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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 영화제 (7)모정과 부정 사이: 훌리에타(Julieta)와 토니 에드만(Toni Erdmann) [Review]
  • sukie
    Oct 10, 2016
  • 2016 뉴욕 영화제(9/30-10/16)


    모정(母情)과 부정(父情) 사이

    훌리에타(Julieta)와 토니 에드만(Toni Erdm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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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lieta by Pedro Almodóvar                                                          Toni Erdmann by Maren Ade



    2016 뉴욕 영화제에서는 인간의 죄의식과 고통에 관한 영화들이 상당수 선보였다. 또한, 모녀와 부녀간의 관계, 가족 이야기도 대거 선보였다. 2017 아카데미상 외국어상 부문에 출품된 스페인 영화 '훌리에타/줄리에타(Julieta)'와 독일 영화 '토니 에드만(Toni Erdmann)'는 여러모로 대조를 이루며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Women on the Verge of a Nervous Breakdown, 1988)'로 여성의 미묘한 심리를 도발적으로 묘사하며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 페드로 알모도바르(Pedro Almodóvar) 감독의 신작 '훌리에타'는 스페인 판 '미워도 다시 한번'이다. '여자 배우들의 감독'이라는 명성을 누려온 게이 감독 알모도바르는 딸과 12년간 결별한 후 죄의식으로 고통받아온 훌리에타라는 여인이 회고하는 삶을 스릴러풍의 멜로드라마로 스타일리쉬하게 그렸다.


    한편, 독일 여성감독 마렌 아데(Maren Ade)는 장난끼가 있는 은퇴한 음악교사가 루마니아에서 경영컨설턴트로 일하는 무뚝뚝한 딸을 찾아가 장난질하며, 스토커처럼 일상을 방해하면서 벌어지는 부녀의 정을 유머러스하게 연출했다.



    훌리에타/줄리에타(Julieta) ★★★


    1237088_Julieta_8.jpg Julieta


    *예고편 


    영화 '훌리에타'는 201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캐나다 작가 앨리스 먼로(Alice Munro)의 단편소설집 'Runaway' 중 세가지 스토리(Chance/Soon/Silence)에서 페드로 알모도바르가 스페인에 맞게 각색했다. 알모도바르는 한 여인의 열정과 질투, 그리고 죄의식을 탐구한다. 


    영화는 마치 오페라 극장의 커튼이 올라가듯 빨간색 클로즈업으로 카메라가 올라가며 시작된다. 빨간색은 훌리에타/줄리에타의 블라우스다. 훌리에타(엠마 수아레즈 분)는 애인 로렌조(다리오 그란디네티 분)와 포르투갈로 이사가기 위해  마드리드의 고급 아파트에서 자신의 짐을 정리하고 있다. 마드리드에서 길렀던 딸 안티아가 사라진 지 12년 째, 포르투갈은 새로운 출발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길에서 안티아의 옛 친구 베아트리스를 만나 딸이 스위스의 호반 도시에서 세 아이를 두고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훌리에타는 이사를 포기하고, 안티아와 살던 옛 아파트로 거처를 옮긴다. 그리고, 딸을 향해 편지를 쓴다. 안티아가 모르고 있던 비밀을 들려주기 위해서다. 영화는 30년 전 훌리에타의 젊은 시절부터 플래시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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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lieta


    한겨울 야간 열차, 금발 펑크컷의 섹시한 고대그리스학 교사 훌리에타(아드리아나 우가르테 분) 앞에 능구렁이같은 중년 남자가 앉는다. 훌리에타는 남자를 피해 식당칸으로 갔다가 멋진 젊은 어부 쇼안(다니엘 그라오 분)을 만난다. 갑자기 기차가 멈추고, 중년 남자가 자살한 시체로 발견된다. 훌리에타는 그를 피한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며, 수년간 무의식 상태인 아내를 둔 어부에게 위안받기 위해 사랑을 나누고, 임신한다. 헤어진 후 훌리에타는 쇼안으로부터 편지를 받고 어촌을 방문한다. 그날은 마침 어부 아내의 장례식이었고, 가정부 마리안(로씨 드 팔마 분)은 훌리에타를 냉대한다. 하지만, 훌리에타는 어촌에 정착해 쇼안의 딸 안티아를 낳는다. 훌리에타는 마을의 조각가 아바와 남편 쇼안의 관계를 의심하게 된다. 어느날 대판 싸우고, 쇼안은 고기 잡으러 나간다. 그날 폭풍우가 몰려오며, 쇼안의 배가 뒤집혀 죽고 만다.

