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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
2012.12.18 00:03

'아무르(AMOU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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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AMOUR)'가 우리에게 묻고 있는 것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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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당신을 끊임없이 시험대에 들게한다. 하네케, 리바, 트랭튀냥, 위페르의 4중주 '아무르(Amour)'.


불어로 사랑를 뜻하는 이 영화 ‘아무르(Amour)’에서 할리우드식 스토리와 엔딩을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을 것이다. 미카엘 하네케(Michael Haneke) 감독의 올 칸영화제 황금종려상(Palme d’Or) 수상작 ‘아무르’는 불란서 영화처럼 귓전을 속삭인다. 그리고, 평생 우리 곁에 머무는 화두와도 같을 것이다. 

“당신이라면 사랑하는 사람이 이렇게 됐을 때 어떤 행동을 하겠어요?” 하네케 감독은 죽음에 직면한 사랑을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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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5월 칸영화제에서 두번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하네케 감독과 배우 에마누엘 리바. 

오스트리아 출신 하네케 감독은 2009년 ‘하얀 리본(The White Ribbon)’으로 이미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았다. 3년만에 돌아온 그에게칸 심사위원단은 다시 ‘최고의 영화’라며 다시 경의를 표했다. 

지금 세계 영화계에서 인간의 심리를 메스로 해부하며 실존의 문제를 제시하는 탁월한 재능을 지닌 장인이 바로 하네케다. 그는 대학에서 심리학, 철학, 연극을 전공했다. 2001년에는 ‘피아노 교사(The Piano Teacher)로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Grand Jury Prize)과 남녀 주연상(이자벨 위페르/베누아 마지멜)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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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네케 감독은 노부부의 러브스토리를 센티멘털하지 않게 다루길 원했다. Photo: Sony Classics


미카엘 하네케(70)는 노인들의 사랑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위해 80대의 두 프랑스 배우 장 루이 트랭튀냥(Jean-Louis Trintignant, 82)과 에마누엘 리바(Emmanuel Riva, 85)를 캐스팅했다. 우리가 인생의 마지막 챕터에서 봉착할 수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낸 것이다. 

'사랑'을 제목으로 한다면, 할리우드는 ‘소년이 소녀를 만나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게된다’는 해피엔딩/ 백년해로(百年偕老)의 공식을 고수할 것이다. 하네케는 ‘사랑이 끝나야 하는 상황’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할리우드가 가 꿈과 폭력의 융단 폭격에 매진하고 있을 때 유럽의 이 거장은 ‘이보게, 현실을 보시오’라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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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피아노 교사 안느와 조르쥬 부부가 사는 파리 아파트. 슈베르트의 즉흥곡이 극을 분위기를 이끈다. 


영화의 첫 장면은 경찰이 아파트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꽃으로 둘러싸인 한 여인의 시체를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이후는 회상(flashback)이다. 

음악 교사직을 은퇴한 조르쥬(장 루이 트랭튀냥)와 안느(에마누엘 리바)은 파리에서 고상하게 살고 있다. 성공한 제자 알렉산드르 타로(Alexandre Tharaud)의 연주회에 다녀온 이들의 일상은 고요하다. 종종 그랜드피아노를 연주하던 안느가 뇌졸중 증세를 보인 후 치매로 이어진다. 조르쥬는 안느가 병원과 너싱홈을 거부하자 집에 간호사를 들이지만, 함부로 다루는 것을 알고 해고한다. 괴로워하는 아내와 소통할 수 없는 조르쥬는 꽃을 한 아름 사갖고 돌아온다. 그리고, 안느에게 긴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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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식사를 하던 중 안느가 뇌졸중 증세를 보인다. 80대의 베테랑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가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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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 치매증세를 보이기 시작하는 안느는 병원과 너싱홈을 거부한다. Photo: Sony Classics


‘아무르’는 아파트에서 대부분 촬영됐다. 아파트 내부는 인간의 복잡함 심연의 메타포이기도 하다. 사랑과 연민, 분노와 폭력성까지 모두 잠재해 있는 심리. 연극으로 각색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트랭튀냥과 리바의 섬세한 연기를 클로즈업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영화가 아닌가? 두 베테랑 배우들의 절묘한 화음이 슈베르트, 베토벤, 바흐의 피아노 소나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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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내 사랑'(1959)에서 에마누엘 리바.                                                '아무르'(2012)의 에마누엘 리바.
  
