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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여우주연상 수상 윤여정씨 한국언론 기자회견

 

'최고'보다 '최중'으로 더불어 사는 삶이 좋다

'미나리(MINARI)'는 진심이 통한 영화...정이삭 감독 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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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5일 제 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Yuh-Jung Youn, 73)씨가 한국 언론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여정씨는 시상식 후 LA 총영사관에서 한국 언론과의 기자회견을 열고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펼쳤다.

다음은 기자회견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윤여정씨 기자회견 "진짜 이야기 미나리가 늙은 나를 건드렸다" <연합뉴스>

https://www.youtube.com/watch?v=mTB4cP17Sao&feature=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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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을 예감했나

윤여정: 후보에 오른 후 글렌 클로즈(Glen Close)와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2002년 런던에서 그녀가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A Streetcar Named Desire)'에서 블랑쉬 역으로 나오는 것을 봤다. 그 나이에 블랑쉬라니, 진심으로 글렌 클로즈가 받기를 바랬다. 알고보니 글렌과 나는 동갑이더라. (*주: 글렌 클로즈는 아카데미상 후보에 8회 올랐지만, 아직 수상하진 못한 불운의 배우이기도 하다.) 인생에서 하도 배반을 많이 당해서 수상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수상 소감도 영어를 엉망으로 했다. 그보다 잘 할 수 있었는데, 창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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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런던 프로덕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 글렌 클로즈/ 론 하워드 감독의 'Hillbilly Elegy'로 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배우 한예리와 아카데미 시상식 동행에 대하여

윤여정: 코로나 팬데믹으로 후보자들이 시상식에 1명씩 동행할 수 있었다. 나는 아들이 둘인데, 아들이 나를 도와준 이인아('미나리' 시나리오를 전해주고 감독을 소개해준 PD) 누나를 데려가라고 했다. 그런데, 인아가 자신은 'Nobody'라면서 영화에 출연한 예리가 오는 것이 아름답다고 했다. 진심으로 만든 영화에 진심이 통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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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레드카펫에서 윤여정씨와 한예리씨/ 오스카 카운트다운, '미나리' 팀이 한데 모였다. Photo: Twitter

 

-지금의 인생 최고의 순간인가.

윤여정: 나는 '1등', '최고'라는 말이 싫다. 더불어 같이 사는 거다. 아카데미상이 전부는 아니다. 워낙 동양인들에게 아카데미의 장벽이 트럼프 장벽보다도 높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최고라기보다는 '다같이 최중'으로 더불어 살면 안되는가?

 

-수상 소감이 솔직하고 재치있다는 평을 받았다.

윤여정: 오래 살았고, 좋은 친구들과 수다를 잘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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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에서 리 아이삭 정과 김기영 감독을 언급했다. 감독의 역할에 대하여.

윤여정: 영화는 종합예술이다. 맨 위부터 맨 아래까지 전체를 아울러야하는 대단한 일이다. 김기영 감독은 21살 즈음에 만났다. 사람들은 모두 천재라고 했지만, 내겐 힘들었던 감독이다. 60살이 되어서야 감사하게 됐다. 늙어서 만난 정이삭은 우리 아들들보다 어린데, 현장에서 차분하고 콘트롤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촬영 현장에서 아무도 모욕주지 않고, 존중했다. 흉보는 감독들이 많은데.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 정이삭은 한국 사람의 종자로 미국 교육을 받아 굉장히 세련된 사람이다. 이제 43살인데 내가 존경한다고 했다. 김기영 감독에게 못한 것을 지금 정이삭이 받는 것 같다. 내가 75세인데 철이 안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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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피트(시상자/제작자)와는 무슨 이야기를 주고 받았나.

윤여정: 다음 영화 만들 때는 돈 좀 더 쓰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쪼끔 더 쓰겠다"고 하더라. 한국에 팬들이 너무 많으니 한번 오라고 했다. 그랬더니 꼭 오겠다고 했다.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브래드 피트와의 만남에 관한 질문이 쏟아졌다. "브래드 피트의 냄새가 어땠나?"에 대해서는 "나는 냄새 맡지 않았다. 난 개가 아니다. 무대에서 그를 보았는데, 내 이름을 부를 때 나는 알았다. 그가 내 이름 발음을 열심히 연습한 것을."라고 답했으며, "브래드 피트와 함께 영화에 출연한다면, 어떤 장르가 될까?" "나의 나이와 영어로 불가능한 이야기다. 나는 불가능한 꿈을 꾸지 않는다"라고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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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선택의 기준은.

