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nterns’ Corner
2017.08.04 15:52

제퍼슨 마켓 도서관 by 정정욱 + 남유정

조회 수 4809 댓글 0

철거 위기 법원 건물이 도서관으로

제퍼슨 마켓 도서관 Jefferson Market Library


정정욱, 남유정/뉴욕컬처비트 인턴기자


022.JPG



"가파르게 경사진 지붕, 베네치아식 고딕 장식, 정교한 타워와 시계… 

뉴욕시에서 가장 뛰어난 건물들 중 하나다." 


미건축가협회(AIA) 뉴욕지부 가이드는 이렇게 찬사를 보냈다.


맨해튼 그리니치빌리지의 10스트릿, 6애브뉴에 뾰족한 시계탑을 올린 교회같은 건물이 솟아있다. 빅토리아 시대풍의 고딕 양식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그렇게 보이는 듯하다. 아름다운 건물, 제퍼슨 마켓 도서관(Jefferson Market Library)은 원래 법원이었다.  



018.JPG


이 건물은 1874년 프레드릭 클락 위더스(Frederick Clark Withers)가 제퍼슨 마켓 시장이 열리던 부지에  고딕, 베네치안 스타일을 혼용해서 건축했다. 바로 옆엔 감옥과 소방소가 있었다고 한다. 


원래 설계 위임은 건축회사 복스 & 위더스(Vaux and Withers)가 맡았지만, 칼버트 복스(Calvert Vaux)는 당시 미자연사박물관과 메트로폴리탄뮤지엄 설계로 분주해 파트너인 위더스가 대부분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경사로도 활동한 칼버트 복스는 프레데릭 로 옴스테드(Frederick Law Olmsted)와 함께 센트럴 파크를 설계한 인물이기도 하다. 빨간 벽돌, 흑석, 화강암, 황사암 등 여러 건축자재를 사용한 제퍼슨 마켓 도서관은 1885년 '미건축가와 빌딩 뉴스' 잡지에 의해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5위에 선정됐다.



IMG_6996.JPG


그러면, 법원 건물이 어떻게 도서관으로 재활용되었을까?

로어맨해튼에 대규모의 법원들이 건축되어 밀집되면서 1945년 제퍼슨 마켓 법원은 쓸모가 없어졌다. 이후 경찰 아카데미가 사용하다가, 비둘기와 쥐들이 점유하며 버려진 건물이 된다. 마침내 철거 위기에 놓였던 이 건물은 이 동네 보존가그룹의 구명운동 덕분에 도서관으로 개조되기에 이른다. 뉴욕에 건물 보존 운동이 활발해지던 1961년 이 건물을 개조한 건축가는 조지오 카바글리에리(Giorgio Cavaglieri)이었다. 도서관은 1967년 공식으로 오픈했고, 주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1974년 예산삭감으로 폐관 위기에 처했지만,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남아 있게 되었다. 이 건물은 1972년 미 사적지구, 77년 미랜드마크로 지정됐다.


제퍼슨 마켓 도서관은 1927년까지 여성 재판소로 운용되었다고 한다. 브루클린 출신 할리우드 배우 매 웨스트가 브로드웨이 연극 '섹스(Sex)'에 출연해 음란죄로 체포되어 500달러의 벌금형과 하루 옥살이에 9일간 노역을 치렀다. 3층 커뮤니티 센터엔 매 웨스트의 이름이 붙여졌다.



IMG_6998.JPG


으슥한 계단을 지나 지하로 내려가면 낮은 천장에 아치형 벽돌 벽으로 이뤄진 참고실이 나온다. 법원일 당시 재소자들이 대기하던 구치소라 그런지 음침한 느낌이 난다. 이 곳에는 역사, 전기, 여행관련 서적들과 잡지, 신문 등을 볼 수 있다.

 

도서관 1층엔 직접 공지를 쓸 수 있는 소박한 게시판과 도서관 역사를 소개하는 전시 공간이 있다.  옆의 어린이 열람실은 지하와 달리 밝은 분위기다. 교사와 어린이들이 신나게 게임을 하기도 하고, 눈치 보며 숙제하는 아이와 그걸 지켜보는 어머니도 있었다. 어느 나라든지 숙제검사는 참 괴로운 일이다. 어린이 열람실에선 법원 시절 여성재판과 경찰재판이 열렸다고 한다.



IMG_6992.JPG

IMG_6994.JPG


제퍼슨 마켓 도서관은 밖에서 봐도 아름답지만 개인적으로 내부가 더 마음에 들었다. 왜냐면 곳곳에 있는 스테인드글라스 때문이다. 특히 2층 계단에서는 찬란하게 빛나는 스테인드 글라스 창문들 덕분에 올라가는 내내 괜스레 성스러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IMG_6989.JPG

IMG_6990.JPG


민사재판소였던 도서관 2층 성인 열람실은 책을 반납?대출할 수 있는 공간과 장르별 문학 책들이 배치되어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오디오 구역이었다. MP3파일이 익숙한 요즘 시대에 오랜만에 보는 오디오 CD들이 반가웠고,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민사 재판소이기도 했던 이 곳은 가장 넓다. 3층은 커뮤니티를 위한 공간이다.



IMG_6991.JPG


제퍼슨 마켓 도서관의 멋은 타워에 있다. 그리니치빌리지 전경이 들어오는 이 타워는 원해 화재 감시탑이었으며, 자원봉사 소방수를 호출하는 종이 있다. 매년 10월 초 열리는 뉴욕 건축물 개방 축제 '오픈 하우스 뉴욕(Open House New York)에서는 타워 투어를 진행한다.  



IMG_7001.JPG


뉴욕 공립 도서관이 웅장한 궁궐 같다면, 제퍼슨 마켓 도서관은 아담한 오두막 같다. 으리으리한 공간에 수많은 책들로 압도 당하는 느낌과 달리 섬세한 건축미와 적당한 공간에서 친근함을 느낄 수 있다. 뉴욕 공립 도서관을 가봤다면 한 번 제퍼슨 마켓 도서관에 가 또 다른 미를 느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Jefferson Market Library

 425 Avenue of the Americas(6th Ave.) 

개관시간: 월-목 10AM-8PM, 금-토 10AM-5PM, 일 1PM-5PM 

212-243-4334



정정욱150.jpg 남유정150.jpg 정정욱, 남유정/뉴욕컬처비트 인턴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