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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코모 푸치니 페미니스트 오페라 '투란도트(TURANDOT)'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스펙터클 프로덕션 리바이벌

 

2018년 4월 5일 홍혜경 리우 역으로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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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acomo Puccini(left), Oksana Dyka in the title role and Aleksandrs Antonenko as Calaf in Puccini's "Turandot." Photo: Marty Sohl/Metropolitan Opera

 

 

왜 오페라에서 주인공 여인들은 왜 대부분 죽음으로 끝날까?

'라 보엠'의 미미,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 '리골레토'의 질다, '나비부인'의 초초상, 그리고 '카르멘', '토스카' '아이다'도 비극적인 죽음으로 최후를 맞는다.

 

반면 대부분의 남자 주인공들을 사랑, 질투, 전쟁, 불화 등의 역경을 딛고 살아남는다. 여 주인공은 비극적 결말, 남 주인공에겐 해피 엔딩. 그래서 오페라는 '여성 혐오적인 예술'이라는 비난도 받는다.

 

지아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 1858-1924)의 유작 오페라 '투란도트(Turandot)'는 색다른 작품이다. 

일본 배경 '나비부인'에 이어 중국을 배경으로 택한 '투란도트'에서 주인공 투란도트 공주는 강인한 여성이다. 공주는 복수심에 불타서 수수께끼 놀이를 하면서 풀지못한 신랑 후보자들을 처형하는 잔인한 인물이다. 사실 투란도트가 남자들을 처형하는 이유는 외국인 왕자에게 강간 살해 당한 선조 공주 로우링이 자신 속에 살고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의 복수를 하는 것이다. 지금 할리우드를 뒤흔든 프로듀서 하비 와인스틴 성추행 스캔달을 상기시키는 스토리다.

 

*오페라 '투란도트' 줄거리 <Classic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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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inal scene of Puccini's "Turandot." Photo: Marty Sohl/Metropolitan Opera

 

그런 의미에서 권력을 남용하는 '복수의 화신' 투란도트 공주는 부정적인 캐릭터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황제 아버지나 다른 남자들에 의해 휘둘리지 않고, 정략 결혼도 거부한 채 자신이 신랑감의 지력을 심판해서 선택하는 여성, 운명을 개척할 줄 아는 '모던 여성'이다. 그래서 고전 오페라 캐릭터 중에서는 가장 페미니스트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흥미롭게도 '라 보엠' '토스카' '나비부인' '마농 레스코'로 모든 주인공 여성들을 죽음으로 몰았던 푸치니는 '투란도트'를 작곡하는 도중에 후두암으로 숨을 거두었다. 그러나, 푸치니는 마지막 장면, 노예 리우의 자살까지만 작곡한 채 눈을 감았다. 그러자, 푸치니 친구인 지휘자 아르투로 토스카니니가 토리노 음악원장 프랑코 알파노에게 작곡을 의뢰했다. 알파노는 푸치니와 토스카니니가 주고받은 편지, 스케치 등을 모아 결말을 해피 엔딩으로 작곡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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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sana Dyka in the title role in Puccini's "Turandot." Photo: Marty Sohl/Metropolitan Opera

 

피날레에서 리우가 왕자의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하며 자살한다. 이후 칼라프는 자신을 거부하는 투란도트를 안고 열정인 키스를 한다. 이에 '얼음의 여신' 투란도트는 녹아버리고, 칼라프는 자신의 이름을 밝힌 후 포옹한다. 다음 날 투란도트와 칼라프는 백성 앞에서 '사랑의 환희'를 노래한다. Boy Meets Girl and They Lived Happily Ever After. 할리우드 식 해피 엔딩이다. 투란도트의 해피 엔딩 뒤에는 리우의 자결이 있었지만, 리우는 '갈대와 같은 변덕스러운 여자'가 아니라 충직한 인물이다.

 

1926년 밀라노의 스칼라 극장, '투란도트'가 세계 초연되었을 때 지휘봉을 잡은 토스카니니는 자살 장면까지만 공연한 후 "마에스트로 푸치니가 작곡한 부분은 여기까지입니다"라며 퇴장했다고 한다. 알파노의 작곡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일까?