윤여정: 60세, 환갑이 넘은 후 바뀌었다. 나 스스로에게 약속을 했다. 시나리오보다도 사람을 보고, 믿는 애면 출연하리라. 사치스럽게 살기로 결심했다. 내 인생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면, 그게 사치스러운 것이다. '미나리'는 시나리오(미국에선 스크립트/script라고 한다)가 영어로 되어 있어서 골이 아팠다. 그런데, 순수하고, 진지하고, 진정성 있는 진짜 이야기였다. 기교로 쓴 작품이 아니라 진실한 이야기라서 늙은 나를 건드렸다. 그래도 잘 안넘어간다. 그러다 감독(리 아이삭 정/정이삭)을 만났는데, 어디서 이런 애가 있나 싶었다. 한국의 감독들은 거의 잘난 척을 한다. 

 

그런데, 독립영화라 예산이 적었다. 이 나이에 비행기 이코노미석을 타고 오클라호마 털사까지 오라고 했다. 이 나이에 이코노미는 못타기 때문에 내 돈으로 왔다. 대본 전해주는 아이(이인아 PD)를 믿었다. 진심을 믿었다. 내가 늙은 여우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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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들에게 감동적인 영화인 '미나리'의 결말에 대한 의견은.

윤여정: 원래 시나리오에선 할머니가 돌아가신다. 양로원에서 화투도 못쳐서 손주들이 도와준다. 그리고 나레이션이 나온다. 그런데, 촬영하다가 엔딩이 바뀌었다. 정이삭이 대본을 안보여주더라. 그가 현명한 사람이다. 사실 '아이리쉬맨(The Irishman)' 등 많은 영화에서 인종차별 이야기는 많이 다루어졌다. '미나리'에서 스티븐 연이 "한국 사람들은 머리가 있지, 머리를 쓰느 거야"라고 말한다. 물을 찾는 것은 화합(Unification)의 의미다.

 

서로 좋은 점은 받아들여야 한다. 정이삭이 예일대 출신이라 나보다 낫다. 한국 사람들은 "MSG가 안들어간 심심한 영화"라고들 한다. 영화에서 미국 소년이 "왜 네 얼굴은 넙데데하니?"라고 할 때 감독은 비틀지 않았다. 비틀면 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내 동생도 "끝이 그게 뭐야?"했지만, 나는 선댄스영화제에서 처음 결말을 봤는데, 만족했다.

 

-'미나리'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이유는.

윤여정: 시나리오를 잘 썼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손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이나 부모의 희생은 보편적인 이야기다. 이삭(리 아이삭 정)이 진심으로 썼다. 사실 이런 것은 평론가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다. 배우는 자기의 역할을 맡으면, 어떻게 연기하는가 연구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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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철학은.

윤여정: 나는 연기를 열등의식에서 시작했다. 연극을 한 것도 아니고, 연영과 출신도 아니라 아르바이트로 연기를 시작했기 때문에 열심히 대사를 외서 남에게 피해를 안주자하는 절실함이 있었다. 내겐 대본이 성경같았다. 많이 노력한다. 미국에서 이런 말이 있다. "어떻게 브로드웨이(*카네기홀)에 가나요?"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연습, 연습(Practice, Practice)"이다. 

 

(한 기자가 질문 전에 직접 만나뵙게 되어서 영광이라고 인사를 했다. 윤여정씨는 "TV 틀면 나오는데, 무슨 영광이예요?"하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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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g Joon Ho and Youn Yuh-jung Talk ‘Minari’

https://www.youtube.com/watch?v=A8IyCyJXSGk

 

-국민의 성원이 열렬했다. 한 말씀하신다면.

윤여정: 상을 타서 성원에 보답하게 되어 다행이다. 축구선수들의 심정을 알 것 같았다. 너무 응원을 하니깐 눈의 실핏줄이 다 터졌다. 그들은 성원인데, 나는 이거 못받으면 어떻게하나... 노미네이트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 생각했었다. 너무 힘들어서 운동선수들의 심정을 알것 같았다. 2002년 월드컵 때 발 하나로 그 난리들을 쳤을 때 얼마나 정신이 없었을까? 김연아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내가 운동선수가 된 기분이었다. 세상에 나서 처음 받는 스트레스였다. 아카데미상 시상식도 구경이나 해보자하는 마음이었다.  

 

봉준호 감독을 만났는데, '기생충' 팀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이라 인터뷰하러 다니느라 송강호는 코피까지 터졌다고 하더라. 나는 하루 7-8시간 Zoom으로 외국 언론과 인터뷰를 그것도 영어로 해야 했다. 이걸 캠페인이라고 하더라. 정치인들이 투표를 얻기 위해 하는 것처럼. 내가 한국 언론을 무시한 것이 아니라, 투표권자들의 표를 사기 위해 외국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이다. 내가 이 나이에 어디가서 살겠나? 한국에서 살아야지.  

 

-다음 계획은.

윤여정: 계획은 없다. 살던 대로 살 것이다. 대사 외는 것이 힘들다. 남에게 민폐가 되지않을 때까지 이 일 하다가 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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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윤여정씨 한인 배우 최초 오스카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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