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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을 꿈꾸는 공연 도박사들

할리우드 영화, 쥬크박스 뮤지컬, 리바이벌

mamma-mia-ladies.jpg맘마 미아, Photo: Joan Marcus

 
브로드웨이는 도박장, 프로듀서들은 도박사들이다.
 
‘위대한 백색의 길(Great White Way)’로 불리우는 브로드웨이는 사실상 그 웅장한 세트와 조명, 노래와 춤처럼 항상 화려한 것은 아니다. 
브로드웨이의 40개 극장에 올려지는 공연 중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작품은 30% 내외다. 매주 7-10회 공연장 1000-3000여석을 메워야 한다. 무대에 올린 후 리뷰가 나쁘거나, 티켓 판매율이 저조하면, 극장주는 가차없이 막을 내려 버린다. 이것이 ‘브로드웨이 정글의 법칙’이다. 몇 개월간 수천만달러를 제작비와 공을 들여 무대에 올렸을지라도 언제, 고별 공연을 할지도 모르는 것이 브로드웨이 공연의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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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제작자들을 풍자한 히트 뮤지컬 '프로듀서'는 할리우드 영화가 원작.
올 봄 토니상 시상식을 앞두고 브로드웨이엔 신작들이 무대에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면, 브로드웨이 프로듀서들이 사랑하는 작품은 무엇일까?
 
베스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Rich Dad, Poor Dad)’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가 말했다. 
“맥도날드 햄버거보다 맛있는 햄버거를 만드는 음식점은 무수히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도날드가 성공한 것은 ‘소비자의 요구’에 가장 잘 적응했기 때문’이다.”
즉, 맥도날드는 가장 평균치의 맛에 가장 적당한 가격으로 대중의 입과 주머니를 충족시키는 햄버거를 생산해왔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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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는 치열한 경쟁터이며, 도박장을 방불케한다. 신작보다는 리바이벌, 무명보다는 스타를 선호하는 것이 브로드웨이 정글의 법칙이다. 
 
브로드웨이 소비자, 즉 관객의 과반수 이상은 관광객이다. 미 전역에서, 유럽에서 아시아에서 온 뉴욕 관광객들은 브로드웨이 공연을 필수 코스로 꼽는다. 그들을 사로 잡을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다수를 위한, 친숙하고 재미난 뮤지컬이다. 제작자들이 투자한 돈을 반드시 회수하려면, 관객에 친숙하며, 입맛에 맞는 단순한 스토리, 달콤한 노래로 관객을 무한의 판타지에 빠트려야 한다. 말하자면, ‘브로드 관객’에 호소할 수 있는 작품이다. 수천만 달러를 날리지 않기 위한, 안전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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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인기 그룹 '포시즌즈'의 노래를 메들리로 엮은 뮤지컬 '저지 보이스'는 전형적인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SP
 
▶친숙한 소재 브로드웨이는 새것, 오리지널한 것보다는 헌것, 친숙한 것을 선호한다. 이미 히트해서 줄거리가 알려진 할리우드 영화나 과거의 히트송이라면 웰컴이다. 할리우드 리메이크 뮤지컬이 쏟아지는 것, 아바•비틀즈•엘비스 프레슬리, 포시즌즈의 히트곡을 모은 쥬크박스 뮤지컬이 나오는 것은 이미 히트한 노래로 관객을 사로잡기 위해서다. 또한, 오리지널 브로드웨이의 히트 뮤지컬을 끊임 없이 리바이벌하는 것도 친숙성과 안전한 흥행을 노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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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스타 톰 행크스가 주연하는 '럭키 가이'가 4월 1일 브로드허스트 시어터에서 개막된다. SP
▶스타 캐스팅 대중은 스타를 사랑하며, 브로드웨이 관객도 스타를 갈구한다. 브로드웨이 전속 배우들보다는 할리우드에서 잠시 쉬면서 연기력을 공인받으려는 스타들이 외출한다. 브로드웨이 작품의 질과는 무관하게 스타가 출연하면, 티켓이 순조롭게 팔려나가고 어느 정도 흥행은 담보된다. 알 파치노, 휴 잭맨, 톰 행크스, 니콜 키드만, 줄리아 로버츠, 스칼렛 요한슨, 케이티 홈즈... 모두 브로드웨이 공연을 이력서에 첨가한 할리우드 스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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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뮤지컬 '북 오브 몰몬'
 
뮤지컬의 세계에선 도박과 다름없는 ‘창작’ 뮤지컬보다는 흥행이 입증된 ‘리바이벌’ 작품이 극장주/프로듀서들의 사랑을 받는다. 물론 예외도 있다. 
 
