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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영화제 NYFF 2017(9/28-10/15) 

 

Faces Places - Visages Villages ★★★★★

어디서나, 누구나 영웅들...다큐멘터리 '얼굴,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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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es Places/ Visages Villages 예고편 

 

도날드 트럼프와 멜라니아 트럼프, 우디 알렌과 순이 프레빈, 루퍼트 머독과 웬디 덩처럼 현격한 나이 차이가 나는 남녀관계를 'May-December Romance'라고 부른다. 삶을 12개월로 볼 때 춘녀(봄 여자)와 동남(겨울남자)의 t슈나미즘(회춘)적 만남이다. 주로 돈과 명예를 거머쥔 남자와 미모가 돋보이는 여성의 관계지만, 거꾸로 조지아 오키프와 후안 해밀턴 , 데미 무어와 애쉬톤 쿠처, 마돈나와 헤수스 루즈처럼 연상녀와 연하남의 로맨스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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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예술가들, 찾아가는 미술관. Faces Places/ Visages Villages

 

88세 '프랑스 누벨바그의 대모' 아그네스 바르다(Agnès Varda, 불어로는 '아니에스'로 발음한다)와 33세 프랑스 설치작가 JR이 짝을 지어 나오는 다큐멘터리 '얼굴, 장소(Faces Places/ Visages Villages, 2017)'는 로맨스보다 거대한 인생의 로드무비다. 이 다큐멘터리는 예전 한국에서 김혜자씨와 김주승씨가 공연했던 연극 '19 그리고 80(Harold & Maude)'이 자살 충동이 있는 19세 청년과 언제나 마음은 소녀인 80세 노파와 벌이는 논쟁을 연상시킨다. '얼굴, 장소'는 벤치에 앉아 논쟁하지 않고, 카메라 트럭으로 얼굴 찾아, 장소 찾아 떠나는 두 예술가의 여정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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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es Places/ Visages Villages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하는 오프닝 타이틀에서 각자의 나레이션이 경쾌하게 깔리며 이 버디 무비는 시작된다. "우리가 어디서 만났을까. 길도, 버스 정류장도, 빵집도, 디스코 클럽도 아니었다... "선글래스와 모자 차림의 꺽다리 JR과 독일 수상 앙겔라 메르켈을 연상시키는 아담한 체구의 할머니 영화감독 아그네스 바르다, 2세대를 넘어선 두 예술가는 '이미지 메이커'라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이들이 길을 떠난다. 카메라 트럭은 파리 도심이 아니라 변방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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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es Places/ Visages Villages

 

 

이들의 정거장은 철거된 탄광촌, 농장, 부둣가, 공장같은 소외된 장소들이다. 트럭 카메라는 사회의 아웃사이더들인 광부들의 조상 빈티지 사진, 농부, 노동자들의 아내들, 웨이트레스, 우체부, 공장 직원들, 그리고 물고기를 찍어 거대한 벽화로 폐가와 외양간, 벽, 컨테이터 적재 등에 도배한다. 바게트를 먹는 사람들의 이어지는 클로즈업, 기울어진 만세 제스추어의 집단 숏의 쾌감까지 변방의 사람들이 카메라의 오브제가 됨으로써 'larger than life'적 영웅처럼 예술작품으로 승화된다. 이런 마술적인 체험으로 무명의 소시민들은 파워풀한 이미지로부터 자부심을 갖게 되며, 사람들끼리는 하모니를 이룬다. 이것이 예술의 향기이며,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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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es Places/ Visages Villages

 

아그네스 바르다와 JR은 물질사회에서 소외된 프랑스의 변두리에서 아날로그 정서를 갖고 있는 변방의 사람들에게 마술같은 벽화들을 선사한다. 예술가들이 카메라를 들고 찾아가 사람들을 예술의 오브제로, 동네를 갤러리로 변신시킨다. 이 콤비는 예술의 정신적인 것을 안겨주고 다시 길을 떠난다. 바르다와 JR, 이 엉뚱한 커플이 카메라 트럭 안에서 아니타 벨의 'Ring My Bell'을 부르는 모습은 세대 차를 뛰어 넘는 두 예술가들의 시너지를 이미지가 아니라 오디오로 표현하는 기억할만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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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또한 영화의 모태인 사진예술에 대한 오마쥬이기도 하다. 에콜 데 보자르에서 미술사와 사진을 전공했던 아그네스 바르다는 JR과 '결정적인 순간'의 미학을 창시한 앙리 카르티에 브레쏭(Henri Cartier-Bresson)의 무덤으로 찾아간다. 버려진 무덤가에 차갑게 누어있을 브레쏭이 애잔하다. 바르다 자신의 죽음을 코 앞에 두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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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es Places/ Visages Villages

   

아그네스 바르다는 초기영화에서 종종 죽음을 다루었다. 암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가수의 방황을 그린 흑백영화 '5시에서 7시까지의 클레오(Cléo From 5 to 7, 1962)'나 가족 피크닉에서 남편의 외도 고백을 듣고 자살해버리는 '행복(Le Bonheur, 1965)'에서 바르다는 죽음을 성찰했다. '셸부르의 우산(The Umbrellas of Cherbourg, 1964)'을 만든 감독 자크 드미(Jacques Demy)와 1990년 사별했지만, 왕성하게 활동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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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es Places/ Visages Villages

 

나이 아흔을 앞에 두고 정정하게 활동하고 있는 바르다는 옛 친구이자 JR처럼 선글래스를 좀체로 벗지 않었던 '누벨 바그' 동료 장 뤽 고다르(Jean-Luc Godard)를 찾아간다. 하지만, 바람맞고, 처절하게 실망하고 돌아온다. JR은 바르다를 위해 최후의 보루였던 선글래스를 벗어준다. 바르다에겐 예기치 않은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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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es Places/ Visages Villages

 

마지막으로 JR은 아그네스 바르다의 눈과 발을 클로즈업, 확대해서 화물기차에 도배한다. 그리고, 기차는 떠난다. 

'얼굴, 장소'는 바르다와 JR의 따사로운 시너지 여정을 통해 우리의 눈을 밝혀주고, 미지의 장소로 떠나기를 갈망하게 만드는 엔돌핀을 자극한다. 눈과 발로 상징되는 예술가 정신. 이 시대 예술가들은 물론, 디지털 시대 보통 사람들, 누구나 꼭 볼만한 따사로운 작품이다.

 

2017 칸영화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L'Œil d'or, 황금 눈) 수상작. 10월 6일 링컨플라자, 콰드 시네마 개봉. 러닝타임 89분. 

https://www.filmlinc.org/nyff2017/films/faces-pla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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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FF 상영일정 & 아그네스 바르다 감독 + JR Q&A

10/1 12:30 PM@Alice Tully Hall

10/2 8:30 PM@Francesca Beale Theater 

10/6 개봉: Lincoln Plaza & Quad Cine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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