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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레미뇽+프아그라+트러플=로시니 스테이크@라 시렌느(La Sirene)

로시니가 작곡가가 아니었다면...                     

Rossini-chef.jpg Rossini, The Chef

 

  

사진만 보긴 하지만, 뉴욕타임스도 매일 좋아할 수는 없다. 수요일(다이닝 섹션), 금요일(주말 아트 섹션), 일요일(아트&레저 섹션)이 특히 더 좋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많은 일간지들이 수요일에 ‘푸드’’다이닝’ 섹션을 내고 있다. NYT를 따라가는 것일까?

 

 지난 달 29일 뉴욕타임스 ‘다이닝’ 섹션 커버(사진 아래)엔 ‘투르네도스 로시니(tournedos Rossini)’라는 이름의 스테이크 사진이 크게 실렸다. 향수 어린 프랑스 요리를 소개하는 칼럼 ‘A Pool of Memories’의 톱 기사의 메인 사진이었다. 투르네도스 로시니를 소개한 레스토랑 이름은 ‘라 시렌느(La Sirene)’. 맨해튼 카날스트릿과 홀란드터널 인근, 지역으로는 소호(SoHo)지 그 변두리에 외롭게 자리한 프랑스 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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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전 어느 추운 겨울 밤 이 식당을 힘들게 예약해서 가봤다. 라 시렌느가 은근히 인기 있었던 이유는 주류를 가져갈 수 있는 ‘BYOB(Bring Your Own Bottle)’ 레스토랑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우리같은 구두쇠들은 식당이 와인값은 소매가의 3배를 받는 것에 부들부들 떤다. 그래서 구두쇠/식도락가 뉴요커들이 더욱더 사랑하는 프랑스 식당이기도 하다. 

 

 라 시렌느는 테이블도 2인용 10여개 뿐으로 아늑했다.  달팽이(에스카르고, escargot) 요리, 돼지고기, 오리고기, 베이컨 등 육류와 콩을 넣어 푹 베이크한 '툴루즈 까술레(Cassoulet Toulouse’s)' 등 정통 프랑스 요리를 한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한 식당이었다. 당근, 콜리플라워, 브러셀 스프라우트, 호박 등 4종의 야채가 반찬으로 나오는 것도 맘에 들었다. 까술레의 맛은 일품이었다. 


 올해 초 파리를 여행하면서 스타 요리사 알랭 뒤카스의 리용 정통 식당 ‘오 리요네스(Aux Lyonnais)’와 ‘베누아(Benoit)’에 가봤지만, 오히려 평범한 로컬 식당보다 실망스러웠다. “파리보다 뉴욕에 더 잘하는 프랑스 식당이 많다”는 50여년간 세계 여행을 두루 해오신 뉴욕 식도락가의 말씀을 듣고 보니, 라 시렌느에 다시 가보고 싶었다. 도대체 필레미뇽 위에 푸아그라, 블랙 트러플까지 얹는 사치스러운 스테이크 ‘토르네도스 로시니’는 어떤 맛일까? 도대체 작곡가 로시니의 이름을 왜 붙였을까? 그것이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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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콤하고, 진한 맛의 쉬라 와인 에르미타쥬(뒤)와 오렌지 그랑 마니에르. 

 

 하지만, 최근 뉴욕타임스에 대문짝 만하게 실렸으니, 손님이 많을 것 같아 예약을 주저했다. 그런데, 지난 일요일 저녁 7시 30분, 우리는 놀랍게도 수월하게 예약할 수 있었다. 기왕 ‘코키지(corkage, 와인 오픈하는 벌금)’를 받지 않는 BYOB이니 주류도 다다익선이다. 반 병짜리 샴페인 ‘롤랑 페리에(Laurent-Perrier)’, 쉬라(shrah) 와인 ‘1990 샤푸티에 에르미타쥬(1990 M. Chapoutier Hermitage La Sizeranne)’그리고 오렌지 그랑 마니에르(Grand Marnier)  미니병까지 3종의 주류를 단단히 싸갖고 갔다.

