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템플 코트(구 파울러 & 웰즈/ Fowler & Wells) ★★ 

비크만호텔 빈티지 레스토랑의 비극

 

<Update> 디저트 프로즌 수플레에 머리카락 두올이 나왔던 파울러 & 웰즈(Fowler & Wells) 레스토랑이 이름을 템플 코트(Temple Court)로 바꾸었다. 파울러와 웰즈는 인종차별주의자라는 것이 판명되었기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가 지적했었다.

https://www.templecourtnyc.com/menus-the-bar-room

 

001.jpg

 

시작은 아름다웠다. 

화씨 80도(섭씨 26도), 맑음. 금요일 오후의 런치 데이트. 로어맨해튼 빌딩 숲 사이로 햇빛이 내리쪼이고 있었다. 습하지 않고, 강바람이 살랑거리며 귀를 간지르는 아름다운 뉴욕의 여름 날.

 

집에서 지하철로 두 정거장, 풀턴 스트릿에 내리니 점심을 해결하고서 사무실로 돌아가는듯한 월스트릿 직장인들의 프레스토 발걸음이 분주했다.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은색의 주름 빌딩 비크만(Beekman Building)을 지나 진홍색의 테라코타 빌딩이 차가운 맨해튼이 아니라 유럽의 어느 도시 속 성채처럼 따사롭고, 정겨웠다.

 

 

beekman-outside.jpg

'파울러&웰즈'가 자리한 비크만 호텔(왼쪽)과 울워스 빌딩.

 

이 비크만 호텔(Beekman Hotel)의 오리지널 이름은 템플 코트 빌딩(Temple Court Building)으로 1883년, 우리의 임오군란과 갑오경장 사이에 지어진 오래된 빌딩이다. 9.11 이후 비어있던 건물을 호텔로 개조해서 지난해 여름 문을 열었다. 로어맨해튼이 르네상스를 맞으며, 스타 요리사들이 FiDi(파이낸셜 디스트릭트)로 우수수 내려왔다. 그리고, 비크만 호텔 안엔 프렌치 레스토랑계 거물 키스 맥낼리(Keith McNally, 발타자르, 미네타 태번, 오데온....)가 프렌치 레스토랑 오거스틴(Augustine)을, 케이블 TV(브라보 채널) '톱 셰프(Top Chef)'에서 심사위원으로 유명해진 톰 콜리치오(Tom Colicchio)는 뉴아메리칸 레스토랑 '파울러 & 웰즈(Fowler & Wells)를 오픈했다.

 

 

12078123_20_z.jpg 

빈티지 비크만 호텔과 비크만 콘도 아파트(뒤)

 

뉴욕타임스의 비평가 피트 웰스(Pete Wells)가 오귀스틴에는 별 1개, 파울러 & 웰즈엔 별 2개 주면서, FiDi의 식문화를 업그레이드시켰다. 올 봄 인근 페이스대학교의 쉬멜센터에서 콘서트를 본 후 잠깐 들러본 비크만 호텔과 오귀스틴, 파울러 & 웰즈는 스펙터클하고, 화려했다. 그후 친구가 찬사를 거듭해 귀가 따가와진 오귀스틴은 금요일의 부이야베즈(프랑스식 해물탕)을 시도하려 예약했다가 시간이 맞지 않아 포기했고, 파울러 & 웰즈는 여름 레스토랑 위크의 메뉴가 맘에 들어 가보기로 했다. 요즈음 뜨는 새 레스토랑에서 3코스 런치를 29달러에 즐겨보리라. 

 

 

002.JPG

비크만 호텔의 파울러&웰즈 라운지

 

 

달라진 레스토랑 위크 메뉴

 

그런데, 뉴욕 레스토랑 위크를 운영하는 뉴욕시관광청 웹사이트파울러 & 웰즈 홈페이지의 메뉴가 달랐다. 해산물을 좋아하기에 애피타이저로 옥수수 수프(Corn Bisque with Peekytoe Crab, Bacon and Chive)나 굴  수프(Oyster Soup with Watercress, Spinach, Fennel and Bacon)를 염두에 두고, 메인디쉬로는 부이야베즈(Provencale Seafood Stew with Mayan Prawns, Monkfish, Prince Edward Island Mussles and Saffron)을 시키리라하고 맘 먹고 있었다. 가기 전 날 식당 홈페이지의 레스토랑 위크에는 이 세가지가 모두 빠져 있었다. 그렇다고 예약을 취소하고 싶지는 않았다.  

