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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흑인 뮤지컬, 연극 르네상스

'모타운' '알라딘' '애프터 미드나잇' '올 더 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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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스티븐 손하임 시어터에 올려진 연극 '트립 투 바운티풀'. 79세의 시실리 타이슨은 토니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Welcome to Great White Way!
브로드웨이 극장가의 별명이기도 하다. 왜 위대한 백색의 길인가? 1880년 브로드웨이에 전깃불 가로등이 들어서고, 이후 전깃불이 반짝이는 광고판이 세워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민족의 용광로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Great White Way’는 ‘위대한 백인의 길’로 풍자되기도 한다. 브로드웨이 극장계는 유대인 극장주와 작가들, 게이 배우들이 ‘점령’하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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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할렘의 코튼 클럽을 배경으로 한 재즈 뮤지컬 '애프터 미드나잇'.
 
The Color Black
그런데, 2014년 겨울의 브로드웨이 컬러는 다르다. 오바마 행정부 2기가 무르 익어가는 동안 할리우드에서 블랙 파워가 부상했고, 지난해만 해도 ‘노예 12년’ ‘리 다니엘의 버틀러’ 외에 흑인 이야기를 그린 영화들이 쏟아져 나왔다. TV 브라운관에서도 흑인 앵커와 MC 및 흑인 출연진이 급증했다. Thank you, Obama!
우연일까? 2013 토니상 뮤지컬 최우수 여우주연상(파티나 밀러/피핀), 연극 최우수 여우주연상(시실리 타이슨/트립 토 바운티풀), 그리고 뮤지컬 남우주연상(빌리 포터/킹키 부츠) 등 3개 부문 연기상을 흑인 배우들이 휩쓸었다. 
 
Black is Beautiful
극장가도 요즈음은 ‘Black Broadway’로 채색되어가고 있다.
지난해 토니상 시상식을 기억해보라. ‘시스터 액트’로 스타가 된 파티나 밀러가 뮤지컬 ‘피핀’으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고, 노령의 시실리 타이슨은 ‘트립 토 바운티풀(The Trip to Bountiful)’로 연극 부문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그런가하면, ‘킹키 부츠’의 빌리 포터는 뮤지컬 부문 남우 주연상을 받아갔다. 토니상 4대 연기상 부문에서 3개 트로피를 흑인 배우들이 석권한 것이다. 
 
지난해 7월엔 헤비급 복서 마이크 타이슨이 브로드웨이 롱에이커 시어터에서 원 맨 쇼 '마이크 타이슨: 논쟁없는 진실(Mike Tyson: Undisputed Truth)'이 12일간 공연됐다. 연출은 '올드 보이'를 리메이크한 흑인 감독 스파이크 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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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뮤지션들의 산실, 디트로이트 모타운 레코드사 대표 베리 고디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모타운'.

 
연극인들이 갑자기 흑인들에 구애를 하고 있는 것일까? 백인 뮤지컬이 고갈됐기 때문일까? 이번 시즌 주목을 끄는 뮤지컬은 할리우드 영화를 각색한 ‘록키’와 ‘킹콩’이다. 브로드웨이 제작자들은 할리우드 히트작에서 뮤지컬감을 찾을 만큼 찾아왔다. 이전까지 브로드웨이에서 흑인 이야기는 소외되어 왔으며, 그러기에 흑인 이야기는 지금 브로드웨이에서 참신해 보이는 소재인 것이다. 
 
그러면, 흑인 배우들만 전성기를 맞고 있을까?
아니다. 브로드웨이의 파워맨은 극장주 다음으로 희곡작가다. 중국계 데이빗 헨리 황이 아시아계 이야기를 써야 아시아계 배우들이 배역을 맡게되는 것처럼, 희곡작가는 직업을 창출하는 신(God)이다. 흑인 작가들도 증가 추세다. 2002년 '톱 독/언더독'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수잔 로리 팍스를 비롯 에릭 로클리, 도미니크 모리소, 린 노타지, 카토리 홀에 이어 신인 타렐 맥크레이니 등도 주목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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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is Powerful
또한, 흑인 대통령과 흑인 뉴욕시장의 아내는 물론 수퍼 파워 커플 비욘세와 제이 지까지, 오늘 미국 내 블랙 파워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정점에 이르렀다. 정치력과 함께 보통 흑인들의 구매력도 전례없이 커졌다. 브로드웨이는 지금 Great Black Way로 향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전설적인 복서 무하마드 알리도 한때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1969년 권투 경기가 금지됐을 때 변호사비와 가족 부양을 위해 '벅 화이트(Buck White)'라는 뮤지컬에 출연했다. 이 작품은 흑인 최초의 제작자로 알려진 오스카 브라운 주니어가 조셉 돌란 투오티의 희곡 '빅 타임 벅 화이트(Big Time Buck White)'를 각색하고, 연출까지 한 작품이다.
 

