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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File
2013.11.30 22:43

록 스타 피아니스트 랑랑(Lang L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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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스타 피아니스트 랑랑이 5월 14일 오후 8시 메트로폴리탄뮤지엄에서 콘서트를 연다. 메트뮤지엄 그레이트홀에서 열릴 이 리사이틀은 라이브 스트림으로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연주회는 메트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거울의 나라, 중국 패션'전에 맞추어 기획된 것이다. 

http://www.metmuseum.org/events/programs/concerts-and-performances/live-stream

 

"클래식 음악이라는 행성에서 가장 인기있는 아티스트" 

피아니스트 랑랑 Lang L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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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Philip Glaser

 

 

*이 인터뷰 기사는 한국 중앙일보 2011년 10월 29일 자에 실렸습니다.

Photos: http://www.camimus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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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에서 멀리지않은 중국 선양. 
두살 때 TV에서 만화영화 ‘톰과 제리’를 보던 소년을 사로잡은 것은 고양이 톰이 연주하던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이었다. 이 곡에 홀려 피아노 앞에 앉은 소년은 다섯살 때 선양 콩쿠르에서 우승해 베이징으로 유학갔다. 그리고 미국의 커티스음대에서 수학한 그는 17세에 미 라비니아페스티벌에서 대타로 무대에 오른다. 그날 밤 청년은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며 하루 아침에 스타가 된다.

중국이 낳은 피아니스트 랑랑(郎朗, Lang Lang, 29)은 박력있는 타건과 다이나믹한 무대 매너로 클래식 음악의 지도에 획을 그었다. 
뉴욕타임스는 “클래식음악이라는 행성에서 가장 인기있는 아티스트’, 주간지 타임은 “클래식의 엄숙함이라는 껍질을 벗긴 혁명아”라고 평했다.랑랑은 2008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서 세계 40억 이상 인구가 지켜보는 가운데 연주했으며, 이듬해엔 타임지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100인’에 선정됐다.

메가 수퍼스타 랑랑이 22일 자신의 영웅인 헝가리 출신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1811∼1886)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특별한 콘서트를 연다. 

 

랑랑은 필라델피아의 버라이존홀에서 필라오케스트라와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 제 1번과 헝가리 광시곡 제 2번을 협연한다. 샤를르 뒤트와가 지휘할 이 콘서트는 22일과 24일 세계 270개의 영화관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오는 12월 27일엔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콘서트를 연다. 랑랑과 E-메일로 인터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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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영웅 리스트에게 헌사

 

 -지금 어디에 있나.

 “비엔나필하모닉과 일본 투어 중이다.”

 

 (랑랑은 13·15일 도쿄, 16일 나고야를 거쳐 20·21·22일 필라델피아오케스트라와 연주한 후 25일 뉴욕 카네기홀, 28일 뉴저지퍼포밍아트센터(NJPAC) 무대에 오른다.)

 

 -투어엔 누구와 다니나.

 “엄마가 함께 다니신다.”

 

 (랑랑의 엄마는 소녀시절부터 무대에서 노래하는 것이 꿈이었다. 랑랑에게 피아노를 사준 것도 엄마였다. 아홉살 때 랑랑은 엄마를 떠나 아버지와 함께 베이징으로 유학갔다. 문화혁명기 음악가의 꿈을 포기한 아버지는 아들을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만들기위해 무엇이든 했다. 자서전 ‘천마일의 여정(Journey of a Thousand Miles)’에 따르면 랑랑과 부친은 때로 심한 갈등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투어가 많다. 집은 어딘가.

 “베이징과 뉴욕에 집이 있다.”

 

 -프란츠 리스트에 대한 첫 기억은.

 “두살 때 만화영화 ‘톰과 제리’를 본 것이다. 톰이 리스트가 작곡한 ‘헝가리 광시곡 제 2번’을 연주했다.”

 

*Tom & Jerry Hungarian Rhapsody No 2 Lisz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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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톰과 제리' 중 헝가리 광시곡 에피소드

 

 (유튜브에 있는 에피소드 ‘고양이협주곡(The Cat Concerto)’에서 고양이 톰은 턱시도를 입고 무대에 나와 ‘헝가리 광시곡 제 2번’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키보드 안에서 잠자고 있던 쥐 제리가 깨어나 톰의 연주를 경청하며 지휘한다. 톰이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연주하자 샘이 난 제리가 온갖 방해를 한다. 그래도 톰은 제리라는 장애물을 비껴가며 연주를 마친다. 연주가 끝나자 무대에서 청중의 갈채를 독차지하는 것은 제리다. 톰의 과장된 연주 매너가 랑랑과도 닮았다.)

