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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미디어,  집단 선정주의...광란의 중국사회 경고 

'패왕별희' 첸 카이거 신작 '수색(Caught in the Web)' ★★☆ 


2263xtylnsousuo2.jpg 수색


첸 카이거(Chen Kaige, 陳凱歌) 감독은 1993년 ‘패왕별희(Farewell My Concubine)’로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중국 제 5세대 영화의 힘을 각인시켜준 인물이다. 그와 북경영화아카데미 동기였던 장 이모우는 1984년 첸 카이거의 감독 데뷔작 ‘황토지’에서 카메라를 잡았다. 그리고, 장 이모우는 1988년 ‘붉은 수수밭’을 연출해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을 거머쥔다. 문화 대혁명으로 지지부진했던 중국 영화계의 새로운 물결을 일으킨 쌍두마차가 된다.


lkjh.jpg 패왕별희

‘패왕별희’를 본 것은 1993년 4월 홍콩 국제영화제에서였다. 5월에 열리는 칸 국제영화제에 출품된 첸 카이거의 역작을 은밀하게 시사회를 했다. 중국 근대사를 배경으로 경극 배우들의 애정을 그린 ‘패왕별희’를 본 후 홍콩의 영화 비평가가 귀뜸해주었다. 
“사실 TV용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있었는데, 비극으로 끝나는 첸 카이거 영화와 다르다. 마지막 장면에서 두 배우가 대중 목욕탕에서 만나 노래한다”고 했다. 통쾌한 해피엔딩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였다.

첸 카이거가 1991년 만든 ‘현 위의 인생’이 한국에 개봉됐을 때 마침 대학원 영화 수업에 초대되어 왔다. 학생 10명도 안되는 수업에 한창 뜨는 제 5세대 중국 감독이 와서 무슨 이야기를 했던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즈음 첸 카이거를 강남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는데, “(장 이모우와 달리) 당신의 영화에서 여성의 존재는 미미하다. 남성 중심의 영화를 만들고 있는 것 같다”고 물었더니, “아니(메이요)”라고 고개를 휘저었다.

무극-첸카이거3.jpg '무극' 포스터 앞에서 첸 카이거

뉴욕에서 다시 첸 카이거를 만났다. 
2006년 장동건 주연으로 ‘무극’이라는 영화를 들고 뉴욕을 찾았고, 신문사에서 일할 때 기자 라운드테이블 인터뷰에 끼게 됐다. 사실 ‘무극’은 첸 카이거가 장 이모우를 흉내를 낸 할리우드식 블록버스터라는 인상이 짙었다.

hi-caughtintheweb_02_tiff.jpg 수색

그가 돌아왔다. '패왕별희' 이후 20년 만이다.

첸 카이거의 신작 ‘Caught in the Web’(2012)이 27일 맨해튼 빌리지이스트(Village East)에 개봉됐다.
이 영화의 중국어 제목은 ‘수색(搜索)’. ‘망에 걸린’이라는 뜻의 영어 타이틀은 인터넷 시대 오갈데 없이 궁지에 몰리는 상황을 의미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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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 진단 받은 비서                               성공을 꿈꾸는  TV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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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업가 남편을 의심하는 아내             프로듀서의 애인, 비서의 보디가드

‘수색(Caught in a Web)’엔 놀랍게도 여성들이 전면에 등장한다. 제작자이자 배우인 아내 첸 홍의 영향이었을까?

영화는 제목처럼 숨막히게 만든다. 하이테크의 현대 중국이지만, 어른 공경이라는 뿌리 깊은 유교사상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한 여인의 운명과 상혼과 선정성에 불타는 언론과 소셜미디어, 그리고 무자비한 사이버 왕따와 사회적인 매장에 대해 첸 카이거는 질문을 던지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 모두 거미줄에 얽힌 희생자들이 아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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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회사의 비서가 어느 날 일주일 내에 수술해야 하는 림프암 진단을 받는다. 충격을 받고 버스에 올라탄 그녀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할 정도의 정신 상태가 아니다. 그러나, 그녀의 심중을 모르는 버스 승객들은 자리양보를 거부한 그녀를 집단적으로 비난하고, 마침 버스에 동승해있던 방송사 인턴이 이 과정을 셀폰 카메라에 담는다. 그리고, ‘선글래스 쓴 여자’는 비정한 여인으로 낙인찍혀 방송과 소셜미디어로 퍼져나가며, 신분이 속속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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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2-27CAUGHT-articleLarge.jpg 수색

이즈음 그녀는 사장에게 수술비를 빌리려다가 사장 부인에게 정부로 오해를 산다. 방송가에서는 선글래스 여인을 파헤치려는 경쟁이 벌어지고,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오해와 허위의 거미줄 속에 얽힌 그녀는 마지막 삶의 순간을 정리하려고 한다. 그리고, TV 프로듀서의 애인을 보디가드로 고용해 최후의 일주일을 보낸다.


caught-in-the-web-4.jpg 수색


홍위병 출신으로 시대극에 익숙했던 첸 카이거 현대 중국사회 신드롬을 해부하는 이 영화는 얼핏 홍콩 영화처럼 보일 정도다. 
'수색'은 첸 카이거 특유의 호연지기의 기개가 박약해졌지만, 스타카토 템포로 현대 중국사회를 성찰한다. 

이 영화는 대중의 경박한 심판에 매몰되는 개인성, 사회적 성공에 희생되는 사랑,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삶에 대해 거울을 볼 여유를 가질 것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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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관: City Cinemas Village East Cinema(181-189 Second Ave.) http://www.villageeastcinema.com
▶상영시간: 11:10am‎  ‎1:50‎  ‎4:30‎  ‎7:10‎  ‎9:5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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