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피에타, 개들의 전쟁, 연가시...

뉴욕한국영화제@BAM Rose Cinema, 2/22-24

피에타.jpg 

2012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22일 오프닝작으로 상영된다. 


한국산 최신 영화를 소개하는 제 11회 뉴욕한국영화제 2월 22일부터 24일까지 브루클린아카데미오브뮤직(Brooklyn Academy of Music)의 로즈시네마에서 열린다.

코리아소사이어티(The Korea Society)와 BAM 시네마테크(Cinematek)가 공동으로 기획한 사흘간의 한국영화제에선 최신 블록버스터, 액션, 드라마, 로맨틱 코미디,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8편이 상영된다.

뉴욕한국영화제를 기획한 조윤정 코리아소사이어티 영화 프로그래머가 상영작품 '광해' '건축학 개론' '댄싱퀸'에 이어  '피에타' '연가시' '개들의 전쟁' 감상 포인트를 소개한다. 


뉴욕한국영화제@BAM

▶일정: 2월 22-24일
▶장소: BAM Rose Cinema & BAMcinématek(30 Lafayette Ave. 718-636-4100x1). www.bam.org.
▶티켓: $13
▶지하철: 2, 3, 4, 5, B, Q to Atlantic Ave or D, M. N. R to Pacific St.


♣상영 일정

-2월 22일(금)
    오후 7시 *피에타 Pieta
    오후 9시 15분 *개들의 전쟁 All Bark, No Bite

-2월 23일(토)
    오후 4시 댄싱퀸 Dancing Queen
    오후 6시 30분 광해, 왕이 된 남자 Masquerade
    오후 9시 15분 늑대소년 A Werewolf Boy

-2월 24일(일)
    오후 2시 다른 나라에서 In Another Country
    오후 4시 30분 건축학개론 Architecture 101
    오후 7시 *연가시 Deranged


choyoonjung1-small.jpg 
조윤정 코리아소사이어티 프로그래머

조윤정의 한국영화 감상 포인트<2>

# 피에타 Pieta
김기덕 감독/조민수, 이정진, 강은진, 김재록 출연.

pieta_photo7.jpg 피에타

줄거리 끔찍한 방법으로 채무자들의 돈을 뜯어내며 살아가는 남자 ‘강도(이정진)’. 피붙이 하나 없이 외롭게 자라온 그에게 어느 날 ‘엄마’라는 여자(조민수)가 불쑥 찾아 온다. 여자의 정체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며 혼란을 겪는 강도. 태어나 처음 자신을 찾아온 그녀에게 무섭게 빠져들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는 사라지고, 곧이어 그와 그녀 사이의 잔인한 비밀이 드러나는데… 2008년 ‘비몽’ 이후 김기덕 감독은 ‘피에타’를 연출하기 전까지 4년간 은둔했다. 구원과 용서를 주제로 한 이 작품은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 사자상과  그 외 다수의 상을 받은 바 있다. 2013년 5월 Drafthouse 배급사의 극장 개봉 전 특별 최초 상영. 104분.

choyoonjung2-small.jpg
“솔직히 딱 까놓고 이야기하자. 김기덕감독의 영화는 ‘아! 심심한데 우리 영화나 볼까’류의 영화가 결코 아니다. 연인끼리 손잡고 보는, killing Time용의 영화가 절대 아니라는 이야기다. 소위 영화를 좀 본다는 사람들이 “이 영화 김기덕과 혹은 김기덕류의 영화네!” 라고 한다면, 신중하게 그 영화를 볼 것인가를 고민해 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김기덕의 영화들은 어둡고, 잔인하고, 우울하다고 평하고, 필자도 전적으로 동조한다. 아니, 이것으로 그의 영화세계를 표현한다는 것은 뭔가 부족하다. 그의 영화들은 손과 목이 날아다니고, 피칠갑으로 스크린을 물들이는 잔인함이 아니라, 인간의 억제되고, 숨겨진 본성을 폭로히는 그런 지극히 불편함에서 오는 찜찜함과 불쾌함과 무자비함이다. 이런 그의 영화들이 유독 해외에서는 호평을 받으면서, 제도적이고, 봉건적이고, 가부장적인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매정한 대우를 받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하지만, 그의 영화에는 깊이가 있다. 작위적으로 꾸며진, 거짓 스토리가 아니라 깊은 통찰력에서 오는 삶의 무게가 있다. 4년이 넘는 칩거를 깨고, ‘피에타’로 돌아왔다. 그의 컴백을 세계 3대 영화제 중의 하나인 베니스영화제는 황금사자상을 수여함으로써 돌아온 김기덕을 열렬히 환영했다. 
궁금해졌다. 그는 오랜 칩거생활동안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 다시 카메라를 잡았을까? 이 영화는 한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다. 

