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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나 카테리나 안토나치.  Photo: Serge Derossi


메트 오페라를 거절한 유럽의 디바(Diva)

 

 

 

소프라노 안나를 만나러 가는 길은 역시 멀었다. 러시아 출신 스타 소프라노 안나 네트레브코(Anna Netrebko•41)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탈리아에서 온 안나 카테리나 안토나치(Anna Caterina Antonacci•51)의 이야기다.

 

 가창력과 미모에 카리스마까지 갖춘 두 안나의 길은 달랐다. 2002년 메트오페라에 데뷔한 후 이번 시즌 ‘안나 볼레나’, 다음 시즌엔 ‘사랑의 묘약’으로 개막할 스타 소프라노 네트레브코. 그녀는 벌써 메트에서만 100편 이상 출연해오며 메트의 간판 스타가 됐다.

 

 그런데, 안토나치는 놀랍게도 메트에 아직까지 입성하지 못했다. 2006년 메트에서 ‘돈 조반니’의 엘비라 역에 러브콜을 보냈다가, 취소한 후 루마니아 출신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를 캐스팅했다. 결국 게오르규도 하차하는 드라마가 벌어졌다. 대신 메트는 안토나치에게 ‘티토왕의 자비’에 캐스팅했으나, 그녀의 대답은 ‘No’였다. 디바 다운 거절이었다. 이후 메트 오페라와의 관계가 싸늘해진 것.

 


 그러나, 유럽에서 안토나치는 종횡무진하는 소프라노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2006년 안토나치는 그즈음 막 스타덤에 오르기 시작한 테너 요나스 카프만과 런던 로열오페라단의 ‘카르멘’에서 공연했다. 코벤트가든 위에 오른 이탈리안 디바에 대해 영국 신문 ‘데일리 텔레그라프’는 ‘우리시대의 마리아 칼라스’라고 극찬했다.   *안토나치의 ‘하바네라’ 감상하세요.   *마리아 칼라스의 '하바네라'는 이곳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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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한 음색과 풍부한 성량, 그리고 무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갖춘 소프라노 안나 카테리나 안토나치가 8일
  링컨센터 앨리스털리홀 콘서트에서 반주자 도날드 설젠과 청중의 호에 답하고 있다. Photo: Sukie Park

 

 

 이탈리아 명 지휘자 리카르토 무티 등의 찬사를 받으며 유럽 무대를 던 안토나치가 지난 8일 앨리스털리홀에서 리사이틀을 열었다. 1100석 내외의 홀엔 그녀의 파다한 소문을 들은 음악 애호가들이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특히 얼마 전 ‘마농(Manon)’의 오프닝 나잇에서 네트레브코가 고음을 부실하게 처리하는 탓에 실망한 음악팬들은 새로운 안나에 주목하고 있었을 테다.

 


 이번 리사이틀은 1999년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 열었던 데뷔 콘서트에 이어 13년 만의 공연이다. 오후 5시 콘서트에 5분 늦게 갔는데, 아뿔사! 인터미션까지 기다리라는 어셔의 말을 들었다. 메트오페라도 포즈(pause)에선 지각생들이 들어갈 수 있는데, 안토나치의 콘서트에서 예외는 없었다. 45분을 꼬박 공연장 밖에서 기다려야했다. 포레와 레오놀드 한(Hahn)의 1부는 고스란히 놓쳤다.

 

 지각이 죄였고, 출입 금지가 벌이었다는 것이 2부에서 드러났다. 안토나치는 마스카니, 레스피기에서 칠레아, 토스티, 레피체까지 낯익고, 낯설은 이탈리안 가곡을 풍부한 성량과 기교를 온 몸으로 보여주었다. 청중은 애절하게 ‘앙코르’’브라바’를 외쳐댔다. 안토나치는 반주 가벼운 기메네즈의 곡으로 보너스를 시작해, 토스티와 포레의 세 곡을 청중에게 바쳤다.

 

 안토나치는 네트레브코보다 깊이 있으며, 게오르규보다 따뜻한 음색, 빼어난 미모와 카리스마. 3박자를 갖추었다. 51세의 안토나치가 언제 메트 무대에 오를 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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