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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요리: 한국편 II 



안동 경당종택의 북어 보푸라기 & 통영, 거제도 멍게 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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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 안에서 부드럽게 녹어내리는 북어 보푸라기 Photo: Tony Yoo



예전에는 달리 보관방법이 없어서 생선을 말려서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요즘같이 냉장 시설들이 발달했음에도 말리는 과정에서 단순하게 저장성이나 식감 뿐만 아니라 영양 면에서도 더 좋아진다는 이유로 말린 생선은 인기가 좋다. 


한국에서 대표적인 말린 생선은 북어가 아닐까? 실제로 명태를 말린 코다리, 북어, 황태는 명태보다 단백질과 아미노산이 풍부하다고 한다. 전통 한식에서 북어는 국이나 탕 등에 깊은 맛을 우리는 재료로 멸치와 함께 많이 사용되는데, 개인적으로 맛본 최고의 북어 요리는 ‘북어 보푸라기’이다. 


몇 해전 한국에서 방송촬영 차 안동의 경당종택에서 다양한 음식을 맛보는 귀한 시간을 가진 적이 있었다. 경당종택은 우리나라 최초의 요리책인 *음식디미방을 쓴 안동 장씨의 친정집으로 유명한 곳이다. 지금도 후손들이 그 맛을 지켜가고 있는 곳이기에 더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는데, 한 상 가득 차려진 정성 어린 음식들에서 우리 음식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중에서 기억나는 북어 보푸라기는 북어를 두드려서 고운 가루를 만들고 참기름에 버무려낸 요리다. 

언뜻 보기에는 간단하지만, 그 맛이 나오기까지의 ‘오랜 시간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음식이었다. 말린 생선을 두드려 가루로 만드는 작업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보푸라기는 그 독특한 식감이 포인트인데, 부드럽게 입안에서 녹아 내리는 맛을 내기 위해서 말려서 다시 물에 불린 다음 찜통에서 쪄서 살이 부드러워 졌을 때 방망이로 일일이 두드려서 만든다. 그 과정에서 수분이 빠지면서 솜털 같은 보푸라기로 만들어 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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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 가짓수가 풍부한 횟집 상차림. 신선하고 맛이 좋아 남기지 않고, 먹게된다. Photo: Tony Yoo



맛있었던 기억을 되짚어 보니 해산물이 많았던 것 같다. 아무래도 해산물 요리의 종류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나 요즘처럼 찬바람 부는 겨울이면 신선한 해산물이 많이 생각난다. 그래서 해산물 요리를 좀 더 소개하고 싶은데, 사실 때로는 특정한 해산물 요리보다도 그저 한국의 횟집이 그리울 때가 있다. 아무래도 한국만의 독특한 회를 서브하는 방식 때문일 것이다. 


한국인들의 한상 차림 문화는 횟집에서도 여지없이 반영된다. 한정식의 상차림과 마찬가지로 음식 주문과 동시에 다양한 해산물을 기본으로 하는 사이드 디쉬들의 대향연이 테이블에 펼쳐진다. 어떨 때는 메인으로 나오게 되는 회나 매운탕보다 사이드 디쉬가 횟집의 승패를 좌우 할 때도 있다.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거나 이해하기 힘들 수 있겠지만, 이 또한 한국 음식문화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통 한정식집의 반찬들은 양념이 강하거나, 맛이 무겁기 때문에 남기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횟집의 경우는 다르다. 그 양도 적지만 남기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대부분 신선하고 맛이 좋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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쌉살하고, 은은한 뒷맛이 나는 생 멍게                                                         향긋한 바다의 향을 느낄 수 있는 멍게 비빔밥  Photo: Tony Yoo                



횟집의 사이드 디쉬는 보통 계절별로 해산물의 신선도에 따라 바뀌게 되는데, 그 중에서 멍게는 한국의 횟집에서 맛보는 최고의 전채 요리중하나이다. 바다의 수온이 높은 여름이 멍게 맛의 으뜸이지만 사계절 먹을 수 있기 때문에 횟집의 단골 메뉴 중 하나이다. 멍게의 맛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독특한 향과 달착지근한 맛을 지닌 멍게는 먹고 난 후에도 그 쌉쌀하면서도 은은한 뒷맛이 한참 동안이나 입안에 감돈다. 멍게의 살은 조리하면 질겨지기 때문에 생으로 먹는 것이 가장 맛과 향을 즐기기에 좋다.


멍게 하니까 생각나는 음식이 있는데, 바로 멍게 비빔밥이다. 멍게는 다른 해산물에 비해서 냉동을 해도 그 맛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 때문에 멍게가 신선할 때 속살만 발라서 다진 후 냉동시켰다가 밥과 함께 비벼먹는 멍게 비빔밥은 특별한 양념이 없어도 고소한 참기름과 함께 비벼먹으면 향긋한 바다 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통영이나 거제도에 가면 멍게 비빔밥 만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을 쉽게 찾을 수가 있는데, 한국의 다양한 비빔밥 중에 손꼽히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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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                      

1670년(현종 11년)경 안동 장씨(貞夫人 安東 張氏)가 쓴 요리책.  동아시아에서 최초로 여성이 쓴 조리서이자, 한글로 쓴 최초의 조리서이기도 하다. 궁체로 쓰인 필사본으로, 표지에는 '규곤시의방'이라 제목이 있으며, 내용 첫머리에 한글로 '음식디미방'이라 써있다. 음식디미방은 '음식의 맛을 아는 방법'이라는 뜻. -Wikipedia(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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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y Yoo 유현수 

​주영한국대사관 총괄셰프​​ (London, UK)

Executive Chef of Embassy of the Republic of Korea​​ (London, UK)

한국 슬로푸드협회 정책위원​

D6 (전)총괄셰프(Contemporary Local Korean Cuisine)

Executive Chef of Restaurant D6 (Seoul, Korea)

Aqua Restaurant (Michelin Guide Two Stars) (San Francisco, California​)


http://www.cheftonyy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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