 

The Color of Broadway 

브로드웨이에 공연 중이거나 도래할 흑인 주도 작품을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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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딘 Aladdin
‘라이온 킹’ ‘메리 포핀스’에 이은 디즈니의 야심작 ‘알라딘’이 이번 시즌 브로드웨이에 상륙한다. 1992년 알란 멘킨과 팀 라이스 콤비의 음악으로 무장한 만화영화를 각색, 2011년부터 시애틀, 세인트루이스, 토론토 등지에서 시연했다.
 2월 26일 뉴암스테르담 시어터에서 프리뷰에 들어갈 ‘알라딘’엔 흑인 배우들이 다수 출연한다.사실 중동 지역 출신 배우들이 캐스팅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흑인 배우들이 어부지리가 됐다.  제임스 먼로 이글하트가 지니 역으로, 클리프톤 데이비스가 술탄 역으로, 니키 롱이 댄스 앙상블의 대장으로 등장한다. ‘알라딘’은 3월 20일 공식 개막한다.

 
 
after-midnight-matthew-murphy.jpg Photo: Matthew Murphy
# 애프터 미드나잇 After Midnight
1930년대 할렘의 전설적인 재즈 클럽 ‘코튼 클럽’ 이야기와 랭스턴 휴즈의 시와 듀크 엘링턴 등의 음악을 담은 콘서트형 뮤지컬 ‘애프터 미드나잇(After Midnight)’엔 모든 출연진이 흑인이다. 단 한명, 특별 게스트 k.d. 랭을 제외하고는 올 블랙 캐스트로 제작됐다. ‘아메리칸 아이돌’의 스타 판타지아, k. d. 랭에 이어 토니 브랙스턴과 베이비 페이스, 바네사 윌리엄스로 이어지는 리드 싱어는 이 뮤지컬에서 4곡을 부른다.

k.d. 랭이 턱시도를 입고 노래하는 공연을 보았는데, 뮤지컬 ‘모타운’처럼 백인이 소수계로 전복된 공연이 신선했다. 그러나, 재즈엣링컨센터의 디렉터이자 트럼펫주자 윈턴 마살리스가 구성한 오케스트라는 다수가 백인이었다. 브룩스 앳킨스 시어터에서 공연 중이다.
 
 
# 태양 아래 건포도 A Raisin in the sun
1959년 미국 내 아직도 인종차별이 심할 때 흑인 희곡작가 로레인 한스베리가 발표한 ‘태양 아래 건포도(A Raisin in the Sun)’이 10여년 만에 브로드웨이에 리바이벌된다. 3월 8일 에델 배리무어 시어터에서 프리뷰에 들어가는 이 연극의 주연은 할리우드 스타 덴젤 워싱턴과 다이안 캐롤이다.
시드니 포에티어 주연 할리우드 영화로도 제작됐던 ‘태양 아래 건포도’는 10여년 전 래퍼 숀 (P. 디디) 콤이 토니상 5회 수상 기록의 오드리 맥도날드와 공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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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더 웨이 All the Way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올 더 웨이(All the Way)’는 퓰리처상 수상 작가 로버트 셴칸 원작이다.
브랜든 디어덴이 킹 목사로, 최근 TV 시리즈 ‘브레이킹 배드’로 에미상을 수상한 브라이언 크랜스톤이 린든 존슨 대통령으로 등장한다. 2월 10일 닐 사이먼 시어터에서 프리뷰에 들어갔으며, 3월 6일 공식 개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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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타운 Motown: The Musical
‘모타운: 더 뮤지컬’은 흑인 스타들의 산실이었던 디트로이트의 음반사 ‘모타운’ 이야기를 담았다. 다이애나 로스, 스티비 원더, 마이클 잭슨, 스모키 로빈슨, 마빈 게이 등 당대 흑인 가수들의 산실이었던 모타운 창설자 베리 고디 주니어의 실화가 스타들의 히트송과 함께 그려진다. 지난해 토니상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티켓이 잘 팔리는 뮤지컬이다.

