하고 있다.

 

프린스턴대 인근에서 요기할 식당을 Yelp에서 찾아봤는데, 끌리는 식당이 별로 없었다. 대학촌이라서 공부하느라 식비도 쪼들리고, 식도락가들이 별로 없는가 싶다. 뉴욕대 인근의 팔라펠 전문 마모운스(Mamoun's Falafel)'는 뉴욕 본점보다 크고, 깔끔했다. 가장 인기있는 식당으로 보이는 아그리콜라 커뮤니티 이터리(Agricola Community Eatery)는 튜더 스타일 건물에 자리한 업스케일의 레스토랑이다. 창문 안으로 키친이 '오픈되어서' 식욕을 당기고 있었다.

 

아리콜라가 내가 좋아하는 이탈리아 채소의 영어식 발음 '아루굴라(Arugula)'와 이태리식 발음 '루콜라(rucola)'의 합성어인가 하고 콘크리트같은 머리를 굴려봤더니, 그게 아니라 라틴어로 농부(farmer)를 뜻한다고. 이름에서 눈치챌 수 있듯이 이 식당은 요즘 한창 유행인 '농장에서 식탁까지(farm-to-table)'를 모토로 하는 곳이다. 프린스턴대에서 6마일 거리에 121에이커에 달하는 농장에서 기른 채소와 육류를 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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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샌드위치(위)와 야채 국수 샐러드.

 

미슐랭 3스타 퍼세(Per Se)와 프렌치 론드리(French Laundry)의 토마스 켈러(Thomas Keller) 아래서 일했던 요리사 조쉬 톰센(Josh Thomsen)이 지휘하는 식당에서 뮤지엄 들어가기 전 브런치를 시도했다. 농장에서 기른 채소로 만든 국수(Great Road Farm Vegetable “Noodles” cured pork belly, poached egg, smoked mushroom broth)은 탄수화물 없이 채소를 국수처럼 썰어 그윽한 양이 나는 버섯 국물을 자작하게 넣고 달걀 반숙, 삼겹살 구이를 올렸다. 라멘 국물보다 적고, 샐러드 드레싱보다는 많다. 이 메뉴가 미슐랭 2 수준은 될 정도로 참신하고, 재료의 맛을 하나하나 음미할 수 있었다. 

 

터키 샌드위치(Turkey Sandwich, slow-cooked turkey, bacon, pickled red onions & zucchini, herb aïoli)도 맨해튼 카츠 델리처럼 부드러우면서도 깊은 맛을 냈다. 분위기도 시골풍에 모던한 인테리어가 아늑하다. Eleven Witherspoon St. Princeton, NJ. (609) 921 2798, http://agricolaeate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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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채널의 '컵케이크 전쟁'에서 우승했다는 베이커리. '하우스 오브 컵케이크(House of Cup Cakes)'. 에스프레쏘, 망고, 피나 콜라다, 메이플 월넛 등 다양한 메뉴를 자랑한다. 32 Witherspoon St. 609-924-0085. https://houseofcupcakes.com

 

 

# 피코크 인 The Peacock I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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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코크 인

 

프린스턴에서 하룻밤? 이 동네 유일의 럭셔리 호텔 피코크 인에서는 F. 스캇 피츠제럴드, 어네스트 헤밍웨이 등 유명 작가들이 금주법 시대에 지하 'Peacock Alley'에서 몰래 술을 퍼마셨던 곳으로 알려졌다. 1779년 오픈해서 1875년 프린스턴호텔컴퍼니가 구입해 지금의 장소로 이전했다. 이 컴퍼니의 회장으로 재직했던 한 교수는 프린스턴대의 상징색인 블랙과 오렌지색을 제정한 인물이라고. (프린스턴대의 마스코트는 호랑이, 캠퍼스 곳곳에 조각이 있다.).   

 

1911년 주인이 바뀐 후 충정, 맛있는 음식과 행운을 상징하는 '공작(peacock)'로 호텔 이름을 개명했다. 아인슈타인이 프린스톤으로 이주했을 때 피코크 호텔에 10일간 머물렀다고 한다. 1954년, 2006년 주인이 다시 바뀌었고, 3년간 보수공사를 거쳐 2010년 다시 오픈했다. 이후 프린스턴대를 방문하는 정치인, CEO, 외교관, 배우, 스타 등 유명인사들이 머무는 곳이 되었다고.

 

크리스탈 샹들리에, 몰톤 브라운 샴푸,로션을 구비하고 있다. 객실은 16개에 불과하지만, 레스토랑에선 테이스팅 메뉴도 제공한다. 20 Bayard Lane, Princeton, NJ.  http://www.peacockin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