     

    훌리에타는 마드리드로 이주해 안티아를 기른다. 18세가 된 안티아는 어느 날 정신수양회 캠프에 갔다가 사라지고 만다. 몇달 후 수소문해서 찾아간 훌리에타는 딸이 자신을 버린 것을 알게된다. 이후로 12년간 안티아의 실종 상태인 것이다. 어느날 병으로 죽어가는 조각가 아바를 방문한 훌리에타는 가정부 마리안이 안티아에게 아빠의 죽음이 원인이 훌리에타에게 있다고 말한 것을 알게된다. 훌리에타는 아바의 장례식에서 만난 로렌조와 사귀게 된다.   


    옛 아파트에서 딸 소식을 기다리며 좀비처럼 살고 있는 훌리에타는 또 다시 베아트리스와 우연히 만나고, 거리에서 쓰려졌다가 로렌조에 의해 발견되어 병원에 호송된다. 그리고, 그리운 안티아의 편지를 받는다. 발신인 주소가 담긴 편지 안엔 안티아가 자신의 아들이 죽은 후 엄마의 심정을 알게됐다고 고백한다. 훌리에타와 로렌조는 안티아를 만나러 스위스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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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ess Conference of Julieta at NYFF54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대담한 색채의 팔레트로 화면을 구사한다. 훌리에타의 고대 그리스 신화 이야기, 루시안 프로이드 등 현대미술 작품을 배경으로 예술적으로 풍부한 배경 속에서 통속적인 훌리에타의 러브 스토리를 배치시킨다. 그래서 눈요기도 되며, 다양한 음악으로 귀도 즐거운 영화다. 특히 젊은 훌리에타가 욕조에서 나와 머리를 말리며, 중년의 훌리에타로 변모하는 장면은 환상적이다. 열정적이었던 훌리에타가 딸에게 버림받아 우울증 환자처럼 되어버린 현재, 인생의 고비로 여인의 얼굴이 달라짐을 시사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내러티브는 빈약하다. 히치콕 분위기의 기차 안에서의 섹스, 질투와 언쟁, 그리고 폭풍 속의 죽음이라는 드라마는 현실에서 지속적인 우연(베아트리스와의 2번째 부딪힘, 로렌조가 훌리에타 쓰러지는 장면 발견), 그리고 안티아의 실종 이유가 비약적이라 신파성을 띤다. 원작에선 목사가 등장하지만, 알모도바르는 그 부분을 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훌리에타는 두 남자의 죽음과 딸의 실종에 대해 죄의식을 갖고 살아온 전형적인 '미인박명(美人薄命)'형 여성이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훌리에타 어머니를 옆에 두고, 아버지가 가정부와 바람 피우는 것이나, 무의식 아내를 두고 조각가와 관계한 쇼안, 가정부 마리안이 "남자에겐 여자가 필요하지, 식물은 필요없어"라고 말하듯, 남자의 외도에 대해 '남자는 다 그래'로 결론짓는 듯 하다. 그래서 알모도바르는 '여성들의 감독'이지만, 영화 '훌리에타'는 아이러니하게도 페미니스트들이 공격하기 쉬운 작품이기도 하다. 99분. 10월 16일@월터리드시어터 



    토니 에드만(Toni Erdman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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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ni Erdmann


    *예고편 


    '훌리에타'가 모녀 관계의 기나긴 부재(不在)를 다룬 비극이라면, '토니 에드만(Toni Erdmann)'은 그림자처럼, 스토커처럼, 따라다니는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그린 코미디이다. 마렌 아데(Maren Ade) 감독은 장난끼 많은 히피 음악교사 아버지와 경직된 경영 컨설턴트 딸을 정신 vs. 물질, 즉흥 vs. 계획, 유머 vs.  진지함 등의 가치에 대해 성찰하게 만든다.