 

 

00001.jpg

대표 톰 콜리치오(왼쪽부터), 총괄 셰프 브라이언 헌트, 패이스트리 셰프 애비 스웨인.

 

톰 콜리치오는 모모푸쿠의 데이빗 장(David Chang)의 사부다. 데이빗 장은 무명시절 크래프트에서 전화받고, 야채 써는 일을 2년간 했다고 한다. 우리는 지난 2월 리슬링 테이스팅은 플랫아이언 인근 크래프트 바(Craft Bar)에서, 점심은 와인 50% 할인에 끌려 크래프트(Craft)로 이동하면서 하루에 '더블 콜리치오'를 경험했다. 크래프트는 고객으로 붐볐지만, 음식은 기대 이하였다. 그리고, 크래프트 바는 올 봄 문을 닫았다. 

 

링컨센터 도서관과 할인티켓 매표소, 공립도서관 등지에 있는 샌드위치 숍 위치크래프트(wichcraft)도 콜리치오가 운영하고 있다. 물론, 라스베가스를 놓칠 리가 없다. MGM그랜드 호텔 안에 크래프트스테이크(Craftsteak)를 운영하고있는 레스토랑 재벌이 콜리치오다. 

 

 

스펙터글하고, 고풍스런 인테리어 

 

02911.jpg

비크만 호텔의 파울러&웰즈 라운지에 밤이 오면...

  

파울러 & 웰즈는 지하철 타고, 파리나 바르셀로나에 가있는 것처럼 고풍스러운 빈티지 인테리어가 매력적이다. 라운지에는 에드가 알란 포우를 비롯 문인들의 초상화가 걸린 서재에 응접실처럼 아늑하다. 10층 피라미드 옥탑으로 자연광이 들어와서 아늑하다. 밤에는 조명에 은은하고, 화사하다.

 

 

013.JPG 파울러&웰즈의 인테리어

 

레스토랑은 미니 램프를 엮은 샹들리에에 색색의 빈티지풍 모자이크 유리창, 벨벳 의자가 로맨틱하다. 유일하게 현대식으로 보이는 것은 식탁 위의 칠레위치(Chilewich) 매트 뿐이다. 다소 기계적인듯 하지만, 웨이팅 스탭은 고급 식당에서 볼 수 있는 매너를 품어내고 있었다. 머리에 에리카 바두 스타일의 터번을 두른 웨이트레스가 우리 테이블로 다가왔다.  

 

 

021.JPG

비크만 호텔의 파울러&웰즈는 1883년 지어진 건물을 대대적으로 보수했다. 

 

화이트(Sauvignon Blanc, Touraine, Clos de la Grange, Francois Chidaine, 2015, Loire Valley)와 로제(Coteaux D'Aix-En-Provence, Sabine, 2016, Provence)를 주문하고, 메뉴를 보니 예상한 대로 관광청 오리지널 메뉴와 달랐다. 하는 수 없이 애피타이저로 조개 파스타(Bigoli with Manila Clams, Plum Tomatoes, Garlic and Parsley)와 메인디쉬로 홍어 요리(Skate Meuniere with Lemon, Capers, Spinach & Leeks), 디저트로는 초콜릿, 라스베리 냉동 수플레(Frozen Souffle with Chocolate and Raspberries)를 달라고 했다.

 

 

느림보 서비스 slow service

 

그런데, 애피타이저가 식탁에 도달하는데는 25여분이 걸렸다. 옆 자리의 연로하신 커플은 메인디쉬를 마치고, 족히 20여분은 빈 테이블만 보고 디저트가 오기를 기다렸다. 웨이트레스가 다시 로보트처럼 "Sorry"라고 하자, 남자분은 "이번 주 안으로 나오길 바래요"라고 응수했다. 웨이트레스가 우리 테이블로 와서는 "메인디쉬 준비 되었나요?"라고 물었다. "우린 아직 애피타이저도 못먹었어요."라 말했다. 화창한 금요일이라 좀 여유있고, 너그러워지고 싶었다.

 

 

038.JPG

애피타이저 조개 파스타(Bigoli with Manila Clams, Plum Tomatoes, Garlic and Parsley).

