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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이스트빌리지를 거닐다

Bagle & Cheese cake & Coffee


정정욱/뉴욕컬처비트 인턴기자


이스트 빌리지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jpg


뉴욕 여름비는 우리나라 봄비처럼 가볍게 내리고, 어느새 그친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우산을 잘 쓰지 않는다. 창문 밖을 내다 보면 마치 비가 내리지 않는 것처럼 걷는 사람들 때문에 비가 그친 줄 착각할 때도 있다.  보슬보슬 가볍게 비가 내리는 날, 우산을 들고 여유롭게 걸을 수 있는 이스트 빌리지를 찾았다. 이스트 빌리지는 맨해튼 동남쪽 바워리 스트릿(Bowery St.)/3애브뉴의 동쪽, 북으로 14 스트릿과 남으로 하우스턴 스트릿(Houston St.) 사이에 자리해 있다.

 

1960년대 말. 낮은 임대가격 때문에 많은 예술가와 뮤지션, 학생, 히피족들이 이스트빌리지로 이주해왔다. 이 지역은 뉴욕 반체제 문화 중심지였고, 펑크 록, 뉴요리칸(Nuyorican) 문학 운동을 비롯해 각종 예술 운동의 출생지이자 역사적인 고향이었다. 바스퀴아, 마돈나, 샤론 스톤도 한때 이스트빌리지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이스트빌리지) 비오는 이스트빌리지 모습.jpg


수십 년 간의 지역 개발로 고급 주택화되었지만 여전히 다민족 젊은이들의 에너지가 가득하며, 활기찬 밤 분위기, 예술적 감성이 느껴진다.   


지하철 1애브뉴 역에 내리니 조용한 동네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비가 내려서 일까? 사람들도 별로 없고, 주택들이 많았고, 학교도 있었다. 사람 사는 동네 같았다. 


2애브뉴로 향하니 화려한 간판은 없지만 깔끔한 숍들이 많았다. 프랑스, 일본, 멕시코, 태국 등 다민족 레스토랑들이 즐비하고, 특히 타임지 100에 두 번이나 선정된 데이빗 장의 레스토랑 모모푸쿠 누들바(Momofuku Noodle Bar)도 이 곳에 자리하고 있다. 간판이 없어 하마터면 못 알아본 뻔 했다. 



이스트 빌리지) 길거리에서 본 유명 레스토랑(모모푸쿠).jpg 


액세서리 숍, 베이커리, 카페, 빈티지 샵까지 산책하다가 불쑥 들어가 구경할 수 있는 곳들이 많았다. 평화로운 분위기에 여유롭게 산책하기 좋은 동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한 여행자의 이스트빌리지 먹거리 


1. 톰킨스 스퀘어 베이글 Tompkins Square Bagels


Tompkins Square Bagels) 먹은 베이글3.jpg


뉴욕의 대표 음식 중 하나인 베이글 숍. 구글 지도 앱 리뷰 259건에 평점 4.5(5점 기준)로 높은 평으로 받고 있다. 넓은 메뉴 판을 빼곡하게 채울 만큼 종류가 많다. 무엇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어 직원에게 물어보니 친절하게 취향을 물어보며 추천해줬다.

 


Tompkins Square Bagels) 베이글 크림들.jpg


달달한 베이글로 추천 받은 프렌치 토스트 베이글에 베리베리 크림치즈($5.5). 베리베리 크림치즈가 맞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아마 맞을 것이다. 베이글은 쫄깃하고 위에 설탕이 뿌려져 있어 적당히 달달했고 약간의 시나몬 향이 났다. 어찌나 쫄깃한 지 오래 씹어 약간 머리가 아팠다. 베리베리 크림치즈는 안에 들어 있는 딸기와 블루베리의 식감이 그대로 느껴졌고, 크림치즈와 어울려 딸기블루베리요거트 맛이 났다. 맛있었다. 



Tompkins Square Bagels) 내부모습 및 메뉴판.jpg


테이크 아웃으로 많이들 가져가 사람들로 붐비는 분위기는 아니다. 저렴한 가격에 큰 만족을 할 수 있다.   