2011년 토니상 9개 부문을 석권한 블록버스터 뮤지컬 ‘북 오브 몰몬’은 할리우드에서 오지 않았고, 스타도 없었다. 노래(로버트 로페즈 작곡)도 인기 팝송이 아니었다. 친숙하기보다는 낯설은 ‘북 오브 몰몬’의 성공은 브로드웨이에선 기적에 가까울 정도로 아주 드문 일이다. ‘북 오브 몰몬’은 탄탄한 작품성은 찬사로 가득한 리뷰를 받으며, 흥행에도 성공한다는 교훈을 브로드웨이이 준 작품이다. 
 
 

브로드웨이 정글의 법칙

#1 할리우드 영화 리메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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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 스프레이'
 
브로드웨이는 할리우드를 사랑한다.  
디즈니가 뮤지컬 ‘라이온킹’을 블록버스터로 만들면서 브로드웨이 진출에 박차를 가하면서 ‘미녀와 야수’ ‘인어공주’ ‘타잔’을 각색해 연달아 무대에 올렸다. 하지만, ‘라이온킹’만한 히트작은 아직 나오지 못했다. 뮤지컬의 성공률은 이 정도일 뿐이다. 연극도 할리우드 영화를 재탕하는 작품이 수두룩하다. 
 
현재 공연 중인 연극 ‘뉴시즈(Newsies)’ ‘스파이더맨’이나 연극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는 할리우드가 고향이거나, 할리우드 영화로 더 유명해진 작품이다. ‘원스(Once)’는 아이리시 히트 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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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 무어와 패트릭 스웨이즈가 공연한 영화를 각색한 뮤지컬 '고스트'(왼쪽)와   한국에선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로 알려진 페이 더너웨이와 워렌 비티 주연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뮤지컬 '보니 & 클라이드'는 브로드웨이에서 단명했다. 
 
블록버스터 뮤지컬 '프로듀서'와 '헤어스프레이'는 할리우드가 고향이다.  '시스터 액트' '금발이 너무해(Legally Blonde)' '브링 잇 온(Bring It On)'은 할리우드에서 브로드웨이로 입성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 브로드웨이에 초연됐던 뮤지컬 '고스트(Ghost)' '보니 & 클라이드(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원작)'도 할리우드 영화를 리메이크했지만, 혹평받고 사라졌다.
 
 
다음은 올 봄 개막되는 할리우드 영화 원작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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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 헵번 주연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왼쪽)과  에밀리아 클락 주연 동명 연극.
 
▶‘티파니에서 아침을(Breakfast at Tiffany’s)’: 패셔너블한 오드리 헵번이 출연했던 ‘티파니에서 아침을’이 브로드웨이에 상륙했다. 뉴요커 트루만 카포티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연극에선 주인공 할리 고라이틀리로 분한 에밀리아 클락의 욕조 누드씬이 벌써 화제가 되고 있다. 헨리 만시니의 명곡 '문 리버(Moon River)'는 나오지 않지만, 고양이는 출연한다.
 
▶ ‘마틸다(Matilda)’: 4월 11일 슈버트시어터에서 개막될 뮤지컬 ‘마틸다’도 사실은 1996년 마라 윌슨과 대디 드 비토가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를 뮤지컬로 개작한 작품. 원작은 로알드 달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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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운티풀로의 여행(The Trip to Bountiful): 1985년 제랄딘 페이지 주연으로 만들어진 영화 ‘바운티로의 여행’을 리메이크한 연극이다. 이 영화로 페이지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2013년 브로드웨이는 오바마 정부에 걸맞게 시실리 타이슨, 쿠바 구딩 주니어, 바네사 윌리엄스의 흑인 캐스팅으로 리바이벌한다. 
 
이외에도 브로드웨이는 할리우드 영화 개작에 한창이다. 
 