 

 

 -톰과 제리 중 누구를 더 좋아했나.

 “둘 다 좋아했다. 톰이 광시곡을 연주했기 때문에, 아마도 톰을 더 좋아하지 않았나 싶나.”

 

 -리스트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는.

 “리스트는 나의 영웅이다.”

 

 (리스트와 랑랑은 공통점이 많다. 둘 다 엄격한 뮤지션 아버지 아래서 하루종일 피아노 연습에 매달렸고, 잘생긴 외모와 폭풍같은 무대 매너, 록스타같은 인기도 유사하다. 리스트는 리스트의 콘서트는 음악적인 활홀경에 빠지게하는 마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 전역에 걸친 리스트의 투어엔 여성팬들이 따라다녔으며, 리스트에세 손수건과 장갑을 던졌고, 리스트의 초상이 그려진 브로치를 달고 다녔다고 한다. 이름하여 ‘리스토매니아(Lisztomania)’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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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리스트 기념 콘서트는 영화관에서도 상영된다.

 “270개 극장에서 라이브로 중계할 것이다.”

 

 -영화관 상영으로 세계의 청중에게 다가가는데.

 ”하이테크놀로지로 더 많은 청중에게, 특히 신세대에게 도달할 수 있어서 기쁘다. 하이테크는 세계의 미래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인연이 깊다. 2008년 크리스토프 에셴바흐 지휘로 중국에서 투어 콘서트도 했다.

 “필라델피아는 내가 미국에 간 첫 도시다.(랑랑이 15세에 유학한 커티스음대가 필라에 있다.) 필라오케스트라는 훌륭한 교향악단으로, 이제까지 여러차례 협연했다. 중국에 온 첫 서방세계의 오케스트라이기 때문에 매우 의미가 깊다.”

 

 (1900년 창단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뉴욕필, 보스턴심포니, 클리블랜드오케스트라, 시카고심포니와 함께 미국의 ‘빅 5’ 오케스트라로 꼽힌다.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 유진 올만디, 리카르도 무티 등 명 지휘자들이 거쳐간 교향악단으로 1973년 미국 오케스트라로 최초로 중국을 방문해 연주했다. 데이빗 김 악장을 비롯 제1 부악장 줄리엣 강, 수석 비올리스트 장충진, 바이올리니스트 대니얼 한, 비올리스트 안나 마리 안 피터슨, 마빈 문씨 등 한인 연주자들이 활동 중이다. 랑랑은 베를린 필하모닉, 비엔나필하모닉, ‘빅 5’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최초의 중국 피아니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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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살 때 하루아침에 스타 

 

 -경력에서 전환점이라면.

 “17살 때 미국의 라비니아 페스티벌에서 마지막 순간 안드레 와츠를 대신해 무대에 오른 것이다. 그 때가 내 경력의 분수령이었다.”

 

 (랑랑은 1999년 일리노이주 하이랜드파크에서 열리는 라비니아 페스티벌에서 랑랑은 병이 난 피아니스트 와츠를 대신해 마지막 순간 무대에 올랐다. 크리스토프 에셴바흐 음악감독의 지휘로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제 1번을 연주해 스타덤에 오른다. 올 7월엔 라비니아페스티벌에 돌아가 시카고심포니와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 제 2번을 연주했다. 지휘봉은 12년 전처럼 에셴바흐가 잡았다.)

 

 

 -최근 클래식 잡지 ‘그라마폰’에서 기자로 첼리스트 요요마와 인터뷰했다. 어땠나.

 “그와 이야기하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난 무척 많은 영감을 받았다.”

 

 -어릴 적 롤 모델은.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와 (아서) 루빈스타인, 그리고 나의 멘토들인 게리 그래프만, 크리스토프 에셴바흐, 야핀 주 등이다.”

 

 -이젠 본인이 세계의 수많은 젊은 연주자들과 어린이들의 롤 모델이 됐다. 어떤 충고를 하고 싶은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명확히 하라. 그리고 자신의 목표에 집중하라, 더욱 더 연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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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랑과 아버지 랑 구오렌. www.sina.com.cn

 

 -아버지가 선양공군관현악단의 얼후 주자였다. 수년 전 카네기홀에서 아버지와 협연했는데. 부자간에 공연한 소감은.

 “아버지도 연주자라 매우 재미있었다.”

 

 -부모가 문화혁명을 체험했다. 아버지에게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은.

 “부모님은 내 학비까지 모든 것을 대주셨으며, 매우 엄격하셨다. 고통이 없으면, 소득도 없다.”'