다음날부터는 알파노의 결말까지 연주됐다. 때때로 푸치니의 순수성을 보전하기 위해 알파노 버전을 생략하는 공연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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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a Agresta as Liu Alexey Lavrov as Ping, and Oksana Dyka (background) in the title role of Puccini's "Turandot." Photo: Marty Sohl/Metropolitan Opera

 

11월 16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투란도트' 공연은 두 한인 성악가들이 포문을 열었다. 바리톤 차정철(Jeongcheol Cha)씨가 포고문을 발표하는 고위관리 만다린으로 등장, "투란도트 공주가 내는 수수께끼 세가지를 풀 수 있는 사람과 결혼할 것이며, 만일 한 문제라도 맞추지 못하는 경우에는 목숨을 바쳐야 한다"고 선언한다. 

 

문제를 풀지못한 페르시아 왕자의 처형을 앞두고 코러스가 노래한 후 메트오페라 33년 경력의 베테랑 소프라노 홍혜경(Hei-Kyung Hong)씨가 티무르 왕과 함께 등장한다. 가련한 노예 리우 역의 홍혜경씨는 1막의 "Signore ascolta!(주인님 들어주세요)"와 3막에서 자살 직전 "Tu che di gel sei cinta"(당신은 얼음에 싸여 있군요)를 서정적으로 불러 갈채를 받았다. 차정철씨는 '투란도트' 메트의 가을 공연에 줄곧 출연해왔고, 홍혜경씨는 16일에만 무대에 올랐다.  홍씨는 내년 4월 5일 리바이벌 '투란도트'에 리우 역으로 컴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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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6일 공연 후 커튼 콜에서 홍혜경(왼쪽에서 두번째)씨와 출연진, 지휘자.

 

*PhotoBang: 홍혜경, 차정철 출연 메트오페라 '투란도트' 커튼콜

 

카를로 리찌(Carlo Rizzi)가 지휘한 이날 공연에선 우크라이나 출신 소프라노 옥사나 다이카(Oksana Dyka)가 냉랭하며 파워풀한 공주로 투란도트로 분했다. 라트비아 출신 테너 알렉산드르스 안토넨코(Aleksandrs Antonenko)는 칼리프 왕자 역을 맡아 확신에 찬 발성으로 "Nessun dorma(아무도 잠들지 말라/공주는 잠 못 이루고)"의 하이 C(*한 옥타브 위의 도)의 고비를 넘어 찬사를 받았다. 루치아노 파바로티를 전설로 만든 곡이기도 하다.

 

*Luciano Pavarotti - Nessun Dorma 1994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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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I of Puccini's "Turandot." Photo: Marty Sohl/Metropolitan Opera

 

메트오페라의 '투란도트'는 '아이다'와 더불어 스펙터클하며, 현란한 무대 세트가 압권이다. 구 세대에겐 올리비아 핫세와 레오날드 화이팅 주연의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감독프랑코 제피렐리(Franco Zeffirelli)의 1987년 프로덕션. '투란도트'는 12세기 중국 북경의 황금색 궁궐을 무대로 얼음장처럼 무서운 투란도트 공주의 블루톤 의상, 코믹한 신하 트로이카 핑팽퐁의 의상과 춤, 그리고 200여명에 달하는 코러스와 무용수, 엑스트라까지 화려한 무대를 자랑한다. '라 트라비아타'와 '가면 무도회'는 현대 미니멀 버전으로 업데이트되었지만, '투란도트'는 클래식으로 남아야할 세트일 것이다. http://www.metopera.org

 

투란도트 Turandot

공연 일정: 2018 3/21(수) 7:30 PM,  3/24(토) 1:00 PM, 3/28(수) 7:30 PM, 3/31 8:30 PM, 4/5(목) 8:00 PM

티켓: $25(러시티켓)-$480 http://www.metopera.org/Season/2017-18-Season/turandot-puccini-tickets

 
 

*PhotoBang: 홍혜경, 차정철 출연 메트오페라 '투란도트' 커튼콜

*메트 오페라 2017-18 시즌: 이용훈, 강요셉, 홍혜경, 연광철, 캐슬린 김 공연

*How to get Met Opera Tickets 메트오페라도 할인되나요 

*An Interview with Peter Gelb 피터 겔브 메트오페라 단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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