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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 Small, Live Large in Leisure Land

알렉산더 페인 감독, 맷 데이먼 주연 '다운사이징(Downsiz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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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wnsizing' 예고편1



Think Small. 폭스바겐 자동차의 전설적인 광고 카피였다. 

인구 증가와 환경오염으로 지구가 병들어가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Think Small. 작은 것을 생각해보라. 인간이 작아진다면 소비도 줄이고, 쓰레기도 줄이고, 환경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인간이 가진 돈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커진다. 맞다, 100배는 부자로 살 수 있다. 소인국으로 가면, 당신은 백만장자가 된다. 소인국 세계를 그린 동화와 같은 이야기가 알렉산더 페인(Alexander Payne) 감독의 신작 '다운사이징(Downsizing)'이다.


알렉산더 페인은 졸작이 없는 믿음직한 감독이다. 그래서 신작이 나오면, 무조건 보러가고 싶은 감독 중 한명이다. 

잭 니콜슨이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의 보험회사 감정사직을 은퇴한 노인으로 등장하는 '슈미트에 관하여(About Schmidt, 2002)', 중년 남성 둘이 와이너리를 돌며 와인과 인생을 음미하고 관조하는 영화 '사이드웨이즈'(Sideways, 2004), 호놀룰루의 변호사 조지 클루니가 혼수상태의 아내의 외도를 알게되는 ''디센던트(The Descendants, 2011)', 그리고 로라 던의 아버지 브루스 던이 복권 당첨금을 받으러 길을 떠나는 노인으로 출연한 '네브라스카(Nebraska, 2013)'까지 페인의 주인공들은 '고개 숙인 남성'들이다. 수퍼 히어로가 종횡무진하는 액션영화들의 융단폭격 속에서 알렉산더 페인은 진지하게 현실의 이야기를 조명하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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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2일 MoMA에서 열린 '다운사이징' 시사회 후 알렉산더 페인, 홍 차우가 대화를 나누었다.


오랜 단짝 시나리오 파트너 짐 테일러(Jim Taylor)와 함께 작업해온 그의 신작 '다운사이징'은 현실이라는 기존의 링에서 벗어난 SF영화다. 기업의 업무와 규모를 축소하는 다운사이징이 아니라 인간 자체의 크기를 축소하는 이야기다. '다운사이징'은 대인국과 소인국이 등장하는 조나단 스위프트의 소설 '걸리버 여행기'의 풍자나 '애들이(6mm로) 줄었어요(Honey, I Shrunk the Kids, 1989)'의 해프닝 코미디와는 달리 진지한 인류와 지구의 미래를 위한 공상과학적인 청사진같다.


'다운사이징'은 노르웨이의 한 실험실에서 시작한다. 한 과학자가 실험용 쥐(기니피그, 모르모트) 한 마리를 시험관에 넣은 후 스위치를 누르니, 콩알 만큼 작아졌다. 생명체를 축소하는 획기적인 실험이 성공한 것이다. 뉴스는 전파를 타고 세계인들의 반응을 보여주는데, 그 첫번째 장면이 어느 생선시장에서 TV 뉴스를 보며 환호하는 한국인들이다. (페인이 한국계 캐나다 배우 산드라 오의 남편이었고, '사이드웨이즈'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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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wnsizing


오마하 스테이크 회사의 물리치료사 폴(맷 데이먼 분)과 오드리(크리스틴 위그 분) 사프라네크 부부는 지루할 만치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다. 폴은 의사가 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고, 오드리는 좋은 집으로 이사가고 싶지만 형편이 안되어서 불행하다. 어느날 동창회에 갔던 이들은 축소 실험 후 5인치(13센티미터) 사이즈로 작아져 행복하다는 친구들을 만난다. 


