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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Citta NYC
2012.10.06 17:14

<30> 공포의 리틀숍: 바워리스트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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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리틀숍
Little Shop of Horrors(1986)

# ‘해피 엔딩’은 할리우드의 유토피아적인 세계관이다. 재앙이 일어나면, 수퍼 영웅이 나타나 해결하고, 남과 여가 만나면 우여곡절 끝에 키스나 결혼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현실에서 만사가 권선징악의 해피엔딩은 아니다.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영화 ‘플레이어(Players)’에서 한 시나리오 작가는 말한다. “정직한 사람이 죽는 것, 그것이 현실이다(Honest men die. That’s rea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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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Warner Brothers 

 

# 할리우드는 물론, 한국에서도 감독과 제작자들은 결말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1986년, 뮤지컬이 거의 가뭄이었던 할리우드에서 나온 프랭크 오즈 감독, 알란 멘킨 작곡의 컬트 뮤지컬 ‘공포의 리틀숍(Little Shop of Horrors)’은 엔딩을 바꾸어야만 했다. 감독에게 이건 가슴이 찢어지는 일이다.

 

영화 개봉 전 관객 시사회에서 설문을 했더니, 단 13% 만이 타인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겠다고 응답한 것. 시사회에서 통상 55% 이상이 나와야 스튜디오는 영화를 안심하고 풀 수 있는데… 문제는 영화의 엔딩이었다. 보통 관객에게 식인 식물이 주인공들을 잡아 먹는 결말은 무언가 찝찝했던 것이다. 이 영화는 관객들이 용납하기 석연치않은 슬픈 사랑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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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식인 식물 오드리2. 

 

# 오즈 감독은 다급히 영화의 결말을 주인공 시무어와 오드리가 결합하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시사회 결과 관객의 75%가 추천하겠다고 응답했으며, 영화는 개봉됐다. 제작비 2500만불이 든 이 영화는 3800만 달러의 흥행 수입을 거두었다. 영화광들에겐 컬트무비로 자리매김했다. 소심한 고아 청년과, 몽상에 빠진 백치미의 여인, 돈에 눈이 먼 꽃가게 주인 그리고 외계에서 온 식인 식물이 음산한 바워리스트릿에서 꾸미는 이야기다. 세명의 흑인 여성 트리오가 그리스 코러스처럼 두왑, 스윙 송을 들려주는 것도 참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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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무어와 오드리.

 

*"Suddenly Seymour"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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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9일 링컨센터에서 알란 멘킨의 반주로 'Suddenly Seymour'를 부르는 오리지널 뮤지컬과 영화 주인공 엘렌 그린. Photo: Sukie Park

 

# 2012년 9월 29일 제 50회 뉴욕영화제에서 ‘디렉터즈 컷(Director’s Cut)’이 상영됐다. 프랭크 오즈 감독의 오리지널 ‘비극 엔딩(23분)’ 버전이 부활한 것이다. ‘공포의 리틀숍’ 오리지널 시사회엔 오즈 감독을 비롯, 알란 멘킨, 여주인공 오드리 역의 엘렌 그린, 그리고 복원 편집자가 무대에 올라 4반세기 전과 지금의 색다른 감회를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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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왑 코러스.

 

*'Little Shop of Horrors' Opening Sequence

 

# 맨해튼 로어이스트사이드, 거지들이 몰려사는 ‘스키드 로(Skid Row)’ 바워리스트릿(Bowery Street)에는 자그만한 꽃가게가 있다. 이 곳의 소심한 고아 출신 점원 시무어(릭 모라니스)는 꽃꽂이 처녀 오드리(엘렌 그린)를 짝사랑한다. 그러나, 오드리의 관심은 오토바이 광 치과의사(스티브 마틴)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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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혈질 치과의사 스티브 마틴과 환자 빌 머레이. 

 

가게가 문닫기 일보 직전인 어느 날 시무어는 중국인 꽃집에서 1불95센트짜리 희귀한 화분을 사온다. 그런데, 이 식물은 매일 쑥쑥 자라면서 노래까지 한다. 시무어는 식물에 ‘오드리 2’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오드리2가 언론에 알려지면서 꽃가게는 성황을 누린다. 그런데, 드라큐라와 같은 오드리2는 사람의 피를 먹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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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9일 디렉터즈 컷 시사회에서 제작진. SP

 

# 오리지널 엔딩에서 늘 “초록 세계로 가고 싶다”던 오드리가 식물의 입 안으로 들어간 후, 시무어도 식물에게 잡아먹힌다. 그리고, 영화는 수퍼마켓, 브루클린브리지, 자유의 여신상 등 미국 자본주의의 탐욕을 상징하는 이미지에 오드리2를 킹콩처럼 몽타쥬 한다. 다분히 미국을 비판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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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숍 호러’는 러브스토리다. 오프브로드웨이 무대에선 식물에게 먹힌 남녀 주인공들이 나와 관객에게 인사를 하지만, 영화에선 그런 배려가 없다. 영화 관객들은 남녀 주인공들이 죽는 영화를 굳이 보고 싶지 않아하며, 할리우드와 감독은 상업성을 위해 결말을 바꾸어야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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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시우머...슬픈 사랑의 노래.

 

# ‘공포의 리틀숍’은 원래 B급 영화의 거장 로저 코만이 1960년에 만든 저예산(3만불) 영화를 원작을 뮤지컬로 옮긴 후 할리우드에서 다시 각색된 작품이다. 디즈니의 뮤지컬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에서 ‘시스터액트’ ‘뉴시즈’ 등까지 히트시킨 알란 멘킨의 출세작이 바로 오프브로드웨이 뮤지컬 ‘공포의 리틀숍’이었다. 그러나, 그의 콤보 작사가 하워드 애쉬만은 ‘알라딘’ 작곡 중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팀 라이스가 멘킨의 콤비로 작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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