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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요리 '낡은 옷'-로파 비에야(Ropa Vieja)

뉴욕 남미식당 릴레이 <3> 쿠바: 링콘 크리오요(Rincon Criollo)

 

*로파 비에야(Ropa vieja): 스페인어로 '낡은 옷'이라는 뜻으로 쇠고기 양지살을 갈래갈래 찟어 토마토 등 야채를 넣고 푹 조리한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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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와 피델 카스트로(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쿠바인들과 낚시를 즐긴 헤밍웨이, 헤밍웨이 낚시대회 로고, 쿠바 선원들과 술집에서 어울리고 있는 모습, 신문기자로 출발해 소설가로 성공한 헤밍웨이. 

 

오래 전 플로리다주 남단 키 웨스트(Key West)에 여행갔을 때 남단지점(Southernmost point)에서 쿠바까지 90마일(140km)로 맑은 날엔 쿠바섬이 보인다고 했다. 식당에서 쿠바 스테이크를 주문했더니 쿠바 지도처럼 긴 스테이크가 상큼한 라임 소스와 함께 나왔다. 키 웨스트에선 헤밍웨이 하우스가 관명명소인데, 족보있는 고양이들과 함께 헤밍웨이의 쿠바 사랑이 깃들인 뮤지엄이다. 헤밍웨이 닮은 남자 콘테스트가 열리는 곳도 키 웨스트다.

 

'노인과 바다' '무기여 잘 있거라' '킬리만자로의 눈' 등의 작가 어네스트 헤밍웨이는 쿠바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30여년간 쿠바에 집을 두고 키웨스트를 오갔으며, 소설을 집필했다. 1954년 그가 노벨상 수상 소식을 전해들은 곳도 쿠바였다. 1959년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가 주도한 공산주의 혁명으로 헤밍웨이는 본토로 돌아갔고, 1961년 권총자살에 이른다. 작가는 떠났지만, 쿠바엔 헤밍웨이의 흔적을 기념하고 있다. 헤밍웨이 지폐와 우표를 발행했는가 하면, 하바나의 헤밍웨이가 살던 집은 헤밍웨이뮤지엄(Finca Vigia Museum)이 됐으며, 헤밍웨이 낚시대회도 열리고 있다

 

1999년 '파리, 텍사스'에서 함께 작업했던 독일 감독 빔 벤더스와 음악가 라이 쿠더는 쿠바의 잊혀진 뮤지션들을 소개하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Buena Vista Social Club)'을 연출해 쿠바 음악을 세계에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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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배우 앤디 가르시아, 카메론 디아즈, 스티븐 바우어, 에바 멘데스, 가수 글로리아 에스테판, 코트니 러브.

 

쿠바는 미국에서 가깝지만, 먼 나라였다. 카스트로 집권 이후 미국과 국교가 단절됐던 쿠바는 2015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수교를 재개하면서 여행이 자유로워졌다.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해온 런던 친구가 쿠바를 제일 좋아한다기에 버킷 리스트에 담아놓은 쿠바,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의 노래와 빈티지 자동차 거리 사진만으로도 흥분을 자아낸다.

 

우리와 친숙한 쿠바계 미국인도 꼽아보면 많다. 지난 대선 미국 공화당 대통령 경선 후보로 나왔던 테드 크루즈(Ted Cruz) 상원의원과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상원의원도 쿠바계다. 영화배우 앤디 가르시아(Andy García), 카메론 디아즈(Cameron Diaz), '스카페이스'의 스티븐 바우어(Steven Bauer), 라이언 고슬링의 부인인 배우 에바 멘데스(Eva Mendes), 그룹 마이애미사운드머신(Miami Sound Machine)의 글로리아 에스테판(Gloria Estefan)과 에밀리오 에스테판(Emilio Estefan), 록스타 커트 코베인의 부인이었던 코트니 러브(Courtney Love), 그리고 패션디자이너 나르시소 로드리게즈(Narciso Rodriguez)와 미셸 오바마의 취임식 무도회 드레스를 디자인한 이사벨 톨레도(Isabel Toledo)도 쿠반-아메리칸이다. 지난해 휘트니뮤지엄에서 회고전이 열렸던 102세의 여성추상화가 카르멘 헤레라(Carmen Herrera)도 하바나에서 태어나 뉴욕의 영어교사를 만나 미국에 정착한 케이스다. 

 

그러면, 쿠바 음식은 어떨까?

