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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준 감독 다큐멘터리  '달팽이의 별'   ★★★★ 

   

"가장 값진 것을 보기 위하여
잠시 눈을 감고 있는 거다
가장 참된 것을 듣기 위하여
잠시 귀를 닫고 있는 거다
가장 진실한 말을 하기 위하여
잠시 침묵 속에서 기다리고 있는 거다." 

 

29316_4f331eb8e1583_4.jpg Cinema Guild 

 

이승준 감독의 다큐멘터리 ‘달팽이의 별(Planet of Snail)’은 올 4월 트라이베카영화제에 초청된 후 7월 25일 필름포럼에서 개봉됐다. 할리우드가 폭력을 미화하는 블록버스터를 융단폭격하는 한여름, ‘달팽이의 별’은 아직도 사람에게 위안을 주며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다. 폭력의 소음과 특수효과의 공해 대신 소박한 인간성에 대한 영화가 어디선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희망을 주는 작품이다. 그 영화가 한국에서 왔기에 더 소중하다. 

 

IMG_7766.jpg '달팽이의 별(Planet of Snail)' 필름포럼 간판. SP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영찬씨는 달팽이처럼 단단한 껍질에 갇혀서 달팽이처럼 느낌으로 느릿느릿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그가 고독한 것은 아니다. 그의 눈과 귀가 되어주는 여인 순호씨가 있다. 그녀를 볼 수는 없어도 영찬씨에게 순호씨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임에 틀림없다. 순호씨는 척추장애로 키가 영찬씨의 허리춤에 닿는다. 이들이 사는 행성, '달팽이의 별'로 89분간 여행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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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름포럼 로비에 설치된 '달팽이의 별' 등 상영 영화 리뷰. Photo: Sukie Park 

 

뉴욕타임스는 "아름답게 촬영된 다큐멘터리는 정교한 감각에 대한 시적인 명상"이라고 호평했다.

주간지 타임-아웃 뉴욕은 '완벽한 데이트 영화'라며 별 4개를 주었다. 

Salon.com은 '잊을 수 없는 러브 스토리' "그녀는 자그마하고, 그는 못듣고, 못 보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들의 결혼 이야기는 올해 최고의 영화 로맨스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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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고요하게 점자로 대화한다.  Photo: Cinema Guild

  

영화는 영찬씨와 순호씨가 연을 날리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연은 영찬씨의 손에 쥔 실타래에서 하늘로 올라가 퍼덕인다. 영찬씨가 순호씨처럼 연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영찬씨는 그저 상상을 하면서 즐길 뿐이다.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다고 순호씨가 항상 행복한 것은 아니다. 시골에 살던 순호씨는 비를 좋아한다. 특히 소나기를. 그녀는 울고 싶을 땐 집 밖으로 나가 비를 맞았다고 말한다.  

 

시청각 복합장애자인 영찬씨와 척추장애자인 순호씨는 손가락으로 대화(*점화(點話: 기존의 점자를 손등 쪽 손가락 위에 찍어 대화하는 방식)를 한다. 이들의 고요한 손가락 대화는 어느 피아도 듀엣보다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이승준 감독은 연민의 시각을 배제한 채 음악이라는 양념을 쓰지 않고 이들의 색다른 일상을 포착한다. 침실 천장의 형광등이 나갔는데, 볼 수 없는 영찬씨와 키가 작은 순호씨는 어떻게 해결할까? 밥상에서 콩나물과 장조림, 김치 반찬은 어떻게 찾을까? 보통 사람들에겐 아무 것도 아닌 일이 이 부부에겐 중대사가 된다.

 

이들에겐 장애자 친구들이 있다. 글을 쓰는 영찬씨는 장애우들을 위한 희곡을 썼고, 순호씨는 연출자가 됐다. 이들은 교회에서 연극을 공연한다. 무대에서 “버러지도 볼 수 있고, 날 수 있는데, 나는 왜?”하면서 하나님에 하소연하는 한 장애인의 아우성이 메아리처럼 머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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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팽이의 별에서 소박하게 살아가는 영찬씨와 순호씨. Photo: Cinema Guild  

 

‘달팽이의 별’은 마음을 움직이는 그런 영화다. 그 동안 당연히 여겨온 오감이 서서히 깨어나고, 감사하지 못하고 불평을 해온 것도 미안해진다. 너무 많이 보고, 너무 많이 들어서 탐욕도 커진 것은 아닌가? 달팽이의 별로 여행하는 것은 나에게로의 여행과도 같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 이승준 감독이 고맙게 느껴질 따름이다.

 

‘달팽이의 별’은 지난해 11월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대상을 받았으며, PBS-POV의 ‘최고의 다큐멘터리’에 선정됐다

 

*예고편 보기

  

▶상영시간 오후 1시, 2시 45분, 4시 30분, 6시 15분, 8시 10분, 10시 10분. $7(멤버), $12.50(일반) 209 West Houston St. 지하철 1 타고 Houston St. 하차.  212-727-8110. www.filmforum.org.

  

 

000.jpg *트라이베카 영화제 초청 

*'달팽이의 별' 필름포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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