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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코스 가이세키와 우아한 우라카수미 사케의 하모니

키타노 호텔 하쿠바이 Hakubai @Kitano Hot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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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의 아라시야마 대나무 숲(Arashiyama Bamboo Forest). Photo: Sukie Park


뉴욕에 살다 보면, 한국 여행은 너무 멀게 느껴진다.
항공료도 비싸고, 비행시간도 길고, 사야할 선물도 많고, 해야할 일도 많고… 가족과 친구들을 보고, 한식을 먹는 것으로 보상이 되겠지만 큰 맘을 먹고 계획을 짜야한다.

2005년 가을 오랜만에 서울에 갔을 때 오는 길 죽마고우와 교토를 여행했었다. 도쿄는 뉴욕, 홍콩, 서울과 많이 닮아있었지만, 교토는 고도(古都)인지라 템포도 느렸고, 역사의 도도한 숨결이 느껴졌다.

그때 우리는 비싸지 않은 여관(료칸)에서 나흘간 묵었는데 간단한 가이세키식 아침식사를 기모노 차림 여인들이 가져다주어 너무나 황송했던 기억이 난다. 진짜 일식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는 가이세키(Kaiseki, 会席)는 우리의 여행 예산으로는 감당하기 힘들어 포기해야만 했다.


kyoto-breakfast1.jpg 첫날 아침식사kyoto-breakfast2-jk.jpg 둘째날 아침식사kyoto-breakfast3.jpg세째날 아침식사

와인을 즐겨 마셔온 편이지만, 일본 사케(Sake)는 가까이 하기엔 먼 술이었다. 맵고, 짜고, 새콤한  한식에 익숙한 우리 입맛에는 어딘가 밍밍하고, 너무 정교한 듯했다. 

그래도 잊혀지지 않는 사케가 있었다. 
10년 전쯤 하와이 여행 중 호놀룰루의 니코 호텔 안의 일식집에서 사케 샘플(flight)를 시도했는데, 벚꽃향내가 그윽한 맛이 일품이었다. 
이후 유엔 본부 인근의 사케집 사카구라(Sakagura)나 뉴저지 엣지워터의 미츠와 슈퍼마켓에서 몇 병을 사와 마셔봤지만, 그 맛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사케와는 가까워지기 어려울 듯 했다. 


sakagura.jpg www.sakagura.com


그런데, 최근 파크애브뉴의 키타노(Kitano) 호텔 내 일식집 하쿠바이(Hakubai)에서 마련한 특별 디너가 우리의 시선을 끌었다. 
11월 22일 가이세키(Kaiseki)와 사케 우라카수미(Urakasumi, 浦舞) 디너를 연다고 했다. 예전에 하쿠바이에서 약식이지만, 점심 때 하쿠바이 가이세키를 먹을 기회가 있었다. 이번 가이세키 사케 디너엔 무려 15-16가지가 나온다고 했다. 그야말로 군침 넘어가는 럭셔리 테이스팅 메뉴.

키타노 호텔은 2009년 배우 소지섭씨가 뉴욕 아시안영화제에 방문했을 때 묵었던 호텔로 일본 여성팬클럽에서 그를 모시고 파티도 열었었다. 배용준(욘사마) 팬클럽말고, 소지섭 팬클럽도 활동이 대단했다. 그때 중년의 일본 여성들이 소지섭씨 사진을 모으고, 비디오 클립 상영하고, 경품도 하는 10대 소녀들의 모습을 보여서 놀랐었다. 

뉴욕에서 일본인이 소유한 호텔로는 가장 오래 됐다는 키타노는 그랜드센트럴에서 4-5블럭 남쪽의 비교적 조용한 거리에 자리해 있다. 모던한 인테리어에 재즈 바와 선물의 집도 운영한다.

지하의 식당 하쿠바이(白梅)는 기모노 입은 웨이트레스들이 서빙한다. 하쿠바이는 일본어로 '흰 매화'라는 의미다.


하쿠바이 가이세키 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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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애피타이저                                               2. 사시미                                                      3. 차완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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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구이 종류                                                       5. 메인디쉬: 스시                                  6. 디저트           Photo: NYCultureBeat



사케 우라카수미를 구글해보니, 1724년부터 사케를 만들어온 유서깊은 회사다. 조선 영조가 즉위한 해라니...
http://www.urakasumi.com/hpa/english.html

계절 가이세키와 우라카수미사케 디너의 가격은 1인당 $100이었는데(택스&팁 제외)였으니, 뉴욕의 프랑스나 이탈리아 레스토랑보다 훨씬 낮은 셈이다. 

그래서 친구와 일본에 가는 비행기와 호텔 삯을 절약하는 셈 치고 정통 가이세키와 명품 사케를 시도해보기로 했다.

