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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way Beat <14> 대역, 단역 배우에서 브로드웨이 스타로


"너의 결석은 나의 기회...우리도 한때는 대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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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리바이벌 뮤지컬 '애니싱 고우즈(Anything Goes)'에서 대역 출신 서튼 포스터(중앙). Photo: Joan Marcus



브로드웨이 공연을 보러 가면 극장 입구에서 어셔들이 좌석을 안내하며, 프로그램 '플레이빌(Playbill)' 나누어준다. 런던의 웨스트엔드 극장에선 프로그램을 사야하지만, 브로드웨이에서는 무료다.


플레이빌 안에는 배우들 얼굴(근사한 헤드숏)이 소개되어 있다. 주역, 조역. 단역에 해당되는 앙상블(ensemble), 엑스트라 격인 코러스(chorus) 그리고 대역, 언더스터디(understudy)이다. 앙상블도 겸하는 대역은 주연이 공연하지 못하게 되는 사정이 되는 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무대에 오른다. 오페라에서도 소프라노나 테너 대역이 주연 성악가가 아프거나, 부상당했을 때 기회를 잡는 것처럼 브로드웨이도 마찬가지. 실제로 메트오페라의 대역은 공연 전 링컨센터에서 몇 마일 안에 대기상태로 있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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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뮤지컬 '온 더 타운' 플레이빌 표지. 주요 캐스트 페이지와 앙상블 연기자 페이지.



또한. 영화에선 엑스트라나 단역, 오페라에선 코러스, 발레에선 코르드발레(corp de ballet, 군무 무용수) 격인 코러스도 때로는 주연으로 부상할 때가 있다. 배우 케빈 코스트너, 발레리나 서희도 그런 케이스다. 롤링스톤스의 믹 재거와 밀애를 나운 멜라니 햄릭은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의 스타(수석 무용수)가 아닌, 코르드발레가 아닌가? 브로드웨이에서도 앙상블이나, 코러스에서 출발해 스타덤에 오른 배우들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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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뮤지컬 '애니싱 고우즈' 포스터 앞에서 한인 앙상블 레이몬드 리가  대역 출신 주연배우 서튼 포스터를 가리키고 있다.



관객들은 플레이빌지에 끼어있는 메모(오늘 *** 역은 ***가 맡습니다)를 보고, 실망할지 모른다. 그러나, 대역에게는 기회다. 무대 위에서 주역으로 날개를 달고, 춤과 노래를 하며 자신의 재능을 입증할 수 있는 절호의 챈스. 


*PEOPLE: 레이몬드 리(이장욱)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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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난 후 뮤지컬 팬들은 조로 스타의 사인을 받기 위해 스테이지 도어 앞에서 기다린다. '온 더 타운'에서 클레어 역의 엘리자베스 스탠리가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그러기에 플레이빌 속의 앙상블과 대역도 주목해둘만 하다. 우리도 미래의 스타를 발굴할 수 있기에. 한때 대역이었던, 한때 앙상블이었던 브로드웨이 스타들은 누구일까?



브로드웨이 대역, 앙상블에서 스타로 도약한 배우들                                                         



# 서튼 포스터와 '완벽하게 모던한 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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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ything Goes'에서 왼쪽 끝이 레이몬드 리. 크루즈에서 해군들과 춤을 추는 서튼 포스터. Photo: Joan Marcus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인디애나 존스 2, 미궁의 사원(1984)' 첫 장면은 상하이의 한 클럽에서 케이트 캡쇼가 '애니싱 고우즈(Anything Goes)'를 노래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후 캡쇼는 스필버그의 부인이 됐다. 


2011년 브로드웨이에서 리바이벌된 뮤지컬 '애니싱 고우즈'의 스타 서튼 포스터(Sutton Foster)가 품어내는 카리스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포스터는 '그리스(Grease)' '레 미제라블(Les Misérables)', '애니(Annie)' 등에 출연하며 브로드웨이에서 잔뼈가 굵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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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roughly Modern Millie'  Photo: Joan Marcus



포스터는 2002년 '완벽하게 모던한 밀리(Thoroughly Modern Millie)'에서 밀리의 대역으로 캐스팅됐다. 주연은 브로드웨이 스타 크리스틴 체노위스(Kristin Chenoweth)가 맡기로 했었다. 그런데, 체노위스가 TV 시트콤에 출연하게 되며 출연을 거절했고, 플랜 B로 캐스팅된 에린 딜리는 제작진과의 불화로 하차하게 된다. 


