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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튼아일랜드 섬에서 길을 잃다

스너그하버 문화센터와 중국학자 정원


류원혜/뉴욕컬처비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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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내내 뉴욕엔 비가 내리거나 흐린 날씨가 지속되었다.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필자는 며칠 동안 우울한 기분에 빠지느니 차라리 덥더라도 햇빛이 쨍쨍나는 날씨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러던 지난 26일 수요일, 아침에 눈을 뜨자 화창한 햇살이 창문으로 들어왔다. 이런 날씨에는 사진도 선명하게 잘 나오고 실내보다는 야외에서 취재를 해야한다는 기자 본능으로 재빨리 옷을 입고 스태튼 아일랜드(Staten Island), 그 섬으로 향했다.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종점 사우스페리(South Ferry)역이나 R라인을 타고 화이트홀-사우스페리(Whitehall St-South Ferry)역에서 하차한 후 2층으로 올라가면 스태튼아일랜드 행 페리를 탈 수 있다. 한국에서도 원래 혼자 새로운 곳을 탐방가거나 무언가를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던 나에게 뉴욕에서, 혼자, 지하철을 타고 배를 탄 후 강을 건너고 다시 버스를 타는 여정은 너무나도 색다른 경험이자 도전이었다.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계속 확인하며 배를 타기 위해 선착장에 줄을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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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튼아일랜드 페리(Staten Island Ferry)는 무료 페리로 관광객들 뿐만 아니라 맨해튼으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에게도 좋은 교통수단이다. 편도 25분 정도의 운행 시간동안 자유의 여신상과 함께 맨해튼과 뉴저지, 브루클린의 경치도 감상할 수 있다. 배선 간격은 주로 30분이다.


맨해튼 사우스 페리 터미널에서 출발, 스태튼 아일랜드의 세인트 조지 페리 터미널 항에 도착 후 페리에서 내리면 D터미널에서 S40번 버스를 탑승할 수 있다. 약 10분정도 달리면 스너그 하버 로드(Snug Harbor Road) 역에서 하차하면 스너그 하버 문화센터(Snug Harbor Cultural Center)이다. 날씨가 너무 맑아 '이 섬에서 길을 잃는다'해도 아무렴 어때. 날씨가 이렇게나 좋은데.'하며 스너그하버 문화센터로 발걸음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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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낮인데다 워낙 규모가 커서 사람들은 간간히 보이는 정도였다. 스너그하버 문화센터는 공원 겸 문화공간으로 10만 평이 넘는 거대한 부지 위에 박물관과 콘서트장, 식물원 등 여러 시설이 있다.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탁 트인 정원들과 환상적인 날씨에 감탄사가 절로 터져나왔다.  간혹 눈에 띄는 방문객들을 구경하며 넓은 공원을 이리저리 헤매다가 안되겠다 싶어 지도부터 찾았다. 대충 전체적인 길을 파악한 후 혼자 여기저기 숲 속을 거니는 기분으로 산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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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시크릿가든이라는 정원은 마치 비밀의 성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이들을 위한 학교건물도 너무나 아름다웠다. 혼자, 친구, 연인은 물론 어린이 박물관도 있어 가족나들이에도 제격인 듯 싶었다. 입구에서부터 정원 곳곳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모든 곳들이 한 폭의 그림같았고, 앨범에 담긴 사진들은 모두 화보같았다. 그리고 '이런 멋진 날씨에 동화같은 곳을 배경으로 날 촬영해줄 친구도 없이 왜 나는 혼자 이 곳에 왔을까'하며 탄식했다. 한참을 걷다가 중국정원이 있다고 하여 그곳으로 갔다. 무료 입장인 스너그하버 문화센터에서 중국정원은 성인 1인당에 5달러의 입장료를 지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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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기대하지 않고 들어섰던 곳이라 그런지 들어서자마자 또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마치 중국에 와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도 중국을 잘 옮겨놓았던 것이다. 햇빛이 새어나오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들어선 대나무 숲, 붉은 잉어가 헤엄치는 작은 연못과 어우러진 중국식 옛 건축물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한 켠에는 중국인들이 모여 사진촬영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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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에서 느껴보는 동양의 미는 몇 배나 더 감동적이었다. 정자에 잠시 걸터앉아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자 들리지 않던 새소리와 물소리가 귀를 울렸고 보이지 않던 꽃과 건축물에 새겨진 문양이 나의 시야에 들어왔다. 다람쥐 한마리가 옆에서 나무를 오르는 것을 바라보며 그렇게 한참을 사색에 잠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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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사로운 햇살과 파란 하늘, 푸른 정원, 알록달록한 꽃들이 내 머릿 속을 맑게 해주는 것 같아 그곳을 떠나기가 싫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한바퀴 더 돌아본 후에야 비로소 맨해튼으로 돌아오는 페리를 탈 수 있었다. 뉴욕에서 홀로 가장 멀리 떠났던 여정이라 걱정도 많았는데 막상 시도해보니 그건 아무 것도 아니였다. 오히려 혼자였기에 정원을 산책하며 머릿 속을 깨끗히 비워낼 수 있었고, 내 스스로와 주변을 살펴볼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다. 화창한 날에 어디론가 불쑥 떠나고 싶을 때, 스너그하버 문화센터로 나들이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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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ug Harbor Cultural Center

1000 Richmond TerSte 11, Staten Island

수-일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 월, 화요일 휴원

요금 : 무료입장 / 중국정원은 성인($5), 65세 이상 및 학생($4), 12세 이하(무료)

http://www.snug-harbor.org



류원혜150.jpg 류원혜/뉴욕컬처비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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