제니퍼 빌즈 주연의 ‘플래쉬댄스(Flashdance)’, 제니퍼 그레이와 패트릭 스웨이즈가 공연한 '더티 댄싱(Dirty dancing)', 팀 버튼 감독의 ‘빅 피쉬(Big Fish)’, 잭 니콜슨, 톰 크루즈가 출연한 법정 드라마 '어 퓨 굿맨(A Few Good Men)', 드류 배리무어가 출연한 '에버 애프터(Ever After)', 디즈니 만화영화 '알라딘(Aladdin)', 에디 머피 주연의 코미디 '너티 프로페서(the Nutty Professor)', 미키 루크, 케빈 베이컨 등 할리우드 청춘 스타들이 출연한 컬트영화 ‘다이너(Diner)’, 알프레드 히치콕의 스릴러 '레베카(Rebecca)' 컨트리가수 로레타 린의 이야기를 그린 '광부의 딸(Coal Miner's Daughter)' 윌리엄 허트 주연의 '거미 여인의 키스(Kiss of the Spider Woman)', 그리고, 비틀즈의 초기 베이시스트 스튜어트 서클리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백 비트(Backbeat)'를 런던에서 수입해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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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월 런던의 웨스트엔드에서 본 뮤지컬 '백비트'가 곧 뉴욕에 상륙한다. 비틀즈의 오리지널 베이시스트였던 스튜어트 서클리프와 여자친구의 극적인 삶을 비틀즈 풍의 노래와 함께 선사한다. 영화가 원작.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2 쥬크박스 뮤지컬

new-rockofage.jpg 록 오브 에이지
술집에 가면 동전을 넣고 롤링스톤스나 비틀즈, 혹은 프랭크 시나트라 등의 히트송을 틀 수 있는 주크 박스 머신이 있다. 듣고 또 들어도 좋은 팝송이나 로큰롤에 스토리를 엮어 증정하는 것이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70년대 히트 그룹 아바의 노래를 엮은 ‘맘마 미아!’는 메가 히트를 기록하며 프로듀서들이 왕년의 록과 팝에 혈안이 되도록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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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년대 그룹 포시즌즈의 노래를 모은 ‘저지 보이스’ 80년대 로큰롤 메들리 ‘록 오브 에이지스’ 60대 히트그룹 셔릴스의 노래를 트는 ‘베이비 잇츠 유’그리고 비틀즈 이야기 ’레인’ 등이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려졌다.
 
1981년 다이애나 로스와 수프림스가 몸담았던 레코드회사 모타운의 이야기를 그린 브로드웨이 뮤지컬 ‘드림 걸스(Dreamgirls)’가 있었다. 이 뮤지컬은 2006년 비욘세, 에디 머피 주연으로 영화화됐고, 한국에서도 제작되어 미국에 역수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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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타운, 더 뮤지컬(Motown: The Musical)’: 4월 14일 룬트-폰테인시어터에 개막될 신작 뮤지컬 ‘모타운, 더 뮤지컬’은 마이클 잭슨, 다이애나 로스, 마빈 게이, 샘 쿡 등 흑인 스타들을 배출한 모타운 레코드사의 히트메이커 베리 고디의 이야기를 다룬다. 
 

#3 골든 뮤지컬 리바이벌

블록버스터를 꿈꾸는 브로드웨이는 다수의 관객에게 맞는 스토리를 재생산하는 것. 흥행 뮤지컬은 반드시 다시 찾아온다. 뮤지컬 ‘애니(Annie)’를 비롯 매튜 브로데릭 주연의 ‘네가 이해한다면 잘한 일(Nice Work If You Can get it)’, ‘로저스와 햄머스타인의 신데렐라(Rogers and Hammerstein’s Cinderella)’ 등이 리바이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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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공연됐던 '폴리스(Follies)'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가즈펠', 그리고 ‘애니싱 고우즈(Anything Goes)’ ‘헤어’‘시카고’‘노력하지 않고 비즈니스에서 성공하는 법(How to Succeed in Business Without Really Trying)’ 등이 흥행의 안전도를 고려해 리바이벌됐던 작품이다.
 
내년 3월엔 히트 뮤지컬 '레 미제라블'이 영화의 인기를 업고, 브로드웨이에 복귀한다. 다음은 올 봄 브로드웨이에 컴백하는 리바이벌 작품이다.
 
 
▶피핀(Pippin): 1972년 브로드웨이에 초연됐던 스티븐 슈와츠 작곡, 전설적인 안무가 밥 포세가 대본에 가담한 뮤지컬로 브로드웨이 사상 31번째 장기 공연 작품이다. 4월 25일 뮤직박스 시어터에서 공식 개막된다.
 
▶지킬 앤 하이드(Jekyll & Hyde): 4월 18일 마퀴스시어터에서 리바이벌되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1997년 브로드웨이에 초연되어 당시 리뷰는 좋지 않았으며, 150만 달러 이상 손해를 봤지만, 4년이나 장기 공연됐다.
 
이처럼 할리우드 영화 리메이크, 주크박스 뮤지컬, 그리고 리바이벌 뮤지컬의 범람으로 브로드웨이가 ‘예술로서의 창작 뮤지컬보다 관광객을 위한 기호상품으로 전락한다’는 비난도 쏟아진다. 그러나 이것이 브로드웨이의 자본의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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