이에 무명의 서튼 포스터 플랜 C로 부상하면서 토니상 여우주연상까지 맡으며, 브로드웨이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서튼 포스터는 이후 '작은 아씨들(Little Women), '드라우지 샤프론(The Drowsy Chaperone), '영 프랑켄스타인(Young Frankenstein)', '슈렉(Shrek the Musical)' '애니싱 고우즈' 그리고 '바이올렛(Violet)'에 출연하며,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타가 되었다.



# 켈리 오하라와 '피아자의 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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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나'에서 켄 와타나베와 켈리 오하라. Photo: Paul Kolnik



현재 링컨센터에서 공연 중인 리바이벌 뮤지컬 '왕과 나(The King and I)'에서 안나 역으로 2015 토니상 여우 주연상을 받은 켈리 오하라(Kelli O'Hara)도 한때는 앙상블이었다. 크리스틴 체노위츠가 다녔던 오클라호마 대학교에서 오페라/성악를 전공한 오하라는 '지킬박사와 하이드씨(Jekyll & Hyde)의 앙상블로 데뷔한 후 스티븐 손하임의 '폴리스(Follies)'의 앙상블로 무대에 올랐다.


이후 2002년 '성공의 달콤한 향기(Sweet Smell of Success)'에서 수잔 역으로 주목받고, 2005년에는 '피아자의 불빛(The Light in the Piazza)'에서 주연 클라라 역으로 캐스팅됐다. 이후 '파자마 게임' '남태평양' '매디슨카운티의 다리'에 이어 '왕과 나'에서 주연을 맡게 된다.



# 오드라 맥도날드와 '카루셀'


Audra McDonald (Photo by Shevett Studios).jpg Photo: Shevett Studios


지난해 토니상 6회 수상으로 신기록을 세운 오드라 맥도날드(Audra McDonald)도 한때는 코러스(엑스트라)였다. 맥도날드는 줄리아드음대 졸업 후 '비밀의 화원(The Secret Garden)'에서 코러스로 출연한 후 전미 투어에 참가했다. 



Audra McDonald (Photo by joan-marcus).jpg 카루셀에서 오드라 맥도날드


이어 링컨센터에 올려진 리바이벌 뮤지컬 '카루셀(Carousel)'에서 캐리 역으로 출연하며 첫 토니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몇년 전 카네기홀에서 휴 잭맨과 함께 함께 '카루셀' 콘서트에서 노래한 오드라 맥도날드를 본 적이 있다. '카루셀'로 그녀는 성공의 회전목마를 탄 셈.


그 이후로 맥도날드는 브로드웨이의 톱 클래스 배우 자리를 지키며 5개의 토니상(거쉰의 포기와 베스, 태양 아래 건포도, 래그타임, 마스터클래스, 에머슨 바&그릴의 레이디 데이)을 집으로 가져갔다. 



# 매튜 모리슨과 '풋루즈'


hairspray.jpg 뮤지컬 '헤어스프레이'에서 매튜 모리슨.



TV 뮤지컬 '글리(Glee)에서 음악교사 역으로 스타덤에 오른 섬세한 배우 매튜 모리슨(Matthew Morrison)은 브로드웨이 출신이다. 그는 2000년 뮤지컬 '록키 호러 픽쳐 쇼(Rocky Horror Picture Show)'에서 앙상블이었다. 뉴욕대 티쉬스쿨에서 연기를 배우다 중퇴한 후 2002년 케빈 베이컨 주연 히트영화 '풋루즈(Footloose)'를 각색한 뮤지컬에서 앙상블 겸 대역으로 출연하게 된다. 그리고, 전미 순회공연에선 조연 척(Chuck)의 역할과 함께 주인공 렌(Ren)의 대역까지 맡게 됐다.


매튜 모리슨은 또한 뮤지컬 '헤어스프레이(Hairspray)'의 링크 라킨 대역으로 캐스팅됐다. 그런데, 주연을 맡았던 제임스 카르피넬로가 리허설 도중 하차하면서 주인공 트레이시 역의 배우 마리사 자렛 위노커가 제작진을 구워 삶아서 모리슨이 링크 역에 전격 발탁됐다. 


