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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Before)’ 3부작 마라톤 상영회



CELINE AND JESSE FOREVER
January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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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 밤에 만리장성을 쌓는다고 했다.

제씨(에단 호크)와 셀린(줄리 델피)이 파리행 기차에서 만나 비엔나에서 내린 후 하룻밤을 새고 아침에 헤어졌다. 6개월 후 기차역에서 만나자는 말을 남기고.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 1995)’의 2부 ‘비포 선셋(Before Sunset, 2004)’은 9년 후 파리에서 재회하는 제씨와 셀린의 이야기를 담았다. 해가 지기까지 ‘비포 선셋’은 먼동이 트기까지의 ‘비포 선라이즈’보다 시간이 짧다. 1부에선 제씨가 다음 날 아침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선셋에선 약 1시간 후 비행기를 타야했다. 관객은 이 사랑스러운 연인들의 인연이 깨질까봐 조바심을 느끼게 된다.


최근 링컨센터 필름소사이어티에서 1월 3일부터 9일까지 열린 ‘비포’ 3부작 3편 + 제씨와 셀린의 베드씬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웨이킹 라이프(Waking Life)’까지 마라톤 축제 ‘셀린과 제씨 영원히(Celine and Jesse Forever)’를 열어 ‘선라이즈’에 이어 ‘선셋’을 다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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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후 파리의 책방에서 재회하는 제씨와 셀린. 가장 궁금한 점은 이들이 6개월 후 만났을까 였을 것이다. 구식으로 전화번호조차 교환하지 않고, 구두로 약속한 제씨와 셀린이었다. 


‘비포 선라이즈’에서처럼 역시 ‘만약에(What If)’가 지속적으로 떠올랐다.


만약에, 셀린의 할머니 장례식이 마침 그날이 아니었다면?

만약에, 이들이 주소나 전화번호를 교환했더라면?

만약에, 제씨가 비엔나에서의 추억을 소재로한 소설을 쓰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셀린이 제씨가 투어하는 책방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만약에, 셀린이 제씨를 픽업하러 선착장에 온 택시에 올라타지 않았다면?

만약에, 택시 안에서 속내를 드러낸 셀린이 중간에 내렸다면?

만약에, 제씨가 셀린의 아파트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만약에, 셀린이 그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면?


우리는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이라는 그림자들 안고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비포 선라이즈’는 파리의 작은 책방 ‘셰익스피어 & 컴퍼니’에서 재회하는 제씨와 셀린의 갈망의 세월과 회한, 그리고 열정의 분출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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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에서 헤어진 9년 후, 파리.

제씨는 셀린과 함께 비엔나에서 보낸 이야기를 토대로 한 소설 ‘This Time’을 출간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 그리고, 유럽 도시 홍보 투어를 하는 중 마지막 스탑이 파리가 된다. 책방에서 제씨가 소설을 낭독 후 독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중 기자 세 명이 제씨를 인터뷰한다. 제씨는 과연 셀린을 다시 만날까? 첫째는 만날 것이 확실하다. 둘째는 만나지 못한다. 셋째는 만나고 싶지만,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 독자와 대화 중 셀린이 책방으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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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매니저는 셀린과 해후한 제씨에게 1시간 남짓 후 공항으로 가야 한다고 상기시킨다. 셀린은 이미 제씨의 소설을 읽고, 그가 파리 책방에 올 것을 알고 있었다. 


9년만에 해후한 제씨와 셀린은 거리를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30대가 된 제씨와 셀린은 ‘선라이즈’의 통통하고 앳띤 모습이 아니라 세파에 조금은 지치고, 성숙해지며, 야윈 모습이다. 제씨의 손가락에 낀 결혼 반지가 눈에 들어와 더욱 더 이들이 9년간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해 애가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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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보다 더 궁금한 건, 6개월 후 비엔나 기차역에 이들이 갔을까였다. 


서로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말을 돌리다가 진실이 밝혀진다. 셀린은 할머니의 사망으로 못갔고, 제씨는 비엔나 역으로 돌아갔다. 