뉴욕의 인기있는 카페 하바나(Cafe Havana, 17 Prince St.)는 소위 마약같은 군옥수수 엘로테(elote)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 엘로테는 멕시칸 요리. 맨해튼의 많은 쿠바 식당들은 타코와 부리토 등을 메뉴에 올린 쿠바 & 멕시코 레스토랑이다. 첼시 14스트릿 24시간 쿠바 식당 코펠리아(Coppellia,  207 West 14th St.)도 쿠바 샌드위치(Cubano)와 쿠바 스타일 맥주를 제공했지만, 엠파나다(아르헨티나 만두), 나초, 타코(멕시코) 등 남미 음식에 마카로니와 스테이크&달걀 등 미국 다이너 메뉴를 포괄했다.  

 

정통 쿠바 요리를 찾아 '다민족의 보로' 퀸즈로 갔다. 지난 가을 플러싱 메도스파크에서 US 오픈 테니스를 관람한 후 코로나 7트레인의 정션 블러바드에서 가까운 링콘 크리오요(Rincon Criollo)에서 쿠바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 링콘 크리오요 Rincon Criollo, 퀸즈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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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콘 크리오요 레스토랑은 사진과 중남미 지도, 조명 장식으로 파티 분위기를 이끈다. 생일 파티하는 고객들도 다수. 

 

퀸즈 코로나의 7트레인 정션블러바드 역 인근에 자리한 링콘 크리오요(Rincon Criollo)는 1950년대 초 쿠바의 하바나 근교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고아 예수스 르네와 로도발도 아스코타 형제가 시작했다. 링콘 크리오요는 '시골 코너(Country Corner)'라는 뜻의 링콘 크리오요는 1950년 쿠바 뮤지컬 영화 제목에서 따왔다. 

 

식당은 2천명의 손님을 받을 정도로 확장했으나, 1962년 쿠바 혁명으로 군부가 강탈해갔다. 이들은 뉴욕으로 이민온 후 1976년 퀸즈 코로나에 링콘 크리오요를 오픈했고, 정통 쿠바 요리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롱아일랜드의 헌팅턴/제리코 턴파이크에도 2호점을 운영하고 있다.

 

링콘 크리오요는 쿠바, 파나마, 콜롬비아 등 중남미 나라의 지도 모양과 빈티지 사진으로 장식한 인테리어가 파티 분위기다. 아담한 식당이지만, 입구에 바가 있고, 웨이터들이 셔츠와 조끼로 고급 레스토랑 레벨의 서비스를 추구하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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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유카(왼쪽 위부터), 검은 콩밥, 로스트 치킨, 쿠바 스타일 납작한 식전 빵, 로파 비에야, 바칼라우 튀김, 가운데는 토스토네스.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겨나온 식전 빵은 파니니처럼 납작하게 눌렸는데, 짭조롬하며 달착한 맛이 식욕을 당겼다.  

애피타이저 햄 크로켓(크로퀘타스 드 하몬, Croquetas de Jamon)은 스패니쉬 햄을 이용한 고로케, 포르투갈 국가대표 식재료인 바칼라우(절인 대구) 튀김(팬케이크) '프리투라스 데 바칼라우(Frituras de Bacalao)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음식의 영향을 다분히 받은 메뉴다. 따라서 특별히 정통 쿠바 요리라는 느낌은 없었다. 또한 로스트 치킨 포요 아사도(Pollo Asado)는 촉촉하고 부드러웠는데, 검은콩밥(Frijoles Negros)은 밥알이 말라서 실망스러웠다. 사이드 디쉬로 플랜테인 튀김(토스토네스, Tostones)과 마늘에 조린 유카/카사바(Yuca con Mojo)를 곁들였다. 유카는 마늘이 충분히 들어가지 않아서인지 밍밍했다.  

 

그러나, 메인 디쉬 로파 비에야(Ropa Vieja)가 이날 쿠바의 밤 중 하이라이트였다. 원래 쇠꼬리 스튜(Rabo Encendido)를 먹고 싶었지만, 다 떨어져서 웨이터가 추천해주는 로파 비에야를 주문했다. 쇠고기 양지살을 갈기갈기 찢어서 토마토 소스에 조린 이 요리는 같은 부위를 쓰는 장조림처럼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웠다. 로파 비예야의 원뜻은 스페인어로 '낡은 옷'이라는 의미. 헤진 옷처럼 고기를 찢어서(pulled) 소화에도 좋다. 토마토가 마치 고추장처럼 한식 입맛에 딱 맞은 요리였다. 로파 비에야의 양이 많아 나머지를 싸갖고 집에 와서 다음날 점심에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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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대표적인 디저트 플랜. 링콘 크리오요의 카라멜 플랜.