 

  파란 지붕의 라 시렌느는 옆 가게를 사서 식당을 두 배로 확장한 것이었다. 그래도 25석이다. 대개 식당이 잘 되어 넓혀가면, 맛이 떨어지기 쉽다. 미리 걱정부터 하게 된다. 그러나, 라 시렌느는 여전히 아늑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 웨이터와 웨이트리스도 친절햤다. 프렌치 액센트가 있어서인지 더욱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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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산 굵은 달팽이를 먹은 후 소스는 빵에 발라 먹는다. 

  

  식사로 들어간다. 애피타이저로 에스카르고를, 메인디시로 ‘투르네도스 로시니’를 시켰다. 6개의 튼실한 달팽이가 파슬리, 마늘, 버터 소스에 구워 나왔다. 파리에서 먹던 미니 달팽이의 2-3배 사이즈인 라 시렌느의 달팽이는 입 안 가득히 안겨 씹히는 맛이 고소했다. 바게트로 껍질에서 소스를 싹싹 발라내 먹으니, 벌써 배가 불러진다. 오늘의 주인공인 '로시니 필레미뇽'은 어쩌란 말인가.

 

 라 시렌느의 요리사 디디에 폴리키(Didier Pawlicki)가 손님 테이블을 오며가며 친밀하게 대화를 즐긴다. 그가 우리 테이블에서 멈추었다. “어디서 온 달팽이예요?”고 물으니 “가장 맛있는 인도 산”이라고 한다. 마르세이유 출신으로 남부 프랑스 요리를 잘 하는 폴리키는 12년 전까지만 해도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식당을 운영하면서 일본 대사관에도 케이터링했던 그는 뉴욕에 정착해 프랑스 정통 요리로 승부하고 있는 것이다.

 

 

 IMG_1944.jpg  영어, 불어, 일어를 구사하면서 손님들과 대화하는 요리사 디디에. 

  


 이어 오늘의 스타 ‘투르네도스 로시니’가 나왔다. 

포르투갈 와인 마데이라(Madeira)과 트러플을 섞은 갈색 소스가 마치 초콜릿 같다. 그 위의 블랙 트러플이 보인다. 너무 비싸 얇은 슬라이스 하나가 숨어있었다. 그런데 그 트러플이 사실 신선한 느낌이 아니라 냉장고에서 나온듯 차가왔고, 그윽하고 깊은 맛이 없었다. 필레미뇽과 프와그라의 콤보는 잘 어우러졌다. 스테이크의 질긴 맛과 부드러운 거위 간이 입 안에서 2중주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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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조각(크루통)을 '투르네도스 로시니'(앞)와 함께 서브한다. 뒤는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는 야채 반찬. 

  

 몇년 전 스타 요리사 다니엘 불루가 ‘DB 비스트로 모던’에서 32달러짜리 햄버거를 내놓았었는데, 바로 햄버거 패디에 프와그라를 올린 것이었다. ‘토르네도스 로시니’에서 힌트를 얻었음이 분명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뉴욕 톱 레스토랑인 ‘르 버나단(Le Bernadin)’조차 씨푸드 전문이지만, 때때로 이 고기 요리 ‘토르네도스 로시니’를 스페셜로 메뉴에 올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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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 시렌느에서 가장 인기있는 슈크림& 깔레보 초콜릿 디저트. 둘이 나누어 먹어도 푸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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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리크가 어릴 적 좋아했다는 디저트. 아몬드 카라멜이 가미된 머랭, 카라멜, 크림 앙글레(잉글리시 크림).
 
디저트는 라 시렌느에서 슈크림 속에 아이스크림, 그 위를 다크 초콜릿 소스로 감싼 ‘프로피터롤(Profiterols au Chocolat)’, 둘이 사이좋게 나누어 먹기 좋다. 오렌지 맛 그랑 마니에르와도 잘 어울린다.