또한 셀린은 뉴욕대학교에서 공부했고, 그즈음 제씨도 텍사스에서 뉴욕으로 이주해 살았으며, 서로 스쳐갔을 가능성도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분명한 사실은 제씨도 셀린도 비엔나의 추억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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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는 거리에서 카페, 공원에서 보트(바토 무슈), 그리고 리무진 택시를 탄 후 마침내 셀린의 아파트에서 피날레를 장식한다.



# My Favorite Scene 



‘비포 선라이즈’에서 가장 애틋하고 좋아했던 장면은 이들이 카페에서 친구에게 전화하는 시늉을 하며 속내를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비포 선셋’에서는 단연 택시 안에서의 열띤 대화다. 

환경옹호기구에서 일하는 셀린은 자신의 실패한 연애담에 대해서 고백하다가 비엔나에서의 하룻밤에 모든 로맨스를 바쳐서 이후로는 연애가 힘들었다고 제씨를 비난한다.


결혼 후 아들까지 둔 베스트셀러 작가 제씨도 불행한 결혼 생활에 대해 밝힌다. 그리고, 소설을 쓴 이유는 언젠가 셀린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 때문이었다고 고백한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이 장면은 제씨와 셀린이 서로에게 100% 솔직해지는 순간이다. 아울러 관객도 이들의 감정 폭로/고백에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마음 속에선 제씨와 셀린에게 "어서 이메일과 전화번호 교환해!"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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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우리 이야기를 소설로 쓴 건 당신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 때문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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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날 밤 이후 연애에 게속 실패해왔어요, 내 모든 로맨스를 그날 밤에 다 바쳤단 말이예요.




이윽고 셀린의 아파트 앞에서 헤어져야할 시간이지만, 제씨는 셀린이 작곡했다는 노래를 듣겠다고 한다. 

셀린은 아파트에서 니나 시몬느의 노래 ‘Just in Time’에 맞추어 흉내를 내고, 마침내 기타를 잡는다. 그리고, 제씨를 생각하며 쓴 왈츠곡을 부른다. 왈츠는 물론 비엔나의 리듬인 것을…


9년 전의 풋풋했고, 로맨틱한 감정이 큰 파고로 이들을 휩싸고, 셀린은 니나 시몬의 흉내를 내며 말한다.


“베이비, 비행기 놓치겠어(Baby ... you are gonna miss that plane.)”

“나도 알아.(I know)” 제씨가 입가에 웃음을 담고 말한다.


이 장면에서 관객은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밖에서 대기 중인 리무진 택시도 휴지가 된 항공표도 제씨와 셀린의 랑데부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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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상 명장면으로 꼽히게될 이 마지막 장면에 니나 시몬네가 노래로 조연급의 역할을 했다. 


셀린은 콘서트에서 니나 시몬이 노래 사이사이에 객석 가까이로 와 청중과 대화를 나누는 흉내를 내는데, 마치 술취한 것처럼 연기한다.


오래 전 카네기홀에서 니나 시몬의 리사이틀을 봤을 때 그녀는 흰 드레스에 부채를 들고 독특한 저음의 허스키로 노래를 한 후 무대를 이리 저리 걷다가 1시간도 안되어 콘서트를 끝냈다. 그리고 얼마 후 세상을 떠났다. 


프랑스 배우 시몬 시뇨레를 좋아해 시몬을 성으로 썼다고 했던가, 셀린이 마침내 껍질을 벗고 제씨와 로맨틱한 감정을 회복하는 데 결정적인 음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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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비포 선셋’은 ‘선라이즈’가 나온지 2년 후 만들 계획이었지만, 제작비 부족으로 지연되면서 9년 후에나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즈음 우마 서먼과 이혼 절차를 밟고 있던 에단 호크와 뉴욕에서 살았던 줄리 델피가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와 함께 시나리오 작업에 참가하면서, 상황과 대사를 더욱더 리얼하게 채색했다. 그리고, 영화사상 로맨틱 영화의 클래식으로 승격시켰다. 


2010년 영국의 ‘가디언’지는 ‘비포 선라이즈’와 ‘비포 선셋’을 역사상 가장 로맨틱한 영화 3위에 선정했으며, ‘선셋’의 마지막 장면은 영화사상 가장 감질나고, 독창적인 장면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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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jpg *앙코르! 스마트폰 전세대 최후의 로맨스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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