Tompkins Square Bagels: 165 Avenue A.  http://tompkinssquarebagels.com



2. 베니에로 패스트리 Veniero's Pastry


베니에로스 페스트리) 외부모습.jpg


사실 이 곳은 지나가다가 사람들이 많이 들어가길래 우연히 들어가본 곳이었는데 검색해보니 유명 베이커리였다.

한국의 여러 블로그를 검색해보면 나오는 뉴욕 3대 치즈케이크 집들(에일린스 스페셜 치즈 케이크, 주니어스 베이커리)중 하나인 베니에로 패스트리. 이태리식 베이커리로 1894년에 시작했으니 100년이 넘게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베니에로스 페스트리) Mini New York Cheese Cake with Fruit.jpg


창립자 안토니오 베니에로는 이탈리아계 이민자로 로마, 볼로냐 및 뉴욕 세계 박람회(New York World’s Fair)에서 수상하며 인정받았고, 여전히 베니에로 가족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무엇을 골라할 지 한참 고민하다 테이크 아웃해 먹어본 ‘Mini New York Cheese Cake with Fruit’($5)는 일반 치즈케이크보다 조금 진한 정도였다. 위에 올려진 베리들은 새콤하지 않아 달콤함을 방해하지 않았고, 입에서 녹는 부드러운 맛이 좋았다. 



베니에로스 페스트리) 내부 카페.jpg


앉아서 여유롭게 디저트를 즐기고 싶다면 옆에 카페가 있으니 그 곳에서 에스포레소 한잔과 함께 즐겨도 되겠다. 

Veniero's Pastry: 342 East 11th St.(Bet. 1st & 2nd Ave.) http://venierosnewyork.com



3. 커피 프로젝트 뉴욕 Coffee Project New York


Coffee project) 내부 모습과 메뉴판.jpg  


뉴욕에서 베이글, 치즈케이크를 먹었다면 마무리는 커피 아니겠는가. 뉴욕은 '스타벅스 공화국'같지는 않다. 인디 커피숍들이 도처에 있기 때문이다. 구글 지도앱 평점 4.7(5점 기준)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커피 프로젝트 뉴욕. 주간 문화정보지 'TimeOut New York'에서 러브 뉴욕 어워즈 2016(Time Love New York Awards 2016)을 수상했다.



Coffee project) Project 1 메뉴판.jpg 


카페 내부는 바 좌석을 포함해 10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공간이지만 깔끔한 인테리어로 나만의 아지트로 삼고 싶은 느낌이 났다. 협소한 공간이라 되려 시끄럽지 않아 좋다. 커피 프로젝트 뉴욕은 이 곳만의 독특한 메뉴가 있다. 일명 Project 1 ‘분해된 라떼(Deconstructed latte)’. 나무 쟁반 위에 에스프레소 한 샷, 스팀밀크 한 잔, 그리고 완성된 라떼가 담겨져 있다. 스파클링 워터에 와플까지 더해 한 세트로 나온다.



Coffee project) Project 1.jpg


직원은 에스프레소를 시작으로 완성된 라떼까지 순서대로 먹으면 된다고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분해된 라떼’를 입 안에서 완성시키는 것이다. 에스프레소는 씁쓸한 한약을 먹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스팀밀크를 먹으니 달달함이 배로 느껴졌다. 완성된 라떼는 부드러운 맛을 내며 커피의 씁쓸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함께 와플을 먹고, 톡 쏘는 스파클링 워터로 깔끔한 마무리까지 좋았다. 한 번쯤 라떼를 만드는 과정이 미각으로 느껴보고 싶다면 도전해봐도 좋을 것 같다.



Coffee project) 내부.jpg


앉아서 기사를 쓰면서 보니 테이크 아웃해 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웃으며 친절하게 말을 걸어주는 직원들의 서비스가 좋아서인지 단골손님이 많아 보였다. 흘러나오는 노래도 좋고, wifi 비밀번호 'Life is good 100'도 싱그럽게 감각있다.

Coffee Project New York: 239 East 5th St. http://www.coffeeprojectny.com



정정욱150.jpg 정정욱/뉴욕컬처비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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