 

드디어 조개 파스타가 나왔다. 스파게티보다 면발이 굵은 비골리는 파이프처럼 구멍이 나서 소스 흡수가 더 잘된다. 처음엔 레몬향이 진하게 느껴졌지만, 토마토 소스에 흡수되어 문제는 아니었다. 조개가 비교적 신선했고, 엘단테로 적당히 삶아진 면발도 쫄깃했다. 이탈리아 식사에서 파스타가 메인디쉬 중 첫번째 코스로 나오지만, 막상 애피타이저로 먹으니 금방 배가 불러졌다. 그런데, 멀쩡하게 잘 생긴 포크가 손에 편하게 잡히지 않았다. 음식이 종종 떨어져나갔다. 포크도 음식을 거부하는가? 레스토랑에 다니면서 이렇게 음식이 잘 잡히지 않는 포크도 처음이다.  

 

 

044.JPG

049.JPG

메인디쉬 홍어 요리(Skate Meuniere with Lemon, Capers, Spinach & Leeks).

 

메인 디쉬도 한참을 기다려서야 얻어 먹을 수 있었다. 레스토랑 위크에는 대부분 미국인들이 버리지만, 르 버나단(Le Bernadin)의 에릭 리퍼같은 요리사들은 좋아하는  생선 홍어(skate)나 아구(monkfish)를 종종 메뉴에 올린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집에서도 홍어를 종종 해먹지만, 부이야베즈가 없으니 차선은 역시 홍어였다. 홍어는 잘 요리하면, 게살같으며, 아구는 랍스터같다. 

 

놀랍게도 홍어 요리는 겉이 바삭하고, 생선살이 부드럽게 입안에서 감겼다. 버터, 파슬리, 레몬을 사용한 뮤니에르 소스와 케이퍼의 짭조롬하고, 시큼한 맛이 액센트로 홍어의 지루함을 보완했다. 메뉴엔 시금치였지만, 대신 케일을 바닥에 깐 것 같았다. 만족스러운 요리였지만, 파스타로 인해 끝낼 수 없었다. 총괄 요리사 브라이언 헌트(Bryan Hunt)의 실력은 합격점이었다.

 

 

057.JPG

 디저트 초콜릿, 라스베리 냉동 수플레(Frozen Souffle with Chocolate and Raspberries), 그러나 이 안에는 머리카락 2올이.

 

 

디저트 속 두올의 머리카락 two strands of hair in my dessert

 

제 3막, 디저트를 기다리고 있는데, 터번 웨이트레스가 와서 "어떠냐?"고 물었다. 나는 "모두가 좋아요. 서비스가 느린 것만 빼고는요."라고 웃음과 찡그림을 연달아 얼굴에 드러냈다. 

 

마침내 냉동 수플레가 나왔다. 초콜릿색에 라즈베리와 민트로 장식된 디저트는 섹시했다. 그런데, 이것은 내가 기대했던 수플레가 아니다. 한 스푼을 맛보니 초콜릿 무스에 가까왔다. 그릇만 수플레용이다.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레스토랑 위크니 믿지는 장사를 할 수는 없지 않는가? 

 

친구에게 맛보라고 수플레를 건내주었는데, 찡그리며 머리카락 한올을 빼냈다. 긴 갈색 머리카락, 나는 "아마도 내 머리카락인가봐"하고 오히려 미안해 했다. 디저트를 도로 내 앞에 놓고 다시 파먹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무스 속에 엉킨 머리카락 한올이 보였다. 쇼킹했다. 전날쯤  패이스트리 셰프가 미리 만들어놓았을 법한 미니 프로즌 수플레 속에 두올의 머리카락이라니! 

 

 

056.JPG

A Dessert Disaster!

 

한올은 용서되어도, 두올은 용서받지 못할 재난일 터이다. 그 속에 다른 이물질이 없다는 보장도 없다. 나는 우리의 터번 웨이트레스를 불러 2올 머리카락을 보고했다. 그녀는 지나치던 남자 매니저(?)에게 눈짓을 했고, 그는 서둘러서 나의 디저트를 낚아 채갔다. 어리둥정해진 나는 머리카락 디저트 사진을 찍을 정신조차 없었다. 그리고, 그는 돌아왔다. 새 프로즌 수플레를 들고서 "쏘리!"라는 기계적인 사과와 함께. "이건 어때요?"라는 제스추어로. 