 

 -고 마이클 잭슨은 “어린 시절이 없었다”고 말했다. 어려서부터 연주를 해온 자신의 어린 시절이 평범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나에겐 평범한 어린시절이 있었다. 아마도 다른 이들과 좀 다르겠지만. 하지만 난 그 자체로 즐겼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은 내 어린 시절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베이징에서 엄마와 떨어져서 공부할 때 무엇이 가장 그리웠나.

 “가정식 요리였다.”

 

 -북한에서 가까운 선양에서 태어났다. 시추안(사천)요리와 차이가 있나.

 “선양의 대표음식은 만두, 신 야채 등이 있다. 하지만, 시추안 요리처럼 맵지는 않다.”

 

 -한국에서 콘서트를 종종 했다. 한국에 대한 인상은.

 “한국 음식은 훌륭하며, 청중이 매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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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필하모닉의 음악감독 사이먼 래틀과 랑랑 Photo: Okruben Martin

 

 토크쇼 사회자가 됐을지도

 

 -본인의 연주에 대해 찬사가 많지만, ‘뱅뱅’ 두드린다는 평도 나왔다. 어떻게 생각하나.

 “난 나의 음악을 나의 방식대로 연주한다.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내 마음 저변에서 나온다.”

 

 -베이징올림픽, 백악관, 노벨상 시상식 등 여러 곳에서 연주했다. 만리장성이나 아크로폴리스나, 우주... 장래에 연주하고 싶은 장소가 따로 있나.

 “어떤 특별한 장소에도 열려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는가.”

 

 -지난해 여름 센트럴파크에서 연주했다. 당시 기분은.

 “2011 상하이엑스포를 경축하기위해 상하이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뉴욕필하모닉과 무대를 나눈 셈이었다. 2008년엔 센트럴파크에서 빨간색 피아노를 연주한 후 경매해서 지진 피해를 입은 시추안 지역에게 기부했다.”

 

 -콘서트 이전에 습관이 있나.

 “나 자신이 침착해지도록 한다.”

 

 -클래식 말고 듣는 음악은.

 “팝, R&B, 재즈 등 모든 장르의 음악을 듣는다.”

 

 -UNICEF 국제 친선대사로도 활동 중이다. 어떤 일을 하나.

 “UNICEF의 자선 임무를 지원하는 일을 홍보하며, 어린이들을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이다.”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확실히 바꿀 수 있다.”

 

 -피아노는 자신에게 무엇인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다.”

 

 -피아니스트가 아니었다면.

 “토크쇼의 사회자가 되어있지 않을까.”

 

 -60세에 본인의 모습을 상상하면.

 “여전히 피아노를 연주하고, 학생들을 많이 가르치고 있기를 기대한다.”

 

 -200년 후 어떤 연주자로 기억하고 싶은가.

 “청중에게 물어야할 것 같다.”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린이들이다. 그들은 세상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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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랑랑의 피아노와 미셸의 드레스,  백악관의 중미 정상 국빈만찬에서

 올 1월 19일, 이날 백악관에서는 오바마 행정부의 국빈만찬이 열렸다.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맞아 열린 만찬은 오바마의 취임 2주년 이브이기도 했다. 미셸 오바마는 이 특별한 날, 빨간색 알렉산더 맥퀸(후계자 사라 버튼의 작품) 드레스를 입었다. 물론 붉은색은 중국에서 행운을 상징하는 컬러다.

 

하지만, 그 드레스에 대해 오스카 드 라 렌타와 다이앤 폰 퍼스틴버그 등 뉴욕의 디자이너들은 비난의 화살을 쏘아댔다. 왜 미-중의 친선을 위한 디너에 하필 미국 디자이너 작품이 아니라 외국인(유럽), 그것도 자살한 동성애 디자이너의 옷이냐는 것. 미셸이 지난 13일 이명박 대통령 내외를 초청한 국빈만찬에선 두리 정씨의 보라색 드레스를 입어서 비난을 만회한 셈이다.

 

그런데, 이날은 드레스 뿐만 아니라 콘서트도 말썽이 됐다.

이날 초대된 랑랑이 택한 곡은 ‘나의 조국(My Motherland)’. 한국전을 소재로 한 중국영화 ‘상감령 전투(Battle on Shangganling Mountain, 1956)’의 주제가 이기도 했다. 그런데, 가사가 문제였다. “우린 총을 둔 늑대들과 싸운다”라는 내용의 노래는 아무래도 미중 정상을 위한 백악관 만찬에는 어울리지 않는 곡이었다.

 

 랑랑은 후에 “미국을 모욕할 의도는 없었으며,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곡으로 멜로디가 아름다워서 선택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박숙희 문화전문기자

 suki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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