    변장하고 장난하는 걸 즐기는 은퇴한 음악교사 윈프리드 콘라디(피터 시모니세크 분)는 어느날 애견이 죽자 딸 이네스(산드라 휼러 분)이 일하는 루마니아 부카레스트로 찾아간다. 정유회사의 아웃소싱 프로젝트 컨설턴트인 이네스는 연락없이 찾아온 아버지를 냉대하지만, 윈프리드는 틀니와 가발로 변장하며 불쑥불쑥 나타난다. 그의 가명은 '토니 에드만', 직업은 비지니스 컨설턴트., 때로는 독일 대사. 어느덧 냉담한 이네스는 즉흥적이며 끈질긴 아버지를 박차버리지 않고, 자신의 서클 내에 둔다. 아버지의 등장이 삶에 활력소이자 윤활류가 됨을 깨닫게된 것이다.



    toni-erdmann-2.jpeg Toni Erdmann


    한편, 야심만만한 이네스는 건조하고, 외로운 생활 속에서 약물복용과 변태 섹스에 탐닉한다. 아버지는 딸을 부활절 파티에 데려가고, 이네스는 즉흥적으로 휘트니 휴스턴의 'Greatest Love of All'을 가라오케 스타일로 불러 제낀다. 이때 객석에선 환호와 박수가 터진다. 무표정하고, 냉정한 이네스의 얼음이 녹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이어 이네스는 집에서 생일파티를 연다. 원피스를 입으려다 지퍼를 올리지 못하자 포크를 사용해 올린다. 파티 시간이 임박하며 옷을 바꾸려던 이네스는 다시 지퍼 때문에 실갱이를 한 후 벨 소리에 누드로 손님을 맞는다. 그리고, 아버지의 즉흥성을 빌려 누드 파티로 만든다. 이때 아버지는 불가리아의 전통적인 8피트짜리 고릴라 형 괴물로 변장해 딸의 파티에 나타난다. 누드 파티에 당혹한 아버지는 나가고, 이네스가 그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털보숭이 아버지와 깊은 포옹을 한다.         

    무려 3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아버지 윈프리드의 예기치않은 출몰과 변장, 그리고 유머다. 영화에서 아버지는 유머로 무장한 예술가(음악교사)이자 인생 코치(life coach)다. 결국 이네스는 루마니아를 떠나 싱가포르의 맥킨지로 옮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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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ess Conference of Toni Erdmann at NYFF54 


    '토니 에드만'은 부녀의 버디 무비라고나 할까. 탤런트 백일섭씨를 연상케하는 피터 시모니셰크의 투박함과 샬롯 램플링과 르네 젤위거의 매력을 조화한 산드라 휼러의 건조함이 지속적으로 긴장을 유발하다가 극적으로 화해하는 해피 엔딩이다. 'Greatest Love of All'로 아버지에 대한 커다란 사랑을 조롱하는 장면은 영화의 첫번째 카타르시스, 누드 파티로 전환하는 장면에서 감독은 다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아버지가 괴물 마스크를, 딸이 원피스를 벗는데 힘들어한 장면을 통해 마렌 아데 감독은 인간의 껍데기와 허상에 의문을 던지는듯 하다. 아버지의 괴물 변장과 딸의 누드 파티는 메타포일 것이다. 마렌 아데 감독은 이 영화로 국제비평가협회(FIPRESCI) 그랑프리를 수상한 최초의 여성감독이 됐다. 162분. 10월 16일@월터리드시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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