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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갓, 뉴요커의 패션 액세서리  

어찌하여 '모자의 왕국'이 '모자 실종국'이 되었는가?

 

 

 onthestreet.jpg Photo: Bill Cunningham, The New York Times 
 왼쪽에서 두번째가 빌 커닝햄이 포착한 갓 쓴 뉴요커 티모시 존.

 


뉴욕타임스의 일요판 스타일 섹션 'On The Street'에 상투 쓴 패셔니스타가 등장했다. 타임스에서 고정으로 맨해튼의 패셔니스타들을 카메라에 담아온 빌 커닝햄씨(*관련기사 보기)가 29일 'On The Street' 8:45의 멋쟁이들 중에 갓 쓴 아티스트의 패션도 소개했다. 5애브뉴 57스트릿트 인근에서 포착된 그의 이름은 티모시 존. 다른 이들이 정의하는 스타일을 거부하는 그는 옷을 뒤집거나, 거꾸로 입기도 하는 혁신적인 패셔니스타이기도 하다. 사실 그의 웃도리도 무속인의 한복을 개량한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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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작가 빌 커닝햄씨가 매주 일요일 스타일 섹션에 소개하는 거리 패션 'On The Street'. 사진은 29일 자. The New York times 

 

 *;On the Street; 8:45 비디오 보기

 

bill-cunningham.jpg 빌 커닝햄씨. 영화 'Bill Cunningham NY' 둥에서.

 

 

뉴욕의 패션디자이너 캐롤리나 헤레라는 지난해 스프링 컬렉션에서 갓 쓴 패션 모델들을 대거 등장시켰다.

 

 carolina-herrera-2011spring.jpg carolina-herrera-2011spring2.jpg carolina-herrera-2011spring3.jpg 캐롤리나 헤레라의 2011 스프링 컬렉션 중에서.

 

 

조선시대 양반들이 쓰던 갓이 맨해튼 5애브뉴에서는 패셔니스타의 액세서리가 됐다. 조선시대 신분의 상징이었던 갓은 19세기말 과거에 급제한 중인들만 쓸 수 있는 모자로 흑립(heungnip, 黑笠)으로 불리우기도 했다. 갓은 말총으로, 테두리는 대나무로 만들어졌다. 갓을 만드는 이들은 갓일장으로 불리웠다. 대신 평민들이 입는 모자는 대나무로 꼬아 만든 패랭이였다.

 

 
엣날 옛적 우리 조상들은 패션감각이 뛰어났다. 남녀노소, 신분고저를 불문하고 모자를 즐겨썼다. 심지어는 돌을 맞은 아기에게도 모자를 씌우지 않는가? 조선시대는 너도나도 모자를 썼다. 조선에는 무려 4천여종의 모자가 있었으며, 서양인들에게 '모자의 나라(Nation of Hats)'로 불리웠다. 

 

nc1-4.jpg  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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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1-20.jpg  정자관  


또한, 고종황제의 공식 초상화를 그린 프랑스 화가 르 라네지에리도 "한국은 가장 독특한 모자 문화를 지닌 나라. 모자에 관한 한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자문해주어도 될 수준이다. 그들에게 모자는 이미 외관의 소품을 넘어서 자신을 나타내주는 상징물이다"라고 기록했다. 지금 런던 올림픽이 열리는 영국의 여왕이나 기병대들을 상상해보라. 

 

김홍도모자.jpg 김홍도 그림 '서화 보기' 


그런데, 풍요했던 한국의 모자 문화가 단절된 이유는 무엇일까? 일제시대 단발령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1895년 김홍집 내각이 단발령을 발표하며, 고종이 솔선수범해 태자와 함께 머리를 잘랐다. 근대화를 위한 칙령이었지만, 아젠다는 한국의 전통과 단절함으로써 민족정서를 약화시키려는 일본의 의도였다.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 불감훼상 효지시야(不敢毁傷 孝之始也)'(사람의 신체와 살갗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니, 감히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다)를 믿어온 백성들은 반발했다. 이후 청일전쟁, 명성황후 시해사건, 아관파천 등 사회적 혼란으로 단발령은 반일 감정으로 이어진다. 

 

 gat5.jpg 갓은 조선시대 선비 패션의 완성이다. 영화 '스캔달'에서 갓 쓴 양반 배용준.  


개화기에 조선정부의 사무관으로 일했던 미 천문학자 퍼시발 로웰(Percival Lowell, 1855-1916)은  '조선, 조용한 아침의 나라(Choson, the Land of the Morning Calm)'에서 "조선은 갓, 망건, 탕건 등 갖가지 모자로 신분, 나이, 계급, 직업을 표시하던 모자의 나라였지만, 상투가 사라지면서 서양 모자가 득세하기 시작했다'고 적었다. 


이후 1960년대까지도 한인 남성들에게 모자는 외출시의 필수였다. 할리우드 필름느와르에서도 등장인물처럼. 그런데, 70년대 유신과 새마을운동으로 근대화 바람이 불면서 모자도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그런데, 최근 한국에서도 모자가 패션의 액세서리로 컴백하고 있는듯 하다. 조선 선비의 기품있는 갓이 2012년 맨해튼 5애브뉴에서 패션 아이템으로 부활한 것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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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감독의 영화 '스캔달'에서 배용준(오른쪽부터), 이미숙, 전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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