 일요일-목요일(금-토 제외) 저녁엔 3코스 정식($30)도 제공한다.  그러나, 크레딧 카드를 받지 않는다. 현금이나 체크는 OK. 

 


La Sirene

558 1/2 Broome St. 212-925-3061. www.lasirenenyc.com.

  


로시니가 평생 세 번 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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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왜 이 프랑스 스테이크 이름에 이탈리아 작곡가 로니시 이름이 붙었을까?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윌리암 텔’’알제리의 이탈리안’ 등을 작곡한 조아키노 로시니(Gioachino Rossini 1792-1868)는 작곡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요리사가 됐을 것이라고 사가들은 말한다. 로시니는 소년 시절 성당에 가서 미사 시간조차 와인의 맛을 즐겼다고 한다. 


‘세빌리아의 이발사’ 초연날에도 샐러드 조리법에 매달린 결과 ‘살라드 알라 로시니(salad alla Rossini)’가 나왔다. 로시니는 트러플을 사랑했다. 칠면조 안에도, 스테이크 위에도 트러플을 추가했다.

 

로시니는 평생 세번 울었다고 한다. 

첫번째는 데뷔 오페라가 실패했기 때문에, 

두번째는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연주를 들으면서, 

그리고 세번째는 소풍을 가기위해 배를 탔는데, 트러플로 채운 칠면조가 뒤집어졌기 때문이었다고 전해진다.

 


 ♣ '세빌리아의 이발사' 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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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시니가 먹는 걸 꽤나 밝혔기 때문에 프랑스 요리도 풍부해졌다. 투르네도스 로시니. 

 

‘투르네도스 로시니’가 탄생한 배경은 전설이 됐다. 

19세기 파리의 유명 레스토랑 ‘카페 앙글레즈’에는 전설적인 요리사 아돌프 뒤글레레가 있었다. 이 식당에 자주 드나들던 작곡가 로시니는 아돌프를 ‘키친의 모차르트’라고 불렀다. 어느 날 로시니는 뒤글레레가 자기 바로 코 앞에서 스테이크 요리를 해야 한다고 고집했다. 뒤글레레는 이에 반발했고, 로시니는 ‘그러면, 딴 데 가서 해. 뒤로 돌아서서.(Et bien, faites-le tourney de l’autre cote, tournez-moi le dos/All right, Do it somewhere else. Turn your back on me!)’이라고 명령해서 ‘Tournedos Rossini’라고 붙여졌다고 한다.
  

이외에도 로시니 이름이 붙은 요리는 많다. ‘Soup alla Rossini’ ‘Poached Eggs alla Rossini’ ‘Cannelloni alla Rossini’ ‘Chicken alla Rossini’ ‘Fillet of Sole alla Rossini’ 등 그의 독특한 입맛이 만들어낸 레시피가 전해진다. 
 

마에스트로 로시니는 이 세상에서 고급 식품은 모두 사 모았다. 이탈리아 아스콜리에서 트러플, 밀라노에서 파네토네, 롬바르디에선 스트라치니, 모데나에선 잠포네스, 이탈리안 모타델라, 세르비아의 햄, 영국의 스틸톤 치즈, 마르세이유의 누겟, 그리고 로얄 정어리까지 최고의 음식을 찾았다. 뿐만 아니다. 


와인 저장고엔 카나리 아일랜드에서 보르도, 요하네스버그까지 와인을 수집했다. 1864년 그의 친구 중의 하나는 유명 와이너리 ‘샤토 무통 로쉴드’를 소유한 귀족 로쉴드였다.  

 

로시니가 요리사가 되지 않은 것이 천만 다행이다. 식도락가 로시니는 예상대로 좀 뚱뚱했다. 그에 관한 전기영화가 나온다면 제라르 드빠르디유가 최고의 캐스팅일듯 하다.

 

 '윌리엄 텔' 서곡(overture) 중 피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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