그의 이야기는 아주 강렬하게 한 주제로 모아지면서 기승전결이 일정하게 톤을 유지하며, 결말을 맺고 있다. 김 감독 자신이 어려운 생활고로, 중학교 진학을 포기, 청계천에서 힘들게 일하며, 십대를 보낸 기억으로 만들어낸 동명의 ‘청계천’이란 도시는 힘없고 구원을 바라는, 현대화와 기계화에 밀려난 실패한 군상들의 집합체다. 이 상징적인 도시에서 갓난 아기 때 버림받고, 세상에 대한 원망과, 복수심으로 사는 ‘그’는 자신보다 더 힘없는 사람들을 폭력하고, 박해하는 천하의 망나니다. 


피에타3.jpg 피에타

2008년, MoMA에서 김기덕 감독 전작 14편을 상영하는 회고전이 열렸고, 오프닝에서 김감독은 이런 말을 했다. “모든 사람들이 내 영화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여성운동가들이 공격을 많이 하는데, 내 영화들의 여성 캐릭터들이 주로 공격의 대상이 되어 왔다. 하지만 나는 결코 남성우월주의도 아니고, 여성을 비하하거나, 모욕을 주기 위해 영화를 만들지 않는다. 난 여성들을 존경한다. 그들은 강하고, 위대하다. 우리 어머니는 나를 위해 모든 걸 희생하셨다. 난 내 어머니를 존경한다.”

그는 처음으로 ‘어머니’라는 캐릭터를 그의 영화에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 ‘피에타’에서 ‘그’앞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어머니라는 존재는 과연 그에게 구원이 될까 아니면 형벌일까. 그녀는 그에게 가족과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함으로써, 그의 악행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고, 그것이 부메랑처럼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음을 예견케 하고 두려워하게 만든다. 김감독은 “이 영화마저 한국관객들에게 외면받는다면, 영원히 한국을 떠나려고 했다”고 말했다. 다행이다. 김감독이 떠나지 않게 돼서..” 


# 연가시 Deranged  
박정우 감독/김명민, 문정희, 김동완, 이하늬 출연.

연가시2.jpg 연가시

줄거리 고요한 새벽녘 한강에 뼈와 살가죽만 남은 참혹한 몰골의 시체들이 떠오른다. 이를 비롯해 전국 방방곡곡의 하천에서 변사체들이 발견되기 시작하는데… 사망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자 정부는 비상대책본부를 가동해 감염자 전원을 격리 수용하는 국가적인 대응태세에 돌입하지만, 이성을 잃은 감염자들은 통제를 뚫고 물가로 뛰쳐나가려고 발악한다. 한편, 제약회사 영업사원 재혁은 연가시에 감염 되어버린 아내와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치료제를 찾아 고군분투한다. 그 가운데 그는 재난사태와 관련된 심상치 않은 단서를 발견하고 사건 해결에 나서게 되는데… 109분

choyoonjung2-small.jpg
“‘연가시’는 이번 뉴욕한국영화제 상영작품 중 유일한 SF적인 스릴러 영화이다. 스릴러(thriller)는 기본적으로 ‘문학, 영화, 게임 등을 아우르는 폭넓은 장르로서, 종종 서로 겹치는 다양한 하위 장르를 거느리고 있다. 빠른 전개, 빈발하는 액션, 재능 있는 영웅이 대결하는 더 강력하고 더 잘 갖춰진 악당을 갖는다’라고 정의된다. 

영화 ‘연가시’는 이 모든 조건에 아주 충실하고, 잘 빠진 스릴러이다. 영화 초반부터 최고 속력으로 몰아치는 메가톤급 빠른 전개, 숨돌릴 틈 없는 액션, 평범한 소시민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살리려고 고분분투하는 영웅이 되고, 강력하고 더 잘 갖추어진 악당은 이 영화에서 사람을 숙주로 삼는 ‘연가시’를 일컫는다. 