 

식당에서 음식을 먹다가 간혹 머리카락이나 돌이 나오는 경우가 있긴 하다. 하지만, 두올의 머리카락은 '옥의 티'가 아니라, 재난이다. 그러면, 웨이트레스가 사과한 후 매니저까지 다가와서 공식 사과를 하면서 "대신 무엇을 드릴까요?"하고 묻는 것이 예의일 것이다. 파울러 & 웰즈의 매니저는 나의 머리카락 수플레를 긴급히 채가더니 새것을 가져왔다. 하지만, 두올의 머리카락을 본 내게 벌써 트라우마가 생겼는데, 어찌 같은 수플레를 먹을 수 있단 말인가? 그 안에 머리카락 한줌이 있다면? 매니저는 정식으로 사과하지 않았다. 가슴이 막히고, 후덜덜해진 나는 디저트를 돌려 보내고, 체크를 달라고 했다. 

 

 

006.JPG 비크만 호텔의 파울러&웰즈

 

우리가 항변하는 것은 팁을 적게 주는 것이었다. 주로 18-20%를 남기지만, 이번에는 10%로 깎았다. 그리고, 체크에 "느린 서비스와 두올의 머리카락!" 메모를 남겼다. 이날 점심은 영화 '13일의 금요일' 마지막 장면 만큼이나 공포스러웠다.

 

그토록 아름다운 건물을 나서는데, 햇살이 따가왔고 휘청거렸다. 아름다운 건물에서 우아한 식사를 기대했는데, 디저트로 재뿌린 격이었다. 서너 시간 후 나의 위장은 디저트에 반발하고 있었다. 두차례의 배탈 증세와 두통은 심리적이었을까? 아니면, 긴 머리카락의 패이스트리 셰프 애비 스웨인(Abby Swain)이나 조수가 머리카락 이외의 재료를 넣었기 때문일까? 셰프들은 머리에 캡을 쓰지 않는가?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주방을 둘러싼 막장 드라마가 상상된다.  

 

 

035.JPG

비크만 호텔의 파울러&웰즈 라운지

 

왜 이 식당의 이름(Fowler & Wells)이 파울 플레이(foul play)처럼 들릴까? 왜 뉴욕타임스의 피트 웰스는 이 식당에 별 2개씩이나 헌사했나? 이름이 같아서였을까? 파울러와 웰스는 이 빌딩에서 일했던 골상학자(관상학자?)들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식당 이름에 붙이기엔 등골이 오싹해지는 에피소드.

 

셰익스피어가 쓴 코미디 '끝이 좋으면, 다 좋다(All's Well That Ends Well)'처럼 유종의 미가 어처구니 없이 끝난 2017 여름 레스토랑 위크의 첫 식사. 마치 턱시도를 입은 멋쟁이 지휘자를 만나서 근사한 이야기를 한 후 뒤돌아가는 그의 어깨에 비듬이 왕창 떨어진듯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크래프트(Craft) 재벌 톰 콜리치오의 새 식당은 교활한(crafty)것이 아니라면, 기교(craft)가 부족한 것처럼 보인다.

 

파울러 & 웰즈는 분명 멋진 인테리어가 유혹적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게 주방의 위생상태는 의문부호이며, 느린 서비스와 매니저의 태도는 붉은 신호등이다. 파울 & 웰즈에서 식사하기 보다는 비크만 호텔의 인테리어를 구경만 하는 것이 시간과 돈, 그리고 당신의 건강(몸과 마음)을 보호하는 길이다. 

 

<Update>

파울러 & 웰즈는 현재 디저트 요리사(Pastry Cook)을 구하고 있다. 패이스트리 셰프(chef)가 아니라 그 아래 조수가 최근 그만 둔 모양이다. 왜 나의 프로즌 수플레에 두올의 머리카락이 나왔는지 상상할 수 있는 상황.

 

003.jpg

https://culinaryagents.com/jobs/68756-Pastry-Cook

 

Fowler & Wells

5 Beekman St.

https://www.templecourtnyc.com/menus-the-bar-room/

 

   

*2017 뉴욕 레스토랑 위크를 즐기는 요령

*2017 리슬링 테이스팅@크래프트바(Craft Bar)

*르 버나단(Le Bernadin), 한국의 맛 

 

profile
© NYCultureBeat.com | Big Apple, Small Bites: Across the City

All rights reserved. Any stories of this site may be used for your personal, non-commercial use. You agree not to modify, reproduce, retransmit, distribute, disseminate, sell, publish, broadcast or circulate any material without the written permission of NYCultureBea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