FindingNeverlandcCarolRosegg(1)Photo by Carol Rosegg.jpg 'Finding Neverland' Photo: Carol Rosegg



이후 대역에서 벗어난 모리슨은 '피아자의 불빛(The Light in the Piazza)'으로 토니상 후보에 올랐으며, '남태평양(South Pacific)'에도 출연했다. 그리고, TV 드라마 '글리(Glee)'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후 뮤지컬 '파인딩 네버랜드(Finding Neverlandas)'의 주인공 J.M. 배리 역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 파티나 밀러와 '시스터 액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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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피 골드버그 주연의 히트 영화 '시스터 액트'를 각색한 뮤지컬 '시스터 액트(Sister Act)'는 파티나 밀러(Patina Miller)라는 스타를 키웠다.


대개 신작 뮤지컬은 브로드웨이에 입성하기 전 작은 도시 소극장에서 시험적으로 무대에 올린다. 2006년 캘리포니아 파사데아 플레이하우스에서 초연된 '시스터 액트'에서 주인공 가짜 수녀(?) 들로리스 역은 돈 루이스가 맡았고, 파티나 밀러는 앙상블 겸 들로리스 대역이었다. 이후 윤색을 거치면서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개막했을 때 파티나 밀러가 주연으로 발탁됐다. 그리고, 브로드웨이 초연 때도 당당하게 주연으로 무대에 오르게된 것.


파티나 밀러는 이후 리바이벌 뮤지컬 '피핀(Pippin)'으로 토니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할리우드 영화 '헝거게임(The Hunger Games)'과 CBS 드라마 시리즈 'Madam Secretary'에도 출연하게 된다.



# 버나뎃 피터스와 '집시'


BP_Roses_Turn1-joan-marcus.jpg '집시'에서 버나뎃 피터스.


한때 할리우드 배우 스티브 마틴의 연인이었던 브로드웨이 연기파 버나뎃 피터스(Bernadette Peters)와 영화 'LA 스토리'에서 스티브 마틴과 공연했던 '섹스 앤더 시티'의 스타 사라 제시카 파커의 공통점은 브로드웨이 아역 배우 출신이라는 점이다. 사라 제시카 파커는 뮤지컬 '애니'에서 고아 줄리 역을 맡다가 주연 애니 역으로 출연한 바 있다.


버나뎃 피터스는 13살 때 스티븐 손하임의 뮤지컬 '집시(Gypsy)'에서 할리우드 블론드와 데인티 준의 대역으로 전미 순회 공연에 합류했다. 그러나, 한동안 피터스는 자신의 경력에 '데인티 준'을 올려서 허위로 의혹을 받았다. 사실 데인티 준 역은 수지 마틴(Susie Martin)이 맡았다가 은퇴했다. 그러나, 피터스가 대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바이오에 넣었던 것이다. 


피터스는 결국 1996년 카네기홀 콘서트에서 "엄마가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피터스는 '애니, 총을 들어요(Annie Get Your Gun)'로 토니상을 받고, 할리우드까지 진출했다.



# 셜리 맥클레인과 '이브의 모든 것'


Shirley-MacLaine-shirley-maclaine-4705229-257-320.jpg 셜리 맥클레인


가수 윤복희씨를 연상시키는 할리우드 배우 셜리 맥클레인(Shirley MacLaine)도 한때 대역이었다. 배우 워렌 비티의 누나이기도 한 맥클레인은 1954년 무명시절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이브의 모든 것(All About Eve)에서 기회주의자 이브 역을 맡은 캐롤 해니의 대역이자 앙상블로 캐스팅됐다. 그런데, 어느 날 해니가 부상으로 출연하지 못하게 되자 셜리 맥클레인이 기회를 잡았다. 


mac-pajamagame.jpg '파자마 게임'에서 셜리 맥클레인


이날 객석에는 할리우드의 파워 제작자 할 월리스가 앉아있었고, 맥클레인에 반해 할리우드로 스카웃하게 된다. 그리고,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The Apartment' '스위트 채리티(Sweet Charity)' 등에 주연하며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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