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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아름다움'에서 '영원한 추억'으로...

플라워&이벤트 디자이너  예나 정  Yena Jung



00bestIMG_5341.jpg 예나 정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꽃은 열흘을 가지 못한다'고 했다.

예나 정(Jena Jung, 29)씨는 유한한 꽃, 그 순간의 아름다움을 영원한 기억으로 만들어주는 플라워 디자이너다.
메이시백화점의 2013 플라워쇼 ‘채색의 정원(Painted Garden)’에 특별 작가로 초대됐다. 정씨는 27일 메이시백화점 브로드웨이 입구
‘오늘의 부케(Bouquet of the Day)’ 무대에 대형 꽃꽂이 작품을 설치했다. 

핑크, 옐로, 퍼플의 화려한 오키드들이 페인트 깡통과 함께 어우러진 변주곡이 쇼핑객들을 반기고 있다. 

'오늘의 부케'엔 예나 정씨를 비롯 르헤 카졸라(Jorge Cazzola), 올리비에 쥐니(Olivier Giugni), 제인 패커(Jane Packet), 그리고 겐지 

타케나카(Kenji Takenaka)가 디자인한 꽃 설치작이 이틀씩 전시된다.  정씨의 작품은 28일 밤 퇴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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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노소 쇼핑객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촬영에 여념이 없다. SP


예나 정씨는 한때 투자은행가였다. 매일 꽃들과 마주하기 전엔 그녀는 돈과 숫자의 흐름을 관리하는 투자은행가로 일했다. 
2008년 금융위기와 함께 창의적이고, 몸과 가슴으로 뛰는 플라워와 이벤트 디자이너로 변신한 것이다.

27일 오후 메이시백화점의 '오늘의 부케' 설치작 앞에서 예나 정씨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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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시백화점 2013 플라워쇼의 주제 '채색 정원(Painted Garden)'에 걸맞는 예나 정의 '오늘의 부키' 설치작.  


-언제 설치했나.
“오늘 아침 5시에 일어나 꽃과 나무 등을 운반한 후 6시 반경부터 8시 반쯤까지 두 시간 동안 설치했다! 오늘 메이시 세일이 있어서 아침 일찍부터 고객들이 줄 서 있었다.”


-이 작품의 주제는.
“내 디스플레이 주제는 인도인들의 결혼식 텐트 안에 해체된 ‘채색 정원(Painted Garden)’이다. 페인트 깡통에서 꽃과 리본으로 만들어진 페인트가 흐른다.”


-브롱스의 뉴욕식물원에서 열리는 오키드쇼에 가지 않아도 되겠다.
“난 4종의 오키드를 사용했다. 블루 매직 반다 오키드(Blue Magic Vanda Orchids), 옐로와 오렌지 심비디움 오키드(Yellow and Orange Cymbidium Orchids), 푸치아 팔라에놉시스 오키드(Fuchsia Phalaenopsis Orchids), 그리고 퍼플 모카라 오키드(Purple Mokara Orchids)이다. 퍼플 오키드를 제일 좋아한다.”


-다섯명의 디자이너들이 이틀씩 ‘오늘의 부케’를 전시한다. 내일까지 전시 후 꽃은 어디로 가나.
“내일 저녁 철수할 때 원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예정이다. 백화점 직원들이 원하면 주려고 한다.

-결혼식이나 행사에서도 꽃은 센터피스지만, 몇 시간 후엔 사라지는데 디자이너로서 서운하지 않나.
“사실 꽃이 내게 들어오는 건 행사 사나흘 전이다. 일단 박스로 도착한 꽃을 꺼내 씻고 다듬은 후 행사 때 활짝 필 수 있도록 보살핀다. 
꽃꽂이를 한 후 행사에서 4-5시간 동안 절정에 달한다. 행사가 끝나면, 게스트나 원하는 단체에 보낸다. 보통 다음날까지는 가지만, 그리고는 피로해진 꽃들은 죽게된다.”


-본인이 디자인한 것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로 메이시 설치 작품이다. 이제까지 한 것 중 가장 큰 플라워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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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부케'를 감상하던 한 매거진 편집자 브랜디씨가 정씨가 디자이너라는 것을 알고 창의성에 놀라워했다.


-어떻게 플라워와 이벤트 디자인에 뛰어들게 됐나.
“이벤트에 관심을 가진 후 75명의 웨딩 플래너와 디자이너에게 이력서를 보냈다. 면접을 한 후 뉴욕의 여러 웨딩플래너들과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이벤트 산업에 폭 빠지게 됐다. 이벤트에서 가장 좋아하는 점은 플라워 디자인이었다.”