 

그리고, 디저트 카라멜 플랜(Flan de Leche)으로 상상 속의 쿠바 여행의 피날레를 달달하고, 여운있게 장식했다. 다음에 간다면, 로파 비예자와 쇠꼬리탕(Rabo Encendido)를 다시 시키고, 밥과 콩은 따로 주문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Rincon Criollo

40-09 Junction Boulevard

Corona-Queens, NY 11368

718-458-0236 http://www.rincon-criollo.com

 

 

쿠바 주요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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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pelia, NYC

 

-쿠바노(Cubano): 쿠바 샌드위치. 원래 플로리다주 키웨스트의 한 카페에서 쿠바 노동자들에게 제공했던 햄&치즈 샌드위치로 시작됐다. 쿠바 브레드에 로스트 포크, 스위스 치즈, 피클, 머스타드로 만들며, 살라미를 넣기도 한다.  

-메디아노체(Medianoche): '한밤중'이라는 뜻, 즉 야식. 쿠바 나이트클럽에서 자정에 즐겨먹는 샌드위치로 유명해졌다.  돼지고기, 햄, 스위스 치즈와 피클, 머스타드를 넣어 만든다. 쿠바 샌드위치(Cubano)와의 차이점은 부드러운 빵을 사용하며, 프레스에 눌러 따뜻하게 제공한다.

-프리홀레스 네그로스(Frijoles negros): 검은 콩 요리

-모로스 이 크리스티아노스(Moros y Cristianos): 검은 콩과 흰밥 요리. 원뜻은 '무어인과 기독교인(Moors and Christians)로 8세기 초 이베리아 반도를 지배한 아프리카 이슬람교도 무어족과 15세기 무어족을 쫒아낸 스페인 기독교인들을 비유해서 흑두와 백미로 불렀다고.   

-피카디요(Picadillo): 간 쇠고기, 토마토아 향신료를 널어만든 요리로 타코나 패이스트리, 고로케 속에 넣는다. 칠리와 유사하다.

-아로즈 콘 뽀요(Arroz con pollo): 치킨 & 라이스

 

-로파 비에야(Ropa vieja): 스페인어로 '낡은 옷'이라는 뜻으로 쇠고기 양지살을 갈래갈래 찟어 토마토 등 야채를 넣고 푹 조리한 요리.

-바카 프리타(Vaca Frita): '소 튀김'이라는 뜻으로 쇠고기 가슴살 혹은 양지살을 갈래갈래 찢어 튀긴 요리 위에 양파를 얹는다. 주로 검은 콩&밥을 함께 제공한다.

-파파 렐레나(Papa rellena): 감자 고로께

-플라타노스 마두로스(Plátanos maduros): 노랗게 익은 플랜테인 튀김

-토스토네스(Tostones): 안익은 녹색 플랜테인 튀김. 쿠바에선 타치노스/차티노스(Tachinos/Chatinos)로 부르기도 한다.

-목소(Mojo): 마늘과 파프리카, 커민, 쿨리안더 등을 믹스해 만든 매콤한 소스. 

-쿠쿠루초(Cucurucho): 코코넛, 오렌지, 파인애플, 구아바를 갈아 만든 디저트로 야자수 이파리에 싸 콘 모양으로 제공한다.

-부누엘로(Buñuelo): 도너스 볼

-아로즈 콘 레체 (Arroz con leche): 라이스 푸딩

-엠파나다(Empanada): 반달 모양 빵만두.

-돌체 트레 레체(Dulce Tres Leche): 소, 염소, 양 우유로 만든 케이크.

-다이퀴리(Daiquiri): 럼, 라임주스, 시럽, 잔얼음으로 만드는 칵테일.

 

-쿠바 리브레(Cuba Libre): 럼과 콜라, 라임 주스 믹스.

 

 

남미 식재료 효능

 

# 플랜테인(Plantain): 사촌 바나나처럼 영양소가 풍부하다. 비타민 A, C, B6와 철분, 마그네슘이 풍부하다. 플랜테인은 면역체계를 증진시키며, 섬유소가 많아 소화를 돕고, 두뇌기능을 향상시키며, 혈압 저하 효능이 있다.  

 

# 유카(Yucca, 카싸바 Cassava): 비타민 C, 엽산이 풍부하다. 비타민 C는 콜라겐 생산을 도와준다. 비누, 로션, 샴푸에 유카 성분이 들어가는 것도 그런 이유다. 유카는 또한 면역체계를 증진시키며, 당뇨병 예방 효능에, 관절염 통증을 완화해주며, 천연 SPF라 할 만큼 자외선 차단 효능이 있다.

 

# 아보카도(Avocado): 비타민 C, E, K, B-6, 마그네숌, 엽산, 나이아신, 리보플라빈이 풍부하다. 아보카도는 시력을 강화하며, 암과 관절염 예방, 소화기능을 증진하고, 우울증 감소, 해독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욕 남미 식당 릴레이 <1> 푸에르토 리코: 소프리토(Sofrito)의 돼지족발구이 퍼닐(Pernil)

*뉴욕 남미 식당 릴레이 <2> 도미니카공화국: 말레콘(Malecon)과 통닭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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