1927년 생인 에마누엘 리바는 1959년 알랭 레네 감독의 ‘히로시마 내 사랑(Hiroshima Mon Amour)’로 이름을 알린 후 여러 편에 출연했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아무르'는 그녀에게 53년만의 화려한 복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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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여'(1966)에서 카레이서로 분한 트랭티냥.                                    '아무르'(2013)에서 트랭티냥.

1930년생인 장 루이 트랭튀냥은 로제 바딤 감독의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1956)에서 브리지트 바르도와 공연 한 후 1966년 아누크 에메와 공연한 클로드 를르쉬 감독의 ‘남과 여(Un Homme et Une Famme)’의 흥행 성공으로 프랑스의 대표 배우가 됐다. 이후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Z’(1969), 베르나르도 벨루치 감독의 ‘컨퍼미스트’(1971) 등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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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교사'에 이어 하네케와 작업한 이자벨 위페르.


1950-60년대 프랑스 영화에 바람을 일으킨 누벨바그(Nouvelle vague) 전성기의 두 배우가 사랑과 죽음에 직면한 부부로 분하고 있다. 이들 다음 세대 프랑스의 간판 배우 이자벨 위페르(Isabelle Huppert)가 이들의 딸 에바로 등장한다. 위페르는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와 함께 두 편의 영화로 칸의 레드카펫을 밟았다.

‘아무르’는 칸 황금종려상 이외에도 유럽영화제 최우수영화, 감독, 남우, 여우 주연상을 석권했다. 뉴욕비평가협회, LA비평가협회, 미비평가협회 등의 올 최고의 영화에 선정됐으며,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 후보에도 올라있다. 러닝타임 127분

다운타운 필름포럼에선 12월 7일부터 20일까지 '트랭티냥 회고전'에서 그의 대표작 13편을 상영했다. 19일 ‘아무르’를 개봉한다.  1:15pm, 3:45, 7:00, 9:30.

▶Film Forum: 209 West Houston St. 212-727-8110. 티켓 $7(멤버), $12.50(일반) www.filmforum.org.


‘아무르’ 제작 과정 Making of 'Am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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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누엘 리바 캐스팅

마이클 하네케 감독은 오디션 후 에마누엘 리바(85)로 결정했다. 리바는 “하네케가 내가 가장 감동적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장 루이 트랭튀냥은 “우리 세대에 성형수술 하지 않은 배우, 특히 여배우를 찾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촬영 기간은 9주였다. 배역에 대한 부담과 집에서 촬영장까지의 거리 때문에 에마누엘 리바는 세트에서 먹고 자면서 연기했다. 리바는 1시간 고속도로를 운전하면서 매연과 소음에 시달린 후 연기하기엔 너무 피로할 것 같아서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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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루이 트랭티냥의 주저

트랭티냥은 하네케의 팬이었지만,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선뜻 수락하지는 않았다. 그는 제작자에게 “영화 한편을 더 찍느니, 자살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읽으니 내용이 너무 슬펐다. 그는 슬픔을 기피해야할 나이에 와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작자는 “영화를 만든 후에 자살하라”고 응수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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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벨 위페르의 조연

미카엘 하네케와 ‘피아노 교사’를 만들었던 위페르는 “미카엘은 무척 즐거운 사람”이라고 밝혔다. 트랭튀냥과 나오는 장면에서 감독은 지시하지 않았다. 대부분 감독은 ‘센티멘탈하지 않게’ 정도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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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엘 하네케의 영감

“내가 무척 좋아했던 친척이 있었다. 그녀가 고통을 받는 것을 지켜봐야야 했다.” 하네케는 류마티즘으로 고통받던 친척이 자살한 일을 회고했다. 그 일은 ‘아무르’에 영감을 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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