이날 오후 6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3시간여에 걸쳐 가이세키의 맛과 아름다움, 명품 사케의 맛을 음미할 수 있었다. 



하쿠바이 가이세키와 우라카수미 사케 디너                                                                      



Image-2_int_header_image (1).jpg www.kitano.com


가이세키란?
일식 요리사가 계절 재료를 활용해서 다양한 조리법으로 중복되지 않도록 조리하며, 모양과 색깔의 조화도 감안하며, 용기도 센스있게 선택해서 제공한다. 가이세키는 눈으로 보고, 코로 냄새를 맡으며, 귀로 들으며(*우동 국물 ‘후르륵’ 마시는 소리), 입으로 음미하는 오감의 요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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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카수미는?

도쿄에서 북으로 300km 떨어진 미야기의 시오가마에 자리한 사케 회사로 일본어로 ‘안개낀 포구’라는 뜻이다. 우라카수미의 13대 손인 코이치 사우라(Koichi Saura) 대표는 20여년 전 뉴욕에서 유학했던 인물로, 지금 안개마을에서 고급 사케를 만들고 있다.
스페인의 영화감독 이름 카를로스 사우라(Carlos Saura)가 떠올랐다. 일본 성과 스페인 성이 같을 수도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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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 왼쪽에 가이세키 메뉴, 오른쪽에 우라카수미 사케 메뉴, 그리고 고객의 이름표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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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피타이저1: 감 요리(감 그릇에 깨소금 페이스트로 무친 곤약, 버섯과 두부 (marinated persimmon, konjac and mushroom in tofu and sesame seed paste): 애피타이저 7가지 중 첫번째로 나온 감은 계절감이 있었지만, 조금 달착지근해서 후식으로 내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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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케 1: 우라카수미 사케 준마이 다이진조 ‘M’ (Urakasumi pure rice super premium)
겨우 700병을 출하한 대표작 준마이 다이진조 M은 우라카수미의 걸작이라고. 사과와 파인애플 등 과일 향이 풍부하며, 명품 보르도처럼 우아하고, 긴 여운이 특징이다. 청아한 느낌이 한층 빛난다. 이스트빌리지의 사카야(Sakaya, http://www.sakayanyc.com)에서 내년 봄 $140-$150에 판매될 예정이라고 한다. 레이블은 뉴욕의 일본 디자이너가 특별히 제작했다. 알코올농도는 16-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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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피타이저 2(사키즈케): *사진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시금치 무침(시금치, 국화, 표고버섯 샐러드 spinach, chrysanthemum and shiitake mushroom oshitashi)/아구 간요리(simmered monkfish liver with ginger)/우엉 황란 쇠고기 말이(burdock wrapped in beef topped with yolk)/간 새우 토핑 무조림(simmered daikon radish with minced shrimp)/식초 소스 고등어 튀김(deep-fried pike mackerel marinated in sweet and vinegar sauce)/가다랑어 양념 오징어(marinated squid in bonito insides)

소꿉장난하듯이 아기자기한 모양의 그릇에 담긴 사키즈케(애피타이저). 특히 아구 간요리는 푸아 그라처럼 진하고 깊은 맛이 준마이 다이진조 M과 잘 어울렸다. 싱싱한 오징어 양념은 마치 동해에서 금방 잡아온 한치의 맛이었고, 무조림은 간장맛이 진하지 않고 섬세해서 무의 맛을 가득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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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코스(무코우즈케):  라임부터 시계 방향으로 모듬 사시미. 광어(fluke)/잿방어(kampachi)/고등어(fresh mackerel)//참치 뱃살(toro, fatty tuna).

본격적인 요리의 시작으로 흰살 생선을 먼저 먹고, 붉은색은 나중에 먹는다. 원래는 3가지 생선회를 제공할 예정이었는데, 마침 싱싱한 고등어가 들어와 보너스로 추가됐다고 매니저가 설명했다. 또한 광어는 활어가 입수되어 금방 회를 친 것이라며 함께 내왔다. 한국 일식집에서는 광어 한 마리 시키는 것을 많이 보아왔지만, 뉴욕에선 그런 광경을 보기 드물었다. 쫀듯쫀듯한 광어살의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나머지로 매운탕을 해주면 좋으련만… 고등어 또한 비린내 없이 생선살의 식감이 탁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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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케 2: 준마이 진조 우라카수미 젠(junmai ginjo Urakasumi zen) pure rice premium
1973년 첫 출시된 후 인기를 누려온 사케. 크리미하고 롱 피니시로 생선회, 생굴과 잘 어우러진다고. 레이블이 ‘Happy Buddah’. 시중에서 80달러선. 알코올은 15-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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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코스: 게 그라탕 튀김(deep-fried hard-shell crab, crabmeat, fishcake, onion)
소프트셸 크랩 시즌이 끝났다. 요리사 유키히로 사토씨는 하드셸 크랩을 그라탕처럼 만들어 냈다. 크랩 뎀푸라인 셈. 담백한 맛을 좋아하는 이에겐 양파가 너무 많이 들어간듯 조금 느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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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케 3: 준마이 슈 우라카수미(junmai-shu Urakasumi)
견과류 향과 스파이스가 느껴지는 사케. 매일 마시기에 부담이 없는 맛과 가격($42)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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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코스(야키 모노): 랍스터와 성게알 버터 구이(butter-grilled lobster with sea urchin, 왼쪽)/유안 스타일 은대구 된장구이(Yuan style grilled black cod with miso)