*리뷰: 뮤지컬 '모타운'의 롱런 히트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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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립 투 바운티풀 A Trip to Bountiful
지난해 브로드웨이 스티븐 손하임 시어터에는 3인의 흑인 배우들이 출연하는 연극 간판이 걸려있었다. 시실리 타이슨, 바네사 윌리엄스, 쿠바 구딩 주니어가 출연한 ‘트립 투 바운티풀’. 호튼 푸티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이 연극은 1953년 올 백인 캐스팅으로 초연됐었다. 그로부터 60년 이후 올 블랙 캐스팅으로 ‘트립 투 바운티풀’이 브로드웨이에 올려진 것이다. **세의 시실리 타이슨은 토니상 연극 부문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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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핀 Pippin
1972년 브로드웨이에 초연되어 77년까지 롱런된 뮤지컬 ‘피핀’에서 주연을 맡았던 흑인 배우 벤 버린은 1973년 토니상 뮤지컬 부문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전설적인 밥 포세가 연출과 안무상을 받아갔다. 
지난해 뮤직박스 시어터에 리바이벌된 ‘피핀’는 토니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리바이벌 뮤지컬상, 최우수 여우주연상(파티나 밀러), 조연여우상(안드레아 마틴), 연출상(다이안 폴러스)을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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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키 부츠 Kinky Boots
지난해 토니상 최우수 뮤지컬상 등 6개 부문상을 휩쓴 ‘킹키 부츠’는 가수 신디 로퍼 작곡에, 브로드웨이의 대부 격인 하비 파이어스틴이 제작했다. 남우 주연상은 주인공 롤라 역으로 분한 흑인 빌리 포터가 받았다. 빌리 포터는 카네기 멜론대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한 후 UCLA에서 시나리오를 공부했으며, 이후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알 허쉬필드 시어터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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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온 킹 The Lion King
1997년 초연된 브로드웨이 흥행의 왕 ‘라이온 킹’은 물론 흑인 배우들이 무성하다. 1998년 토니상 5개 부문을 석권한 ‘라이온 킹’은 줄리 테이머의 역작이지만, 자메이카 출신 가스 페이건이 안무상을 거머쥐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캐스트로는 무파사 역에 사무엘 E. 라이트, 심바 역에 제이슨 라이즈, 날라 역에 헤더 헤들리, 사라비 역에 지나 브리드러브 등 흑인 배우들이 대거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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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도프의 사치모 Satchmo at the Waldorf
오프 브로드웨이에서도 블랙 파워가 부상 중이다.
위대한 트럼펫주자 루이 암스트롱의 삶을 다룬 연극 '왈도프의 사치모’가 지난 2월 15일 개막됐다.
이 연극은 1971년 루이 암스트롱이 뉴욕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가졌던 콘서트에서 그가 삶을 회고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사치모'는 암스트롱의 별명이다. 웨스트사이드 시어터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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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전쟁에서 돌아오셨네(Father Comes Home from the Wars
'톱 독/언더독(Topdog/Underdog)'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 수잔 로리 팍스(사진)의 신작  '아버지 전쟁에서 돌아오셨네(Father Comes Home from the Wars)'가 3월 14일부터 22일까지 다운타운 퍼블릭 시어터에서 공연된다. 이 작품은 흑인 노예 주인공(Hero)이 주인의 연합군 전투에 참전하는 것을 고민하는 1부, 대포 알 앞에서 충성심을 시험당하는 2부, 그리고  주인공의 가족이 그의 귀환을 기다리는 3부로 구성됐다. http://tickets.publictheater.org/production/?prod=239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