연가시1.jpg 연가시

필자는 무지하고 용감했던 중학교 1학년때 그 유명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일리언 2’를 극장에서 본 흥분과 동시에 악몽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영화 ‘에일리언’은 A. E. Van Vogt의 단편소설 ‘Discord in Scarlet’에서 스토리를 발전시켜 ‘사람의 몸을 숙주로 빌어와 몸을 뚫고 나오는 괴물’ 이라는 아이디어에 암울한 미래관을 첨가하여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에일리언’이 가상의 괴물이라고 한다면, ‘연가시’는 이 괴물보다 수백배, 수천배 더 강력하고, 파워풀한 악당이다. 실제 연가시는 곤충을 숙주로 삼는 기생충으로, 2009년 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일반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연가시를 ‘에일리언’이라 부르며 온라인 상에서 폭발적 관심을 이끌어냈다. 사람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물을 통해 감염된다는 점, 환경 오염으로 인해 변종 기생충이나 바이러스들이 속속 등장함에 따라, 사람에게도 감염될 수 있는 변종 연가시의 등장은 충분히 가능성 있는 가설로 우려와 공포의 대상이 되어 왔다.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관객에게 잠시의 숨 돌릴 틈도 주지 않는다. 고요한 새벽녁, 첫 서두에 발견된 참혹한 몰골의 한구의 시체는, 순식간에 전국 방방곡곡 하천마다 수많은 변사체들로 이어지면서, 100만이 감염됐다는 선언에 온 나라를 단숨에 초토화시킨다. 이에 주인공은 감염된 자신의 가족들을 살리기 위해 고분분투, 전력 질주하는데, 나중에는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보는 이의 신경과 감정이 너덜너덜해진다. 이 영화의 숨은 반전은 무고한 일반인의 목숨을 담보로 한, 인간의 끝없는 탐욕과 욕망, 이기심을 꼬집고 있는데, 이 결말은 이 영화를 보게 하기 위한 방편으로 아끼고 싶다.”


# 개들의 전쟁 All Bark, No Bite
조병옥 감독/김무열, 진선규, 서동갑, 김현정 출연.


Untitled-3 copy.jpg 개들의 전쟁

줄거리 경기도 작은 시골마을, 어깨에 힘주기 좋아하는 껄렁패 중 하나인 상근 패거리들. 이 작은 시골마을에서 떠나본 적도 없고 떠날 생각도 없는 우물 안 개구리들인 그들에게 과거 습관적 폭력을 휘두르던 우두머리 세일이 다시 마을로 돌아오는 중대한 사건이 벌어진다. 더 이상 세일에게 굴복하며 살 수 없다고 생각한 상근 패거리들, 세일과 맞서는 운명의 선택을 하게 되는데... 96분

choyoonjung2-small.jpg
“살면서 영화 한두 편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영화를 보는 수많은 이유를 일일이 다 열거할 수는 없겠지만, 대체로 이 두 가지 큰 테두리 안에서 설명할 수 있겠다. 답답한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선택하는 ‘신데렐라 류’의 영화들. 이 영화들은 2시간여의 잠깐이지만 스크린 속의 백마 탄 왕자를 보며 불만스러운 현실을 잊고, 꿈을 꾸게 한다. 또, 다른 이유로는 자신의 삶보다 갑갑하고, 미래가 없는 밑바닥 인생들을 보면서 자신의 삶에 새삼 애착과 자부심을 갖게 만드는 영화이다. 비루하지만 적어도 스크린 밖의 자신의 삶이, 스크린 속의 인물들보다는 더 낫다고 하는 위안과 자신감을 주는 영화들. 

‘개들의 전쟁’은 어느 쪽일까? 후자에 속하지 않을까?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All Bark, No Bite’이다. 짖을 수는 있어도, 길들여진 이들은 결코 물 수 없는.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허름한 한 시골의 혈기왕성한, 가진 것이라곤 몸뚱아리 밖에 없는 찌찔한 군상들이다. 이들은 멋지고 폼 나는 깡패, 조폭을 꿈꾸지만, 여전히 힘없는 동네 배달원이나 족치고, 삥땅치는 양아치들일 뿐이다. 


Untitled-2 copy.jpg 개들의 전쟁

혹시 ‘전쟁'이라는 단어에서 이 영화가 ‘범죄의 재구성'같이 조폭들의 웅장한 일대기를 다룬 영화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 영화의 
액션은 양복 쫘악 빼입고 폼나게 싸우는 조폭들 간의 싸움이 아니라, 찌질하고, 리얼하고, 치열하게 싸우는 제목대로 개 같은 싸움일 뿐이다. 

이 영화로 데뷔한 조병욱 감독은 2001년에 동명의 시나리오, ‘개들의 전쟁'으로 영화 진흥위원회 시나리오 우수상을 수상하고, 근 10년이 넘게 준비하여, 완성한 끈기와 의지의 감독이다. 이 감독이 보여주고 싶었던 이 3류 양아치들의 삶은 무엇이었을까? 드디어 이들에게도 자신의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전쟁이 시작됐다. 잔인하고 난폭했던 큰 형인 ‘세일’로부터 그가 떠난 동안 장악했던 자신들의 나와바리를, 자존심을, 그리고, 여자친구를. 짖을 순 있어도 물기 쉽지 않았던 ‘개들’은 자존심과 의리를 지키기 위해 선택한 마지막 전쟁에서 성난 이빨을 드러낼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