-플라워 디자인은 어떻게 배웠나.
“사실 하루 아침에 디자이너가 된 건 아니다. 플라워디자이너가 되고 싶었지만, 생활해야 했기 때문에 낮에는 PR 회사에서 사무직 일을 하면서 아침 일찍은 플라워숍에서 무보수로 일하기도 했다. 
플라워 디자인에 빠진 후 대형 플라워&디자인 회사 ‘플라워즈 오브 더 월드(Flowers of the World)’에 들어가서 트럼프 소호 호텔과 리츠 칼튼-배터리파크의 모든 행사를 운영했다. 그러면서 꽃, 디자인, 제작에 관한 모든 것을 배웠다. 
다른 여러 플라워디자인 회사에 프리랜서로 일했기 때문에, 여러 스타일의 꽃꽂이를 배울 수 있었다. 전통적인 플라워숍에서, 아주 모던한 플라워숍에서도 일했다. 난 플라워디자인 학교에 가지 않았지만, 실제로 일하면서, 체험으로 배웠다.”


jenayang2.jpg 예나 정의 작품.


-플라워와 이벤트 디자인에서 가장 매력적인 점은.
“내가 머리 속에서 디자인 아이디어를 구상한 후 현실에서 생생하게 구현되는 점을 사랑한다. 꽃이 어떤 공간이라도 변형시킬 수 있으며, 모든 행사의 분위기를 설정할 수 있는 점이 좋다. 이벤트 디자인에서 가장 좋아하는 때는 모든 테이블에 센터피스가 놓여지고, 조명이 드리워지고, 촛불이 켜지는 그 순간이다.”


-고객을 만나서 플라워 디자인을 설정하는 과정은. 어떻게 꽃과 주제를 선택하나.
“꽃은 어떤 행사나 기념식에서도 가장 중요하며, 대개 행사의 컬러 계획을 선택하면서 시작된다. 컬러를 선택하면서, 나는 전체적인 디자인 미학과 함께 영감을 주는 요소를 사용한다. 
난 종종 고객에게 그들이 좋아하는 사물의 이미지를 보여달라고 한다. 가장 좋아하는 꽃에서 미술작품까지 어느 것이라고, 혹은 좋아하는 패션 액세서리도 좋다. 그 모든 것이 내게 그들의 전체적인 미적 감각을 알 수 있게 하며, 이로써 우리가 함께 그 미학에 따라서 그들의 결혼식을 위한 룩을 디자인할 수 있게 된다. 
일단 디자인 컨셉이 나오면, 우리는 그 미학에 맞는 꽃을 선택하며, 디자인은 자체의 삶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투자은행가에서 플라워디자이너로…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나.
“우리 부모님은 항상 내가 직업을 시도하는 것을 지원해주셨다. 부모님은 내가 투자은행에 들어갈 때도, 그만 둘 때도 지원하셨고, 내가 여행을 갈 때, 또 내가 ‘플라워스 오브 더 월드’에서 이벤트 경력을 시작할 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내 자신의 회사를 시작했을 때도 전폭 지원해주셨다.”


-한인 부모들은 대개 자녀가 안정적인 직장을 갖기를 원하는데.
“난 부모님이 난 의사나 변호사를 밀지 않으신 것에 더 할 나위 없이 감사할 뿐이다. 부모님은 내가 내 꿈을 펼치고, 내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 내가 오늘 이 자리에 있는 것은 부모님의 사랑과 지원 덕택이다.”


-누가 롤 모델인가.
“부모님이시다. 내가 한 살 때 이민 오셔서 부모님은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하셨다. 나와 언니가 대학 갈 때까지 지원해주셨으며, 부모님의 지원과 근면으로 내 모든 것을 갖게 됐다. 부모님은 열심히 일하면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가르쳐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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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정씨의 '오늘의 부케'는 27, 28일 메이시 백화점 브로드웨이 입구에서 볼 수 있다. 


-지금 집에는 어떤 꽃이 있나.
“내 약혼자가 선물한 아름다운 노랑 수선화다! 약혼자는 조경 디자이너라 하는 일이 비슷하다!”


-본인의 결혼식에 웨딩 플래너를 고용하나.
“우린 오는 6월 결혼한다. 결혼식은 다운타운의 교회고, 리셉션은 세인트 레지스 호텔에서 한다. 거의 다 내가 계획을 세웠고, 도와주는 친구가 있다.” 


-다음 계획은.
“계속 아름다운 꽃꽃이를 만들고, 화려한 결혼식과 행사를 디자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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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ena Jung


서울에서 태어나 한살 때 가족과 함께 시애틀로 이민왔다. 보스턴의 웰슬리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뉴욕에 정착, Banc of America Securities에서 투자은행가로 일주일에 80시간씩 일했다. 2008년 몇 차례 여행 후 금융위기가 터졌고,  자신의 열정을 따라 플라워와 이벤트 디자이너가 되기로 결심했다. 2010년 대학 동창 이지연씨와 Blush Designs를 세웠으며, 최근엔 By Yena Design을 설립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http://byyenadesig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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