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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14 12:52

★★★★★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 뉴욕 개봉

su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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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

My Love, Don't Cross That River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17일 링컨센터플라자, 안젤리카필름센터 개봉

公無渡河歌 (공무도하가)/공후인(箜篌引)

公無渡河 공무도하/ 님이여, 그 물을 건너지 마오

公竟渡河 공경도하/ 님은 결국 물을 건너셨네요

墮河而死 타하이사/ 물에 빠져 죽은 님

當奈公何 당내공하/아아, 어찌하리오.

-곽리자고(藿里子高)의 아내 여옥(麗玉) 지음-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예고편

잉꼬 부부의 사계

사랑과 폭력은 할리우드라는 '꿈의 공장'에서 두 가지 병기다.

사카린같은 러브 스토리와 컴퓨터 게임같은 액션 영화들이 쏟아지고 있는 여름, 담백하고 감동적인 다큐멘터리가 한국에서 왔다. 진모영(Jin Mo-young) 감독의 데뷔작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My Love, Don't Cross That River)'는 한국에서 2014년 말 개봉되어 480만여 관객을 동원하면서 독립영화 사상 흥행 1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뉴욕에 당도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뮤직 비디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My Love, Don't Cross That River)

강원도 횡성의 산골에 사는 98세 조병만 할아버지와 89세 강계열 할머니는 결혼 76년차의 노부부다. 문명의 흔적이라고는 전기밥솥과 조그만 냉장고 정도, TV 한대 없이 살며, 커플 한복과 거울이 사치인 노부부의 재산은 사랑이다. 주례사에 늘 등장하는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백년해로(百年偕老)를 앞둔 노부부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 자연의 섭리에 따라 하루하루를 사랑하며 살아간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My Love, Don't Cross That River)

촬영도 맡은 진영모 감독은 산골 노부부의 삶을 4계절의 변화 속에서 아름답게 담아낸다. 영화에서 조연은 노부부의 자식들이라기보다는 공순이와 꼬마, 개 두 마리다. 흰개 꼬마는 병들어 죽었고, 검은개 공순이는 강아지 여섯마리를 낳는다. 노부부가 낳은 열두명의 자식 중 여섯명은 어려서 세상을 떠났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My Love, Don't Cross That River)

진모영 감독의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가 2012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마이클 하네케 감독의 '아무르(Amour)'보다 강렬한 것은 픽션이 아니라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장 루이 트랭튀냥과 엠마누엘 리바가 사는 파리 아파트와 피아노 곡보다 '님아...'의 새소리, 물소리, 빗소리, 바람소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인 두 노인의 소박한 삶이 더욱 감동적이다.

황혼이혼이 유행이 된 이즈음 두 노인의 러브 스토리는 "가난했지만, 행복하였노라"가 아니라 "사랑했기에, 행복하였노라"이다. 물욕에서 벗어난 이들은 사랑이라는 재산으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던 부자들이기 때문이다.

*칸영화제 황금 종려상 '아무르(Amour)'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My Love, Don't Cross That River)

이 영화는 사랑과 상실(죽음)에 관한 고요한 성찰이다. 노부부의 사랑이 한결같지만, 우리의 삶은 희노애락(喜怒哀樂)의 모자이크다. 열두명의 자식들 중 여섯만 살아남았고, 장성해 도시로 나간 자식들이 찾아오는 생일잔치에선 형제간의 격한 싸움이 벌어진다. 기르던 강아지 한 마리는 병사하고, 남은 개는 출산한다. 그리고 76년간 사랑하며 살았던 노부부도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 C'est la v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