노부 마추히사가 유행시킨 은대구 된장구이보다 담백한 구이. 매니저의 말에 따르면, 유안은 일본의 유명한 스님으로 그의 요리 스타일이라고 한다. 
이 날의 스타는 단연 랍스터와 성게알 버터 구이였다. 성게알이 녹은 국물 맛이 일품이라 밥 한공기 시켜서 비벼 먹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체면 불사하고 후루루 국물을 마셨다. 가이세키 요리는 국물 한 방울도 남겨서는 안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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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 코스(스노 모노): 생굴 폰즈 소스(fresh raw oyster with ponzu sauce)
워싱턴주에서 온 스텔라 베이(Stellar Bay) 굴은 싱싱했고, 폰즈 소스가 프레시한 맛을 증폭시켜주었다. 우라카수미가 굴 생산지로도 유명하니 오이스터와는 찰떡 궁합일지어다.


◇사케 4: 히야오로시 도쿠베추 준마이 슈 우라카수미(hiyaoroshi tokubetsu junmai shu Unrakasumi, 사진 아래) 
이 사케는 겨울에 제조한 후 여름 내내 탱크 안에서 숙성시켰다가 살균과정을 거치지 않고 가을에 출시한다. 멜론과 사과 등 과일향이 감미로우며 크리미하다. 가다랑어 사시미, 버섯 그라탕, 연어 된장구이, 밤밥 등과 잘 매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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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코스(쇼쿠지, 식사): 이나니와 버섯 우동(hot inaniwa udon with mushroom)/장어 초밥(rod-shaped sushi topped with slice of eel)
이날의 두번째 좋아했던 요리는 바로 이나니와 우동. 아키타현에서 나왔다는 이나니와는 우동 면발이 납작하고 부드러워 소화도 잘 된다. 가을 버섯의 맛이 국물에 잘 우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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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미즈카시): 녹차&바닐라 아이스크림(green tea and vanilla ice cream), 떡이 들어간 고구마 수프(round rice flour dumpling covered in purple colored sweet potato soup).
녹차 아이스크림이 다른 레스토랑보다 더 녹차의 그윽한 맛을 냈다. 보라색 고구마 수프는 차가와서 개운하면서도 토속적인 향미가 입안을 감돌았다. 입맛에 컬러가 눈까지 더 풍요롭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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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요리사 유키히로 사토(Yukihiro Sato, 오른쪽)씨와 키타노 호텔 매니저 야수유키 코지마(Yasuyuki Kojima)씨. 


하쿠바이는 가이세키와 사케 코스 참석자들에게 미니 우라카수미 사케 세트, 기타노 재즈 바 입장 및 무료 칵테일 쿠폰까지 선사했다. 


photo2.JPG 사케 세트 보너스

가이세키는 뉴욕 고급 레스토랑의 테이스팅 메뉴와 유사했다. 
특히 미슐랭 3스타 식당인 세자르 라미레즈의 브루클린 페어 셰프즈 테이블(Chef's Table at Brooklyn Fare)처럼 계절 재료를 사용해 멀티 코스로 제공하며 변화무쌍한 조리법에 컬러와 식기의 조화가 오감을 충족시키는 식사였다. 게다가 사케 명가 우라카수미의 13대손이 직접 설명하는 사케 이야기는 교육적이었다.   



이날 배운 사케에 관해 알아야할 것


-사케는 쌀과 물로 만든다
-사케는 빈티지가 없다.
-사케는 일단 오픈하면, 2-3시간 내에 마시는 것이 좋다.
-여름엔 차게, 겨울엔 따뜻하게 마셔도 좋지만, 차게 마시는 것이 그윽한 향미를 느낄 수 있다.
-일본 외에 미국과 중국, 한국이 가장 큰 사케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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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kubai Japanese Restaurant 
at The Kitano New York Hotel 
66 Park Ave.@38th 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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