미니 휴먼이 되면 인구 과밀로 환경이 파괴되는 지구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돈의 가치가 100배는 커진다. 이를테면, 83달러에 다이아몬드 팔찌를 사고, 또한 궁전같은 집에서 살 수도 있다. 로라 던이 카메오로 등장해 화려한 욕조 안에서 미니 인간 광고를 한다. 이들이 사는 곳은 '라라 랜드'가 아닌 '레저랜드(Leisure Land)'. 규모가 7x11 미터 밖에 안되는 타운이다. 이 마을 사람들이 1년간 버리는 쓰레기는 한아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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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과 오드리는 고단한 삶을 바꾸어보기 위해 미니 휴먼이 되기로 결심한다. 이 절차 시퀀스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적으로 압권이다. 아마도 7천만 달러 제작비의 상당 부분이 축소 실험 장면에 투여됐을 듯 하다. 알몸으로 누운 사람들의 눈썹을 밀고, 치아를 뽑고, 5인치 인간 시술을 마치면 미니 인간들이 '거인국' 간호사들의 스테인레스 주걱에 옮겨진다. 그런데, 오드리는 눈썹을 미는 순간 시술을 포기한다. 따라서 소인국, 레저랜드에는 폴만 들어간다.


미니어처 인간들의 세계에서 폴은 성격처럼 단순하게 전화를 받는 일을 한다. 폴은 파티를 열며 흥청망청 사는 이웃 두산(크리스토퍼 왈츠 분)의 집에서 베트남 출신 청소부 녹란(Hong Chau, 홍 차우 분)을 만난다. 정부에 의해 미니인간이 된 후 밀입국 때 사고로 다리 한쪽을 잃은 그녀는 우유부단한 폴을 리드하면서 레저랜드의 빈민촌으로 데려간다. 소인국, 레저랜드에도 빈부의 격차가 심한 것이다. 이때부터 폴은 깨달음을 얻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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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wnsizing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위한 '다운사이징'의 컨셉과 미니인간 시술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나이스 가이' 맷 데이먼은 친숙하지만, 폴의 캐릭터 만큼이나 지루하다. 여기에 베트남 여인 역의 홍 차우가 서투른 영어지만 속사포로 내뱉으면서 저돌적인 행동으로 폴을 부추기는 캐릭터가 반짝이며, 탄산수를 마시듯 시원스럽다. 특히, 폴에게 섹스가 동정이었냐, 사랑이었냐, 어떤 종류였냐며 다그치는 명장면은 비애, 연민, 그리고 아시안 여성 캐릭터의 스테레오타입이 믹스되어 공허한 웃음을 자아낸다. 


퀜틴 타란티노 감독의 '장고 언체인드'에서 인상적이었던 크리스토프 왈츠는 밀수와 파티를 즐기는 쾌락주의자로 맛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폴의 부인 오드리 역을 맡은 크리스틴 위그는 코미디 '브라이드메이드'의 스타였지만, 연기도 '다운사이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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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wnsizing


문제는 오드리가 시술을 포기한 후 영화의 내러티브는 폴의 삶을 따라가고, 오드리가 남아 있는 정상적인 세계를 보여주지 않는다. 따라서 폴의 세계는 스크린에서 정상적인 세계처럼 보이는 것이 아이러니다. 관객은 종종 폴이 미니어처 인간이라는 점, 그가 사는 집과 가구, 마시는 와인이 미니 사이즈라는 것을 잊게 된다. 맷 데이먼과 그 일행, 과학자들과 소인국 사람들은 빅 스크린에서 정상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소인국 세계의 잇점이 무엇이란 말인가? 지구를 구하라는 것? 정상세계와 소인국 세계를 간간이 대비시켜야 했다. '다운사이징'이 야심만만하고, 참신한 영화지만 스토리 텔링에서 오드리라는 캐릭터들이 실종되며 노르웨이로 가서는 길을 잃은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운사이징으로 물리적으로 작아지지만, 물질적으로는 풍요해진다. 자본주의의 탐욕이 지배하는 오늘, 미니멀리즘 디자인과 인테리어가 유행하는 요즈음의 경향과도 맞아 떨어진다."Less is More", 여백있는 삶을 상상하게 만들어준다.

 

'다운사이징'은 아쉬움이 남지만, 베트남 출신 배우 홍 차우에게 비상의 날개를 달아준 점만은 확실하다. 홍 차우는 골든글로브상 최우수 여우조연상과 영화배우조합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라 있다. '다운사이징'은 올 8월 30일 베니스 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됐으며, 미국에서는 12월 22일 개봉된다. 러닝타임 1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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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fini2-small.jpg *맷 데이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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